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기묘한 일주일 - 1부
어느날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일본친구를 만났다. 그는 다른 일본인과는 다르게 적극적이고 쾌활한 친구였다. 처음 그를 만난 것도 그가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TV를 보고 있던 나에게 먼저 말을 건냈기 때문이었다.
"일본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부끄러워하지. 네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아마 아무도 말을 안 걸거야. 근데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일본인의 마인드를 잊어버린지 오래야. 하하하" 인도에서 배워왔다는 전통악기의 가방을 오른쪽에 낀 채 그가 말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 사람들은 나를 말렸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나는 왜 번듯한 직장을 그만뒀을까? 그냥 그만두지 않았으면, 안정적인 가정도 꾸리고 오래 있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결혼을 하고, 진급을 하고, 아이를 낳고,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좋은 집을 얻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 속의 그런 울림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설명하기 힘든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무슨 일 하세요?"
"ㅇㅇㅇ에서 ㅇㅇㅇ하는 일을 해요."
"한 달에 얼마 벌어요?"
"..."
어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껍데기를 한커풀씩 벗겨나가다 보면 대개 이런 정도의 알맹이만 남는다. 나는 직함이나 숫자로 사람을 구별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종이조각이나 언어 위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멋져 보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다. 얼굴에는 검버섯이 져있고 주름이 가득한 그 노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그리고 그의 눈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노인이 힘겹게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내뱉는다.
"아 씨발, 그 때 그랬으면 내 인생이 좀 더 재밌었을까?" 그것은 노인이 된 나의 모습이었다.
일본인의 마인드를 잊어버린지 오래야.
이건 아마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 제 블로그에도 연재합니다. http://esheep.net/119
"일본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부끄러워하지. 네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아마 아무도 말을 안 걸거야. 근데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일본인의 마인드를 잊어버린지 오래야. 하하하" 인도에서 배워왔다는 전통악기의 가방을 오른쪽에 낀 채 그가 말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 사람들은 나를 말렸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나는 왜 번듯한 직장을 그만뒀을까? 그냥 그만두지 않았으면, 안정적인 가정도 꾸리고 오래 있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결혼을 하고, 진급을 하고, 아이를 낳고,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좋은 집을 얻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 속의 그런 울림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설명하기 힘든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무슨 일 하세요?"
"ㅇㅇㅇ에서 ㅇㅇㅇ하는 일을 해요."
"한 달에 얼마 벌어요?"
"..."
어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껍데기를 한커풀씩 벗겨나가다 보면 대개 이런 정도의 알맹이만 남는다. 나는 직함이나 숫자로 사람을 구별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때는 종이조각이나 언어 위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 멋져 보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다. 얼굴에는 검버섯이 져있고 주름이 가득한 그 노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그리고 그의 눈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노인이 힘겹게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내뱉는다.
"아 씨발, 그 때 그랬으면 내 인생이 좀 더 재밌었을까?" 그것은 노인이 된 나의 모습이었다.
일본인의 마인드를 잊어버린지 오래야.
이건 아마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 제 블로그에도 연재합니다. http://esheep.net/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