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THAI - Que sera, sera◈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 꽃보다 THAI - Que sera, sera◈

아리따 16 1690

#.
오, 방콕. 마이 방콕!

일단 겨울 옷차림부터 갈아입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친구 얼굴이 울상이다.



"자물쇠가 안 열려."

- 뭬야? 내가 해 볼게. 옷 갈아입고 와 봐.

"옷이 그 안에 있잖아..;;; "

- 맞다. 어쩌지?

"일단 나도 화장실 좀.."


노란머리 단체관광객들이 모여 웅성대는 한 켠에서
나는 열리지 않는 친구 캐리어의 자물쇠를 따느라 쭈그려 앉아 낑낑대 보았다.

안에서 뭔가 고장이 났는지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열리질 않는다.

머리에 꽂았던 실핀까지 동원해 본다..
어디서 본 건 있지만, 기술은 없었고..7.gif

일단 급한대로 시내로나 들어가자.







#.
공항버스 티켓, 공항버스 티켓.....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그럼 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

똑같은 길을 왔다, 갔다 왕복 3번. 한국인은 삼세 번=_=


두리번거리다가 서양인 할아버지랑 살짝 스쳤는데, 분명 쌍방과실인데도
쏘리를 연발하시며 길을 내어주며 먼저 가라시는 매너!

멋지다13.gif


겨우 발견한 인포메이션 바로 옆에서 공항버스 티켓을 팔고 있었다.

150밧. 아래로 내려가서 지금 서 있는 버스를 타면 된단다.

벌써 버스는 꽉 차있었다.
자리가 있나 몸만 살짝 올라탔다가 가방에 사람에 복잡한 모양새를 보고 내리니 안내원 언냐가 앞쪽에 자리가 있다며 어서 타란다.

가방은 분명 들고는 탔는데, 어디다 두는지 알 수 없다..
 차에는 태웠으니 알아서 잘 오겠지.-_-




#.
훈훈한 기운이 느껴지는 일본남 옆에 가 앉게 되었다.
기회가 닿으면, 인사 한 번 건네보리라ㅋㅋ

눈에 익은 풍경들이 지나간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1029873974_8ae554f0_DSC04227.jpg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난 앞자리에 앉은 친구와 종알거리느라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그도 이쪽을 힐끔힐끔거리는 듯 하더니
버스는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까지 서로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다.ㅎㄷㄷ


몇 번이나 하품을 쩍쩍 해대길래
오지게 피곤한가보다 하고 아쉽지만 신경을 껐는데, 결국 자버린다.

버스가 처음 정류장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우왕좌왕할 때
난 자랑스럽게 태사랑 지도를 펼쳐들었다.

기사 아찌가 분명히 지금은 '빠아팃'이라고 했거덩..

옆자리 일훈이(일본훈남)도 깨어나 가이드북을 꺼내 들고 지도를 한참이나 살핀다.



"여기 아직 카오산 아니죠?"

-응, 그 쪽도 카오산까지 가요? 나도 거기까지 가는데, 우린 마지막에 내리면 돼요.

태사랑 지도를 가리키며 일본어 가이드북의 지도와 비교를 해 보곤 빙긋 웃는다. 그의 가이드북엔 람부뜨리나 빠아팃 쪽은 나와있지 않았다.

태사랑 지도 만쉐이~4.gif

앗, 옆모습만 봐선 잘 몰랐는데 정면을 보니 꽃돌이다!!
그가 묻는다.

"한국인?"

-얍. 너 일본인이지?

"응, 카오산 어디서 묵어?"

-아, 난 거기서 약간 떨어진 한국인 많은 게스트하우스로 갈 거야. 

마침 오사카 카이유꽌에서 산, 복어와 꽃이 번갈아 달린 팔찌가 내 오른팔에 채워져 있었다ㅋ

- 나 일본 간 적 있는데.

엄청 반가워한다.ㅋㅋ

"그래? 어디?"

-음... 오사카, 교토, 뭐 그런쪽..

"정말? 나 오사카에서 왔어."

- 아~ 참, 나 이 팔찌 카이유꽌에서 산 거야.

"그렇구나~"

이러쿵저러쿵 블라블라......

하는 사이 버스는 벌써 종점까지 도착했다.
뭐 이렇게 빨리 온담;;; 이제 한창 말 트기 시작했는데50.gif

짐끌고 북적이니 정신이 없다.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지. 눈인사를 하고 디디엠으로 향했다.

지도를 잘 보는 친구 덕에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
제 버릇 멍멍이 못 준다고, 결국 출국 직전에 디디엠에 하루치 예약을 하고 온 터였다.

무계획이라면서 갈수록 스멀스멀 예약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시츄에이션..

반질반질한 종이에 컬러로 인쇄된 태사랑지도까지 다시 받아들고, 4층 여자 도미토리로 올라갔다.

오~ 엘리베이터가 있다. 덜컹거리긴 하지만 있는 게 어디야~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친구 캐리어의 자물쇠를 열자니, 열쇠집은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하고

우리의 세면도구들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기에 씻는 게..ㅎㄷㄷ
뭐 이것도 하루 정도 사정해서 빌려쓰면 되겠지.

하지만 친구의 옷과 신발이 대략난감이었다.

그 더운 날씨에 운동화와 긴 청바지. 자리만 대충 잡아놓고 급한대로 여름옷과 슬리퍼라도 살 겸 카오산으로 간다.



드디어 밟아보는 카오산로드.
책과 사진으로 무수히 봐와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친구의 슬리퍼와 원피스를 사고 이제 저녁을 좀 먹어야겠는데, 이거 뭐 너무 더워 의욕이 하나도 없다. 지친다 지쳐;;

결국 카오산에서 처음 먹은 식사가 서브웨이 샌드위치였다.7.gif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숨통을 틔워주어야 했기 때문..

당장 볼 일은 해치웠겠다..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호객꾼 아찌에게 낚여 맛없는 칵테일도 먹었다.

"헤이! 칵테일 한 잔에 80밧!! 스트롱~~"

한 잔 할까? 찬성~
해서 주문을 하고,

길가에 펼쳐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첫 소감을 물어봤다.

"방콕, 사람 많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라고 했지? 그리고 카오산, 일명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야. 어때? 맘에 들어?"

- 쏘쏘. 활기찬 곳인 것 같애. 여긴 상인들 빼놓곤 다 외국인만 있는 것 같다.

순식간에 칵테일이 나왔다.
내 것은 특별히 알코올을 많이 넣지 말아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1029873974_707a9fb9_20090218201504_41372845.jpg

웬걸, 안 먹던 술이라 그런지 1/4정도 홀짝거렸을 때 이미 내 얼굴은 토마토 사촌이 돼 있었다..
속도 다시 메슥메슥해 온다.

"하하하 너 얼굴이 홍당무가 됐어!"

나의 블루레이디를 만들어 준 바텐더(?)가 반도 줄지 않은 칵테일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웃어제낀다.




#.
왁자지껄함 속에서 살짝 비껴나와 사람 구경을 하면서
카오산이구나..싶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나도 이 거리의 인파 속에 함께 쓸려가려고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구나.

이제부터 나는 시험에 떨어져 스스로를 위로하려 온 사람이 아니라
그냥 배낭쟁이의 한 사람인 거야..




#.
내일 투어를 가려면 모자를 사야지.

이것저것 써보고 흥정을 하는데, 결코 예전의 싸다고 느낀 물가가 아니다.

챙 넓은 것 하나를 골라 사기로 했다.

"꺄아아아아악"

개 한마리가 내 종아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태국에서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알을 바쁘게 굴리며
개와 고양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려는 쪼그만 동양여자애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난 걔네들이 싫다ㅠ 가까이 오지 않는다면 상관없지만, 그들 근처에 가면
머리칼 잘린 삼손처럼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다.

모자가게 아주머니가 행거를 이리저리 움직여 개를 쫓아주셨다. ㄷㄷㄷ




#.
"야, 나 또 올라올 것 같애ㅜㅜ"

- 뭐? 안 돼. 너 봉지도 없지? 빨리 가자.

칵테일 마신 후 꾸르륵대던 속이 또 말썽이다. 혐오스런 카오산 구토女가 돼긴 죽어도 싫다.

슬리퍼를 신은 발엔 어느새 물집이 잡혀 걸음도 절뚝절뚝.

혼신을 다해 숙소를 향해 걷는다.



걷다보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해진다.

어, 우리 내일 깐짜나부리 가기로 했는데.. 바우처 아까 깜빡하고 안 받아놨는데?

들어가니 사장님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신 후였다.
어떻게든 되겠지+_+;





-----------------------------------------------------------------
벌써 꼬 창에서 만난 친구에게 메일이 하나 와 있네요ㅋㅋ 번역기로 돌렸나 봅니다.
낯간지럽지만, 귀여워요ㅎㅎㅎ
1029873974_b5d0856b_B8DEC0CF.jpg

16 Comments
큐트켓 2009.02.19 21:37  
해본적도 없는 실핀을... 저보단 낫네요..전 식칼로 문을 자주땄는데 ㅡㅡ;;;
편지 넘 귀여워요 ㅎㅎ
아리따 2009.02.20 23:34  
식칼로 문을.. 대단한 기술이신데요+_+
타완 2009.02.19 21:50  
가방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네요... 저같음.. 살짝 부수고..ㅋㅋㅋㅋ
지도를 꺼내든건....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던거 같아요...
  [[야~~나 여행객이거든.... 너 말좀 걸어봐....ㅋㅋㅋ]
아리따 2009.02.20 23:35  
지도를 꺼내든 건.. 정말 급해보였어요.ㅋ 안절부절~ 여기가 어딘가..*_*
가방은.. 부서지진 않았답니다.ㅎ
퓨리린 2009.02.19 22:08  
프롤로그부터 여행기를 쭉 읽어보니 뭔가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일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도 여행은 겨울밖에 못 갔었는데... 작년 1월에 시험 다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태국 여행 다녀와서 바로 다음 날이 합격자 발표였는데 두둥.........불합격ㅠㅠ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 수가 더 적은 마지막 관문에서 저는 고배를 마셨지요 올해에는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일본 꽃돌이는 다시 못 만났나요? 궁금궁금 ㅋㅋ
아리따 2009.02.20 23:35  
다시 만났지요. 헌데 그 꽃돌인 그닥 비중이 크지 않아요.ㅋㅋ
유치원복학생 2009.02.19 22:12  
저랑 똑같으신 분이 여기도 계시군요.. ㅠㅠ 저도 개 고양이 원숭이만 보면 미친듯이 도망다닌답니다 ㅠ_ㅠ;;

그래도 태국고양이들은 얌전해서..;;
깐짜나부리에서 새벽에 돌아다니다가 개들이 막 쫏아오면서 으르렁거려서 기절할 뻔 했다는 ㅠㅠ
아리따 2009.02.20 23:36  
새벽, 개, 으르렁.
기절 안 하신 게 기적이네요.ㅎㄷㄷ
김우영 2009.02.19 23:44  
전 고양이를 싫어한답니다...

재미나게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아리따 2009.02.20 23:37  
아, 맞아요. 부장님은 개를 좋아하시는 듯.. 여행기가 필히 재미있어야 하겠군요ㅠ
하늘을품어본 2009.02.20 10:27  
저는 개랑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데 시작부터 몸이 피폐해져 가시네요~
빨리 완쾌된(?) 날으 여행기를 보고 싶어요
아리따 2009.02.20 23:38  
피폐..ㅋㅋ 써놓고 보니 그렇네요..
어째 자꾸 그런 얘기만 줄줄..;;;;;;;
공경 2009.02.20 10:44  
전 침흘리는 개를 싫어한답니다 -_-ㅋ
아리따씨..여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ㅎ
재밌구요~ㅎㅎ
아리따 2009.02.20 23:38  
감사해요 공경님:) 침 안 흘리면 예뻐해 주시나요?ㅎㅎ
voyager 2009.02.22 21:33  
여행기 재밌어요 :)
아리따 2009.02.22 22:05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댓글 볼 때마다 호랑이 기운이!ㅎㅎ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