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의 여행기- 깐짜나부리를 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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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생의 여행기- 깐짜나부리를 가다(1)

유치원복학생 13 1393
아.. 머리야.


시계를 보니 아침 9시 반.
그 전날 새벽 네시까지 술을 펐더니 정신이 없다.



나 원래 이런여자 아니다.
열두시~세시 사이에 재깍 잠들어서 여섯시~일곱시 사이에 벌떡 일어나는
그런 건전한 여자다.
그런데..
인도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닭고기 별로 안좋아하는데 닭고기밖에 없지.
술도 비싸지
해지면 숙소에 갇혀있어야 하지



49.gif   '태국만 가봐라, 그놈의 고기랑 술을 미친듯이 먹어주겠어'




매일 밤 이렇게 되뇌이며 잠들었던 내가
고기와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곳에 오니 고삐가 풀렸다.


아무튼,
더워서 그런지 숙취땜에 그런지 식은땀은 삐질삐질 나고
어제 클럽에서 본 게이아저씨의 모습이 눈앞에 빙빙 돈다.
샤워를 하고 깐짜나부리에 갈 준비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오는데..


어.......................................




1층 식당에서 연신 방긋거리며 서빙을 하는 저 남자분은..
어제 클럽에서 백인 아저씨를 꼬시기 위해 몇 시간동안 앞에서
정열적으로 춤을 추시던 분...................?


방금 전까지 내 머릿속을 뱅뱅 돌면서 헤집어놓으시던 그 분이었다.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또 만나게 되다니.



저 아저씨, 체력도 좋으시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는걸 보니 그 백인남자 꼬시는데 실패했나보다.
안됐다.
내가 그 분 춤추는거 본 시간만 해도 두시간이었는데...............



암튼, 150밧짜리 미니버스를 타고 깐짜나부리로 고고싱.
3시쯤 깐짜나부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방이 없다...........

헐.......................

ㅠㅠ


30분여를 돌아다니다가 친구가 한 엄청 허름한 건물앞에서 멈춰선다.




54.gif   야, 여기도 게스트하우스 같은데?



50.gif    임마, 이게 게스트하우스라고?
             말도안되는 소리하지말고 얼른 가자.



54.gif    일단 들어와 봐-_-






게스트하우스가 맞단다.
방은 150, 평상은 100.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터라 할 수 없이 묵기로 결정.


50.gif   야, 내일 일어나자마자 숙소 옮기는거야.
             알았지?


54.gif     알았어...-_-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후줄근해서 맘이 안놓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한테 방을 한번 더 청소해달라고 하고
이불을 햋볕에 널고 마구 털었다.




47.gif   우리 게스트하우스 얼마나 깨끗한데, 이불봐봐~
        (킁킁) 음~ 좋은 향기~~~





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난 찝찝하다.
난 빈대에 한번 물려봤기 때문에 빈대의 무서움을 안다...
벌레는 싫다 ㅠ_ㅠ

그리고 니네 게스트하우스 자체가..
그냥 태국 수상가옥 같거든...........................
(수상가옥이 더럽다는게 아니라.. 일반 게스트하우스와 틀리다는 뜻)



내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던 주인, 갑자기 오토바이를 끌고 어디론가 나간다.
한참 후에 돌아온 주인 손에는 새 선풍기 한대가 들려있다.



50.gif    야, 저거 내 방에 놔주려는거 맞지?
              내가 엄청 까탈스러워 보였나봐-_-;;;;



54.gif    어.. 너 좀 유난떨었어..




이것이 그 게스트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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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오픈되어있는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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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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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자리.......
평상. 100바트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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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인터넷 무료사용

인터넷도 방콕만큼 빨랐다.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콰이강의 다리를 보러 가기로 결정.
한참을 정신 놓고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부른다.





54.gif     야........ 이거 봐..





도로 구석탱이에 머리가 날아가 있는 뱀 한마리.





50.gif    너 태국에서 뱀 한번도 안봤냐?
              난 겁나 많이봤는데-_-;
              난 뱀을 부르는 여자야,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뱀을 많이 본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태국에서도 뱀을 밟을 뻔하거나 유유히 지나가는 녀석들이나
차에 깔려 죽은 놈들도 많이 봤다.




한번은, 작년에 아유타야에 혼자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느라
강둑을 헤매고 있는데 차에 치여 돌아가신
몸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족히 2미터는 되보이는 뱀이 있는거다.
사진을 찍어서 현지인들에게 보여줬더니




55.gif  '와우! 킹코브라!'




......................................






그 녀석이 살아있었다면..
나는.. 나는...............




아무튼, 얘기가 딴데로 샜다.


콰이강의 다리에 도착했는데 유난히 동양인이 많았다.
홍콩 단체 관광객이다.
역시 인구가 많다보니 단체관광객 스케일도 다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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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서 포즈를 잡았는데 홍콩애들의 표정이 영 썩어난다.
왜그러지..?



54.gif    야, 너 그 손모양 무슨 뜻인줄이나 알고 하는거냐?



50.gif   응? 그냥 브이자가 식상해서 한 것 뿐인데..?



54.gif    그거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무튼) 욕이야..-_-;;
         왠만하면 쓰지 마......


50.gif    어 그래-_-;;;





암튼 난 주위사람 민망하고 부끄럽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ㅋㅋㅋㅋㅋ



해질 무렵의 콰이강의 다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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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국수로 대충 때우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니
영국인 남자애 둘, 집주인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어 잘하는 내 친구.
평상에 드러누워서 같이 영화본다.
나도 구석에 쪼그려 앉아 영화를 봤다.



.
.
.
.
.
.
.
.
.



50.gif     뭔말이여................




아......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다



5분에 한번 간격으로 친구에게 해석을 듣는데
에잇, 짜증나.

난 나 혼자서도 재밌게 놀 수 있어 ㅠㅠ
영어 잘하는 니네가 못하는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다고.


그건 바로 혼자 멍때리고 있다가 왔다갔다거리기..
정말로 재밌었다.
진짜..


젠장... 한국 가자마자 영어공부 죽어라 할거다
영어늘면 다시 여기와서 보란듯이 영화보면서 남들 웃을 때 같이 웃어줄테다.
히밤.



영화가 끝나고 둘이 맥주 한 잔 하러 나갔는데
낮에 본 거리랑 많이 틀려졌다.



이건.. 꼬창의 그 아가씨들 있는 유흥업소(?)가 쭉 이어진 거리 같잖아;;
낮에는 백인 아저씨들이 웃통벗고 한가롭게 맥주를 마구 들이키고 있는
정상적인 가게였었는데. 뭥미.





50.gif   야, 너 나만 없었으면 저기 갈 수 있었는데. 
             가고싶지?



54.gif    아니야 임마..-_-




50.gif    뭘 아니야, 난 다 알고있어.


54.gif   ㅡㅡ..





여기저기 헤맨 끝에 들어간 한 술집.


응?
한국인이다......................ㅇ_ㅇ


말을 걸고 싶었지만 혹시 말걸었는데 싫어할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 언니가 다가와서 '한국인이세요?'


이렇게 친해진 moon언니.
그리고 같이 계셨던 이름이 기억 안나는 남자분.(죄송ㅠㅠㅠㅠㅠ)


한참을 맥주마시며 떠들다
태국식 게장을 먹으러 가자는 소리에 2차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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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장이랑 좀 비슷한데 좀 덜 짜고 상큼한 느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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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사랑 '똠 까 까이'(맞나요?)
닭발과 닭선지를 넣고 끓인 국인데,
완전 내스타일........



나 미친듯이 먹는 걸 보고 오빠가


29.gif   배고프세요..?



나 저녁도 먹고 그 후로 과자에 스프링롤에 고기튀김 등등..
배터져라 먹어놓고선 여기서 국한그릇 잡고 미친듯이 먹고있구나......


이러니 살이 안빠지지.

아무튼, 이 식당이 깐짜나부리에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식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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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언니는 사교성도 좋고 태국어도 잘해서 태국인 종업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즐거웠다.


이렇게 이날도 새벽 5시까지 술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기어들어갔다.
그런데,

어.......?
문이 잠겼다......
열어놓는담서..



창살 사이로 보이는 자고 있는 주인을 깨웠는데
영어로 뭐라뭐라 그런다.
문이 열려있다는 소리 같은데-_-;
문이 어딨다고..


영어로 문이 어디있다고 말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

세번정도 물어보니 잠이 덜깬 상태에서 버럭,



47.gif  아, 문 거기 옆에 있잖아!



아........
이 쪽문을 말하는 거였나..................



암튼 무식은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게 만든다.


두고봐라, 한국가서 영어공부 열심히 해와서
보란듯이 니가 하는 말 다 알아먹어줄테다......-.-



내 방은 2층인데 마루바닥이..
삐걱거린다.
새벽이라 유난히 삐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깐짜나부리의 밤은 생각보다 꽤 쌀쌀했다.
몇 일 전만 해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는데
이놈의 이상기온.



집주인은 나의 까탈스러운 성향(?)을 고려해서
밖에 널어놓고 잊어버린 이불을 곱게 깔아놓고
위에 모기장까지 쳐놨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불 속으로 바로 직행해서 5분도 안돼 잠들어버렸다.
이불에서 비누냄새가 난다.
낮에 그놈이 했던 말이 사실이었군..
유난떨어서 미안-.-;;;
13 Comments
농총각 2009.02.16 23:05  
^^ 재밌어요~~~~~~~~~~~~~ 그리고 태국인의 영어를 못알아 듣는건. 영어공부를 안해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쉐인지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change 를 그렇게 발음하더라구요. ^^ 알아 듣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싯터... sister... 뭐 한국 영어를 미국인들이 못 알아듣는거나. 태국인의 한국어를 못알아 듣는거도 다 이해합니다. 음하하하
유치원복학생 2009.02.16 23:18  
하하하하 ..  그 태국인은 영어를 굉장히 잘했답니다.. 같이 있던 친구가 미국에서도 살았었고 해서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친군데 태국인 치고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고 인정..ㅋㅋ
태국인들 영어발음.. 정말 알아듣기 힘들죠-_-; ㅎㅎㅎ 처음엔 정말 당황..ㅋㅋㅋㅋ 근데 저도 저질발음이라 남탓 할 처지가 못 된다는거 ㅋㅋㅋ
김카피 2009.02.17 00:09  
저도 밖에 나가면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데
막상 한국 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띵가띵가 하곤 합니다 ㅋㅋ

재밌는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
유치원복학생 2009.02.18 16:12  
그쵸 ㅠ_ㅠ 저도 공부하겠다고 해놓고선 책본지 10분만에 덮어버리고싶어서 안달이 난다는..
트와이스 2009.02.18 01:22  
깐짜나부리 글많이 읽어보았는데... 정말 한번 꼭 가보고싶게 만드는군요.
정말 태국인이 쓰는 영어는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영어가 짦기도 하지만... ^^
님글 읽다보니 잠을 못이루겠군요. 지금 태국으로 달려가는 꿈이라도 꿔볼랍니다. ㅎㅎ
유치원복학생 2009.02.18 16:18  
하하 저도 한국온지 2주가 다되어가는데 당장 태국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큐트켓 2009.02.18 01:24  
공감가는게..저도 방콕 숙소에서 사람들이 dvd보는데..
에니메이션 "헷지" 였거든요.. 너무 잼있어 보이는데 해석이 잘안되서
다른사람들 다웃을때 멍...하니 있다가...ㅠㅠ
그래도 만화라서.. 행동하는게 웃기니가 그냥..알아듣는척 하려고
그림만 보고 웃었는데... 그장면이 심각한 장면이었더군요 ㅡㅡ^;;
여행할땐... 한국가면 꼭 영어공부좀 해야지..하면서도 막상 들어오면 잊어버리고 만다는 ;;
여행영어 소모임을 하나 만들어야 할까봐요 ㅎㅎㅎ
유치원복학생 2009.02.18 16:20  
앗 ㅠ_ㅠ 저도 여행영어 소모임 원츄해요 ㅠ_ㅠ ㅋㅋㅋㅋㅋ
혼자서는 잘 안되요 ㅠ_ㅠ
김카피 2009.02.18 17:46  
회원3입니다~
naomi57 2009.02.18 18:03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기 글 올리시는 분들 모두 작가들이세요..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쓰시는 지... 부럽습니다.  담에도 재미있는 얘기 기대할께요....^^
유치원복학생 2009.02.18 21:16  
아하하^^;; 저 글재주 없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와뚜와리 2009.05.23 00:27  

어디쯤 있는 게스트하우스죠?
제가 칸짜나부리랑 인연이 좀 있어서 좋아하는데 담에 갈때 가보려구요

유치원복학생 2009.10.21 00:49  
위치는 제가 잘 기억이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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