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in Pai #6
ai high school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세 갈래 길이 나온다.
그 중 경사가 제법 있는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바로 Countryside villa 입구다.
한 뽀리너 할부지가 열심히 노트북으로 인터넷 하신다.
태국에 노트북을 들고 오지 않은 건 실수다.
왠만한 G.H에선 모두 무선인터넷이 되더라.
음... 풀은 작지만 논뷰만큼은 정말 good이다.
그래, 여기로 옮기자고 생각하고 가격을 물으니 싱글룸 250밧이란다.
오토바이를 타고 경사를 내려오는데, 중심을 잃고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진다.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려는데, 비에 맞아 축축해진 이끼에 미끄러져
또다시 함께 내동댕이쳐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주위에 사람도 없네.. 체면생각엔 다행이지만,
다시 추수리고 겨우 오토바이를 몰아 숙소를 향한다.
한 동양인 여자가 무릎팍에 피흘리며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채
오토바이를 타고 Pai 시내를 헤매니,
단 몇분 동안이었지만, 로컬들에게 좋은 구경거리 제공해줬다.ㅡ.ㅡ;
신호등에 걸렸다. 옆에 오토바이 탄 뽀리너 남자분이,
내 무릎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는다.
아...하지메마스떼... 이게 뭐밍?
니혼징 말이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사요나라. 하고 그와 Bye Bye.
아...챙피하다. 지금 생각하면.
숙소로 돌아와 Mr.스마일맨이 내 무릎을 보더니
자기 sister에게 가서 약을 가져온다. 투명약과 빨간약.
바르고 나서 약국에 가서는 Anti Biotic Cream을 사서 듬뿍 발랐다.
진정시키고자 음악을 듣는다.
팜하우스 스텝(총 3명)이 청소나 빨래를 널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닌다.
참으로 소박한 cleaning & dry 시스템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의 옷가지가 서로 얽혀 널려있다.
누군가의 양말과 내 속옷이 나란히 매달려있네.
옆방의 프랑스 느끼남은 아니겠지... 아침부터 밤중까지 돌아다니면
발냄새가 장난 아닐텐데. 피식.
여하튼 이런 풍경도 어이없지만 귀엽게 느껴진다.
쉽게 말해 Pai 에 팜하우스에서만큼은 용서가 된다고 할까.
슬슬 배가 고프다.
아직 소독약과 크림이 섞여 질질 흐르는 피를 닦아내가면서
숙소를 나선다. 쎄봉일레봉쪽으로 걷다가..
어느 분의 후기에 있던 반파이 레스토랑 옆, MUSLIMHOMEMADE에 멈춘다.
무슬림가정백반.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정이간다.
인상좋은 무슬림 주인아저씨 웃으며 반기신다.
나, 베스트메뉴 부탁했다.
이름은 기억 안난다...
단지 닭고기&캐슈넛이 들어간 Rice 요리였다.
짭잘하고 매콤하고 캐슈넛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이다.
양도 푸짐하다. 여기에 Noodle Soup과 Water melon juice를 시켰다.
브런치로 간단히 샐러드와 토스트를 먹는 뽀리너들과 다르게
난 뽀지게 먹는다. 넘.. 행복하다.ㅡㅜ
그리고 어제 산 엽서를 꺼내 사랑하는 사람, 지인들에게 글을 쓴다.
식사하고 나오는데, 니키와 매건이다.
이 아가씨들, 로띠와 팬케익 사먹고 계신다.
안녕하고 인사하자, 그녀들 자기들 온천 갈건데 같이 가잖다.
나, 말없이 내 무릎팍을 가리켰다.
그녀들 'oh, my god~' 난리다..ㅡ.ㅡ;;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호들갑이다..
아, 약바르고 괜찮다. 온천 가고 싶지만 늬들끼리 가야겠다.
그녀들, 그러면 저녁에 자기네 숙소 'Breeze of Pai' 바로 앞에 Bar에서 보잖다.
꼭 오라는데, Maybe See you, 하고 손을 흔들고 돌아선다.
인터넷 샾으로 향한다.
어제 그 언니네 샾.
이메일을 확인하고 한국 소식을 보다가,
태국뉴스를 접한다. 거의 쿠데타 상태로 묘사된 방콕.
어쩐지, 울 엄니가 얼마전 보낸 문자에,
'왠만하면 돌아와라.'고 하셨구나.
이런 경우, 나는 이렇게 답장을 한다.
알았다, 일찍 돌아가는 비행편 알아보겠다.고 한 뒤,
비행기가 풀이다. 대기로 걸어놨으니, 풀리면 바로 귀국하겠다.
그러나 대부분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예정대로 귀국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무슬림홈메이드 레스토랑에서 갓 구운 빵도 팔더라.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 인터넷 샾 언니에게 묻는다.
그 언니, 뽀리너들은 cafe 'O'에 많이 간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즐겨 가는 곳이 있단다. 솔깃.
알려달라한다. Wiching Well.
오전에 지나쳤던 River corner 레스토랑 옆 Blue 레스토랑 근처란다.
O.K.
Aya service에서 Blue 레스토랑까지 걸어간 뒤,
바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인다.
Godd life 레스토랑 바로 옆이다.
내가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던 건,
레스토랑 공간에 견줄만한 넓은 주방이다.
주방은 참 깨끗하고, 넓고 아늑하다.
이런 곳에서 요리 하는 건 참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 맛도 좋겠지.
인터넷 샾 언니가 추천한 바나나&초콜릿 팬케익과
Mango Delight(망고, 라임, 스트로베리와 얼음을 생으로 갈아만든 주스)를 주문한다.
팬케익은 20여분만에 나온거 같다. 늦어지는 이유가 있겠지..
대신 주인되는 태국 꽃돌이님께서 내게 쥬스를 먼저 가져다주면서
활짝 웃으신다. 불편한 마음 사르르.. 녹는다.
이 분, 내게 맛이 어떤지 내 표정에 대단히 민감하시다.
나, 엄지손가락 치켜들었다.
정말, 이 생과일 믹스 슬러쉬?는 너무나 달콤새콤.. 환상이다.
팬케익은 어떻고.
이거이거..최고의 재료로 신선하게 만들어낸 팬케익. 거기에 견과류가
듬뿍 뿌려진 저 자태를 보는 순간,
한 입 먹는 순간, 나 이 곳과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여기서 난.. 새로 산 책 반 권을 금새 읽어버렸다.
'여행할 권리' 책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이런 음식과 기분을 만끽한다는 것. 여행하는 권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행에서,
음식에 감동받고, 사람에 즐겁고, 숙소에 만족하고
늘 그럴 순 없다.
때론 사기도 당하고, 바가지도 쓰고, 역한 음식에 놀래도 보고,
불편한 사람과 동행을 하거나 이야기도 하게 된다.
태국은
물론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시설대비 저렴한 숙소가 많다.
Pai 같이 밤하늘에 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 안개낀 아침풍경이 있는가 하면,
남부의 시원한 바닷바람, 북적이는 야시장, 흥청망청 밤문화가
공존하는 곳.
다른 곳을 찾아 헤매다가도 결국 태국을 향하게 되는 건
내게 이런 이유에서이다.
늘 주어진 일상의 틀을 깨고 나가는 꿈을 꾸지만,
결국 여행도 작은 일상이 되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
이것을 받아들일 때,
여행에서도 또 돌아와서도 활기차게 살아낼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태국이 내게 특별한 여행지가 되는 건,
바로 이런 것들이 공존하여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