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의 여행기- 아유타야를 가다
이 여행기는 작년 여행기에요^^;;
글솜씨도 없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눈이 번쩍 떠졌다.
몇 시야..? 라고 할 것도 없이 보나마나 정각 여섯시.
혼자서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루 많이 자봤자 고작 네시간.
전 날 게스트하우스 안에 맥주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마구 마시다가
픽 쓰러져서 잤는데도 이모양이다.
아.. 또 뭘 하지?;;;
카오산 근방을 여섯 시 쯤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한 시간동안 씻고 준비하고 나이쏘이에 갔다.
아직 장사준비 안됐어, 좀 있다 와.
역시나.. 젠장.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는 옛 속담은 다 거짓말이다.
이게 뭐야, 배만 고프고 할 일도 없잖아 ㅠㅠ
십오분 가량을 어슬렁거리다 나이쏘이에서 국수를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기려는 순간
똑똑똑
누구세요?
1!%^&*(((~~~ (영어로 어쩌구 저쩌구,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이 시간에 나를 찾아올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남자 목소리다.
.
.
.
.
.
.
.
.
꺼져!!!!!!!!!!!!!!
소리를 빽 지르니 이내 문을 몇 번 두드리다가 가버린다.
내 방은 피치게스트하우스에서도 가장 구석탱이에 있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무서웠는데 왠 모르는 남정네가 문까지 두드리니 더 무섭다.
아니지, 문을 열어줬으면 그 분이 식겁해서 도망갔으려나.
원래는 이른 아침에 아유타야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10시까지 방에서 기다리다가 출발했다.
아눗싸와리까지는 태사랑 지도가 있었으므로 가는데 별 지장이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 엄청나게 넓은 사거리다.
이거 어디에 아유타야행 버스가 있다는거야......
태국사람들한테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바쁘게 길을 가고있는 여자분을 붙잡고 '아유타야 미니 버스'를
외치니 잠깐 기다리란다.
그 여자분 혼자서 15분 가량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물어보더니
아유타야행 미니버스로 날 데리고 간다.
굉장히 바빠보였는데, 고마워라.ㅠ_ㅠ
버스를 타기 전에 과일을 샀다.
노란색 과일이었는데 감 맛이 난다.
솔직히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어떤 꼬마애가 길바닥에 앉아서 구걸을 하고있었는데
구걸을 하려고 내민 두 손에 과일을 한무더기 얹어줬다.
꼬마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고 주는거냐, 너 장난하냐
꼭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평소같으면 먹기싫음 관둬라 하고 뺏어올텐데 내가 정말 먹기
싫어서 살포시 무시해줬다.

저 노란색 과일이 그 문제의 과일이다.
자, 손에 든 짐도 덜었겠다.
냉큼 아유타야행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으.. 쉐따빡...
그 조그만 미니벤에 모기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40마리정도는 있었다..
손바닥을 펴서 슁~ 하고 잡으면..
손에 모기 너뎃마리는 충분히 잡힐법한..
누구나 모기잡기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미니 벤 안에서.
온 몸에 모기약을 미친듯이 뿌렸다.
음.. 이제 나한테 안달라드는군..ㅋㅋㅋ
잠이 솔솔 온다.
40분쯤 잤을까.
엉덩이와 허리 사이가 갑자기 엄청 간지럽기 시작했다.
만져보니 엄청나게 크게 일자로 쫙 물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빈대인가.........
차 시트에 빈대가 살고 있었던거다.
침대 시트만 조심했었는데 이런..
다행히 옷 속엔 파고들지 않은 것 같았다.
아유타야에 내리자 마자 태국인들이 나한테 와서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을 가르쳐준다.
뭐라는거야...........................
1년전의 나는 영어가 전혀 안됐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라는 단어밖에
안들린다.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어리버리하게 게스트하우스촌을 찾으러
강둑을 따라가던 도중 저 멀리 뭔가가 보인다
뱀이다.........................
그것도 차에 깔려 쥐포가 되신 뱀.
그런데 반토막이 나있는데도 정말 크다.
난 뱀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파충류, 곤충 전시회에서 일한 경험도 몇 번 있다.
거기서 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뱀쇼와 뱀먹이주기....
가끔가다 훈남 관람객이 지나가면 뱀을 흔들면서 관심을 끌어보지만
악! 저게 여자야? 징그러워~ㅠㅠ
하고 도망가는 훈남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암튼,
뱀들은 물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둑을 걷다가 살아있는 뱀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뱀 사진을 찍고 미친듯이 뛰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150밧에 방을 잡고 짐을 풀고 30밧에 자전거를 빌렸다.
좋아, 가는거야!
하고 자전거를 탄 지 20초만에 차에다 박을 뻔했다.
10년만에 타는 자전거라 익숙해지려면 좀 걸리겠다.
조금 달리자 절이 하나 나왔다.
아하, 이게 유적지 중 하나겠군.
절 한번 정말 크고 넓다.
절 곳곳엔 폐허가 된 작은 탑 같은게 있다.

한참을 절 안에서 헤매다 보니 음악소리가 들린다.
강당 같은 곳에 꼬마스님들이 앉아 있고 사람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아마도 이 꼬마스님들의 스님기념축하공연(?) 인가보다.
꼬마스님들은 오늘 갓 스님이 되셨는지 그냥 동네 꼬마들 같다.
얼굴 가득 장난기가 넘쳐나는 것이 마냥 귀엽다.
외국인인 내가 신기한지 주위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자꾸 나를 찔러본다.
귀여운것들.
니네 눈썹 없는 것 까지 나를 닮았구나. ㅋㅋㅋㅋㅋㅋㅋ
(난 원래 모나리자고, 이 아이들은 눈썹도 밀었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그제서야 가이드북을 폈다.
잉..
불상 머리가 나무사이에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거지..ㅡㅡ;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난 유적지와는 정 반대에 와 있었다..
길치인 주제에 가이드북도 지도도 안보고 다니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대신에 몸은 고생한다 ㅠ_ㅠ
땡볕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려가며 겨우겨우 찾아간 유적지.
우와.. 멋있다!
정말 멋있었다.ㅇ_ㅇ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진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ㅠ_ㅠ


이것이 내가 아유타야에서 본 유적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적지다.
한가롭지. 경치 좋지. 조용하지.
멍때리기 딱 좋은 곳이었다.
한참을 이곳에서 멍때리다가 다음 유적지로 고고싱.
드디어!
내가 아유타야에 온 목적인 '나무 사이의 불상머리'를 보게 됐다.
신이 나서 들어가려는데
잠깐-_-
왜?
입장료... 30밧.
헉...................................
난 돈이 없었다..
입장료가 있을줄은 몰랐다
내가 가진 돈은 1밧짜리 동전 탈탈 털어서 24밧
동전을 내밀며 나 이것밖에 없는데 봐주면 안돼? 하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들어가란다.
앗싸. 돈굳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곳은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유난히 많았다.
그 중에 내또래로 보이는 여자애 두명이 있었는데..
어찌나 화사하고 예쁘게 하고 왔던지
나도 모르게 유적지 뒤로 숨고 말았다..
난 늘어난 티에 머리는 산발에 땀과 먼지에 꼬질꼬질하게 쩔었는데..ㅠㅠ
젠장할..............................
나도 한국만 가면 니네처럼 샤방샤방은 못되도 평균치는 간다고..
소리없는 외침이었다.ㅠㅠ
일본인 관광객이 한바탕 지나간 뒤에 여유롭게 유적지를 관람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대하던 그 나무사이의 불상머리!
(아직도 이름을 모르겠다. 가이드북은 중간에 버려버렸다)
뭥미..
요즘 사진기술이 참 좋은가보다.
실제로 보니 사진만 못했다.
에이....

아유타야의 개들은 시골개라서 그런지 그 커다란 것들이 사람만 보면 짖는다.
난 내가 외국인이라 다른냄새가 나서 짖는 줄 알았는데 현지인한테도 예외가
아니었다.
송아지만한 개가 9살정도 되보이는 남자애한테 막 짖으면서 달려드는데
그 남자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쫏아내더라..
장하다, 장해.
아유타야 버스 터미널로 가서 치앙마이행 버스 티켓을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유타야에선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할 수 없이 여행사에 가서 물어봤다.
매일 밤 아홉시(맞나??;;) 버스만 있단다.
허..
이 심심한 동네에서 나 혼자 내일 밤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건 안되지.
그날 밤 버스를 타기로 결심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캔슬하러 갔다.
캔슬하려고 하니 70밧만 돌려준다는거다.
잠시 길바닥에 나와서 잔머리를 굴렸다.
그래. 내가 저 사람들한테 치앙마이행 티켓을 산다고 하고
캔슬차지를 조금만 물게 해달라고 해보자.
다시 여주인한테 갔다.
내가 여기서 치앙마이행 버스 티켓을 살테니까 캔슬차지 조금만
깎아줘요.
나 체크인한지 3시간 조금 넘었잖아요.
잉? 내가 너한테 돈을 왜 줘야해?
나 너한테 줄 돈 없는데?
갑자기 뒷골이 확 땡긴다.
이여자가 갑자기 왜 오리발인가.
돈을 줘야지 왜 갑자기 안준다고 하는건가.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사기치는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고
20분동안 둘이서 핏대세우면서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싸우는 것을 조용히 보고 있던 종업원이 나를 옆가게로 끌고간다.
어..............................?
히밤..................................
나 사람얼굴 기억 못한다.
거기다 똑같이 얼굴 까무잡잡하고 마르고 머리도 길고..
난 옆가게에 가서 엄한사람 붇잡고 돈내놓으라고 횡포를 부리고 있었던거다..
찍소리도 못하고 70밧 받고 가방을 챙겨들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맨 처음에 물어봤던 여행사에서 티켓을 예약하고
시장쪽으로 도망쳤다..ㅠㅠ
너무 챙피했다..
아유타야는 시장도 빨리 마친다.
시장 규모도 작지만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방콕에선 볼 수 없는
것들도 이따금씩 보이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구경을 하다가 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른 상인들도 왜 우리가게는 안찍냐고 성화다.
인심도 좋고, 물가도 싸고.
배가 고파져서 카오 카 무를 먹으러 갔다.(족발덮밥)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예 국자를 쥐어주고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주위에는 태국인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고.
연예인이 된 기분......................
이라기 보다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즐겁다.
이런게 여행의 즐거움이고 묘미지, 다른게 있나?

차시간이 가까워져서 여행사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다가
문득 낮에 찍은 뱀 사진이 생각났다.
태국사람들한테 이게 뭐냐고 하니까
오, 킹코브라!
니가 살아있었다면 난 지금 이자리에 있지도 못했겠지..
ㄷㄷㄷ
낮에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계속 기침이 나온다.
그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던 여행사 훈남이 버스에 오르기 전에
내 손에 뭔가를 꼭 쥐어준다.
이거 감기약인데, 차에 타자마자 이거 두 알 먹고 담요덮고 푹 자!
알았지?
이자식...........ㅠㅠ
아까 차표끊기전에 줄 것이지........
그럼 나 그냥 하루 더 있었을 거 아냐......(뭐하러?-_-;;)
아무튼, 그 훈남 덕분에 아유타야가 더 좋아졌다.
버스에 올라타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데 죄다 유럽인.
나를 보자마자
Oh, bicycle girl !!
외국인들 눈에 동양여자 혼자 땡볕에 자전거타고 돌아댕기는게
유독 눈에 띄었었나보다.
이탈리아 훈남들이 나한테 관심의 표현을 마구 보였지만
님아.. 좀 한국어로 말해줄래요..?
언어의 장벽은 너무 높고 두꺼웠다.
난 그 사이에서 따가 되가고 있었다........ㅜㅜ
글솜씨도 없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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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번쩍 떠졌다.
몇 시야..? 라고 할 것도 없이 보나마나 정각 여섯시.
혼자서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루 많이 자봤자 고작 네시간.
전 날 게스트하우스 안에 맥주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마구 마시다가
픽 쓰러져서 잤는데도 이모양이다.
아.. 또 뭘 하지?;;;
카오산 근방을 여섯 시 쯤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로 할 일이 없다.
한 시간동안 씻고 준비하고 나이쏘이에 갔다.

역시나.. 젠장.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는 옛 속담은 다 거짓말이다.

십오분 가량을 어슬렁거리다 나이쏘이에서 국수를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챙기려는 순간
똑똑똑

1!%^&*(((~~~ (영어로 어쩌구 저쩌구,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이 시간에 나를 찾아올 사람도 없고,
더군다나 남자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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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빽 지르니 이내 문을 몇 번 두드리다가 가버린다.
내 방은 피치게스트하우스에서도 가장 구석탱이에 있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무서웠는데 왠 모르는 남정네가 문까지 두드리니 더 무섭다.
아니지, 문을 열어줬으면 그 분이 식겁해서 도망갔으려나.
원래는 이른 아침에 아유타야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10시까지 방에서 기다리다가 출발했다.
아눗싸와리까지는 태사랑 지도가 있었으므로 가는데 별 지장이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 엄청나게 넓은 사거리다.

태국사람들한테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바쁘게 길을 가고있는 여자분을 붙잡고 '아유타야 미니 버스'를
외치니 잠깐 기다리란다.
그 여자분 혼자서 15분 가량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물어보더니
아유타야행 미니버스로 날 데리고 간다.
굉장히 바빠보였는데, 고마워라.ㅠ_ㅠ
버스를 타기 전에 과일을 샀다.
노란색 과일이었는데 감 맛이 난다.
솔직히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어떤 꼬마애가 길바닥에 앉아서 구걸을 하고있었는데
구걸을 하려고 내민 두 손에 과일을 한무더기 얹어줬다.
꼬마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꼭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평소같으면 먹기싫음 관둬라 하고 뺏어올텐데 내가 정말 먹기
싫어서 살포시 무시해줬다.

저 노란색 과일이 그 문제의 과일이다.
자, 손에 든 짐도 덜었겠다.
냉큼 아유타야행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으.. 쉐따빡...
그 조그만 미니벤에 모기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40마리정도는 있었다..
손바닥을 펴서 슁~ 하고 잡으면..
손에 모기 너뎃마리는 충분히 잡힐법한..
누구나 모기잡기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미니 벤 안에서.
온 몸에 모기약을 미친듯이 뿌렸다.
음.. 이제 나한테 안달라드는군..ㅋㅋㅋ
잠이 솔솔 온다.
40분쯤 잤을까.
엉덩이와 허리 사이가 갑자기 엄청 간지럽기 시작했다.
만져보니 엄청나게 크게 일자로 쫙 물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빈대인가.........
차 시트에 빈대가 살고 있었던거다.
침대 시트만 조심했었는데 이런..
다행히 옷 속엔 파고들지 않은 것 같았다.
아유타야에 내리자 마자 태국인들이 나한테 와서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을 가르쳐준다.

1년전의 나는 영어가 전혀 안됐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라는 단어밖에
안들린다.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어리버리하게 게스트하우스촌을 찾으러
강둑을 따라가던 도중 저 멀리 뭔가가 보인다
뱀이다.........................
그것도 차에 깔려 쥐포가 되신 뱀.
그런데 반토막이 나있는데도 정말 크다.
난 뱀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파충류, 곤충 전시회에서 일한 경험도 몇 번 있다.
거기서 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뱀쇼와 뱀먹이주기....
가끔가다 훈남 관람객이 지나가면 뱀을 흔들면서 관심을 끌어보지만
악! 저게 여자야? 징그러워~ㅠㅠ
하고 도망가는 훈남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암튼,
뱀들은 물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둑을 걷다가 살아있는 뱀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뱀 사진을 찍고 미친듯이 뛰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150밧에 방을 잡고 짐을 풀고 30밧에 자전거를 빌렸다.
좋아, 가는거야!
하고 자전거를 탄 지 20초만에 차에다 박을 뻔했다.
10년만에 타는 자전거라 익숙해지려면 좀 걸리겠다.
조금 달리자 절이 하나 나왔다.

절 한번 정말 크고 넓다.
절 곳곳엔 폐허가 된 작은 탑 같은게 있다.

한참을 절 안에서 헤매다 보니 음악소리가 들린다.
강당 같은 곳에 꼬마스님들이 앉아 있고 사람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아마도 이 꼬마스님들의 스님기념축하공연(?) 인가보다.
꼬마스님들은 오늘 갓 스님이 되셨는지 그냥 동네 꼬마들 같다.
얼굴 가득 장난기가 넘쳐나는 것이 마냥 귀엽다.
외국인인 내가 신기한지 주위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자꾸 나를 찔러본다.

니네 눈썹 없는 것 까지 나를 닮았구나. ㅋㅋㅋㅋㅋㅋㅋ
(난 원래 모나리자고, 이 아이들은 눈썹도 밀었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그제서야 가이드북을 폈다.

불상 머리가 나무사이에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거지..ㅡㅡ;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난 유적지와는 정 반대에 와 있었다..
길치인 주제에 가이드북도 지도도 안보고 다니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대신에 몸은 고생한다 ㅠ_ㅠ
땡볕에 땀을 한 바가지 흘려가며 겨우겨우 찾아간 유적지.
우와.. 멋있다!
정말 멋있었다.ㅇ_ㅇ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진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ㅠ_ㅠ


이것이 내가 아유타야에서 본 유적지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적지다.
한가롭지. 경치 좋지. 조용하지.
멍때리기 딱 좋은 곳이었다.
한참을 이곳에서 멍때리다가 다음 유적지로 고고싱.
드디어!
내가 아유타야에 온 목적인 '나무 사이의 불상머리'를 보게 됐다.
신이 나서 들어가려는데




난 돈이 없었다..
입장료가 있을줄은 몰랐다
내가 가진 돈은 1밧짜리 동전 탈탈 털어서 24밧
동전을 내밀며 나 이것밖에 없는데 봐주면 안돼? 하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들어가란다.
앗싸. 돈굳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곳은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유난히 많았다.
그 중에 내또래로 보이는 여자애 두명이 있었는데..
어찌나 화사하고 예쁘게 하고 왔던지
나도 모르게 유적지 뒤로 숨고 말았다..
난 늘어난 티에 머리는 산발에 땀과 먼지에 꼬질꼬질하게 쩔었는데..ㅠㅠ
젠장할..............................
나도 한국만 가면 니네처럼 샤방샤방은 못되도 평균치는 간다고..
소리없는 외침이었다.ㅠㅠ
일본인 관광객이 한바탕 지나간 뒤에 여유롭게 유적지를 관람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대하던 그 나무사이의 불상머리!
(아직도 이름을 모르겠다. 가이드북은 중간에 버려버렸다)
뭥미..
요즘 사진기술이 참 좋은가보다.
실제로 보니 사진만 못했다.
에이....

아유타야의 개들은 시골개라서 그런지 그 커다란 것들이 사람만 보면 짖는다.
난 내가 외국인이라 다른냄새가 나서 짖는 줄 알았는데 현지인한테도 예외가
아니었다.
송아지만한 개가 9살정도 되보이는 남자애한테 막 짖으면서 달려드는데
그 남자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쫏아내더라..
장하다, 장해.
아유타야 버스 터미널로 가서 치앙마이행 버스 티켓을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유타야에선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할 수 없이 여행사에 가서 물어봤다.
매일 밤 아홉시(맞나??;;) 버스만 있단다.
허..
이 심심한 동네에서 나 혼자 내일 밤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건 안되지.
그날 밤 버스를 타기로 결심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캔슬하러 갔다.
캔슬하려고 하니 70밧만 돌려준다는거다.
잠시 길바닥에 나와서 잔머리를 굴렸다.
그래. 내가 저 사람들한테 치앙마이행 티켓을 산다고 하고
캔슬차지를 조금만 물게 해달라고 해보자.
다시 여주인한테 갔다.

깎아줘요.
나 체크인한지 3시간 조금 넘었잖아요.

나 너한테 줄 돈 없는데?
갑자기 뒷골이 확 땡긴다.
이여자가 갑자기 왜 오리발인가.
돈을 줘야지 왜 갑자기 안준다고 하는건가.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사기치는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고
20분동안 둘이서 핏대세우면서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싸우는 것을 조용히 보고 있던 종업원이 나를 옆가게로 끌고간다.
어..............................?
히밤..................................

나 사람얼굴 기억 못한다.
거기다 똑같이 얼굴 까무잡잡하고 마르고 머리도 길고..
난 옆가게에 가서 엄한사람 붇잡고 돈내놓으라고 횡포를 부리고 있었던거다..
찍소리도 못하고 70밧 받고 가방을 챙겨들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맨 처음에 물어봤던 여행사에서 티켓을 예약하고
시장쪽으로 도망쳤다..ㅠㅠ
너무 챙피했다..
아유타야는 시장도 빨리 마친다.
시장 규모도 작지만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방콕에선 볼 수 없는
것들도 이따금씩 보이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구경을 하다가 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른 상인들도 왜 우리가게는 안찍냐고 성화다.
인심도 좋고, 물가도 싸고.
배가 고파져서 카오 카 무를 먹으러 갔다.(족발덮밥)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예 국자를 쥐어주고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주위에는 태국인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고.
연예인이 된 기분......................
이라기 보다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즐겁다.
이런게 여행의 즐거움이고 묘미지, 다른게 있나?

차시간이 가까워져서 여행사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다가
문득 낮에 찍은 뱀 사진이 생각났다.
태국사람들한테 이게 뭐냐고 하니까

니가 살아있었다면 난 지금 이자리에 있지도 못했겠지..
ㄷㄷㄷ
낮에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계속 기침이 나온다.
그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던 여행사 훈남이 버스에 오르기 전에
내 손에 뭔가를 꼭 쥐어준다.

알았지?
이자식...........ㅠㅠ
아까 차표끊기전에 줄 것이지........
그럼 나 그냥 하루 더 있었을 거 아냐......(뭐하러?-_-;;)
아무튼, 그 훈남 덕분에 아유타야가 더 좋아졌다.
버스에 올라타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데 죄다 유럽인.
나를 보자마자

외국인들 눈에 동양여자 혼자 땡볕에 자전거타고 돌아댕기는게
유독 눈에 띄었었나보다.
이탈리아 훈남들이 나한테 관심의 표현을 마구 보였지만

언어의 장벽은 너무 높고 두꺼웠다.
난 그 사이에서 따가 되가고 있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