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번외, 31일 한국
아직 방콕여행에의 여운으로 행복하고 몽롱한 시간을 보내던 1월 31일, 홍대에서 게이코를 만나기로 했는데 문자가온다. 몸이 안 좋으니 다음에 보자는거다. 젠장, 옷 다입고 버스 기다리는 이 약속시간 50분 전에 오늘 못나온다는 문자를 보내는 개 매너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냐? 너 한국인이었으면 다신 안 본다.
...쨌든 난 옷 다입고 기껏 나왔는데 그냥 들어갈 수 없어 일단 씹고 버스를 타고나서 전화를 했다. 난 이미 버스를 탔으며 조금 있으면 도착을 한다. 내가 너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갈테니 기다려라, 하니 알았다고 한다.
일단은 합정역 근처인데 정말 이상한 위치에 있는 게이코가 묵는 그 kim's guest house라는 곳에서 내가 사간 죽을 먹고 티비를 보며 얘기를 나누었다. 태국에서 태성이 만난 얘기를 하다가 게이코가 이런 얘기를 꺼낸다.
"어제 태성이한테 메일썼어."
"오..."
"그런 느낌이야, 태성이한테 메일쓰면 마음이 편안해져."
"맞아, 태성이 정말 좋은 사람이야."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태성이한테도 그런얘기 했어? 게이코 참 좋은사람이라고."
"하하, 아마 아니... 왜그래~ 니가 먼저 얘기한거잖아. 태성이 좋은애라고."
"내가 언제?"
"태성이한테 메일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그게 태성이가 좋은사람이니까 그런거 아냐?"
"음..그런가? 아냐~"
"암튼 태성이 정말 좋은애야."
"맞아. 너무 좋지.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어."
"맞아..."
"그런데 태성이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내가 비교가 되. 예를 들어서 우리 둘이 어떤 여자애랑 같이 밤까지 놀잖아? 그럼 태성이는 그 애를 꼭 집까지 바래다 줘야 해. 그런데 가끔 나는 피곤하고 그러면 그런게 너무 귀찮거든. 그런데 태성이는 꼭 그렇게 해야 해. 만약에 그 여자애랑 처음 만나서 논거라면 이해 되는데 매일같이 만나서 노는 애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야."
"아 정말?? 대단하네. 태성이는 성격 자체가 그런가보다."
"난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너 혼자 바래다주라고 하면 또 이래. 자기 혼자 바래다 줬다가 걔가 오해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행동이랑 말이랑 완전 모순이야. 그래서 그것땜에 가끔 싸워."
"하하 정말? 그래, 그렇구나..."
태성이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친절하구나.
자꾸 씁쓸한 웃음이 났다. 왜 웃냐는 게이코의 물음에 아니 그냥... 하며 얼버무렸다.
"난 뭔가에 되게 쉽게 귀찮아해.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너 문 앞까지 바래다줄게."
"오... 그렇게 후해?"
"하하... 그럼그럼~"
하며 따라나온 게이코는 합정역 즈음까지 오더니 뭔가 고기종류가 먹고싶다고 어떠냐고 묻는다. 길에 마침 사람이 바글바글한 소금구이집이 있어서 들어가니, 아 분위기가 정말 좋다. 처음 간 집인데도 손님 막대하는 주인 할머니가 처음왔냐며 먹는법을 알려주시면서 편하게 자리를 만들어주신다. 너무나 서민적인 분위기에 게이코도 좋아하고 고기맛도 좋고... 소금구이 2인분에 소주 한 병, 좋은 친구와 단순하고 재미있는 대화. 역시, 좋다.
다 먹고 내가 계산을 하겠다고 하니 태국에서 태성이가 돈을 다~ 냈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게이코는 자기가 내겠다고 우긴다. 우리를 보던 주인할머니가 돈은 남자가 내라고해, 하며 게이코의 돈을 받는다. 오... 할머니 굿!
나 버스타는데까지 바래다주고 인사를 했다. 가볍게 악수, 안녕!
버스를 탔는데 문자가 온다.
- jintian xiexie, 우리 xia ci jian ba! yiding! wanan
(오늘 고마웠어, 우리 다음에 보자! 꼭! 잘자)
마음이 또 괜히 따뜻해진다. 이에 난 한국말로 답장을 보냈다. 이렇게 보내 놓으면 숙소가서 열심히 사전찾아서 해석하겠지.
- 그래! 꼭 또 보자, 오늘 즐거웠어^^
집에 돌아가는 921번 버스에서 핸드폰을 만지작하다가 조심스레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게이코를 만났으니 태성이에게 전화를 걸 꽤 괜찮은 이유가 생겼다. 오늘 게이코 만났고 게이코가 나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줬어. 그 애 꽤 많이 발전했지? 나 나중에 중국 갈 때 니가 준 옷 입고갈게, 어쩌구...
"그래... 그럼 잘 지내고."
"응... 아, 아, 잠깐."
"어?"
"너 사진 보내줘..."
"아... 응 알았어.^^"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어, 잘 지내. 안녕."
.
.
.
.
.
'널 좋아해.'만 고백이 되는 건 아니다. 그 말이 우리 사이에서 독이 된다면 난 하지않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므로. 99%이상 내가 만들어낸 우리사이, 나머지 1%는 내 마지막 자존심. 그 아이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아직은 너 뿐이다.
첫 눈에 뻑갔지만 네게 내가 서서히 물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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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기(라 부르기도 다소 좀 많이 민망하지만)는 이게 끝이예요 끝! ^^
이미 제 홈페이지에 다 써놓은 글이지만 여기에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또 그때 그 느낌들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라 행복했답니다. 많은 분들이 안쓰러워해주신것도 고마웠구요. 하하~
뭐야... 너무 시시하잖아~ 이게 다야?
이런 분들 많으시겠지만... 크흑 죄송합니다. "누나! 너무너무사랑해!"라는 고백을 들었다고 거짓말을 쓸 순 없잖아요~ 그렇담 그때 목을 껴안고 뽀뽀라도 했어야지! 라고 하신다면... 제가 원체 소심해서요. 이런 소심한 저를 이마만큼 움직이게 한 이 태국아이는 외모뿐만아니라 마음도 너무나 착하고 이쁜 아이랍니다. 전 이렇게 멋있는 사람 정말 처음 만나봤어요. 사진올려서 인증받고 싶지만, 흥, 안되요. 걘 아직 내꺼니까 숨겨놓을래요. 하하~
언젠가 다시 만나러 떠나는 날, 인사드릴게요. ^^
그럼 저도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어서 현장으로, 총알채워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