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70밧 운하투어
무지 오랜만에 올리는 여행기입니다^^;; 여행기 제목을 '띄엄띄엄 올리는 태국 여행기로 바꿔야하는 건 아닌지...-_-;; 사실 호주에 같이 온 동생과 노트북을 일주일씩 돌아가며 쓰기로 해서 사진을 USB에 담아 학교 컴퓨터로 여행기를 쓰려고 했는데, 워낙 컴이 후져서 사진을 한 장씩밖에 못 올리게 되어있더라구요. 서른 장 올리는데 2시간 넘게 걸려서 결국 포기하고, USB마저 잃어버렸다는 슬픈 사실...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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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수영장에서 예쁜 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 프레이저 계열 조식은 다 꽝이라는 얘기를 들어 조식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었다. 여행객들보다는 거주민들에게 맞는 구색이라고 하면 대충 설명이 되려나;; 그래도 드립 커피랑 에스프레소 머신이 따로 있는 건 좋았다.
잡지나 신문 한 부씩 들고 내려와 조용히 읽으며 단촐하게 식사를 하는, 여행객이라기보다는 거주민으로 보이는듯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께 사다두고 써먹을데가 없어 애물단지처럼 들고 다녀야했던 오이로 맛사지를 했다. 여자 친구들과 여행하는 건 요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서 좋다! ^^ 앗, 그러고보니 오이랑 프레이저 찻잔 무늬 색이 똑같네.
체크아웃 시간 10분 전까지 버텼던 옥상 수영장. 이어폰을 귀에 꼽고 멍때리기를 시작한다. 사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어야 했다. 전... 선글라스가 없거든요...ㅠ_ㅠ
다음에 꼭 다시 오리라 결심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프레이저 체크아웃! 다음 숙소인 람푸 하우스로 향했다. 사진은 택시에서 찍은 방람푸 가는 길.
우리가 예약한 3인실에는 이런 넓은 베란다가 딸려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저기 말고, 따라 들어가 좀 꺾으면 나름 큰 베란다가 있어서 빨래 말리기에 딱 좋다!
김밥과 김치말이 국수로 허기를 달래본다. 아... 작년에 먹었을때에도 맛있었지만 올 해 먹으니 훨씬 더 맛있다. 작년보다 여행기간이 좀 더 길어져서 한국 음식을 오래 못 먹어서 그런건가? 그릇까지 삼키고 싶을 정도였다! ㅠ_ㅠ
선착장 옆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론리플래닛 태국 편에 보면 태국의 인상적인 볼거리, 냄새, 또 뭐였더라... 하여튼 몇 가지 세부 항목을 나눠 베스트 열 가지를 선정해놓은 것이 있는데,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저 '미라처럼 얼굴을 칭칭 감은 노동자들' 이었다. 흠... 그렇게까지 특이한 건 아니잖아...? -_- 가끔 보면 론리플래닛은 좀 뜬금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책에서 꼽은 '태국의 열 가지 냄새' 중에 '막 지은 밥의 냄새'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 태국 다니면서 막 지은 밥 냄새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것 같단 말이다...;;
앗... 그런데 한 정거장 더 지나쳐서 내리고 말았다! ㅠ_ㅠ 뚝뚝 타기도 뭐한 거리라 그냥 걸어서 가기로했다. 타창 가는 길에는 요렇게 종로 3-5가 스럽게 자질구레한 물건을 가지고 와 작게 판을 벌리고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누가 저런 걸 살까...'싶은 물건들도 많았다. 제일 특이했던 건, 가죽 벨트 하나, 구찌 엔비 향수 하나를 꺼내놓고 팔던 좌판. 구색이 뜬금없다;;
노점들이 바글바글하게 이어져있었다. 사실 방콕은 태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딜 가나 이렇게 북적북적한 시장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건 좋다.
여기 앉아 배를 기다리는데, 왠지 필요 이상으로 일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보인다. 스무 명 탈까말까한 배가 출발하는 선착장에서, 내가 본 일하는 사람만 다섯 명! 다들 사이도 무지 좋아보이더라. 하긴... 일 할 게 별로 없으니까 서로 수다 떨면서 자연히 사이가 좋아질 것 같긴 하다;;
손님을 꽉꽉 채운 배. 출발 전에 일하는 여자분이 돌면서 뱃삯을 받는데, 뭐야, 현지인은 20밧인데 외국인은 50밧이다 -_-+ "저기... 우리 세 명이나 되는데,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돼요?" 소심하게 네고를 시도했으나... 언니, 말 그대로 "피융"소리를 내며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한 번 휘적거리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절도 있게 손을 내민다. 고스란히 50밧을 바친 우리 ㅠ_ㅠ 정말 신기하게도 언니가 콧방귀를 뀌며 한 말이 내 귀에는 "뭐야?"로 들렸는데, 나중에 이양 박양에게 물어보니 그네들 귀에도 그렇게 들렸다고 한다! 태국말 하나도 못 하는 우리에게도 우리가 어이없게 여기는것이 역력한 그녀의 표정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고대로 전해준것이리라;;
참,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 한 가지. 이곳에서 우리는 요왕님을 만났다!!!!!! 방야이 가는 배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대문 재석아빠님과 함께 배를 타러 오신 것! 요왕님은 다음 배를 타려고 기다리신다고 하셨다. 너무 반갑지만 소심한 나, 이양의 등 뒤에 숨어 요왕님의 방람푸 지도를 흔들며 "지도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해보았지만, 이양의 말에 의하면 들리지도 않았을거란다. ^^;;
어쨌든 요왕님이 창시(?)한 코스를 돌며 요왕님을 만나다니 이런 영광이~ ㅠ_ㅠ 태국에서도 계속 태사랑을 모니터하며 요왕님, 고구마님이 지금 태국 여행중이신 건 알았고 빠이에서 방콕으로 가셨다고 해서 잘하면 같은 시기에 방콕에 있겠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만날 줄이야! 연예인 만난 것 이상으로 기쁘고 흥분 되었다! ^0^/
어쨌든 서서히 배가 출발하고...
뭐, 뭐야 이거!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물이 엄청나게 튄다! 요왕님이 왜 앞자리에 앉는 걸 강조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배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이미 몸을 잔뜩 수그리고 있는 상태. 몇몇 사람들은 우산까지 펼쳐 들 정도였다!
이 배는 특별한 정류장 없이 원하는 사람 집에 바로 내려주는 시스템인데, 운전하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세워주나... 싶었는데, 대충 통밥으로 때려맞추자면, 내리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한다. 예를 들어 4를 표시하면 네 집 건넌 후 내려주는 시스템 같았는데... 아닐 수도...;; 무엇보다 정말 그렇다면, 운전하는 사람은 잠깐이라도 한 눈 팔면 안 되겠네 @_@
배가 움직이는 소리가 꽤 큰 덕에, 집안 식구들은 뱃소리를 듣고 밖에 나와 가족들을 마중한다. 한 집도 안 빼놓고 다 마중을 나오던데, 그 풍경이 참 정겨웠다. 요 사진 속 꼬마는 추억의 게임 '원더보이'에 나오는 소년이랑 너무 똑같아서 그만 사진을 찍고 말았다.^^;;
대체 이런 수상 가옥들은 어떻게 지은걸까? 사는데에 불편함은 없을까? 배를 타고 지나가며 비슷비슷한 가옥들을 계속해서 지나쳤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라 지루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상가옥들을 보며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고,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도 사는 모습은 별다를 거 없구나 하는 걸 깨닫고 정겨움 또한 느낀다. 한 번 더 타고 싶었을정도로 재밌었다 난!
허름한 수상가옥이 있으면 요런 으리으리한(은 좀 오버인가?^^;) 가옥도 있는 법. 사실 잘 보면 이 집은 수상 가옥은 아니고 육지(?)쪽으로 이어져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이 가족. 아마 자기 가족이 배 타고 돌아오는 줄 알고 마중나왔다가 아니라서 허탕을 친 걸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나와서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것이 아닌가. 게다가 나를 손가락으로 콕 찝으면서까지 인사를 해주고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고 웃어주었던 저 언니! 잘 살고 계시죠? ^^
방야이 선착장.
운하.
군것질 하러 들른 편의점에서 본 예쁜 꼬마. 아유~ 저 교복 좀 보시게! >.<
구멍가게 의자 밑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고양이 그리고 헥헥거리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 >.< 보쌈해올 뻔 했다!
요런것도 사먹으며 슬렁슬렁 동네 구경을 해본다.
그! 리! 고! 그 곳에서 또 요왕님을 만났다는 거! ^0^ 이엿호~ 속으로는 내가 제일 좋아했지만 소심한 나는 결국 또 뒤로 숨고... 이양만이 요왕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 태사랑에 '요왕님과 함께한 태국 여행' 이런 제목으로 여행기 올리면... 돌 맞으려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보는 나. ㅋㅋ 허나 "그 전에 강퇴 당할걸"이라는 박양과 이양의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다. ㅋㅋ
멀리 보이는 저 곳이 논타부리 선착장이다.
해가 진다. 내가 좋아하는 태국의 노을!
해질녘, 이양, 분위기있게 한 장 찰칵!
정말 무수한 커플들을 목격할 수 있었던 논타부리 -_-+
애완견을 데리고 잠깐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저렇게 이곳저곳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몽환적인 태국의 노을...
이름은 모르지만;; 예쁜 다리!
디너 크루즈
만족스러웠던 운하투어를 마치고 찾아온 이 곳은?
실내는 이런 소박한 분위기.
쏜통 포차나와 마찬가지로 아저씨들이 주 고객층인 모양이다. 이런 집이 진짜 맛있는 법!
그리고 이건 60밧짜리 스페셜 팟타이. 역시나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그 밖에도 세 명의 우량아와 한 덩치 하시는 부인과 함께 앉아 아이들 먹이고 부인 눈치 보느라 쩔쩔매고 있었던, 미이라 같이 말랐던 '고개숙인 가장'아저씨, 전원일기의 복길이 아빠와 똑같이 생긴 아저씨를 구경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 사람 구경이 제일 재밌어! ㅋㅋ
그리고 드디어 카오산 거리로 컴백.
카오산에서 제일 사진발 잘 받는 스타벅스를 위시한 저 간판더미만 무덤덤하게 형식적으로 찍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음, 왜 카오산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눈녹듯이 사라진걸까. 작년엔 카오산이 좋아서 정말 여기 죽순이로 살았었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