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국을 네 번이나 가야 했던 이유 <방콕-치앙마이>
생전 처음 보는 괴물을 본듯 친구는 위축되있었다.
뭘봤길래?..
'왜 그러는데??'
'도마뱀이 -'
그놈의 이름은 찡쪽. 나도 처음 태국 왔을때 유리벽에 수십마리가 붙어 있는 걸 보고는 눈을 질끈 감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때가 되었으니 ..
친구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며 앞으로는 자주보게 될 것이니 익숙해지자 하며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카오산으로 나가본다.
택시 흥정은 항상 방콕에서 골칫거리이다.
어딜 가든 택시는 흥정을 유도한다.
내가 손해보지 않는 한에서 흥정도 괜찮지만, 흥정하는것 자체가 은근히 신경
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난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공항-카오산은 무조
건 300밧. 짜뚜짝은 100밧. 그래, 그렇게 하자.
내일 바로 치앙마이로 떠나야 한다.
산을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고산족마을을 다시 가고야 말겠다는 일념하에
그렇게 치앙마이를 계획하였던 것이다.
2년전, 나에게는 고산족에 얽힌 안좋은 기억이 있었다.
* 2년전, 우리과 친구들과 함께(남3, 여3) 방콕-치앙마이-푸켓 일정을 15일로
다녀간 적이있었다. 초등학교때 앞산에 간 이후로는 등산이 거의 처음일 정도
로 등산을 등한시했던 나..
고산족마을은 꼭 가봐야 한다는 일념하에 고산족 트레킹을 신청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때는 정확히 2년전 7월 우기 어느 여름날. 북부는 어느지역보다
우기에 아주 세찬 비를 쉽지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 비는 땅을 젖게하고
젖은 땅은 마찰력을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린다. 인터넷에서 산 내 짝퉁 신발은
그 마찰력을 만나지 못한채 그대로 미끄러지는 것. 등산의 3不이 나에게는
모두 있었던것이다. 가다가 넘어지기를 손가락 발가락으로도 다 못셀때 쯤,
저멀리 고산족 마을이 보였다. 힘내서 가자!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힘내서 가자!~~~~악~~~~~~
과도한 에너지가 미끄러운 경사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주체할 수 없이 난 내리막길에서 내 바지를 썰매삼아 눈썰매를 타게 된 것이
다. 그리고, 난 그 투어팀 뿐 아니라 우리과에서 하체부실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 것이었다. 결국 난 눈물을 머금고 내 신발과 바지를 태국에서 버리고
와야만했다. 그래야만 했다. 보기 흉할정도로 흉물이 되있었기에.
이번 치앙마이 트레킹에서 난 내자신에게 다시 묻고싶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힘들어 한 이유가 내가 허약하기 때문인지,
그날의 날씨 때문인지를.. 사실 강한 허벅지나 알이 잔뜩박힌 종아리는
아닐지언정, 부실한 하체는 아니라고 믿고싶었다...
날씨 때문이었다고 나는 그렇게 강하게 믿고 있었다.. 산이 이기나 내가이기
나, 한번 해보는 거였다.
내 자신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으로 머리가 아파올때 쯤,
그렇게 치앙마이로 가는 에어아시아 비행기는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요란한
소리로 환영한다는 듯 랜딩기어를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