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4일 - 25일 관광객의 하루
BTS 아쏙역에서 보이는 파크플라자호텔
24일 카오산 스타벅스
"음... 그래서 너 내일 뭐 할거야?"
"응, 체크아웃!"
"하하하..."
우리의 두번째 숙소는 BTS 아쏙역 도보5분 거리의 파크플라자 호텔이다. 방에 들어서니 코끼리모양 수건이 우릴 반긴다. 오, 귀엽다! 하며 언니와 환호성을 지르며 한 손으로 집어드니 머리만 쑥 들린다. 머리모양을 만들고 몸 모양을 만들어서 올려놓은 것.
언니가 일본갔을 때 사온 다리 실루엣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흰색 치마를 입고 외출 준비 완료.
"어디 가고싶어?"
"음... 시내가서 나라야랑 짐톰슨 구경하자~"
"그래."
"휴..."
나라야에서 이것저것 귀여운 소품들을 구경한다. 그냥저냥 기분은 별로다. 그래도 귀여운 소품들을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여기저기 또 아무 생각 없이 둘러보는데 전화가 온다. 내 모든 촉각은 이 구린 삼성 현지핸드폰에 가 있기에 얼른 전화를 받는다.
"웨이~ 태성, 니하오!"
"웨이, 니하오! 어디야?"
"어 지금 나라야. 니가 어제 말한 나라야."
"오... 선물 사는거야?"
"어 그냥 이것저것 보고있어."
"그런데 오늘 태양이 어쩌구 없고 어쩌구... "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
"어? 무슨말이야? 태양이 없어진다구?"
개기일식을 말하나? 오늘이 개기일식이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52&aid=0000235957
이걸 말하는 건가?
"아, 암튼 오늘 뭐 할거야?"
"응 모르겠어. 일단 여기서 구경하다가 언니가 어딘가 데리고 가주겠지."
난 자꾸 태성이를 만나고 싶으니까 어디 갈거냐고 물으면 확실히 대답을 못했다. 그냥 난 너를 보고싶은데...
"너 아직도 방콕에 있는거야? 파타야 안가?"
"응 아마 안가도 될 것 같아."
"아~ 잘됐다. ^^ 너 내일 시간 되? 잠깐이면 되. 내가 너네집 근처에 가도 되고."
"내일 춘절이잖아 가족식사가 있어. 내가 다시 연락할게."
"그래 알았어. 나중에 다시 연락해."
"응 안녕!"
"안녕!"
전화를 끊으니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
살짝 배가 출출한 우리는 브레드토크에서 빵과 커피를 시켜 먹고는 마분콩으로 향했다.
이 곳이 마분콩.
우리나라 동대문 쇼핑상가 쯤 되는 곳이라고 한다. 방콕시내는 사람도 많고 개도 많고 차도 많고... 마분콩으로 가는 다리 중간 쯤에서 언니가 여기서는 꼭 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해서 찍은 것. 난 뭔가를 살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역시나 이 곳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냥 태국 젊은 애들은 여기서 옷사고 물건사고 하는구나, 이런 느낌.
밥을 먹으러 언니와 난 뚝뚝이를 잡아탔다. 가격흥정하고 어쩌고 이런거 못하는 성격이라 난 뚝뚝이를 안 탈 생각이었는데 택시 기본요금 30밧에서 10밧 올려 너무나도 쉽게 가격네고를 마치고 탄 뚝뚝이는...
아! 너무 재밌다!!!!!!!!
다음에 또 오면 더 많이 타주마.
그렇게 도착한 이 곳 쏨분 씨푸드에서 음식을 잔뜩 시켰다. 언니가 청담동에서 먹었을때 너무나 맛있었는데 가격도 무진장 비쌌다는 푸팟퐁커리, 중국에서 내가 너무나 좋아하던 콩신차이, 기타등등.
열심히 먹고있는데 문자가 온다.
- 아까 내가 잘못 말했어. 태양이 가려지는게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래.
뭐야... 이게 중요한가?
- 하하 그래? 너 내일 시간 되?
이러고는 답이 없다. 뭐야. 시간 안되나. 아 몰라. 답 오겠지. 언니와 난 푸팟퐁커리의 게살을 게걸스럽게 발라먹는다. 직원들은 지나가며 무슨 여자 둘이 저렇게 많이 시켜먹냐...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도 같았지만, 여자 둘이 여행와서 먹는거 빼면 무슨 재미겠냐, 맛있는 음식은 허기와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마력이 있다.
배를 두들기며 나와 차이나타운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택시를 타도 되지만 그래도 외국 왔으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도 타봐야지. 나 정신은 반 이상 나간 상태였지만 여타 관광객들이 하는 건 버젓이 다 했다. 하하. 이게 다 언니님덕이다.
어딘가에서 내려 조금 걸으니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이 언니 그동안 나 오기 전까지 여기저기 신나게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신의 감각으로 길을 찾는 사람인데 그게 외국에서도 통하는가보다. 붉은색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잔뜩 있고 정신없이 왁자지껄한 분위기, 아 이 얼마만의 중국냄새야! 아쏙역 근처 한인타운을 지나갈 때도 느끼지 못했던 고향에의 향수가 느껴진다
차이나 타운에서 부터 미친듯이 걸어 시청을 지나 대충 카오산 근처까지 갔는데, 땀 범벅에 정말 너무나 피곤하다. 피곤하니 일단 호텔로 돌아가자, 해서 돌아갔는데... 딱히 가고싶은 곳은 없고 일단은 어딘가는 가야겠고, 그래서 내가 카오산은 이제 못 갈 것 같으니 카오산을 가자, 하니 언니가 기껏 거기까지 갔는데 돌아왔다가 다시 가자고 하는건 뭥미? 화가난 듯 했지만 착한 언니님은 내 의견을 따라주었다.
카오산에 가서 로띠랑 망고밥을 먹고 돌아오는 택시 안, 문자가 온다. 당연히 태성이다.
- 미안 문자 지금봤어. 나 내일 가족끼리 식사하거든. 춘절이잖아. 오후에 시간 되.
- 오후 몇 시 정도?
- 아직 잘 모르겠어. 한시나 두시쯤?
아... 낮에 더울 때 만나는 건 싫은데. 땀 흘리고 더운면 사람 추하게 변하는 거 한 순간인데. 물론 하루종일 이라도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저녁에 만나고 싶어.
- 그럼 그때부터 밤까지도 가능해?kkk 난 햇빛 없을때가 좋은데...
여기까지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뭐지? 뭐지? 뭐지? 아, 나 너무 들이댔나? 난 더운게 싫으니까... 더우면 땀나고 사람이 구려지니까 그냥 저녁에 만나는게 좋으니까 그런 의미인데 혹시 뭐 오해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근데 왜 답장이 없지? 아, 어떡해. 얘 겁먹었나? 아 정말... 젠장.
마사지를 받는 내내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태성이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이놈의 핸드폰은 꿈쩍도 않는다.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던 언니가 손부분을 덮고있던 수건을 거두더니 내 핸드폰을 빼놓고 팔과 손을 마사지 해준다. 아 젠장 이게뭐야. 조금만 오바해도 도망갈까봐 조마조마한다. 구리다.
그래도 마사지는 너무나 좋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타이마사지 타이마사지 하는군. 매우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고 팁 50밧을 손에 쥐고 나왔는데 이거 뭐 팁 문화에 익숙해야 말이지. 팁을 건넬 타이밍을 놓친 우린 그 50밧을 손에 꼭 쥐곤 문을 나섰다. 정말 열심히 해줬는데 팁도 못주고... 미안해요 언니들. 우리 담에가면 꼭 줄게요.
태성이를 못 본 하루가 끝나간다. 그래도 아쉽다. 잡아두고 싶다.
마사지를 마치고 호텔까지 걸어오는 길, 언니가 묻는다.
"음... 내일은 어딜 갈까."
"뭐,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왕궁이나 가자~"
"그래, 왕궁 갔다가... 저녁에 버티고 갈까?"
"어? 으, 으응... 뭐...'
아... 나 내일 태성이 만나야 하는데. 어쩌지. 언니는 나랑 가려고 버티고 못가고 기다린 걸 텐데... 어쩌지. 결국엔 대답 못하고 그냥 모른척 얼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