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6일 노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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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K 4일 - 26일 노천카페

siasiadl 1 2044

태성이가 말한 '괜찮은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커피를 거의 다 마시고는 휴지로 입을 가볍게 닦았다. 그런 날 보더니 주머니를 뒤적뒤적 껌을 꺼내서 준다. 어쩜 이 아인 이렇게 매너가 좋을까. 커피숍에서 나와 걸으며 내게 묻는다.

"어디갈까?"
휴... 다행이다. 벌써 집에가자는 얘기는 안 한다.
"음... 근데 너 배 안고파?"
"하하하~ 너 역시 배고프지?"
커피숍 안에서도 계속 배고프지 않냐고 묻던 태성이였다.
"하하, 어...음... 조금. 넌, 넌 안고파??"
"그럼 어디가서 뭐 먹자. 어디가지..."
둘러보니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배고프다니까 이 아이 걷다가 바로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자고 한다. 길에서 머뭇머뭇하지 않아서 더 멋있다 느끼는 나, 참 어쩜 좋아.

종업원이 메뉴판을 보라고 주기에 난 스파게티 같은 걸 먹겠다고 했고 태성인 자기가 메뉴판을 가져가서 휘적휘적 하고는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해산물 어쩌고.. 하더니 해산물 들어간 스파게티를 먹겠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다. 지금 내가 먹을 걸 골라준 거라고 했다. 그리곤 자기먹을 파스타를 시키고는 화장실엘 갔다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난 한국에서 로밍해온 핸드폰을 들고 친구한테 문자를 보낸다.

- 나 지금 태성이랑 데이트한다!! ㅎㅎㅎ
- 오 정말?? 멋지다!

문자를 몇 번 주고받고는 주위를 휘익 살펴보니 다른 테이블에는 서양인 남녀가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난 열시 반도 넘은 시간 후텁지근한 태국 방콕, 분위기 죽이는 노천카페에서 꿈에 그리던 그 아이를 기다린다. 그런데 한 오분은 넘게 기다려도 안 온다. 음... 혹시 도망간 건 아니겠지. 일단 카메라는 여기 두고갔으니까... 도망간 건 아니겠지. 참... 나도 이 좋은 분위기에 별 구린 상상을 다한다. 정말 나, 자신이 없긴 한가보다. 화장실이 저~기 멀리있어서 되게많이 돌아갔다 왔다며 미안해하는 태성이에게 난 그저 미소로 답한다. 도망간 줄 알았다고 말을 하려다 이 분위기에 이건 아니지 싶어 참았다.

음식이 나오고 배고픈 난 먹기 시작했지만 사실 맛은 별로 없다. 태성이는 자기 파스타를 수저에 담아 내 접시에 놓아준다.

"그 있잖아... 전에 luwak에서 아기고양이들 많았었어..."
"어 맞아! 너무 귀여웠는데!!"
"오... 그걸 기억해?"
세상에 기억하다마다. 거긴 너와 처음으로 밥을, 아니 그 이름도 설레는 스파게티를 먹은, 샤먼에서 내 Best 장소 5위권안에 드는 곳이라구.

"......"
"지루해?"
"하하~ 아니! 너는?"
"당연히 아니지! ^^"
태성인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가 나를 보며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우리 데이트 하는거야? 하하 부끄럽다~"
"하하..."
넌 당연한 걸 묻는구나.
"이렇게 낭만적이고..."
"어, 하하~"
"너 한국에서도 남자랑 이런데 가 본 적 있어? 이렇게 남자가 대접해주고..."
"응, 친구가 남자 소개해줬는데 그냥 내 타입이 아니었어."
"넌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데?"
응 너...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갔다.
"나야... 뭐 좀 그냥 다른 여자랑 좀 달라. 특이한 스타일 좋아해. 왜? 니가 소개라도 시켜주게?"
"하하, 난 누구 소개해준 적이 한번도 없어.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면 생각나는 사람은 우리 형 밖에..."
"하하~ 그래?"

글쎄 난 니네 형 말고 너.
.
.
.
.
.

"음...이제 그만 갈까?"

그 아이는 종업원을 부르더니 계산서에 돈을 끼워 능숙하게 건넨다. 아 정말 멋지다. 그렇지만 태성이는 어린앤데, 내가 코묻은 돈을 축내는 것 같아 역시 미안하다. 자꾸 미안하게 왜 이러냐니까 원래 이렇게 하려고 했다고 하며 웃는다.

"휴... 너 한국말로 돈이 뭔 줄 알아?"
"음... won?"
"아니, 한국말로 돈을 '돈'이라고 해. 따라해봐. 돈!"
"돈!"
"음 맞아.... 음...."
막상 설명하려니까 좀 우스운 것 같다.

"아냐, 됐어.. 아냐~"
태성이는 황당한듯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되묻는다.

"뭐야... and then?"
"하하... 아 그래 뭐, 암튼 그럼 따라해봐, 코묻은 돈!"
"코믇든둔~"
"그 말 잘 기억했다가 니 한국친구들한테 물어봐봐, 무슨 뜻인지."
"뭐야? 안 좋은 말이지?"
웃으며 잘 따라하던 태성이 표정이 약간 굳는다. 좀 삐친 얼굴이어서 난 당황해서 대답한다.

"아냐아냐, 나쁜 말 아냐. 그냥... 이런거야. 난 돈을 벌고 넌 돈을 안 벌잖아. 그런데 니가 자꾸 돈을 내니까 내가 미안하잖아. 대충 그런 뜻이야."
"아... 아냐, 정말 괜찮아. 나 나중에 한국가면 너도 이렇게 해주면 되잖아."
"당연하지~~"
"아니... 한국은 비싸서 안되나?...(중얼)"

하고 또 혼자 중얼거리는 커다란 덩치의 그 아이가 너무 귀여워 잠깐 또 할 말을 잊고 웃어버린다.

1 Comments
카와이깡 2009.03.29 20:03  
으그~~
이렇게 마냥 어린아이처럼 바라보면
더이상의 앤으로 발전은 어케할꺼예여!!!
설레임이 아직도 미안함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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