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6일 왕궁 기타등등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나도 그들처럼 불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소원을 빌었다. 2008년 1월 윈난 리장에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적어 엮었던 그 소원을 2009년 1월 태국 방콕에서,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제발...하게 해주세요.
두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더위를 타는 사람과 추위를 타는 사람. 그렇지만 난 안타깝게도 더위, 추위 둘 다 탄다. 더운 것과 추운 것 둘 다 싫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역시 여름이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지금 겨울이고 기온이 영하로 무지막지하게 떨어질때마다 한여름의 더위가 차라리 낫다. 얼른 여름이 오면 좋겠다. 라고 자주 생각하지만 여름에 미친듯이 더운 날 종로를 걷거나 에어컨없는 우리집, 내방에서 컴퓨터를 할 때 얼른 겨울이 오면 좋겠다! 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놈의 날씨는 정말 너무한다. 너무덥다!!! 그래, 지금 한국은 열-라 춥겠지. 그것보단 낫다. 하며 왕궁 구경을 아주 대강 마치고 얼른 언니와 빠져나왔다. 언니야 이미 나 오기 전에 왔던 곳이고 나야 뭐... 마음은 늘 삼천포였으니 아쉬울 게 없다. 문제는 이제 어디엘 가는 것이냐는 건데 시원한 카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헬로타이를 뒤적거렸다.
지금 위치를 고려해 난 루트를 정했다. 그럼 탐마삿 대학교 갔다가 해부학 박물관에 가보자! 언니는 두말 않고 내 의견을 따랐다. 누군가는 대체 그 많은 구경할 곳 놔두고 해부학 박물관이 웬 말이냐, 하겠지만... 내 계획은 이랬다. 거기까지 갔다가 밥을 먹고 호텔에 돌아가면 대충 저녁시간 쯤 되겠지. 그럼 샤워를 하고 옷 갈아입고 태성이를 만나야지. 아, 정말 언니 미안... 내가 평생 잘 할게.
태국 명문이라는 탐마삿 대학교를 잠깐 보고 나와 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생긴 길을 따라
귀신같은 길찾기 능력을 가진 우리 언니님의 본능으로 이렇게 생긴 병원을 찾아 들어가니 병원 2층에 우리가 가려던 해부학 박물관이 있었다.
쪼개진 사람의 머리통, 잘려진 팔, 강간범의 시체(영어를 못하는 우리건만 rape라는 저속한 영어단어는 어찌나 한 번에 알아봤는지...) 등등 꽤나 흥미로웠는데 특히 임산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 뱃속에서 함께 생을 마감한 태아 앞에는 사탕이나 동전들이 놓여있어 마음이 짠해졌다. 난 지갑을 꺼내 한국 돈 100원을 놓았다.
다시 강 건너편 배타러 가는 내 발걸음은 가볍다. 이제 MK에 샤브샤브 먹으러.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