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간의 환갑기념 부부배낭여행 26일째 왕위앙->루앙푸라방
2008.03.08 토요일
왕위앙에서 루앙푸라방으로 이동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늘 컨디션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술을
삼가고 피곤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일찍 일어나면 아무래도 남들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기도 한답니다.
왕위앙에서도 승려들이 아침 이른 시간에 탁발을 다니는데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곳에는
현지인들이 많이 살지 않아서 시주하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더군요. 조금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야 탁발 행렬을 만나볼 수가 있더군요.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버스는 손님이 어느 정도 차기를 기다리느라고 예정시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가이드북에는 9시와 10시에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시즌이 아니어서인지
9시 버스는 없고, 10시 출발예정인 버스도 거의 30분이 넘게 기다리다가 출발을 합니다.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도 안합니다. 해 봐야 소용이 없으니까요.^^
루앙푸라방으로 가는 길은 해발 1,500미터를 넘나드는 산길을 구비구비 돌면서 고산족들이 사는
조그만 산골마을을 거쳐 가면서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려주기도 합니다. 버스를 자주 탈
일이 없는 고산지대 사람들이 급커브를 그리며 달리는 버스를 타고서 시달리다보면 멀미
때문에 구토를 하고 아주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타면 아예 비닐봉지를 나누어
주기도 하더군요. 우리는 버스여행의 요령이 생겨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구경을 하면서 가기
때문에 그런대로 견딜만 하지만, 뒷자리에 탄 사람들은 고생깨나 하는 것 같더라구요.
가다가 누군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전망이 좋은 곳에서 버스를 세워 줍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내려서는 길가의 억새풀숲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옵니다.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화장실 문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산지역의 마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하여 정차를 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몰려나와서 관광객들 주변을 맴돌기는 하는데 구걸은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버리는 빈깡통을 주워가기도 하고, 간혹 먹던 빵을 주면 받아 먹기는 하지만
손을 벌려 구걸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라오스 사람들이 자존심이 많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더군요.
대충 5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버스는 거의 7시간이 걸려 루앙푸라방에 도착했습니다.
'신성한 불상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루앙푸라방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과 볼거리가 많아서 많은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고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방값을 비롯한
물가도 상당히 비싼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여행자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10불을 달라는 것을 9불에 흥정하여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을 겸 시내
구경을 나섰습니다.
여행자 거리를 중심으로 주변구경을 다니다가 버스에 시달려 피곤하다는 아내와 조금 더 걷다가
들어가자고 했다가 말다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도 고집을 부리게 되고, 자칫 큰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은 우리부부도
여행을 하면서 엄청나게 싸움을 한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구경하는 것, 쇼핑 등등......
참 별 것을 가지고도 싸움을 합니다. 가벼운 말다툼에서, 혼자 서울로 갈테니 비행기표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까지, 어떤 때는 밤에 혼자 숙소를 뛰쳐나가서 두세시간씩 안들어오기
등, 창피하지만 참 엄청나게 다툰 적이 많답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부부도 하루 24시간을
단 몇미터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지내면서도 싸우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거짓말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어떻게 슬기롭게 그 싸움을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서 부부가 더 가까와지기도 하고 아예
더 멀어지기도 하는것 같더군요. 특히 여행을 같이 한다는 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배려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집을 떠난 객지에서 싸움을 하게 되면 평시보다 훨씬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또 오래 가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싸우게 되더라도 항상 먼저 사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절대로 싸움을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왔다가 의견 충돌이 생겨서 중간에 찢어져 각자 여행을 하거나 혹은 귀국길에
오르는 경우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또 그런 친구들은 귀국을 한 뒤에도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부부간이나 친구 사이처럼 허물이 없는 사이일수록 자칫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게 되지요 때로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구요.
항상 내가 상대방의 여행에 짐이 되지는 않는가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동반여행을
성공적으로 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괜한 말다툼에 숙소 근처에서 맥주를 세병이나 마시고 마누라 옆에서 골아 떨어졌습니다.^^
비용 : 게스트하우스 50,000*2=100,000, 아침식사 18,000, 버스(루앙푸라방)85,000*2=170,000
도너츠 5,000 물 2,000, 저녁식사 28,000, 맥주 9,000*3=27,000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