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in Pai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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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in Pai #2

sankt 1 1321

Pai Bus 터미널.

이라고 하기엔... 다소 심하게 소박하다.

예전 시, 도, 읍, 면, 리, 中 ~~면의 버스정류장 규모정도는 되겠다.

이 소박한 버스정류장과 어울리지 않게

뽀리너들을 가득채워 실어나르는 미니밴들이 여러대 드나드는 것을 보고서야

이 곳이 Pai임을 실감케 한다.

애초에 태국에 올 때부터 나는 단순한 정보(숙박, 교통편)만

몇자 적어온게 전부였다. 항시 공항이나 터미널에는 너무나 최신의 상세한

인뽀메이션을 무료로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Pai는 막막하다.

계획한 것은 전날 랑데부 G.H에 물어 북부터미널에 Pai행 버스를 탈 것,

아쿠아가 추천하는 Palm G.H에 여장을 푸는 것이었다.

그 흔한 Map도 여기 버스터미널은 비치해 둔 곳이 없다.

할 수 없다. 동네가 작다 하니, 물어물어 가다보면 있겠지.

아! 쎄봉 일레봉이 보인다. 태국에서 쎄봉일레봉은 마치 어느지역의

무슨 숙소, 무슨 가게 등을 찾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내게 있어서는.

게다가 이들은 뽀리너들을 상대하기에 단순한 영어도 가능하다.

쎄봉 일레봉의 착한 여직원은 팜하우스가 쎄봉일레봉이 있는 길에서 곧장 가다 바로 왼쪽에 있단다.

채 20m도 걷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간판에 Palm house 글자를 발견한다.

눈 좋아야겠다...Pai 간판들은 몇 군데를 제외하면 자칫 지나치기 쉬울정도로 작은 것 같다.

여하튼 나는 순박하게 생긴 남자 직원분(이 앞으로 사연많은 나의 구세주가 되실 분..

이다)의 안내를 받아 방을 본다.

코사멧에서의 숙소보다 2.5배는 낳다. 가격도 싸다.

물론 다음날 300밧짜리 뽀송뽀송한 하얀침대가 있는 룸으로 옮겼지만

나에게는 얼른 여장을 풀고 Pai 시내를 섭렵해야한다는 열망?이 있기에

보자마자 O.K를 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Pai 지도를 챙겨서 훑어본 뒤, 숙소를 나선다.

일단 나의 종종걸음으로 1시간 내에 Pai 터미널에서부터 Pai 초입의 포스트오피스까지

둘러보는게 가능했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마침 포스트 오피스 아래쪽에 Ban Benjaroong이 보인다. 아쿠아에서 본거 같다.

5시. 아무도 없다.

난 추천메뉴 부탁했다. 나는 잘 모르면 무조건 주인이나 직원이 추천하는걸 시킨다.

만족하면 OK고 불만족스러워도 내 선택이 아니니 후회가 없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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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p 메뉴쪽에서 Mr.주인이 추천한걸 시켰다. 스팀라이스와 함께.

맛은 독특하다. 된장국에 고추장을 약간 섞은 맛이랄까. 매콤, 새콤, 구수함.. 등

여하튼 무척 만족이다. 다른 음식점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경험해본 것으로 일단 OK이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고심이 시작된다. 아무리 걸어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한량이 아니고서야 시간을 아껴써야 하는 나로써는 이동의 신속함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택시나 툭툭도 없다. 결국 자전거나 오토바이.

자전거는 잘 타는 편, 그러나 오토바이? 전혀 경험없다.

나, 겁도 많다. 그런데 이미 나는 오토바이를 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How can I? 막막하다.

오토바이 샾에서 내가 못탄다고 하면 빌려줄까? 스텝들한테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줄까?

나는 우리 팜하우스 착한 남자직원에게 SOS를 쳤다.

간단한 숙소 안내 멘트만을 영어로 구사할줄 아는 그에게

나는 손짓 발짓, 부릉부릉 소리까지 흉내내면서 도움을 청했다.

나의 애절한 눈빛이 통했나.

자기가 가르쳐주겠단다. 야호!

당장 스쿠터 빌렸다. 근데 이거 무척 무겁다.

나, 절대 연약한 몸매 아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부여잡고 가누기 힘들다.

여하튼 어찌어찌하여 배우게 되었다.

배우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으므로.. 생략.

결국 탈수있었다.

옆 방에 곱슬머리 프랑스 느끼남도 지나가면서 박수를 쳐준다.

불안한 눈빛으로 내 모습을 지켜보다 전진에 성공한 내게 느끼한 미소를 한껏 날려주신다.

이 남아... 말 좀 걸어보려고 했으나 묵는 내내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와서 토킹 어바웃을

몬했다. 아숩다...ㅡ.ㅡ;

여하튼 배워서 남주냐. 더 큰 길로 나갔다.

문제는 전진은 되나 우회전, 좌회전이 힘들다는 것. (게다가 도로체계 우리와 반대)

도로상에서 몇 번이나 선다. Old 뽀리너들이 괜찮냐고 한다..

young & cool guy 뽀리너들이었으면 어떻게든 앵겨?보겠지만

할부지들한테는 I'm ok, I can do 하며 애써 웃으며 벗어나기 위해 직진했다.ㅡㅡ;;

짐땀을 빼며 시속30을 넘지 않은 상태로 약 15분간 헤매다? 숙소로 돌아온다.

물론 Parking 몬한다. 팜하우스 Mr. 스마일맨(남자직원)이 파킹해준다.

처음 오토바이를 탈 때의 그 떨림은,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아찔함인지. 나의 심장은 아직도 버들버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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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래 거무튀튀한 물건은.. 내 足 되시겠다, sorry)

방 앞에 놓인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이 조그맣지만 여행자들을 끌어모으는 동네에서,

이 곳 조그마한 G.H 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것 없이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고 간간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있다.

PAi,

이곳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그리고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서울의 삶 속에서 내가 지친 것, 나를 지치게 한 것은

그 곳에 내가 원하는 없이 없어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1 Comments
etranger 2008.09.16 14:25  
  여유롭고 용기있는 여행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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