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18살 나홀로 태국여행 - 여기가 정녕 카오산로드란 말입니까?
"재우야 공항 도착하면 꼭 전화해야되 아니면 엄마 밤 새 못잔다."
어머니를 편히 주무시게 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무사하다는걸 알리려고 공중 전화를 찾아 공항에서 해맨다.
한가지 작은 실수가 있었다.
항공권에는 12:10분 도착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게 서울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현지 시간 이였던 것이다. 한국은 고로 새벽 두시였던 것이다.
전화를 해도 받을리가 없었고(토요일이었고 부모님께서는 교회 때문에 일찍 주무신다.)
게다가 짐 찾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느라 1시간정도 더 지나있었으니.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아쉬운대로 다음 날 전화하기로 하고 택시를 타기로 한다.
일반 택시는 순진한 여행자한테 돈 사기치고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고급 택시는 너무 비싸서 일반 택시를 탄다. 카오산 로드.
택시를 타고 가면서 ON THE ROAD를 읽고 처음 카오산 로드로 향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이 기분이겠구나 상상해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서울과 흡사했다.
거리엔 사진과 번호가 적혀있는 선거 홍보물들이 있다. (처음엔 뭔지 몰랐다.)
창문에 머리를 붙이고 감탄하고 있는데 택시기사가 말을 건낸다.
"방콕엔 처음인가? 한국인? 나 매운거 좋아한다. 김치,김치." 몇마디 더 했지만
내가 기사의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들어 대화가 끊겼다. 비행기에서 느꼈으면 미쳐버렸을 뻔한 이 정적.....
잠깐이여서 다행이였다. 버거킹이 보인다. 드디어 카오산에 도착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택시에서 내린다.
Th. Khao San 표지판이 보인다. 카오산을 처음 보자 마자 욕 부터 나온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책 작가한테 낚인 기분이였다. 방금 전까지의 기대는 무슨.
카오산로드의 첫 모습은 지옥같았다. 늦은 새벽의 강남역을 보는 듯 했다.
(대부분이 영업을 마친 새벽 2시 이후 였다.)
거리엔 쓰레기가 넘쳐났고
바닥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태국 젊은 사람들, 취한 사람들은 나를 원숭이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상당히 불쾌했다. 연방 욕을 하며 저주를 쏟아 붇고있는데 옆에서 소리가 들린다. 딱 딱.
거리의 여자가 나한테 입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손 짓을 하며 오라고 하였다. 몸 파는 여자였다.
나는 기겁을 하며 또 다시 욕을 했다.(모든 욕을 혼잣말로 작게 욕을 했다.)
겁에 질린 나는 서둘러서 주변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 갔다. 카오산에서 조명이 가장 밝았고
전에 태사랑에서 본 적이있는 숙소였다. 싱글룸이 없어 어쩔수 없이 더블룸으로 잡았다.
짐을 풀고 마음을 좀 가다듬고 뭐 좀 사러 밑으로 내려간다.
편의점에서 환타와 과자 몇 봉지를 사고 들어간다. 리셉션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왜 환타먹어? 콜라 안먹고?" 별 걸다 물어본다.
"카오산 로드가 기대보다 후져서 열받아 맥주 먹을려고 하는데 선거 기간이라 맥주를 안 팔아서 환타먹는다. 왜 콜라 안먹냐고? 내맘이다." 라고 소리치고 화 내고 싶었다. (당시엔 정말 취해버리고 싶었다....)
짐을 정리하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
창문에서 도둑이 들어올 것 같았다. 커튼을 친다. 불을 껐다.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 화장실 불을 킨다.
우여곡절 끝에 잠이든다. 한국시간으로 4시 51분.
이른 아침 8시 (방콕 시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떠진다. 커튼을 활짝 걷었다. 따뜻한 햇살이다.
창문 너머에는 태국 국기가 펄럭인다.
방을 나와 옥상 테라스로 갔다. 밑을 내려다 본다. 맙소사.
지난 밤 나에게 두려움은 안겨주었던 카오산은 아침이 되자 담배꽁초하나 찾아 보기 힘든 깨끗한 거리로 탈바꿈하였다.
그냥 벌러덩 누워도 먼지하나 묻지않을것 같았다.
이른 아침 카오산의 가게들은 분주히 영업을 준비하였고 노점상은 맛있는 향기를 뿜어댔다.
나는 지난 밤 카오스와 같던 카오산을 저주하였던 것을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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