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행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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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의 외로움

songsl 13 1551
누군가 삶은 외로운 여행이라고 했다.
그 말을 지은 사람은 삶이 아주 굉장히 외로웠나보다.

나에게 있어 삶을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낮에는 반복되는 업무에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끝 없는 강의를 듣고 주말에 겨우 교회에 가고 또 친구들과 만나서 논다.
그래도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이 아쉬워 그 주말을 쪼개어 방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도구들을 챙기고 주변 커피숍으로 마실 나간다.
외로움은 느낄 새 없이 일단 꾹꾹 눌러 담아 놓는다.

혼자 하는 여행은 꾹꾹 모아 두었던 그 외로움을 꺼내어 거칠고 약한 표면을 만질 수 있게 한다.
지금 내 앞에 눈 인사 하며 지나가는 수많은 카오산의 젊은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막 꺼낸 외로움을 보듬어 줄 대화상대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언어의 벽일 수도 있고, 지금 처럼 소심함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밑도끝도 없는 그 여행자의 외로움은 육체의 피곤함에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일 때도 있다.
이윽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나에게 말을 건다.
처음에는 일상적이고 겉도는 말이다.
발이 아프다며. 가방을 조금 풀어놓자며. 물을 사러 편의점으로 가는게 어떻겠냐며.

그러던 오늘은 조금 더 솔직하고 직선적인 말을 걸었다.
지금 여행이 즐겁냐며, 혹시 외롭지는 않냐며.

외롭지 않냐며 말을 걸어오는 내 자신에게 눈시울을 붉히며 그렇다고, 외롭다고 답한 후,
나는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많은 대화를 했다.
미래의 고민에 대해,
내 인생을 지나갔던 사람들에 대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
인류에 대해.
그리고 나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

세 번째 혼자 배낭여행에서 20시간이 흐른 지금 이 순간,
나는 이제 나와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은 외로운 여행이라고 했던 그 누군가에게,
오늘 내가 겪었던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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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타쿠웅 2008.12.14 22:40  
http://blog.naver.com/rockdancer?Redirect=Log&logNo=40036605149
(라이브버젼)

http://blog.daum.net/ysf03/5329598
(LP판 버젼)

추천해주세요~!

이 노래 정말 외롭다는...
songsl 2008.12.14 23:14  
저는 외롭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였다는;;;
암튼 음악 듣고 오늘 밤 감정 격해집니다 -_-;;
속빠진만두피 2008.12.15 12:47  
일단 군바리가 아니라 공감 못하는 1인
songsl 2008.12.15 21:14  
;;;;;;;;;;;;;
속빠진만두피 2008.12.15 22:38  
타쿵옹이 추천한 노래요;;;; 그거 공감 못한다고;;;;
songsl 2008.12.15 23:24  
헤헤 네     
타쿠웅 2008.12.16 00:08  
여러분들은 6시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들을 자격이 없는 아저씨들이십니당.
치...
자니썬 2008.12.14 23:43  
송슬님 ㅡ 의외로 생각을 많이 하시는군요...

  그나이때 무슨 답을 찾던간에 답이 나올때까지
    밤새 도록 고민 해보는것도
    제 생각에는 괜찬을것 같아요..
.{뭔가가 답이 나올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은 하지 마세요...}
송 슬님 여행일기 보니깐 저도 모르게 ,
 송슬 님 나이때 그때 나는무슨 생각을 했나..
  내 자신에게 물어 보네요...

  아무튼 여행일기 잘 볼께요..송 슬님 ㅡ ~감사~
songsl 2008.12.15 23:2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의외가 아니고 잡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_-
Leona 2008.12.15 01:31  
혼자 하는 여행은 꾹꾹 모아 두었던 그 외로움을 꺼내어 거칠고 약한 표면을 만질 수 있게 한다.
->저도 첫 태국여행 때 사무치게, 질리도록 느꼈었죠...하지만 그렇기에 혼자 여행은 매력있어요...
내 마음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솔직한 진짜 내 자신을 볼 수 있으므로...
그걸 잘 견뎌내면 예상치 못한 많은 인연들이 다가오고 그에 감사하며 행복해질 수 있죠...

여러모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songsl 2008.12.15 21:15  
제가 덧붙여 하고 싶은 얘기였어요 :-)
그리고 공감 해 주셔서 좋습니닷.
말님 2008.12.15 10:06  
나 홀로 여행해본적은 없지만...songsl 님이 쓰신데로.  이런생각들이 혼자여행하는
장점인거 같네요  자기와의 대화 좋네요  혼자 여행준비하는 1인으로써....느낌 좋네요
songsl 2008.12.15 21:15  
^_^이렇게 느끼고 가시니 더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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