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빠이 오토바이 하이킹, 커피 인 러브
빠이 읍내를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시냇가('강'이라고 부르기엔 심히 협소했던 그 곳...) 옆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간판도 예쁜 빠이 리버 코너 레스토랑!
레스토랑 옆에는 저렇게 작은 바도 있다. 아마 저녁쯤 되어야 열 모양이다.
아침 메뉴판. 우리는 무슬리(+요거트, 과일), 핫케이크, 오믈렛+소세지를 시켰는데 전부 다 60밧이었다. 다른 곳에 가보아도 이런 간단한 종류의 메뉴들은 거의 다 60밧 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예쁜 풍경을 보며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빠이 오길 잘 했다^^
레스토랑 주방 쪽 건물. 우리는 노천 테이블에서 먹었다.
아침엔 밀가루를 거의 소화 못 시키는 나는 여행기간 내내 아침으로 거의 무슬리를 먹었다. 양은 적지만 은근히 포만감이 느껴지는 요것.
이양은 아침으로 주로 핫케이크를 선택.
박양은 그 때 그 때 달라요~ 오늘은 오믈렛!
아침을 다 먹고나서 드디어 오토바이 하이킹에 나서기로 했다! 빠이 읍내에서 제일 큰(유일하게 뭔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보이는;;) 아야 서비스에서 빌리기로 결정. 하루 렌탈비 100밧짜리 오토바이도 있긴 했는데, 그나마 탈 만한 것은 150밧정도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150밧짜리 오토바이를 두 대 빌리고 보험 두 가지(아마 오토바이 보험이랑 상해 보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종류에 40밧)를 가입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50밧짜리 오토바이 빌리면서 보험료를 80밧이나 내는 게 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5분도 되지 않아 보험 가입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할 일이 벌어진다 -_-
운전대는 박양과 이양기 잡기로 하고 내가 박양의 뒤에 올라탔는데, 박양이 운전법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가 그만... 출발하자마자 고꾸라진 것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내 몸무게까지 감당하느라 발이 심하게 까졌다. 헉! 이걸 어쩌나! ㅠ_ㅠ
철푸덕 고꾸라진 우리에게 곤란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아야 서비스 직원, 소심하게 "Receipt, Receipt" 하며 손을 내민다. 보험 가입 영수증을 보여주자 사무실로 들어가 뭔가를 잠깐 의논하더니 다른 직원 한 명과 함께 나와 박양과 이양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붕~ 출발해버린 그! 나에겐 "Just 5 minutes!"라는 말만 남긴 채. ㅠ_ㅠ
음............ 사실................ 저스트 빠입 미닛을 외쳤던 그 직원총각이 쪼끔 귀엽다고 생각했던 나, 부러움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이양을 향해 그만... "야~~~~~~~ 부럽다!!!!"라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_-
헌데 5분 있으면 오겠다던 그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그동안 바깥에서 멀뚱하니 서있으며 심심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나. 옆에 있던 히피스러운 아저씨의 햇살이 뜨거우니 안에 들어가 기다리라는 말에 그냥 웃음으로만 대꾸하며 끈기 있게 서서 기다렸다.
어... 바닥에 이게 뭐지... 한국 볼펜이네...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주워 손바닥에 슥슥 낙서를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쯤, 엄청 즐거운 표정으로 그들이 돌아온다. 이양과 박양, 아야 서비스 남직원 두 명이.
"이 사람들이 소독약 사다가 발라줬어~"
"운전도 가르쳐 줬다구~"
"아무것도 없는 공터같은데 찾아서 연습했지!"
다들... 엄청 즐거운 표정이다. ㅠ_ㅠ 후에 이양과 박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재밌었나보더라!! -_-+
"소독약을 사가지고 오는데 무슨 공업용 소독약같은 큰 거를 사오면서 자기가 막 더 놀라는 척 하고 발라주더라구! 으와~~ 이러면서!"
"기름 넣어야된다그래서 내가 개솔린? 기름? 이랬더니 막 따라하더라구! '개솔린! 기름!' 이러면서 오토바이 타고 달렸지~"
칫..................-_- 앞서 말했듯 그 직원 총각에게 조금 사심이 있던 나. 살짝 빈정이 상해버렸다.
어찌됐든 이양 박양이 운전도 배워왔으니 이제 안심하고 출발! 박양은 아까 고꾸라지며 놀란 탓에 나는 이양의 뒤에 올라타기로 한다. 뒷자리에 앉아 실려가기만 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헬맷은 꼭 착용한 나!
천~천히 달려 읍내를 벗어난다. 사실 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읍내에서 운전하는게 제일 어렵고, 읍내만 빠져나가면 그렇게 어려운 구간은 없는 듯하다. 그러니까 읍내 운전이 어렵다고 오토바이 타는 걸 포기하시는 분들은 없으시길!
읍내를 빠져나가니 바로 요런 밭과 산이 반긴다. 참, 빠이 오토바이 하이킹을 할 때는 요왕님의 지도가 필수!! 아야 서비스에서 나눠주는 지도만 가지고 가기엔 조금 역부족이다.
조금 달리니 그 유명한 커피 인 러브가 보인다. 참고로 요 노란 건물은 카페가 아니라 아마 그냥 가정집 혹은 사무실인 듯싶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박양. 한 번 넘어진 뒤라 그런지 겁을 잔뜩 먹은 박양은 끝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빠이의 하늘이 백미러 안에.
다방 커피 배달용같이 생겼지만ㅋㅋ 그래도 1박 2일간 우리의 다리가 되어준 소중한 오토바이!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1/100도 표현이 안 되는 빠이의 하늘. 다 내 미천한 사진 실력 때문이다.ㅠ_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빠이의 하늘.
음... 잘은 모르겠는데 저 표지판을 보니 아마 오토바이를 타고 좀 달리다보면 금세 빠이를 벗어나게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 곳 지명을 모르니까 그냥 빠이로 통칭! ㅋㅋ
평화롭기 그지없도다.

작은 마을. 이 곳도 잠깐 들어가봤는데, 정말 전원일기 양촌리보다 더 시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그냥 민박 개념)가 몇 개 있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태국에는 곳곳에 정말 여행자들이 많이 들어와있구나 느꼈던 순간.
속도가 떨어지는 박양이 걱정되어 앞에 세우고 달리기로 했다. 저렇게 달리다가 곧바로 하늘까지 날아가버릴 것 같은 박양. 빠이의 하늘은 정말 가깝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읍내로 들어왔다. 친절한 직원들이 반겨주는 블랙 캐년 커피로. 가게 곳곳에 저렇게 직접 그린 유화들이 걸려있었는데, 돈 주고 살 정도 수준의 그림은 아니었고... 아마도 가게 주인이 직접 그려서 건 것이 아닐까 추측 중.
한적한 블랙캐년커피. 음식 맛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정말 극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인데... 왜 사람이 별로 없을까 내내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체인 그룹이다보니 빠이 이미지랑은 좀 안 맞아 보이는걸까?
점심을 후딱 먹고 다시 하이킹에 나섰다. 한창 햇살이 강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음영 강한 그림자가 생긴다.
이런저런 영어 표지판들. 영어가 많이 쓰인다는 건 그만큼 여행자들이 많이 들어와있다는 뜻이겠지?
몽실몽실 예쁜 빠이의 구름들! 한 입 떼어 입에 넣으면 왠지 솜사탕 맛이 날 것만 같다.^^
한참 달리다가 예쁜 꽃나무가 늘어서있는 정자 발견. 잠깐 쉬어가기로 했는데...
아이쿠야 이런 야시러운 달력이! -_-;;; 모자이크 표시는 물론 내가 한 것. 누가 걸어놓은건지 참... 헐헐.
빠이는 한국 강원도 시골마을과 비슷한 것 같다가도, 이런 이국적인 나무들덕분에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빠이와 한국 시골의 결정적인 차이인 이것... 코끼리! 한국에서 소 키우는 것처럼 코끼리를 가축처럼 사육하는 곳이 있길래 마냥 신기해 잠깐 오토바이를 세우고 구경했다.
한 코끼리 사랑 하시는 이양. 넋 놓고 구경. 코끼리를 키우는 몇몇 집 중 어떤 곳은 팁박스가 걸려있기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관광객들 상대로 가벼운 코끼리 트래킹같은 걸 하기도 한단다. 오호, 그렇구나!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는 빠이의 하늘 색. 이번엔 잉크 풀어놓은 것처럼 마냥 새파란 색이구나!
이양과 나, 사이좋게 한 컷 찰칵.
운전을 열심히 해 준 대가로 이양에게 전날의 고스톱 빚 55밧을 탕감해주었다.ㅋㅋ
크~ 이 쨍한 햇살!
그리고 드디어 꼭 가보고 싶었던 커피 인 러브에 왔다!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고,
카페로 입장! 요 작은 건물만 카페이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쓰인다.
이 노란 건물을 카페로 착각하시는 일은 없으시길!
그나저나 저 노란 집, 빠이의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꼭 동화 속 일러스트처럼 보인다.
꽤 여러 사람이 왔다갔다했지만 아무도 우리처럼 마냥 죽치고 앉아있진 않더라. 다들 금방 커피만 마시고 나가는 분위기. 왜! 왜! 이 경치 좋은 곳에서 그렇게 빨리들 나가버리는 걸까!!!???
저 안 쪽이 주방. 주문은 셀프식이다.
요기가 카운터. 바리스타 친구가 나중에 사진을 보더니, "머신은 괜찮은 거 쓰네~"하던데, 난 먹을 줄만 알지 그런 건 잘 모른다....^^;;
우린 카페모카랑 과일 소다를 시켰는데 가격은 60밧 선. 생각보다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닌 건 좋았지만... 맛은 별로 없더라. ㅡ.ㅜ
바깥 정원에도 요렇게 테이블이 있다.
그치만 바깥보다는 안 쪽 자리에 앉아서 보는 풍경이 더 좋다.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요렇게 빠이의 밭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첩첩이 겹쳐있는 산도 꼭 수묵화처럼 예쁘다.
해가 지는 시간...
요긴 내가 감탄했던 커피 인 러브의 화장실. 카페랑 좀 떨어져있는데, 세상에 이렇게 신경쓴 화장실은 처음 봤다!
심지어는 샤워기까지 있다! (왼 쪽 가장자리에 살짝 보이는 줄이 바로 샤워기 줄)
세면대도 이렇게나 예쁘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 노을 지는 모습을 감상. 정말 시간을 잊고 하염없이 넋을 놓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자리를 뜨며, 바깥 벤치에 앉아 박양 한 컷 찰칵~
카페에 자전거 장식해놓는 건 한국, 일본, 태국 공용 유행인가보다.ㅋㅋ
읍내로 돌아왔더니 동네 꼬마들이 작은 이벤트를 벌인다. 곱게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춤과 생음악을 연주하는 꼬마들. 나중에 보니 무슨 기금을 모으는 것 같더라.
아침을 먹었던 빠이 리버 코너를 지나,
하지만 음식은 정말 싸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저 커피 가격 좀 보시라! 게다가 생과일 주스도 과일을 아낌없이 듬뿍 넣어서 만든 진~하고 맛있는 주스였다.
빠이에 가실 분들은 요 간판을 기억해두셨다가 한 번 가보셔도 나쁘지 않으실 듯싶다. 특히 후렌치 후라이는 왕 강추!!
아야 서비스 총각에 대한 사심을 억누르지 못한 나, 저녁을 먹은 후 그 총각에게 음료수를 사다주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한다.(제안이 아니라 사실은 '사정'ㅋㅋ) 그리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골라 나오는데 친구들 왈, "야! 하나만 사냐?"
... 헉. 그렇지. ㅋㅋ 운전 가르쳐 준 사람은 둘이지? 나 너무 내 생각만 했네? ㅋㅋ 황급히 하나를 더 골라 봉투에 담아 아야서비스에 가서 그 총각에게 건넨다.
...........이양이.
음료수 사다주자고 난리를 친 사람은 나였지만, 막상 줄 때 되니까 부끄럽다는 이유로 이양을 앞세운 것이다. -_- 그래놓고 뒤에 숨어 "아까 정말 고마웠어~ 넌 정말 좋은 운전 선생님이야~"를 소심하게 중얼거려봤자 총각이 날 볼리는 만무.
그래놓고선, 숙소에 돌아와 이양을 마구 타박했다. "걔가 너만 봤잖아! 너만!"
거 참...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이 여행하기 참 피곤한 친구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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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호치민을 경유해서 잠깐 시내 구경도 했는데, 오토바이 엄청 많은 것만 빼면 시엠리업이랑 흡사하더라구요.
그동안 무선 랜 되는 곳을 찾아서 전전긍긍하다가ㅠ_ㅠ 오늘 드디어 주립 도서관에 카드를 만들어서 이제 맘껏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답니다! 남은 여행기 부지런히 올릴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