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앙코르 유적지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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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앙코르 유적지 마지막 날

랑그레이 6 990
오늘은 앙코르 유적 관람 마지막 날. 평소같았으면 때려죽여도 못 일어났을 시간인 다섯시에 앙코르왓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다섯시 반에 숙소를 나섰다. 차에서 내려 앙코르왓을 향해 걸어갈 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캄캄한 하늘에는 새벽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일 듯 말듯 검게 자리잡고있는 앙코르왓.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정말 평생 본 것 중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아직 어두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위해 대기중이었는데, 우리는 운 좋게 앙코르왓이 정면으로 보이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느긋하게 앉아 일출을 기다리며 아이팟을 귀에 꼽고 있으니,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사원의 윤곽과 구름, 하늘의 색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눈물나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그야말로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앙코르왓의 일출을 보고 있으니 그 표현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았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의 앙코르 왓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일출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앙코르왓을 뒤로 하고 다시 숙소로. 안녕 앙코르왓! 이따 다시 보러올게!



앙코르왓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쉰 후 다시 유적 관람에 나선다. 먼저 간 곳은 반띠아이 쓰레이. 생각보다 좀 멀어서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린 것 같다.

입구. 작품 활동에 열심인 이양 박양.




다른 유적들도 그렇듯이 반띠아이 쓰레이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으나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없고;; 이 곳의 복원에 얽힌 사연 이 기억이 난다. 반띠아이 쓰레이는 1914년에 프랑스팀이 발견했지만 십년여간 울창한 밀림 때문에 접근할 생각을 못 한 곳이었단다. 그러다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까지 한 소설가 말로, 그리고 유럽의 탐험대가 이 사원의 주요 조각들을 도굴했다가 들통이 나서 프랑스 정부가 이 곳을 복원하기로 시급히 결정했다고...-_-;; 도굴범들은 사형. 을 당한 것이 아니고 체포되어 프놈펜에서 가택 연금을 당했고, 도난품을 반환한다음에 풀려났다고한다. 쯧쯧... 지체 높으신 분들이 어찌 그런 짓을.




반띠아이 쓰레이는 섬세한 부조로 유명하다. 어느곳 하나 장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더라.




3일 내내 베트남 농활 혹은 원피스의 루피 코스프레 복장을 고수한 나. 물론 매일 빨아입었습니다!! 저 상의는 올드마켓에서 깎고 깎아 6달러에 산 건데, 앙코르 와보니까 2달러에 팔더라...ㅠ_ㅠ 게다가 나중에 치앙마이에 가보니 선데이마켓에서 더 싸게 팔고 있었다..............ㅠ_ㅠ 아무튼 내 마음엔 썩 들지 않는 옷이었건만, 한국인 관광객들(주로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어디서 샀냐고 여러 번 질문을 받은 나름 인기 의상이었다! ㅋㅋ


반띠아이 쓰레이는 붉은 빛 사암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정말이지 섬세한 부조들. 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그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숙련된 장인이 많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했을까?










섬세한 부조들에 혀를 내두르며, 반띠아이 쌈레로 이동. 이때만 해도 몰랐다. 반띠아이 쌈레가 앙코르에서의 나의 마지막 목적지가 되었을 줄은...





앙코르 왓과 흡사한 양식으로 지어진, 앙코르 왓의 축소판이라 불리우기도 한다는 반띠아이 쌈레. 이 때, 난 역시 몰랐었다. '앙코르 왓의 축소판'이라 불리우는 이 곳에나마 갈 수 있었던 게 나름 다행이었다는 걸.






사진 속에서 축 처진 몰골을 하고 있는 나. 삐진 것... 이 아니고, 배가 아파 저리 쉬고 있는 것이다. 위장이 약한 편이라 평소에 먹는 걸 조심하는 편인데, 캄보디아에서 매일같이 밀가루만 먹다가 그만... 탈이 나고 만 것이다.




탈 난 주제에 점심마저 기어이 스타마트 핫도그로 때운 나. 지금 생각해보니 아파도 싸다! 불 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일세. 그나마 위 생각한다고 탄산 음료는 안 마시고 두유를 선택한 나름의 센스에 더 눈물이 나네 그려. 흑.........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오후 일정이었던 앙코르 왓 관광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아아....... 앙코르 유적의 꽃 앙코르 왓을 못 보다니...ㅠ_ㅠ 홀로 숙소 침대에 누워 외롭게 아픔을 죽이며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ㅠ_ㅠ 관람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들에게 "앙코르왓 어땠어?"라고 물으며 내심 "별로였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나. 하지만...

"진짜 최고더라!"
라고 대답해준 너무나도 솔직한 나의 친구들...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멋있었어!"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크고!"

"왜 앙코르왓이 유적의 메인인지 알 것 같았달까"


"게다가... 니가 없어서 기분이 좋으셨나? 오빠(우리의 완소 기사님;;)가 드라이브도 시켜줬는데. 같이 사진도 찍었어"



┱┲__┱┲




오빠 기사님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이양.

우리끼리는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지만, 우린 정작 그 분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마지막 날 작은 사탕이랑 약소한 팁, 짧은 쪽지를 써서 드렸는데, 쪽지는 내가 썼지만 저녁 관광을 못 해서 건네주는 건 이양이 했다...ㅠ_ㅠ


그렇게 나는 그 날 하루의 반을 서럽게 공치고 말았다. 참고로 저녁을 먹기 위해 또 레드피아노에 들러 요전날 박양이 시켰던 무척 맛있었던 그 메뉴를 다시 시켰으나, 반도 못 먹고 다 토해버리고 말았다. 아... 이 놈의 위! 위보다 원망스러운 건 바로 나의 미련함. 그깟 여행자금 좀 아낀다고 왜 그렇게 핫도그만 먹으면서 궁상을 떨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걸까.

다음날 태국으로 출발하는데, 제대로 차를 탈 수나 있을런지. 태산같은 걱정을 가슴에 품고 그 날은 시름시름 앓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흑흑.
6 Comments
시골길 2008.08.12 01:06  
  위장이 안 좋으시구낭.. 저도 동병상련의 아픔이.. 위장에 문제있는 사람들이 잘 체하지요.. 아마도 심하게 체한 것이 아닌지요.. 더러 체증이 지독한 것은 먹은지 며칠후에 반응이 오기도 합니다요.... 우와 ~ 날씨는 덥고 배는 불편하고 참 힘든 하루로 기억될 날이군요.. 앙코르 왓이 매우 아쉽게 되었네요..(일출이라도 보셨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랑그레이 2008.08.12 19:55  
  시골길님 / 앙코르왓 일정을 왜 하필 그 날로 잡았는지 두고두고 후회를 했답니다^^;
그나저나 여행 기간 중 위장 때문에 앓아누운 게 저 때 한 번이 아니라는 야그가... 흑흑...
앤디 2008.09.15 17:32  
  흠...내장산 단풍놀이 가셔서, 닭도리탕만 드시고 오셨군요^^

사진들이 꽤 자세히 묘사돼있어서 즐거운 눈팅이었습니다^^
조아남 2008.09.25 15:46  
  부럽습니다.
랑그레이 2008.10.02 13:42  
  앤디님 / 적절한 비유신데요. ㅋㅋ 앙코르왓때문에라도 캄보디아는 또 가야지 싶어요.
조아남님 / 감사합니다^^;;
시나눅왕자 2008.10.12 20:30  
  기사분 얼굴이 착하네요 ㅎㅎ
객지에서 아픈거보다 서러운게 없는대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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