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6일 호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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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 4일 - 26일 호텔 앞

siasiadl 8 2005

2008년 7월 중국

귀국 며칠 전, 집 앞 구멍가게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게이코가 내게 묻는다.

"곧 한국 돌아가는데 느낌이 어때?"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어. 실감도 잘 안났고. 그런데 오늘 한국 아저씨와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를 같이 했거든. 그 아저씨는 내가 중국에 혼자 왔을때 이것저것 정말 많이 도와준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야. 그런 아저씨가 내게 한국 잘 들어가라며 악수를 하고 껴안아줬어.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 아, 내가 진짜 한국에 돌아가는구나... 중국에서 처음 사귄 친구가 내게 작별인사를 하니까 정말 내가 떠나는구나, 느꼈어. 내 말 이해해?"
"아... 음 알겠어."
"그래서 기분이 이상해..."
"...근데 태성이 귀국할때 포옹 안 했어?"
"하하, 응, 사람 많았잖아. 악수도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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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6일 밤

카페에서 나와 조금 걷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그 아이는 능숙한 태국어로 내 호텔 위치에 대해 얘기하나 운전기사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호텔 주소가 나와있는 종이를 태성이에게 건넸고 그 아이는 그걸 기사에게 보여주며 쏼라쏼라~ 얘기한다.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듯 그 기사는 태성이에게 계속 말을 시켰고 태성이도 계속 태국말로 얘기한다. 신기하다. 이 아이가 이렇게 오래 태국어로 얘기하는거 처음 본다.

그러나 신기한 것도 잠시. 이거 오늘 마지막 밤인데 나 태성이랑 좀 더 얘기해야되는데 저 아저씨 눈치도없이 계속 말을 붙인다. 그러다 잠시 조용... 이 틈을 타 난 얘기를 꺼낸다.

"태성... 우리 이제 어디서 보지?"
"왜? 슬퍼? 너 울려고?"
"하하..."
"음... 한국, 태국, 중국 다 좋아."
"그래. 너 얼른 한국 놀러와. 기다릴게."
"아니면... 미국 같이가자, 하하~"
이 놈의 같이가자 씨리즈 또 나왔다. 농담인거, 장난인거, 심지어는 이 아이 입버릇인거 다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두근거린다.

"하하, 넌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지?"
"@#%^어쩌구..."

됐다, 내가 애랑 무슨얘길 하는거니.
이러는 사이 금새 숙소에 도착한다. 아 정말 싫다. 오늘같은 날은 돈 얼마가 나와도 좋으니 방콕 시내를 뺑뺑 돌아주지. 택시기사는 야속하게도 금새 문 앞에서 내려준다.

"같이 내려. 나 너랑 같이 내려서 들어가는거 보고 다시 택시 타면 되."
"아냐아냐~ 괜찮아. 이거 타고 들어가."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지만 이미 태성이는 택시에서 내려 차를 돌려보낸다.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할 시간. 그 아이를 보곤 웃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아냐, 나도..."
"자!"
하고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했다. 처음 잡아본다. 태성이의 손은 약간 축축하다. 이런 느낌이구나. 손을 놓았다. 날 보더니 약간 쑥스러운 듯 웃으며 두 팔을 넓게 벌린다.

"좋아!"

맘 같아선 두 팔로 목을 감아 껴안고 볼에 뽀뽀라도 하고 싶은데 난 그러기엔, 그렇게 일을 저지르고나서 벌어질 뒷 일에 대한 걱정 더 크다. 저질렀다가 이 아이 겁먹고 연락 끊어버리면... 아, 그런 건 상상도 하기 싫다. 난 어떻게 해서든 태성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우린 신체접촉 거의 없이 매우 가벼운 포옹을 한다. 상상만 해봤었는데. 역시 상상대로 그 수줍은 미소를 닮은 아이같은 포옹.

나보고 먼저 들어가라 했고 나는 너 택시타고 가는거 보고 들어간다 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택시는 금방 왔기에 태성이는 택시를 탔고 난 웃으며 인사했다.

"잘 들어가!"
"그래 태성, 고마웠어! 안녕..."
"음...... 아님, 내일 또 봐도 되고... 중얼"
"하하, 정말? 그래도 되?"
"하하, 또 연락할게."
"응, 조심히 들어가!"

그 아이가 탄 택시가 출발한다. 난 쿨하게 바로 돌아서 조금 걸었고 역시나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택시가 사라졌다. 난 휴~하고 한 번 숨을 고른다. 이건 꿈일까.

내일 난 한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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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빙빙이 2009.03.28 19:03  
아.......... 다음 이야기 궁금해서 제가 막 더 설레요^^
헬로〃쩡 2009.03.28 22:00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 ^^  > _< 님 그분이랑 잘되셨음 좋겠어요 ㅜ _- 제가 더 안타깝고 설레이네요 ㅎ
SLEE 2009.03.29 00:05  
저랑 너무 비슷한 상황이라서 더 공감가네요^^
다음 이야기가 막 궁금..ㅋ
저두 중국에서 유학할때 만난 태국남자애좋아했었거든요..ㅋ
너무 보고싶어서 태국여행두 갔었구...ㅋ
태국행 뱅기 탈 때 그 기분 아직도 생생해요..^^
님 글읽으면서 마치 제가 쓴듯한 착각이...
bearpaw 2009.03.29 00:40  
4일간의 이야기지만, 그전에 중국에서의 만남과 한국에서의 상황들을 연결해서 읽으니까 더 와닿아요. 아, 거기서 안을때 꽉 안고 뽀뽀를 했어야 하는데, 참... 제가 다 흥분을;; 태국말 앵앵 거리는 투로 이야기 하는 애들은 듣기 싫은데, 간혹 이쁘게 이야기 하는 애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양파였나 후아-험 이런것도 있고 사랑한다는 법랑쿤- 요론것도 살살 녹죠 ㅋㅋ
바나나마토 2009.03.29 06:22  
아아, 제 심장이 다 짜릿짜릿 합니다...
siasiadl 2009.03.29 15:35  
감사합니다. 화끈하게 오늘 끝내버리죠 뭐! ㅎㅎㅎ
사실 제 홈피에 다 써놓은거라 이렇게 파바박 올렸던 거예요.
다음이야기라... 뭐 그건 아무도 모르는거 아닐까요? ^^;
카와이깡 2009.03.29 20:10  
미치겠따!!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점점 커가는데
상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다가가기도 두렵고..
이대로 친구로 남기고 떠나기엔  님의 마음이 어떨지... 에휴
주80 2009.03.30 20:08  
꺅~~~안기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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