sunny-1년전 여행일기 #1
벌써 8번에 가까운 태국 여행을 해온 뒤라 특별히 여행 준비나 여행 루트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항공료가 어느때 가장 저렴하냐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였다. 대학교 방학이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시기에 항공료가 가장 저렴한 것을 확인한 뒤 기말고사가 시작할 때 쯔음 여행 동행자를 찾기 시작했다.
혼자서 여행을 가면 자유로움과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 이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숙소의 선택에 있어서 한단계 낮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매우 큰 단점이 있다. 1달 여행을 기준으로 항상 항공료보다 낮은 수준의 여행경비를 책정하는 나로서는 함께 갈 동료가 필요했다.
같은 과의 동기들을 한명 두명 설득을 해보았지만 나의 책정된 여행경비를 못 믿는 눈치였고 태국여행을 한달씩이나 할 필요가 있느냐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태국하면 떠오르는 여러가지 틀에 박힌 편견을 예상외로 많은 애들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또 태국에 가느냐? 태국에 wife를 숨겨놓았느냐?" 하는 질문으로 같이 갈 생각도 없는 애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해대는 통에 빈정이 상했다.
'그래, 숙소야 뭐 제일 싼곳으로 책정하고 혼자 사색좀 많이 하고 와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타이페이를 경유하는 eva 항공이 가장 저렴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두고 시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등생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실수로 재시험이라도 보게된다면 여행 일정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썼다.
시험이 끝나고 이제는 일주일정도 성적 나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여행지 선정을 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은 정말 가고 싶기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태국을 벗어나서 여행을 하기는 정말 싫었다. 친구들도 어떻게 태국을 8번이나 다녀온 놈이 앙코르 왓을 갔다오지 않았냐고 나의 아픈곳을 찔러대곤 했었다.
태국에도 크메르 유적들이 꽤 존재한다는 것을 이전부터 들어오긴 했지만 딱히 매력적이지 않아서 여행지로 선정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유적지들의 위치가 태국 동부 지역이고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 이 곳을 여행지로 결정하게 했다.
피마이, 롭부리, 파놈룽 등 크메르 유적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점점 귀찮아졌다. '대충 위치만 알아놓고 이동하면서 그때그때 정보를 모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 흔한 태국 여행책자도 준비하지 않았다.
거의 매번 여행가기 바로 전날 가방을 꾸리기 시작한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새벽 4시까지 짐을 꾸린다. 별로 가져갈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뭔가 하나를 꼭 빠트린것 같아 멍하니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드디어 토막잠을 자고 공항버스를 타러 이동을 했다.
'드디어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구나.'
두려움 반 기대 반 이었다. 여기서 기대는 아마도 여행자들이면 누구나 꿈꿔보는 꽤 괜찮은 이성과 어떻게 엮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뜻한다. 비행기 옆자리에 누가 앉게될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려움에 처한 여행자를 도와줌으로서 뭔가 로맨틱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것들 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겠지만 결국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고향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괜찮은 이성이 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오늘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다려라 망고스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