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다시 태국으로. 치앙마이 갭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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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다시 태국으로. 치앙마이 갭스 하우스

랑그레이 6 1760

전 날 걱정했던것과 달리 나의 위장님은 많이 진정이 되셨다. 그래도 여전히 속이 더부룩해 뭘 먹으면 토해버릴 것같아 아침은 생략하고 바로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국경으로 가기로 했다. 나갈 채비를 하고 마당으로 나가니, 우리의 오빠 기사님은 그새 새 손님을 받아서 유적지로 출발을 하더라. 당연한 상황이지만, 우리에겐 그 분이 잊지못할 앙코르 유적 첫 관광의 기사님이었는데, 그 분에겐 우리가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손님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하니 조금 서운했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의 속성이란 건 이렇게 허무한 것 같다.



아무튼 들어올 때와 같은 메마른 캄보디아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태국으로 출발. 여기저기 이렇게 도로를 보수중인 모습을 보니, 다음에 올 때에는 아마 이 도로도 조금은 덜 황량한 모습일 것 같다.

트럭에 짐처럼 올라탄 채 일터로 가는 사람들. 엉덩이 아프겠다... -_-;;






길 중간중간 위치한 구멍가게들. 다음번에 캄보디아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오토바이 여행을 하며 천천히 이 풍경들을 음미하고 싶다.

쉬지 않고 달려 세 시간만에 뽀이뻿 도착. 기사분이 무섭게 인상을 쓰고 한 마디도 안 하며 달려 좀 무서운 인상을 받았는데, 우리를 국경에 내려주고나서 이 분, 트렁크를 열고 가신다. -_- 황급히 달려가서 트렁크를 닫아줬는데, 또 다시 열리는 트렁크. 그리고 마구마구 부릉부릉 달려가는 차! 저~만치 달려가는 차를 향해 100m 22초의 실력으로나마 열심히 쫓아가며 "트렁크! 트렁크!"를 외친 결과 다행히 기사님이 우리 목소리를 듣고 차를 세워 트렁크를 닫는다. "깜~싸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아방한, 혹은 멋적은 미소를 날리며. 실로 차 안에서의 카리스마 있던 이미지가 단 번에 깨지는 사건이었다.-_-;;;; 아마 트렁크를 계속 열고 그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면 트렁크는 안은 모래 천지가 되지 않았을런지... ^^;;;;






캄보디아-태국 국경. 우리는 애초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2등석 버스를 타고가고싶었는데 조사 부족으로 그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몰랐다. 결국 떙볕에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끝에 카지노 버스를 타기로했다.

헌데 이 카지노 버스를 타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아니 글쎄, 사람 요금 200바트, 짐 요금 50바트를 달란다. 분명히 내국인 100바트, 외국인 200바트로 알고 있었는데, 짐 요금은 또 무어란 말인가...-_- 어이가 없었지만 지칠대로 지쳐 우린 그냥 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흑인 갱스터 영화에서 조직의 꼬봉 역할 정도가 딱 어울릴법한 젊은 남자가 도전적인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300바트 내기 싫으면 당장 내리라는거다!! 카지노버스를 300바트 주고 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ㅠ_ㅠ 아까 저 밖의 아줌마랑 250바트에 흥정을 했다고 하니, 버스에서 내려 자기 엄마뻘 되는 아줌마에게 뭐라고 쏘아붙이더니 다시 버스를 타 우리에게 "저 아줌마보다 내 권력이 더 커! 내려서 표 사와!"라고 소리를 지른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서워서 그만 내리고 만 우리ㅠ_ㅠ 내리고나니 아까 우리에게 사람 200바트, 짐 50바트의 요금을 청구한 아줌마가 우리에게 소심하게 다가와 뭐라뭐라 얘기를 붙인다. 대부분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아줌마가 겁에 질린 얼굴로 한 말 한 마디는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아줌마, 자기의 손가락으로 두 눈을 가르키며,

"Did you see that?"
그렇다... 그 남아의 눈빛은 우리에게도, 아줌마에게도 무서웠던 것이다...-_-

결국 저~ 멀리 있는 매표소를 찾아 300바트나 주고 표를 구입한 우리. 표를 사서 버스에 올라타자, 그 남아놈이 우리를 보며 득의양양하게 거만한 미소를 만면에 띄며 쳐다보고 있더라! 내 이녀석을!!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버스에 안착. 카지노 버스, 300바트 주고 표 사서 타신 분들 혹시 우리 말고도 있나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다들 200바트 주고 탔다 하시던데, 버젓이 매표소가 있는 걸 보니 우리가 속은 건 아닌 것 같아 혼란스럽고... -_-



카지노 버스 안. 우리나라 영화 '광복절 특사'가 태국어 더빙버전으로 틀어줬다.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웃는 태국인들을 보며, 내가 영화 감독이라도 된 양 괜히 뿌듯해졌다;; 그리고 중간 정차시간에 우리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버스에서 내려 두 손 가득 군것질 거리를 안고서 희희낙락하고있는 걸 보니 드디어 음식 천국 태국에 왔구나 실감이 나더라. 다들 먹는 거 참 좋아해...ㅋㅋ

룸피니 공원에 내려 빨리 뭐든 먹고싶어진 우리. 특히 나는 전 날 저녁도 다 토해버린지라 꼬박 만 하루가 넘도록 굶은 상태였다. 속이 안 좋아 밀가루 종류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판단한 우리는 필사적으로 한식/일식집을 찾아 헤맸고, 우리의 눈에는 기적적으로 FUJI가 포착됐다!





캄보디아에서 이유 모를 오기로 푼돈이나마 아껴보겠다고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 한 끼만 했던 우리 눈에 비친 이 풍경, 극락이었다...ㅠ_ㅠ

우왕! 나비넥타이 맨 소년이 서빙을!
우왕! 오픈키친!
우왕! PDA로 주문을 받고있어!
우왕! 비닐 장갑 낀 손으로 신발 정리를 해준다구!
우왕! 뭔가 자본의 향기가!
우왕! 오늘 나 여기서 허세 좀 부릴래!

그렇게 생각하고 1000바트어치 주문을 한 우리들.

나중에 생각해보니 뭘 FUJI정도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나싶었지만, 캄보디아에서 필요 이상으로 궁상스럽게 굴며 돈이 아까워 음료에 얼음조차 추가하지 못했던 당시의 우리에게 FUJI는 그야말로 럭셔리의 전당이었다. ㅋㅋ

FUJI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후, 북부터미널로 이동해 VIP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를 향해 달리며 드디어 우리는 태국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 타보는 VIP버스는 무척 편리했고 차장 언냐 또한 친절해서 만족스러웠다. 중간 휴게소에서 우리가 내리지 않자 우리에게 다가와 바디랭귀지로 밥 먹는 시늉까지 하며 밥을 먹으라고 일러준 차장 언니!(우리 또래로 보였지만 일단 언니-_-) 우리가 괜찮다고 안 먹겠다고하자 간식으로 나오는 요구르트랑 우유 남은 걸 왕창 안겨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해도 의자가 180도로 펼쳐지지는 않는 법. 숙박료를 아끼기위해 선택한 야간버스이지만, 침대에 누워 자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불편해서 누구보다 자는 건 잘 하는 나조차 내내 뒤척거렸다. 게다가 긴 팔을 껴입고 나눠준 담요까지 둘둘 감아보았지만 냉방이 세서 너무 추웠다. 어쨌든 내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는 사이 버스는 우리의 목적지 치앙마이를 향해 씽씽 잘 달려가고 있었다.

-

생각보다 이른 시간인 아침 7시 전,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고 우리는 내리자마자 가이드북을 뒤지며 숙소 물색에 나섰다. 미리 찍어둔 크리스티와 반매텅문에 전화를 했더니, 트리플룸은 없고 더블룸만 있단다. 하여 예산을 조금 높여 목조가옥이 멋지다는 갭스 하우스에 전화를 걸었는데, 트리플 룸 있냐는 우리의 질문에 갭스하우스는 "I don't know"로 일관했다 -_-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모른다는 뭔가... -_- 집요한 나는 세 번정도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그 쪽의 대답은 역시 같았다.

오기가 생긴 우리는 썽태우를 잡아타고 빈 방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도 모른 채 갭스하우스로 향했다. 도착을 해보니, 아이고, 우리 전화를 받으신 분은 이 곳 청소를 하는 할아버지이신데, 영어가 짧으셔서 무조건 아이돈노로 대답하신거였다. 매니저는 8시가 되어야 도착을 하고. 그것도 모르고 이 사람 황당하다, 불친절하다, 불평을 해댔으니... 나아쁜 나!!

얼핏 둘러본 갭스하우스의 정원은 무척 멋있었다. 아주 아담한 규모의 정원이었지만, 어느곳하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곳의 정원에 한 눈에 반한 우리는 매니저가 올 때까지 정원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허나 그는 여덟시가 지나도 오지 않고... 거의 아홉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여 우리의 애간장을 녹였다. -_-

아무튼 감상하시죠. 갭스 하우스의 예쁜 정원.



이 곳에서는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치앙마이의 여느 숙소들처럼 여행사도 겸업하고있다.







갭스하우스에서는 아침마다 음악을 틀어준다. 바흐의 음악도 들렸고, 클래식한 영화 음악도 들렸는데, 아침에 그 음악소리를 들으며 복도 의자에 앉아 잠을 깨우는 기분은 꽤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큰 개 두 마리, 작은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사진 속 저녀석 이름은 '타패'.
"손!"했더니 눈만 멀뚱멀뚱 하길래, "Hand!"했더니 그제서야 손을 주더라. ㅋㅋ





리셉션 데스크. 사진으로 보면 앤틱한 멋이 풍기는 곳이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누드 달력같은것이 몇 개 붙어있다... 아이고 할아버지!





책도 상당히 많이 구비되어있어 정원에서 죽치고 앉아 읽기에 좋다.



근사한 앤틱가구들이 정원 곳곳에 있다.






테이블도 충분히 비치된 편. 하지만 모기가 많아 마냥 죽치고 앉아있긴 곤란합니다요.

곳곳에 모빌과 새장, 화분 등으로 멋을 냈다. 조잡스럽지 않고 오밀조밀 정성스러운 느낌.



이렇게 멋진 정원에 반한 우리에게 매니저 할아버지가 방을 보고서 결정을 하라고 한다. 더블 룸 두 개를 잡아야한다는 얘기에도 아랑곳않고 빨리 이 곳에 묵고싶어 안달이 난 우리, 방문을 열어보는데...

두둥.-_- 멋지구리한 정원과는 좀 다른 칙칙하고 좁은 방...ㅠ_ㅠ






게다가 우리가 묵은 방 두 개밖에 확인을 안 해본거긴 하지만 방마다 여자 가슴 그림이 꼭 하나씩 있는 이유는 뭘까;;

화장실도 좁은 편;; (모자이크는 박양의 은밀한 속옷입니다^^)


하지만
1.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2. 다른데 가기 귀찮다 3. 여기 정원 좋잖아!
등등의 이유를 똑같이 가슴에 품고 아무 말 없이 눈빛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우리들.
"묵자..." 하고서 하루치 요금을 지불한다.
더블 룸 400밧! 방 두 개라 800밧!

아 비싸다 비싸. 치앙마이에서는 4박을 할 예정이기때문에, 다른 숙소를 알아보든지 해야겠다. 하지만 귀차니즘의 대가들인 우리가 과연 그럴 수 있을지... -_-
6 Comments
시골길 2008.08.12 01:16  
  갭스하우스가 마음에 드신 것 같군요(귀차니즘의 경지 보다 더~) 많은 시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미루어 보아서... 'Hand'에서 빵~~ ㅋㅎㅋㅎ
랑그레이 2008.08.12 19:56  
  시골길님/ 네 좀 구석 객실을 배정받아서 햇살을 못 본 것 말고는 좋았던 것 같아요. 정원에서 아침에 음악듣고 일기 쓰던 시간이 참 즐거웠던걸로 기억되네요.

그나저나 'hand'는 영어이니... 주인 할아버지가 아닌 숙박객들이 훈련시킨건가봐요 ㅋㅋ
앤디 2008.09.15 17:43  
  갭스하우스 인테리어 소품들이 참 맘에 듭니다.
딱 제 취향입니다^^
조아남 2008.09.25 15:53  
  부럽습니다.
랑그레이 2008.10.02 13:43  
  앤디님 / 정원만은 정말 게스트하우스 중 최고예요^^
조아남님 / 뭘요...ㅋㅋ
시나눅왕자 2008.10.12 20:39  
  방이 너무 좁네요 ^^;
정원은 나름 이쁜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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