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국을 네번이나 가야했던 이유 <고산족 트레킹, 그 문을 두드리다>
그랬다. 경찰이 무면허의 운전 솜씨를 알아챈 것일까.
조마조마. 마취약을 맞은것 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여행 3일차에 이런 위기가 닥치다니.
"헬맷 왜 안썼니?"
"아 미안해.. 앞으로 쓰고 다닐께요~~(비굴)"
"면허증 좀 볼 수 있을까?"
"........................"
나는 뒷따라 가고있었고, 친구놈들이 탄 오토바이가 앞에있었기 때문에
일단 친구놈에게 질문이 쏟아부어 졌다.
면허증 이야기를 했을때 쯤, 나도 내 애마를 세우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친구는 면허증이 어디있냐는 말에 우물쭈물 하고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있어요"
경찰이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데??"
"아..저기 나이스 아파트먼트에 묵어.."
솔직히 그럼 같이 가서 너 면허증있는지 확인하자고 할까봐 거짓말을 했던
나 역시 조마조마 했었다.. 그러나 겁에 질린 우리 셋의 표정을 읽었는지
착한(?) 경찰아저씨는 그렇게 그냥 우리에게 귀찮다는 듯
"그냥 가.."
난 그 귀찮다는 표정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ㅜㅜ
그렇게 몇십분을 달려 도이수텝, 몽족마을을 차례로 방문했다. 2년전과 다르다면 달라졌고, 그대로라면 그대로였다.
특히 몽족마을에서 본 한국의 자랑스런 신화는 코카콜라를 너도 한번 먹어보라는 표정으로 맛있게 들이키고 있었다.
나는 태국의 세븐일레븐은 특히 좋아한다. 여행자들이 넘치는 카오산, 람부뜨리 로드는 말할 것도 없고 관광객이 드문 곳 까지 깊이 파고든 세븐일레븐.
우리나라와는 또다른 시스템으로, 알바생들이 훨씬 귀찮아진 시스템을 가졌지만 고객으로서는 훨씬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특히 직접 만들어 먹는 햄버거는 정말 최고다.
욕심부리다가 온 손바닥과 손등을 타고 내리는 마요네즈와 각종 소스는 각오
해야한다. 적당히 뿌려야 깔끔하게 햄버거 한덩이를 마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세븐일레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어
서 직접 까페처럼 커피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가끔 맥심믹스 커피가 생각날
때는 믹스커피맛나는 친숙한 믹스커피도 먹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에
서 빵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태국의 빵은 뭔가모르게 쫄깃함이 살
아있는 그 편의점빵 역시 구미를 당긴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먹을거리를 살짝 사서는 돌아와 내일의 두근거리는,
또 나에게는 내 나름의 이유로 중요한 고산족 트레킹을 준비하고 있었다.
혼자가 아닌, 나만의 그룹을 형성하여 다니는 경우에는 (지금의 나처럼 셋이
서 같이 다니는 경우) 좀처럼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가 힘들다. 셋이서 다니
면 셋만으로도 충분히 외롭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랄까?.. 혼자
다닐때는 마음이 활짝 열려있다. '누구든 들어만 오세요 말동무가 되어 드립
니다' 라는 열린 표정으로 방끗 웃어야만 한다. 하지만 셋이서 다니다 보니 아
무래도 우리 외에 또다른 여행자들과 새로운 인연을 튼다는 것이 쉽지는 않
았다. 그래서 난, 내일의 트렉킹에서 만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기대로 아마
친구들과 비교해서 몇배의 긴장과 기대를 했음직 하다.
우리만 빼고 다 마리화나나 빨진 않을지,
또 우리만 동양인이라 무시나 당하진 않을지
괜한 걱정들로 흥분한 채, 그렇게 치앙마이의 밤은 실하게 여물어 가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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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이 밝았다. 고산족 트레킹을 하면 무료 아침식사를 준다기에
나이스 아파트먼트에서 정성스레 차려준 아침을 먹고서 픽업을 기다렸다.
어떤 사람들이 합류하게 될 것이고, 어떤 곳을 갈 것이며, 어떤 난관이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내가 무슨 사고나 당하지
않을지, 혹시 비행기가 추락은 하지 않을지. 그런것들이 잠깐잠깐씩 걱정되기
도 한다. 그러나, 여행으로 얻는 경험과 즐거움에 비할바가 아니기에, 나는
짐을싸서 지금 픽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 요??"
"예스"
뭐 내이름을 이상하게 발음하긴 했다만, 어찌됐든 맞는 것 같다.
첫 만남은 항상 어색하다.
이야기를 걸어야할까 아님 먼저 말할때 까지 기다릴까.
대개는 전자를 택하지만, 지금은 나의 동행도 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후자로 내마음이 살살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의식은 하고 있다. 쟤네는 어디서 왔을까?
가끔씩 들리는 그들의 언어에 귀를 살포시 귀울여 보고 나에게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알아보려 했지만, 알 수 있는건 영어인가 아닌가.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시장에 내리고, 그곳에서 다시한번 인원재정비가
이루어 졌다.
우린 1박2일. 나머지는 2박3일. 먹을만한 것들을 간단히 사고나서 다시
새로운 팀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왠지 분위기가 좋았다. 뭔가 더 활발한
사람들이었고. 아무래도 먼저 말을 걸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친구가 수중에서도 카메라가 물에 젖지않도록 하는 가방같은 것을 꺼내자
시선이 한곳에 집중 되었다.
"오~ 그건 뭐야?"
외국인들의 말이 들리면 내친구들의 시선을 나를 향한다...
'말 좀 대신 해줘'라는 눈빛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놈들이 못하겟다는 것이다...
아무튼 좀 우스꽝스럽지만, 친구에게 몰린 시선은 다시 나에게 집중되었고
"카메라 커버이고 물에서도 사진찍을 수 있어"
"와우~ 그럼 일본에서는 이런게 많니?"
한 이탈리아 숙녀가 되물었다.
이렇게 해서 나름 우리의 국적을 추론하고자 했던 의도였지만, 우리는 다시
"아~ 우린 한국에서 왔어!"
"와우~ 미안해 ~"
그들의 눈에는 우리의 언어가 일본어 처럼 들렸나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그들의 국적을 알았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한국. 한 팀이었다. 그리고 우리셋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커플로
왔던 것이었다.
여행자들은 처음에 만나면 일률적이고 단조롭지만 항상 여행자 다운 질문으
로 말을 꺼낸다
"어디서 왔어?"
"태국은 얼마나 여행했어?"
"어디어디가봤어?"
"어디가 젤 좋았어?"
물론 이것이 정말 궁금해서 물은 것은 아니겠지.
그저, 난 너와 대화를 트고 친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도 섞여있겠지.
여행자끼리는 항상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은근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밌다.
그렇게, 드디어 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에 온 것 같았다.
다행히 날씨는 맑았다. 우기를 우습게 볼 것은 못된다. 북부는 특히 우기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그치기가 일쑤였다.
나 역시, 우습게 봤다가 2년전과 비교해 훨씬 잦은 비로 친구들에게 구박을
받았기 때문에...
즉, 내가 이날씨에도 트레킹을 힘들어 한다는 것은,
내가 하체부실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 잘해보자.
"이리 따라오세요!"
아까는 보이지 않던 한명의 여자 가이드분, 그녀의 이름, 귀에도, 입에도 착
달라붙는 이름, "끼끼".
통솔을 시작으로 두명의 가이드와 10명의 팀원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트렉킹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2년간 미스터리로 덮혀있던 숙제를 풀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