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번외, 31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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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 4일 - 번외, 31일 한국

siasiadl 25 2740

아직 방콕여행에의 여운으로 행복하고 몽롱한 시간을 보내던 1월 31일, 홍대에서 게이코를 만나기로 했는데 문자가온다. 몸이 안 좋으니 다음에 보자는거다. 젠장, 옷 다입고 버스 기다리는 이 약속시간 50분 전에 오늘 못나온다는 문자를 보내는 개 매너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냐? 너 한국인이었으면 다신 안 본다.

...쨌든 난 옷 다입고 기껏 나왔는데 그냥 들어갈 수 없어 일단 씹고 버스를 타고나서 전화를 했다. 난 이미 버스를 탔으며 조금 있으면 도착을 한다. 내가 너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갈테니 기다려라, 하니 알았다고 한다.

일단은 합정역 근처인데 정말 이상한 위치에 있는 게이코가 묵는 그 kim's guest house라는 곳에서 내가 사간 죽을 먹고 티비를 보며 얘기를 나누었다. 태국에서 태성이 만난 얘기를 하다가 게이코가 이런 얘기를 꺼낸다.

"어제 태성이한테 메일썼어."
"오..."
"그런 느낌이야, 태성이한테 메일쓰면 마음이 편안해져."
"맞아, 태성이 정말 좋은 사람이야."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태성이한테도 그런얘기 했어? 게이코 참 좋은사람이라고."
"하하, 아마 아니... 왜그래~ 니가 먼저 얘기한거잖아. 태성이 좋은애라고."
"내가 언제?"
"태성이한테 메일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그게 태성이가 좋은사람이니까 그런거 아냐?"
"음..그런가? 아냐~"
"암튼 태성이 정말 좋은애야."
"맞아. 너무 좋지.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어."
"맞아..."
"그런데 태성이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내가 비교가 되. 예를 들어서 우리 둘이 어떤 여자애랑 같이 밤까지 놀잖아? 그럼 태성이는 그 애를 꼭 집까지 바래다 줘야 해. 그런데 가끔 나는 피곤하고 그러면 그런게 너무 귀찮거든. 그런데 태성이는 꼭 그렇게 해야 해. 만약에 그 여자애랑 처음 만나서 논거라면 이해 되는데 매일같이 만나서 노는 애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야."
"아 정말?? 대단하네. 태성이는 성격 자체가 그런가보다."
"난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너 혼자 바래다주라고 하면 또 이래. 자기 혼자 바래다 줬다가 걔가 오해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행동이랑 말이랑 완전 모순이야. 그래서 그것땜에 가끔 싸워."
"하하 정말? 그래, 그렇구나..."

태성이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친절하구나.
자꾸 씁쓸한 웃음이 났다. 왜 웃냐는 게이코의 물음에 아니 그냥... 하며 얼버무렸다.

"난 뭔가에 되게 쉽게 귀찮아해.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너 문 앞까지 바래다줄게."
"오... 그렇게 후해?"
"하하... 그럼그럼~"

하며 따라나온 게이코는 합정역 즈음까지 오더니 뭔가 고기종류가 먹고싶다고 어떠냐고 묻는다. 길에 마침 사람이 바글바글한 소금구이집이 있어서 들어가니, 아 분위기가 정말 좋다. 처음 간 집인데도 손님 막대하는 주인 할머니가 처음왔냐며 먹는법을 알려주시면서 편하게 자리를 만들어주신다. 너무나 서민적인 분위기에 게이코도 좋아하고 고기맛도 좋고... 소금구이 2인분에 소주 한 병, 좋은 친구와 단순하고 재미있는 대화. 역시, 좋다.

다 먹고 내가 계산을 하겠다고 하니 태국에서 태성이가 돈을 다~ 냈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게이코는 자기가 내겠다고 우긴다. 우리를 보던 주인할머니가 돈은 남자가 내라고해, 하며 게이코의 돈을 받는다. 오... 할머니 굿!

나 버스타는데까지 바래다주고 인사를 했다. 가볍게 악수, 안녕!

버스를 탔는데 문자가 온다.

- jintian xiexie, 우리 xia ci jian ba! yiding! wanan
(오늘 고마웠어, 우리 다음에 보자! 꼭! 잘자)
마음이 또 괜히 따뜻해진다. 이에 난 한국말로 답장을 보냈다. 이렇게 보내 놓으면 숙소가서 열심히 사전찾아서 해석하겠지.

- 그래! 꼭 또 보자, 오늘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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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921번 버스에서 핸드폰을 만지작하다가 조심스레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게이코를 만났으니 태성이에게 전화를 걸 꽤 괜찮은 이유가 생겼다. 오늘 게이코 만났고 게이코가 나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줬어. 그 애 꽤 많이 발전했지? 나 나중에 중국 갈 때 니가 준 옷 입고갈게, 어쩌구...

"그래... 그럼 잘 지내고."
"응... 아, 아, 잠깐."
"어?"
"너 사진 보내줘..."
"아... 응 알았어.^^"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어, 잘 지내. 안녕."
.
.
.
.
.

'널 좋아해.'만 고백이 되는 건 아니다. 그 말이 우리 사이에서 독이 된다면 난 하지않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므로. 99%이상 내가 만들어낸 우리사이, 나머지 1%는 내 마지막 자존심. 그 아이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아직은 너 뿐이다.

첫 눈에 뻑갔지만 네게 내가 서서히 물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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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기(라 부르기도 다소 좀 많이 민망하지만)는 이게 끝이예요 끝! ^^

이미 제 홈페이지에 다 써놓은 글이지만 여기에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또 그때 그 느낌들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라 행복했답니다. 많은 분들이 안쓰러워해주신것도 고마웠구요. 하하~

뭐야... 너무 시시하잖아~ 이게 다야?
이런 분들 많으시겠지만... 크흑 죄송합니다. "누나! 너무너무사랑해!"라는 고백을 들었다고 거짓말을 쓸 순 없잖아요~ 그렇담 그때 목을 껴안고 뽀뽀라도 했어야지! 라고 하신다면... 제가 원체 소심해서요. 이런 소심한 저를 이마만큼 움직이게 한 이 태국아이는 외모뿐만아니라 마음도 너무나 착하고 이쁜 아이랍니다. 전 이렇게 멋있는 사람 정말 처음 만나봤어요. 사진올려서 인증받고 싶지만, 흥, 안되요. 걘 아직 내꺼니까 숨겨놓을래요. 하하~

언젠가 다시 만나러 떠나는 날, 인사드릴게요. ^^
그럼 저도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어서 현장으로, 총알채워야죠!

25 Comments
빙빙이 2009.03.29 18:35  
아 끝난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아쉬워요.ㅠㅠㅠㅠㅠ
곧 해피 엔딩이 될 siasiadl님의 새 여행기- 또 기대 할게요^_____^
siasiadl 2009.03.29 18:41  
감사합니다. 빙빙이님, 그동안 달아주신 댓글, 힘 많이났어요. ^^
글쎄...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면 뭔가 또 얘깃거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카와이깡 2009.03.29 20:38  
ㄱ ㄱ ㅑ ~~
쭈~욱 읽어오며 은근 기대한건 사실.
글에서 전해져 오는 님의 설레임에 나도 모르게 흠취했나보다.
암쪼록 여행의 목표가 확실했기에
짧은 4일이라해도 많은 기운을 받았을것 같네여
홧팅예여~~~
siasiadl 2009.03.30 08:05  
ㅎㅎ 카와이깡님 댓글, 감사했습니다!
제가 방콕에 있을때 카와이깡님이 옆에서 부추겨줬으면 뭔가 다른일이 생겼을까요?하하~^^
bearpaw 2009.03.29 21:07  
많이 고민고민하시고 혹시 친구로라도 잃지 않을까해서 쉽게 속마음을 비춰 보이지 않는 님의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저 같았으면 물불 안가리고 자빠뜨릴텐데(- _-;;).
잊지 말아요. 인연이 된다면 꼭 만날 수 있을거예요 ^^ 그리고 만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인연은 기다린다고 오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거예요. 그래도 그가 있는 태국까지 갔으니, 박수를 보낼게요.

그러고 보니 님이 방콕에서 데이트 하실때 전 치앙마이에서 놀고 있었군요. ㅋㅋ
siasiadl 2009.03.30 08:07  
bearpaw같이 더더 용기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저 또 갈거예요, 아래 말한거같이 태국이든 샤먼이든 미국이든.^^
bearpaw 2009.03.31 00:49  
아무래도 용기보다는... 아직까지 가벼운 연애를 하는 저로써는;;;
뭐...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고 미쿡!!이리니, 저는 돈이 없어서 못 갈듯한 미국 ㅠ ㅠ

미쿡!! 어디까지 가봤니? 엑설런트 플라이트 코리안 에어~ㅋㅋㅋ
아리따 2009.03.29 23:15  
숨가쁘게 한 방에 독파했네요:)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므로'에서 님이 너무너무 부러워졌어요! >_<
아 그리고 중국어 문자는 저런식으로 발음을 써서 보내는군요ㅋ
siasiadl 2009.03.30 08:12  
감사합니다! 조만간 새로운 여행기를 쓸 준비를 해야죠. ^^
아, 그런데 그 여행기는 태사랑에 못 쓸수도 있겠네요. 하하~
파이요정 2009.03.30 14:07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너무 예쁜 여행기예요..설레이고요.. +ㅇ+
예쁜사랑 예쁘게 키우세요 ^^*
siasiadl 2009.03.31 19:23  
예쁜사랑...ㅎㅎㅎ 제가 여기다가 저를 너무 미화했나봐요.
사랑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어쩌겠어요. 만나버렸는데. 하하~ 파이요정님, 감사합니다~
필리핀 2009.03.30 15:41  
멋진 러브스토리... 잘 훔쳐봤어요...
2부를 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siasiadl 2009.03.31 19:26  
필리핀님 감사합니다~
여행기같지않은 여행기 읽어주시고 저 예쁜 것 같았다고 뻥(;)도 쳐주시고...ㅎㅎㅎ
2부, 뭐... 저도 기대되네요.^^
타완 2009.03.30 16:00  
여행기라기 보단..연애기인데요....
근데 보는 내내 답답해서 혼났어여... 그냥 확 지르시지...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에... 99% 전달되지 않았을거 같아요...
잘해야 60-70... 남자가...긴가민가 하고 잇을듯...어쩜 전혀 모를지도...
후회하지 마시고... 메일이라도 쓰세요...
잘되서...2부 기대할께요~~
siasiadl 2009.03.31 19:32  
ㅎㅎ 죄송합니다. 답답하게 만들어서...
사실 제가 1월에 타로점을 봤었는데 거기 아저씨한테 좋아하는사람 만나러 태국간다고 하니까 이번에 들이대지 말라고 해서...크흑;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과감히 버렸답니다.
2부 꼬옥 쓰도록, 타완님께 답답하지 않은 화끈한 연애기를 쓰도록 노력해볼게요.^^
타완 2009.04.01 10:09  
하하하..죄송할거 까지야....
제동생같았으면...알밤은 한 두어번은...ㅋㅋㅋ
암튼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멋지구리뉴요커 2009.03.30 16:28  
왠지 두분이 같은 마음같아요.
태성씨도.. 왠지..님을 마음에 두고있지만...님과똑같이..괜히...말잘못했다가....못보는거는 아닌가하는생각에...태성씨도..머뭇거리고있는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모쪼록.....꼭~~~~사랑 이루세요~~왠지..그래될것같지만~~~~^,,^ 찌야요우~~~ 요게 화이팅이였떤가요? ㅋㅋㅋ 몇년전 배웠던..중국어..지금은......몇단어만 기억에 남아있을뿐이고~~ ㅜ.ㅜ
siasiadl 2009.03.31 19:40  
네, 찌아요, 맞아요.^^
제 입장에서 쓴 이야기라 더더더 연애얘기로 빠져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하~ 사실 그러면 진~짜 좋겠지만...ㅎㅎ 본인이 한 얘기는 다 지키는 아이라서 말도 함부로 안한답니다. 제가 여기다 표현한거는 정말 실제 그 아이의 반의반의반도 안되요. 하하...
감사합니다~ 뉴요커님도 찌아요, 입니다~^^
사과나무77 2009.03.31 10:43  
오랜만에 태사랑 들어왔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너무 멋진 글이였어요,~ 주말동안 푹 빠져 있었습니다. 가슴속이 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두분 사랑 꼭 이루시길 바랄께요,, 아 그리고 태성씨보고 싶어요 ㅎㅎ 갑자기 태국이 넘 그립네요
siasiadl 2009.03.31 19:48  
처음엔 제가 기억해두려고 썼던거거든요. 만났을때 했던 얘기나 그때 느낌들, 하나도 잊고싶지 않아서요. 신기한게 이건 제 얘긴데 다들 공감하시는거보면...하하~
2부 쓰게되면 프롤로그에 싸얌 스타벅스에서 같이찍은사진 대자로 올리도록 할게요.^^
필리핀 2009.04.01 16:41  
아... 그리고 보니 저 사진...
홍대앞 청기와주유소 지하도네요... ^^
하루에 한번씩 저기 이용하는데...
그런풍경 2009.04.02 15:13  
좋아해....사랑해가 님의 마음속에서 맴도는 동안 더 행복하실 거 같아요^^두근두근
그 두근두근 반짝반짝이는 느낌의 감정이 조금쯤은 전해져서 저도 ^^*
잘읽었어요~ 행복하세요^^
콘스와이 2009.04.06 11:28  
저두 이렇게 설레는 사랑 함 해보고 싶어용 ,,,
연애한지 너무 오래되서 ㅠ.ㅠ
부럽네용 ~~
글 잘읽었어요..
화이팅입니다 ~~
스티뷰 2009.04.06 18:27  
잘봤습니다~ 좋은 여행(?) 기 감사합니다.
에스엠 2009.04.14 11:46  

아 너무 이뿐 사랑 이야기? 제 가슴이 다 설레이네요 .. 너무너무 잘 읽었답니다 ~
제가 주인공이 된듯 설레는 이 기분은 먼가요 ???  혹 좋은 일 생기시면 후기 한번더
기대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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