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친구랑 3박 5일 방타이 - 넷째날, 짝뚜짝과 분의 가족들
전날 어떻게 잠들었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저 마음껏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야속하게도 눈은 8시쯤 떠졌습니다.
억지로 이불 속에서 비벼도 정신이 말똥말똥 하더라구요.
티비를 틀었습니다.
응?
이거 멍미?
체크 아웃하는 날이라 뭐라 그러는건가?
자세히 읽어보니 분이 떠날 때 남긴 메세지 입니다.
내일 짝뚜짝 가기 전에 우릴 가족들에게 소개시키고 싶다고
점심 전후로 전화해-
뭐 대략 이런 간단한 내용인데 블라블라 길게 썼더군요.
분은 영작에 약해요.
이건 그냥 호텔 서비스일꺼라 생각해요.

씻고서 오뛰꾸뛰르 스타일로 수건을 말고 나온 저는 먼산을 바라보며 고민했어요.
난 가이드랑 같이 다니는 성격은 아니잖아.
분이 또 짝뚜짝에서 지가 깍아주겠다고 설쳐대면 어쩌지?
친구는 히키코모리 같이 멍때리고 있었어요.
티비의 분의 메세지를 보면서요- ㅋㅋㅋㅋ
여튼, 우린 마지막 조식을 먹고-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고 말았어요-)
오늘은 짝뚜짝 가는 날이니까 다리에게 조금이라도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킹파워 앞에 있는 뚝뚝이를 타고 BTS역으로 갔어요.
보통 뚝뚝이보단 크고 안락했어요.
뚝뚝이 참 오랜만에 타보네요.ㅋㅎ
처음 태국 여행할 땐 신기해서 몇번 타보았지요.
근데 지금은 안타요-_-
인원이 많으면 창문이 닫히는 시원한 택시를 타지요.
혼자 있을 땐 주로 바이크를 이용해요.
칼치기가 킹왕짱이예요-
맨날 분 차만 타던 친구는 처음으로 BTS를 타봅니다.
티켓 신기해 하네요.
이따 MRT는 더 신기할 것이다, 얘야.
우린 오늘 제 렌즈를 바꾸러 다시 통로에 왔어요.
(통로 들린 날 아큐브 2주 렌즈를 샀는데
시력을 잘못알아가서 바꿔야 하거든요)
카오산 로띠 맛을 봤던 제 친구는
통로 길에서 로띠를 발견하더니 먹겠다고 했어요.
카오산에서 로띠가 얼마죠? 한 20밧 하나?
여기선 13밧이예요.
접시가 아니라 종이에 말아줘요.
맛이 좀 다르다던 친구는 그래도 맛있다고 다 먹었어요-_-
한국에선 참 입이 짧은 앤데
해외만 나오면 생존 본능으로 잘 먹고 있었어요.
어렸을 땐 식당의 숟가락도 물로 닦던 아인데
중국 4년 있더니 참 많이 강해졌어요.
제가 다 뿌듯하네요.
사람된거 같아서- ㅋㅋㅋ
우여곡절 끝에 렌즈를 바꾼 우리는 통로 거리에서
통로 BTS로 오토바이를 타고 왔어요. 10밧.
(렌즈 스토리는 둘째날 스토리에 있어요.
다른 안경가게 아가씨들의 친절한 도움 덕분에
잘 바꾸었지요- 땡스, 언니들~)
친구한테 오토바이 탈거야- 라고 말했는데
친구는 그게 뚝뚝이라고 생각했나봐요.
텐덤해보더니 재밌다고 했어요.
이거 맛들이면 못 헤어 나오죠- ㅋㅋㅋ
근데 아저씨들이 먼 거리는 잘 안 움직이는 거 같았어요.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것도 쫌-
하지만 싸고 빠르니까-
자꾸 트라이 하게 되어요.
이번엔 아속에서 MRT로 갈아 탔어요.
훼이꽝 역으로 갈꺼예요.
그래요-
우린 분을 만나러 가고 있어요- 흙
분이 자기네 집 가까운 역이 훼이꽝이라고 했어요.
내려서 기다리니 분의 차가 왔어요.
하지만 분네 집까지 한참을 갔어요.
이건 집에서 온 거리가 아닌거다-
가다가 유명한 포세이돈도 보고(나 왜 이런거 알고 있는거냐-_-)
코끼리 모양의 건물도 보았어요.
이날 하루 동안 우린 분의 집에 2번을 가고,
분의 집근처에서 그의 누나들을 만났어요.
제 생각에 분의 집은 코끼리 건물 근처.
메이저 영화관 있는 쪽이예요.
에스플러네이드 쇼핑몰이 있는 곳이요.
여튼 단독주택단지가 모여 있는 동네로 분은 차를 끌고 갔어요.
삐까뻔쩍 으리으리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뭔가 잘 사는 냄새를 풍기는 동네였어요.
저는 태국에서 잘살면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같은데 살꺼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데 사는 사람도 있겠죠.
분은 그냥 중산층, 거기서 쪼끔 더 사는 집 아들 같아요.
아, 뭐 물론 저희집보단 잘 사는 거 같긴 하지만요.-_-
이층집 앞에 차를 대고 들어가랍니다.
개가 3마리나 있었어요.
막 짖었었어요.
그 중 2마리는 큰 놈, 작은 건 푸들이었어요.
무서워서 집에 못들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린 태국 아이가 개들을 잡아다 묶어놔 주었어요.
분이 막내인줄 알았는데-
뭐지- 조카인가? 하고 있었는데..
추측컨데 하우스 키퍼의 아들인 거 같아요.
하우스 키퍼는 분의 집 사진에 나오는 아줌마인데
약간 필리핀 사람 느낌도 나요.
우리에게 얼음물 대접하면서 무릎 꿇고 갔다주셔서
완전 민망했어요.
분의 집에서 나올 때 분에게 이모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었어요.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람이었어요.
집에 들어가니 친구가 깜놀했어요.
미누~미누~ 불렀어요.
미누는 고양이라는 뜻인데,
저 회색고양이의 이름이 미누예요.
캐나다 떠나온지 1년이 넘은 친구는
새끼 때 봤다구 하더라구요.
성묘가 되어 있어서 놀라고..
분이 캐나다에서 고양이를 데려와서 또 한번 놀란거죠.
더운 나라에 와서 그런지
고양이는 개처럼 늘어져 있길 좋아하는 거 같았어요.
배를 쓰다듬 해주면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어요.
여튼, 중요한 건
집에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분이 티비를 보고 계셨는데
분의 아버지였어요.
런닝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분의 아버지는 일어나지도 않았어요.
우리의 인사를 받긴 하셨어요.
하지만 시선은 계속 티비에 있었어요.
쫌 민망했어요.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잖아요.
집에 손님이 왔는데- 음.
여튼 분은 아버지에게 태국말로 뭐라고 뭐라고 했어요.
한참 성을 냈어요.
분의 아버진 무심하게 듣고 있다가
그건 아니지, 그런 말은 엄마한테 하래도, 니가 알아서 하던지 말던지
대충 이런 뉘앙스의 맞장구를 쉬크하게 치셨어요.
제 풀에 나가 떨어진 분은 우리에게 나가자고 했어요.
우린 손님된 도리를 다 하기 위해서
분의 아버지께 몇마디 했어요.
분의 할아버지가 중국 사람이고
아버지도 거의 중국 분이시고
집안도 중국 분위기여서
중국말을 잘하는 친구가 중국말로 몇마디 해드렸더니
그제서야 웃으셨어요.
대충 미남이세요- 이런 아부였어요.
더군다나 자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서 반응을 보이신 거 같아요.
분은 그 분위기에 대해서 별로 민망해하지 않았어요.
그의 뻔뻔함은 천성인듯 했어요.
이젠 그러려니 해요.
분은 분위기를 바꿔서 자기네 동네에 있는 진짜 맛난 국수집에 데려가겠다고 했어요.
그 길은 살짝 가로수 길 분위기가 났어요.
물론 완벽하진 않아요. 마치 통로처럼-_-
띄엄띄엄 작은 부띠끄들이 있어서 제가 굳이 가로수길이라고 표현한거예요.
국수집은 천장만 있고 벽이 없는 개방형이라 좀 더웠어요.
주문은 소, 돼지 선택과 두꺼운 면과 얇은 면,
그리고 맑은육수와 똠얌육수를 선택해야 했어요.
돼지고기에 중간면, 맑은 육수예요.
양이 한 젓가락이예요-_-
고추가루는 제가 뿌린거예요.
팍치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친구가 싫어하거든요.
전 팍치는 사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예요.
1달동안 여행하면서 마이 싸이 팍치를 해본적이 없어요.
심지어 한 국수집에서 처음 보는 풀을 보고 이게 팍치냐고 물었더니
맨날 씹어먹던 풀이 팍치라고 알려주었던 적도 있어요.-_-
여튼 적은 양에 이거 뭥미-
두그릇 먹어야겠다- 이랬어요.
맛은, 뭐 맛있는 편이었어요.
신기하게 닭곰탕 국물맛이었거든요.
깔금한 베이스에 고명은 간이 들어 있었어요.
후딱 한그릇 말아 먹은 우리는 한그릇 더 먹겠다고 했어요.
남자인 분은 한그릇만 먹었어요-_-
이번엔 똠얌 국물로 도전!
아무것도 안뿌린거예요.
원래 이렇게 나와요.
똠얌꿍처럼 신 맛은 안나요.
그냥 얼큰 달달해요.
이거 진짜 맛있었어요.
술 마신 다음날 먹으면 해장 지대로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전 술은 잘 안마셔요-_-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건 국물까지 다 마셨네요.
두그릇 먹으니까 배가 좀 불렀어요.
덩치 좋고 잘 드시는 분은 한 다섯그릇 드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에 와서 가게 내면 대박날 거 같아요.
저 빨간 국수는 저에게 쌀국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어요.
압구정 리틀 사이공 쌀국수 제일 좋아하는데
그 앞에다 이 집 국수 팔면 리틀 사이공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하하핫;;
배도 채웠겠다-
우린 드디어 짝뚜짝에 갔어요.
JJ Mall에 주차하고 짝뚜짝 시계탑 앞에 도착하니 4시.
폐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죠.
분은 여기저기 뭘 물어보고 다녔어요.
친구는 싸롱을 사고 싶다고 했어요.
전 사고 싶은 쪼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전 과감히 각개전투를 요청했어요.
물론 분에겐 묻지도 않고-
친구에게 이따 JJ 몰에서 7시에 보자-
이러고 뒤도 안돌아보고 걸었어요.
짝뚜짝 구경은 옛날에 더위먹도록 해서
이번엔 제가 찾는 것을 중점적으로 찾기로 했어요.
혹시 못찾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분발해야 했거든요.
그러면서도 구경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잘생긴 훈남에 티셔츠 파는 걸 카메라들이 찍길래-
저두 기념 사진으로 한장 찍었어요.
아, 안 바빴으면 너 유명하냐? 이런거 물어보고
나랑도 좀 찍짜- 이랬을텐데-
갈 길이 바빠서 도촬만 하고 왔네요. 쩝.
짝뚜짝에서 쇼핑한 건-
아래글 참고하세요.
(아, 다른 나라 여행 카페들은 쇼핑 정보가 활발한데
태사랑은 쇼핑쪽이 유난히 약한거 같아요-
쇼핑 관련 게시판 자체가 아예 없는거다- 흙)
https://taesarang.com/new21/bbsimg/zboard.php?id=myinfo&no=5835
여튼 전 미션 클리어 후
더위 먹고 6시 30분에 짝뚜짝에서 철수 하였어요.
가게들이 절반 정도 문 닫고 있었고..
더 있어봤자 돈만 쓸 게 뻔하니까요.
시원한 제이제이 몰 와서
남친 줄 타로 쥐포 등을 사고
윈도우 쇼핑을 하면서 친구와 분을 기다렸어요.
7시 전후로 제이제이 몰 가게들도 문을 닫네요.
제가 버려진 박스 위에 앉아 있으니까
앞에서 티셔츠 파는 아저씨가 플라스틱 의자를 갔다 주었어요.
주차장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이 되도록 오지 않았어요.
혹시 나 버리고 간건 아닐까..
주차장 올라가서 차도 확인하고 왔어요.
그래도 친구는 오질 않았어요.
저보다 더위에 약한 아인데 짝뚜짝과 찐한 사랑에 빠졌나?
하지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잖아!
친구와 분은 G층에서 절 기다리고 있었던거였어요.
우린 1층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길치인 친구는 둘째치고..
분- 너는 뭐다-_-
전 세상에서 기다리는 걸 제일 싫어해요.
저와의 약속에 늦은 사람은 그날 제가 밥을 사기로 해서 만났어도
역으로 밥 사고, 차 사주고 그래야 해요.
하지만 뭐 만난 게 어디냐-
외쿡에선 그런게 다 용서가 되는 거 같아요.
분도 절 걱정해서 G층 여기 저기를 헤매고 다녔다고 해요.
여튼, 서로 쇼핑한 걸 자랑했어요-_-
친구는 쇼핑광 분과 함께 옷파는 섹션에서 계속 묶여 있었다고 해요.
제가 산 코끼리를 보고서 계속 코끼리 타령을 해었요.
분네집 가는 길에 있는 코끼리 건물을 봐도 코끼리-
분에게 만들어 내라, 파는 곳 찾아내라- 장난 없었죠.
하지만 시장은 문을 닫았고.
우린 분의 엄마를 보러 가야했어요.
엄마가 우리를 보고 싶어하신다고 했어요.
(이건 뻥인거 같고-
분이 엄마를 만나야 하는데 또 우리는 팔려가는구나 싶었어요)
다시 분에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분의 어머니도 저희를 보고 웃어주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혼자 여장부처럼 식사를 하고 계셨고
분은 옆에 순한 양처럼 앉아서 엄마 말에
네, 네- 이러고 있었어요.
살짝 구차해보이는 변명같은 걸 쏼라쏼라 주눅든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버지와 대화할때랑은 달랐어요.
하지만 역시, 그의 엄마나 분에게나 태국말을 못알아듣는 우리 따윈 안중에 없는거죠.
분은 간단히 우리에게 자신의 job에 관해 말하는 거라고 했어요.
가업을 이어라, 싫어요- 뭐 이런건가?
여튼 또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린 방치되다가 일어나 인사할 때쯤
분에게 속성으로 배운, 엄마- 이뻐요!를 남발하고
그렇게 어머님의 웃음을 한번 받아내고 나왔어요.
(속성교육의 폐해로- 지금은 또 까먹었어요-
수어이 막막- 이런건 아니였어요)
저와 제 친구는 분의 차에서 복수를 하듯
한국말로 꿍시렁 꿍시렁-
분 좀 문제아 같다-라고 대놓고 까댔어요-ㅋㅋㅋㅋ
마지막 저녁은 MK 수끼에 가고 싶었는데
새벽사원에서 다리를 다친 친구는 오늘 많이 걸어서인지
마사지를 먼저 받고 싶어했어요.
마침 분이 자기네 동네에 싼 맛사지 집 있다고 침튀기며 자랑해서..
(제가 통로에서 1시간에 200밧 주고 받았다니까-
맛사지 좋아하면 자기한테 얘길하지(또, 오지랍 부린다.)
자기 잘 아는 곳은 1시간에 88밧.
태국 사람들만 가는 데라 팁도 필요 없다- 이랬었거든요.)
그곳에 가기로 했어요.
저녁식사도 뒤로 한채 말이죠.
카메라가 에어컨 빵빵한데 있다 나오니 자동 뽀샤시 기능을 보여주네요.
대충 이렇게 생긴 맛사지 집.
2~3달에 마사지를 받을까 말까한 분,
2년동안 외국에 있던 분,
가게 와서 아줌마한테 물어보고 말을 바꾸네요.
1시간에 90밧짜린 발마사지.
타이 맛사지는 기본 2시간이다. 180밧.
어차피 그래도 다른데 1시간 값도 안돼니 받겠다고 했어요. 2시간.
우리가 맛사지 받는 동안 분은 호텔에 가서 우리 짐을 찾아와주기로 했어요.
이럴 땐 참 고맙고 착하죠-
분도 맛사지 받으라고 내가 돈 내주겠다고 했는데
가끔씩 외국의 더치 페이 정신이 돌아와서 자긴 안 받겠다고 했어요.

여긴 분위기가 좀 후졌어요.
옷도 병원 환자복 같아요-
그래도 맛사지만 잘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는데-
분이 1시간 20분 지난 시점에 돌아와서 자기네 누나들을 만나야 한다고
막 그랬어요.
그래서 우린 1시간동안 발마사지 받고
20분 팔 받고
나머지 20분을 꺽기 등에 분배해서 1시간 40분만에 끝냈어요.
근데 여기서 잘못받았나봐요.
오는 길 내내 날개죽지가 아파서 혼났어요.
결론적으로 태국에서 받은 3번의 마사지 중 최악- ㅠ_ㅠ
힘도 좀 세셔서- ㄷㄷㄷ 아팠다는-
원래 맛사지 받음 졸린데
아파서 잠도 안 왔어요.
아프다고 말해도 계속 아프고- 쳇
내가 분의 말을 믿은 게 잘못이지.
여튼 메이저 영화관 지나서 여기도 무슨 애비뉴라고 붙은 쇼핑몰인데-_-
맥드라이브 인에서 분의 누나들을 만났어요.
그래요.
우리의 태국 마지막 식사는 맥도날드가 되었어요.
쇼커트를 한, 안문숙을 닮은 분의 작은 누나는 처음에 남자인줄 알았어요.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차도 작달만한 혼다 시빅을 수수한 색이었어요.
과묵했구요. 분에게 너 언제 정신차릴래? 이런 말을 툭 밷은 거 같아요.
황신혜나 김민을 닮은 분의 큰누나는
미국에서 4년이나 있었대요.
발음도 좋고, 제 발음도 잘알아먹었어요.
맛사지를 친구가 계산해서 저녁은 제가 사려고 했지만
분의 큰누나가 햄버거를 사주었어요.
역시 빨간 벤츠를 타는 언니 다웠어요.
(햄버거 세트로 먹어도 100밧밖에 안한다-_-)
그리고 분이 없을 때 분의 상황을 말해주었어요.
분이 요즘 가족과 사이가 안 좋다.
집에 잘 안들어온다.
캐나다에서 돌아와서 겉돌고 있다.
집에서 원조도 끊겨서 가난하다.
뭐 이런 얘기였어요.
어쩐지, 분의 차 트렁크엔 항상 제 여행가방만한 트렁크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한테 삥뜯고(클럽 사건-_-), 좋은 데 안데려가고 그런거 같았어요.
더군다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분의 큰 누나는 김치가 발효식품이고
한국 다큐멘터리를 보고 몸에 좋은 음식이란 걸 알았다.
일본의 낫토와 더불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라고 교양있게 말했는데...
이날 우리가 면세점에서 사서 도착한 날 분에게 전달한 김치가
그의 트렁크에서 나와서 분의 큰언니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았어요-_-
완전 깜짝 놀라서-
분~ 이러면 김치가 쉬어 터지잖아! 멍충아! 이랬더니
아이스 박스에 얼음 담아 놓아서 괜찮아-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요.
분은 그럼 매일 같이 얼음을 바꿔 놓은걸까요?
참 고생한다, 분-_-
여튼 분의 누나들도 태국말로 꽐라숑- 분을 설득했어요.
집에는 들어와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랬는데
언제까지 술처먹고 그러고 살래-
들어오면 잘해줄께- 등등 당근과 채찍이 오가는 거 같았어요.
분은 엄마, 아빠에게 대하는 태도랑 누나에게 대하는 태도는 또 달랐어요.
나도 생각이 있어. 지금은 좀 이대로 있고 싶어.
등등의 말을 했을 거라고 추측해보았요.
여튼, 분이 좀 딱해보이기도 하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 동안의 오해가 조금은 풀리기도 했어요.
분의 누나들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공항 갈 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났어요.
공항까진 20분이 걸렸어요.
하이웨이는 타지 않았어요.
밤에 본 수완나폼 공항은 멋졌어요.
와- 멋지다- 했더니
도로에서 분은 사진 찍을래? 이래서 됐다고 했어요-_-
신공항이 자랑스러운가봐요-
대신 공항 입구에서 사진을 함께 찍었어요.
드디어 얼굴 공개-
이러고 있다-
분에게 초상권 따윈 없는거다-
막 이렇게 분 맨얼굴만 올린게 미안해서
저와 친구 사진도 깝니다.
물론, 길가다 저와 마주쳐도 알아보실 순 없겠죠- ㅋㅋㅋ
마지막으로 셋이 같이 찍었어요.
공항 보안요원한테 찍어달랬는데
요따구로 흔들렸어요.
분, 나 백수일 때 한국와.
내가 (삥뜯어서) 가이드 잘해줄께-
라고 말했지만
분은 알겠다. 하지만 나중에 오겠다- 이랬어요.
그동안 힘들거나 맘상하게 한게 있다면 미안하다고 했어요.
역시 사람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거겠죠.
참, 신기하게도 여행중에 분에게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웠어요.
고작 4일동안 같이 있었는데 말이예요.
한국에 오면 보여줄 곳이 많은데
분을 또 만나게 될까요?
거리에서 불법 씨디 사서 차에게 트는 걸 즐겼던 분에게
조만간 한국 클럽 음악 씨디를 구워 보낼 생각이예요.
내 사랑 빅뱅과 우리 횰언니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거예요.
하지만 떠돌이 가출소년 분의 손에 들어갈 날은 언제가 될지-
분이 얼른 정신차리길 바래봅니다.ㅋㅋㅋ
*
에필로그
새벽 2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니 아침 9시.
주말동안 비가 왔다고 했어요.
인천공항을 빠져나가서 한강을 따라 집에 오는 길.
한국엔 가을이 왔네요.
맑은 하늘과 투명한 구름을 보면서..
추석때까지만 놀자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ㅋ
후딱 써내려간 후기-
길기도 긴데 재밌다고 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
이 나이에 님들의 리플에 기분이 우쭐거렸습니다.
역시 채찍보단 당근이 늘 몸과 정신건강에 좋은 법이죠.
예전 여행도 들춰내서 쓰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며
다음번 방타이 여행기를 기약하며 배꼽인사 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