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in Pai #5
9/6 아침
전날 과음?으로 인해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잠을 설쳤다.
새벽에 한두번 일어나고, 안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킨게 6시 경이었다.
태국에서 내 위장은 한국에서보다 몇배는 더 잘 활동해준 덕분에
아침부터 배가 고프다. ㅡ.ㅡ;
씻고 나가면서 데스크 Mr. 스마일맨에게 빨래를 맡긴다.
1.5kg 30밧.
아.. 뭘 먹는다.
팜하우스를 나서 동네를 살피는데 역시..
뽀리너들은 밤늦게까지 酒神을 뫼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던지
보이지 않는다. 로컬들은 아침일찍 분주히도 움직인다.
설렁설렁.. 이른 아침 Pai town을 헤맨다.
아름답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안개낀 Pai의 산봉우리는 지리산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산의 형세도 설악산에 비하면 초라하다면 그렇다.
그런데 이 부족한 것들이 합쳐져,
내 마음에 완벽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뭔가 조금 부족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것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들이 서로 뽐내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Pai의 아침이 된다.
마음이 편안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Pai reiver corner라는 레스토랑을 끼고 도니
강이 나타난다. 다리가 있었다.
나무가지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듯,
강건너편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채 맥없이 끊어져 있었다.
얼핏, 우기때는 다리 건너 숙소가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
역시 인기척이 없어 뵌다. 우리같으면 말이다.
엄청난 비에도 끄떡없는 시멘다리를 놓아서 어떻게든 숙박객을 끌어모을텐데 말이다.
참...
Pai의 아침을 걸으며 난 몸과 마음이 한결 간소해진다.
경쟁적으로 아름답고 웅장함을 뽐내는 것들,
원치않아도 내 눈과 마음에 침입해들어오는 그것들의 소란스러운 유혹들
서울의 나날은 그런 피로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여기 Pai에선 내 정신과 몸을 완전히 이완시켜
헤매도 나는 편안하다, 안락하다.
아!
그런데 너무 정신을 놓으니 뒤에서 오던 오토바이 소리를
듣지 못해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다.
풀어질 대로 풀어진 의식을 모아 다시 도로를 살핀다.
너무 정신을 놓으면? 안되겠다. 훗
아침산책을 하고 돌아온 나는,
데스크에 Mr. 스마일맨과 다소 무뚝뚝한 듯 잘 웃는 여직원이
방금 장을 봐온 반찬거리로 아침을 먹고 있는걸 보고야 만다.
나, 시장 무지 사랑한다.
그에게 시장이 어디있냐고 물었는데,
이 Mr. 스마일맨 여직원한테 나를 오토바이로 그 곳까지 안내하랬나보다.
나보고 그녀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오란 손짓을 한다.
그녀에게 너무 미안해, 안그래도 되노라고 했지만
그녀, 이미 시동켜고 나에게 타란다.
멋적어 웃으며 그녀 뒤에 올라탄다.
이 분, 베스트 드라이버다. 연약한 몸매로 육중한 나를 태우고
요리조리 골목을 잘 헤집고 다닌다. ㅎ
드디어 도착한 아침시장.
Mr. 스마일맨에 의하면 시장은 오전 5시~10시,
오후 2시~6시까지인가.. 오픈한단다.
우리네 옛날 시골장터와 가짓수는 훨씬 적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넉넉하고 여유로운게 비슷하다.
나는 생선구이를 사고,
또 돼지고기 튀김, 갈비와 아주 유사한 맛을 내는 양념고기를 얼마간 봉지에 담아
주인에게 건넨다. 주인이 무게를 달아보더니, 45밧.
이 여주인, 우리 팜하우스 여직원보다 영어 잘한다.
나와 여직원 사이에 통역까지 맡아주신다.
시장에서 돌아와 탁자 위에 음식을 펴보니..
어.. 근데 내가 산게 아니다.
바.뀌.었.다.
그 여직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봉지를 낚아채 오토바이타고 슝~ 사라진다.
그리고 아주 금방, 진짜 빛의 속도로 왔나보다.
내가 산 것으로 바꿔온다. 고맙다고 내가 팁을 주려하자,
이 여직원, 되었다며 도망간다.
음식을 내놓고, 나는 팜하우스 Mr. 스마일맨과 아침을 함께 한다.
그가 직접 지었다는 밥(찰기가 있다)을 손으로 뭉쳐
소스에 찍어 반찬과 함께 먹는다.
물론, 손으로.
나 음식 무척 사랑한다.
로컬 음식, 당연 잘 먹는다.
오죽하면 여행와선, 화장도 잘 먹는다..ㅡ.ㅡ;
Anyway, 그는 비닐봉지채로 먹지만
내가 동석하니 사기그릇 몇개를 내오고
거기 담아 먹으란다.
손님 대접, 정말 깎듯하다.
작은 정성인데, 나 또 감동먹는다.
시장에서 우연히 산 생선구이는 정말 원츄다.
이거이거... 값비싼 요리로 먹었던 것보다 어찌나 감칠나고 맛나던지
이 25밧짜리 생선구이를 게눈 감추듯 헤치워버린다.
Mr. 스마일맨 웃으며 자기것도 내민다.
괜찮아.. 네가 보기에 내가 돼지같겠지만, 남에 것은 넘보지 않는다구. 피식.
그렇게 아침을 두둑히 챙겨먹고,
오늘은 무얼할까..
방앞 의자에 앉아 생각좀 해본다.
Pai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Countryside G.H가 무척 좋아뵌다.
논뷰와 수영장까지 있네.
한번 다녀와보고 싶었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총 주행시간 15분 기록을 가진 나는
알수없는 자신감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팜하우스를 나선다. 부릉부릉.
이 오토 Baby의 시동소리가 참 귀엽구나.
그래, 오늘 내 너를 끌고,
Pai 시내는 물론 온천까지 섭렵해주마. 음하하.
불과 5분 후에 일어날 Small accident를 예상하지 못한건 당연하다.ㅡ.ㅡ;
새벽에 억수같이 비가 퍼붓고, 물기가
흥건한 도로 상태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은게 실수였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