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한번 잘못 갔다가 태국에서 추방당할 뻔...
콸라룸푸르에서 방콕까지 기차로 이동하기로 결정.
비행기 탈 걸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차로 방콕까지 직행은 없고 핫야이라는 곳에서 갈아타야 한다.
콸라룸푸르 저녁 8시 출발, 다음날 핫야이 오전 10시 도착.
핫야이 오후 2시 반 출발, 다음날 아침 방콕 8시 도착.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 이동이다.
호텔비 아끼려면 기차도 나쁘진 않다. 침대칸을 탔는데 의외로 편했다.
열두시간을 한번도 안 깨고 쿨쿨 잤다.
역무원이 깨우길래 엉겁결에 다 온 줄 알고 주섬주섬 가방이랑 챙겨서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배가 부글거린다.
한참 후에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나랑 기차 같이 탔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직 말레이시아이고 핫야이 가려면 다시 기차를 타야 한댄다.
난 또다시 기차 타자마자 1분도 안 되어 잠이 들었다.
전날 많이 잤는데 뭔놈의 잠이 이리도...긴장도 안 되나보다...나는..
사람들이 핫야이라면서 깨우길래 일어났다.
또다시 방콕 가는 기차를 타려니...내 꼴이 너무 더러웠다.
그래...일단 여기서 하루만 숙소 잡아서 좀 씻은 다음 내일 떠나자.
내 머릿 속은 온통 씻을 생각 뿐...
눈앞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도 안 나오고 에어콘도 없는 주제에 340바트이다.
좀 비싸다고 생각됐지만 일단 다른 곳 알아 볼 힘이 없으니 이곳으로 결정.
근데 내 여권 보더니 태국 스탬프가 안 찍혀 있다고 날 재워줄 수 없댄다.
뭔소리래? 한국인 무비자야!
그래. 이민성까지 택시 타야 하지만, 내가 치사해서 도장 받아온다!
나 경찰서에서 7시간 있었다.
수많은 경찰들과 이민성 직원들에 둘러싸여...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달라고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네~"
"저기 있잖아요...이래저래~ 해서 그러니까 저 좀 도와 주세요"
"어디 사시는 분이시길래 조선말을 참 잘 하십매다"
"그야 제가 한국인이니까 한국말을 잘 하죠. 근데 어쩌구 저쩌구~ 저 어떡하면 좋죠?"
가만 생각해보니 북한 대사관인가부다. 헉...나 북한사람이랑 처음 말해 봤네...
이자식들 왜 north korea 를 연결시키고 그래...
암튼 다급한 마음에 한국 대사관인지 영사관인지 거기에 전화를 부탁했는데..
막막해서 한국인 찾았건만 돌아오는 건 쌀쌀맞은 대답.
"왜 스탬프를 안 찍어요! 방콕 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괜히 불법체류자 돼서 추방 당하지 말고 그쪽에서 시키는대로 하세요."
그렇다....내가 화장실 간다고 내렸던 곳은 파당이라는 국경 지역이었다.
남들 다 여권에 스탬프 찍는 동안 난 화장실에 있어서 거기가 국경인지도 몰랐다.
막연히 방콕 가면 찍어주겠지 했던 것.
단순히 그깟 도장쯤이야...했던 게 엄청난 큰 일이 되고 말았다.
오늘 안에 다시 파당으로 가서 도장 받지 않으면 난 불법체류자가 되어 날 구속하겠다고 경찰들이 겁 준다...
저마다 옆구리에 총 끼고 공산당 같은 복장을 하고 몇시간을 날 에워싸니 점점 불안해졌다.
x 누느라 도장 하나 못 받은 것 갖고 완전 범죄자 된 기분이다.
암튼 어제 저녁부터 암것도 못 먹어서 밥 생각과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 말했더니
직원 식당 같은 곳에서 밥도 사 주고 칫솔과 치약도 줬다.
글구 국경까지 데려다 달라고 엄청나게 졸랐더니
근무시간이라 난처해 하면서 그래도 태워 주었다.
정말 먼 길을 운전해 주시고( 그 와중에 난 또 경찰차 안에서 잠들었다) 호텔도 찾아주시고 국경에서 내 사정 다 설명하면서 도장도 받아주신 핫야이 경찰들! 고맙습니다.
근데 왜 한명씩 몰래 전화번호 주고 가는 거야...
저녁에 시장에서 길거리 음식 이것저것 사 와서 호텔 방에서 맥주 한 캔이랑 먹었다.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