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THAI - 액땜 3종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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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가는 날 아침, 모르는 번호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폰에 저장돼 있지 않은 번호로부터의 전화는 잘 받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날따라 왠지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미심쩍어 하며 통화 버트을 누르니 낯선 목소리가 낯선 호칭으로 내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고 있다. 이거 뭥미-_-?
"000(내이름) xxx(호칭)이시죠?"
- 아. 예. 맞는데요
"오늘부터 0일 동안 나와주실 수 있어요?"
- 네? ㅎㄷㄷ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부터 어딜 가기로 돼 있어서요..ㅠㅠ
" 그러세요? 예, 알겠습니다."
두둥~~ 상황 파악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오늘이야?
그 동안 그렇게 기다려도 안 오던 연락이 왜 오늘이냐구?
그리고 뭐? 아무리 땜빵이라도 그렇지 오늘부터 필요한 사람을 오늘 호출하면 어쩌란 말이니...........?_-_
몰라몰라, 그 전화는 안 받은 셈 치자. 근데 왜 이렇게 약이 오르지? 나 대신 가게 될 사람도 완전 급질로 가는 거잖아. 이래도 되는 거냐 정말?
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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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터미널까지 갈 콜택시를 불렀다. 짐도 있고, 엄마도 동행하고..
하지만 차종과 번호까지 문자로 띡 날아온 이후 택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기사님께 전화를 건다.
"아저씨, 00아파트 콜 불렀는데 왜 아직도 안 오세요?"
- 그러는 손님은 왜 안 보여요?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는데..
"헐;; 어디서 기다리시는데요?"
- 00아파트 xx동 놀이터 앞이요.
우리동 앞엔 놀이터가 없다-_-;; 그리고 이 땐 이미 엄마와 흩어져 택시를 찾느라 우리동 앞을 한 바퀴 크게 빙 돈 후였다.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그냥 서 있는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 생각하고 단지를 나섰다.
"아저씨, 어디 계신지 모르겠지만 차 시간 때문에 다른 택시 타고 갈게요. 죄송해요."
- 아 지금 어딘데요?
"00아파트 단지 앞까지 나왔어요. 콜 부른 장소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놀이터 있는 데까지도 가 봤구요. 택시는 한 대도 없던걸요?"
아저씨는 계속 전화를 건다.
"전 전화드린 장소에서 몇십 분이나 기다렸고, 아저씨는 지금 다른 데 계신 것 같아요. 급하니까 자꾸 전화하지 마시구요. 저 기다리지도 마세요!"
밀려오는 짜증-.
불러도 오지 않는 콜택시를 어떻게 타고 가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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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액땜이려니 했다.
그래도 아바마마의 서포트 덕에 평생 잊지못할 추억거리도 만들었고,
이제 다녀와서 샤방한 기분으로 새출발 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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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생각했는데
라운드 침대에서 호강하며 잘(?) 자고 일어나 보니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밤에 그렇게 먹고 잤으니 그렇지..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죽을 한 그릇 떠왔는데, 서너 숟가락 먹고 나니
음식 냄새가 역해서 견딜 수가 없다.
친구는 이것저것 가져다 먹느라 신이 났다.
"화장실 좀 갔다올게."
억지로라도 위를 비우고 나면 시원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 실패.
어떻게 나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는지 모르겠다.
짐을 들어다 주던 직원이 몸이 많이 안 좋으냐고 묻는다.
대답할 기운도 없다.
퀭한 눈에 멍한 표정, 그래도 가겠다고 어기적거리며 나오는 모습이
가히 불쌍해 보였을 법 하다.
버스가 나와 친구, 우리 둘만 태우고 시내 롯데호텔로 가던 중 나는
일을 치르고 말았다.
친구가 급한대로 짐에서 지퍼백을 꺼내 오는 순간을 기다리지 못했고-_-
롯데에서 사람들이 타기 전까지 모든 상황은 수습이 돼야만 했다;;
휴지, 물티슈, 각종 봉지를 동원해 흔적을 지우고 정신을 차렸다.
한바탕 게워내고 나니 그런대로 괜찮아지긴 한다.
손바닥을 주물러 주는 친구 옆에서 반 각성, 반 수면 상태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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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예약을 해 둔 신한은행 지점에서 먼저 바트화를 받아들고
[저는 이번에 신한은행 이용했습니다. 집 앞에 있어서 어머니가 자주 얼굴도장을 찍어두셔서 환율우대 최대로 받았구요.
일정 금액 이상 환전하면 자동으로 LIG여행자보험 가입돼더라구요]
보딩패스를 받은 후 화장실에서 치카치카를 하며 다시 사람 모양새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엄마, 나 공항."
- 아침 먹었지?
"응, 엄청 맛있었어."
암쏘쏘리 벗 알러뷰 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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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품 인도장에서 물건을 몇 개 찾고,
네이휑 라운지에서 잠수신고를 한다.
배가 고파진다. 몸은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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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행편은 홍콩경유 타이항공.
누가 타이항공 기내식이 맛없다 했던가? 시장이 반찬이다.
평소 기내식이라면 양껏 먹지 못해 승무원들은 내 기내식을 잘 가져가지 않곤 했다+_+ 아직 다 안 먹은 줄 알고...
하지만 이 날따라 고추장과 김치가 어찌나 맛나던지
기내식 트레이를 설거지해서 보냈다는 전설이..
요런 훈남 크루를 가까이서 보며 비행하는 것도 만족스러웠다.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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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2년 전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유럽여행에서 돌아오기 직전, 나는 매서운 비바람 속에 투어를 받고 나서 감기에 옴팡 걸려버렸다.
설상가상 돌아오는 길에 홍콩에 스탑오버까지 신청해 둔 상태.
일행들은 시내 구경을 나가고, 난 홍콩구경을 포기한 채 17시간을 혼자 대기했다는..
암튼 이번에도 인연이 닿지 않은 홍콩에서 트랜짓 카드를 받아들고
다시한 번 검색대를 통과한 후 40여 분 정도 기다렸다가 똑같은 비행기를 다시 탄다.
이제, 방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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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또 다른 곳에서 여행기를 후다닥 올리고 있습니다.
여행의 기록을 어서 마치고 수험생이라는 자리로 돌아가야 할텐데, 운좋게 2박3일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공부거리들을 싸들고 오기엔 좀 그런 자리이고..ㅎㅎ;;;;;;;;;;[핑계는=_=]
그 동안 끝내는 게 목표인데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여행기는 좀 우울하고 지저분했습니다. 식사 시간에 죄송-_=
몇 편 후엔 달콤+씁쓸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라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