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2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 베트남
여행기

[아프로]하노이 2006년 여름-2

아프로 0 3440
베트남에서 첫 아침이 밝았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지만 창밖에서 들리는 둔탁한 망치소리에 아침 7시쯤 잠을 깼다. 옆건물에서 신축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 노동자들도 부지런하다. 한낮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도 우리나라와 닮았다.

이 도시의 아침 모습이 궁금해 얼른 창밖을 보았다.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고 벽과 담, 난간, 창틀 모두 낡은 모습이다.

이곳이 구시가지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난다.

옆 바로 건너 건물은 주택인듯 갓난아기 빨래가 걸려있는 모습이 정겹다.

13.jpg

아침식사는 공짜다. 빵, 과일, 햄, 밥, 커피, 비교적 풍성한 뷔페식이다. 커피는 쓰고 진해 뜨거운 물을 부어야 입맛에 맞았다.

17.jpg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드디어 본격 여행의 시작이다.

구시가지의 충격!

조용한 호텔계단을 네층 내려와 텅빈 1층 식탁을 지나, 프런트에 묵묵히 앉아 있는 직원에게 눈인사를 하고 호텔문을 여는 순간, 하노이 거리와 '자극적인' 첫 대면을 하게됐다.

귀를 때리는 오토바이 소음과 아찔한 속력, 매케한 매연, 숨막힐 듯 뜨거운 날씨, 눈길 둘곳을 모르게 만드는 복잡한 건물. 거리. 분주한 사람들.

과연 이곳이 어젯밤 희미한 호텔 불빛에 의지해 더듬어왔던 그 거리란 말인가.

일단,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길을 가로지르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여 인도를 따라 가며 구시가지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15.jpg

호텔에서 거저 준 지도에 표시된 구시가지 도보 여행 루트를 따라 출발해 보는데, 거리가 익숙치 않다보니 구경이라기 보다는 지도와 간판만 보고 길찾기를 하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난생 처음보는 낯선 도시를 걷는 일은 참 흥미로운 여행 테마다.

수평저울처럼 생긴 어깨짐을 지고가는 상인들, 조그만 가게, 인도를 차지하고 있는 오토바이와 갖가지 물건, 낯선 모습의 행인, 서양 여행객들. 외면받는 텅빈 시클로, '목욕앉기 자세'로 거리 귀퉁이를 옹기종기 차지한 베트남 사람들. 나름 세련된 색채의 건물들. 사다리모양의 전봇대. 키작은 신호등 그리고 날씬하고 뒷모습이 색시하며, 멋스러운 베트남 여자들.

6.jpg
11.jpg
14.jpg

도보여행의 최북단은 동쑤언 시장이다. 이곳은 남쪽의 향자시장과 함께 구시가지에 자리한 재래시장.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딱 우리나라 재래시장 풍경이다. 서양인들에겐 신기한 광경일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어린시절 향수나 시골 향취를 느끼게하는 정도다.

8.jpg

좌판에서 쪼그리고 앉아 쌀국수를 맛있게 말아 먹는 이곳 처녀들을 보면서 포장마차 떡볶이를 먹는 우리나라 여학생들이 연상돼 정감이 느껴졌다.

한국여행자들에겐 구시가지의 랜드마크인 화룡관은 태사랑에도 많이 소개돼 실제 가서 보니 반가울 정도였다.

그 옆 호안끼엠 호수는 물가운데 사원과, 거북상, 가로수, 벤치와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평화스러워 보였다.

7.jpg

일부 여행 안내 책자에는 지나친 호객과 구걸을 거론하며 이곳 이미지를 좋지 않게 써놓은 것도 있지만 현재의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

지도나 여행책을 파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결코 강권하지 않으며 구걸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여인들의 과감한 스킨십과 매연을 아랑곳하지 않는 조깅 마니아들이 있을뿐이다.

이곳은 도보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장소다. 화장실을 가야하거나 목이 말라 더 안락한 쉼터를 찾는다면 호수변에 있는 레스토랑이 좋을 듯 싶다.

18.jpg
19.jpg

이곳에선 맥주한병을 우리돈 1000원 내외(기억에 의존한 것임)의 싼값, 물론 현지에서는 고급 가격이지만,에 판매하고 안주를 안시켜도 되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는 넉넉히 쉴 수 있는 곳이다.

호수의 풍경도 이곳에서 보면 더욱 평온해 보인다.
0 Comments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