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태국여행 [2] 피피
2009. 2. 4. 수. 2일째. 태국 피피
피피섬에 간다.
이름도 귀여워. '피피'
태국어로 무슨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즐거운 일이 가득할 것 같은 어감.
아침 일찍 나갈 준비를 마치고 픽업차량을 탔는데,
뒤로는 중국인 커플 한쌍.
우리 숙소에서 한국인이 한 명 더 타기로 되어있었는데,
왜인지 바우쳐에 이름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예약하고 돈도 지불하고서 오지 않은건지,
숙소 안의 현지인 스텝이랑 픽업기사랑 한참이나 얘기를 하느라,
10분 정도 기다리게 된 우리.
문제가 된게 같은 한국인이란 이유로 왠지 뻘쭘해진 나.
뒤에서 남자분이 '열받아 죽겠네~' 라고 하는걸 알아듣고 있는 이상에야....;;
중국 들어가지 전에 굳어진 입도 풀겸 말을 걸고 싶었지만,
결국 몇 번의 우연이 겹치는 동안에도 중국어는 '니하오!' 밖에 못해봤다;;
(멀리서 작게 인사해서 들었는지도 의문;;)
아무튼 그래서 좀 늦게 배 타는 곳에 도착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보트는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스티커를 옷에 붙이면서 묵는 호텔은 정했냐는 보트 직원의 영업용 멘트를 귓가로 흘려듣고 승선.
푸른 바다를 가르고 흰 포말을 만들어내며 향하는
그리던 피피로의 마지막 여정.

이 배에서 내리면, 이제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만날 수 있는거야?

(이 섬이 아마도 피피. 피피레인지, 피피돈인지는 모르겠다.)
선착장에 내려서 엄마는 캐리어를 끌고 나는 배낭을 메고,
생각보다 너무 좁은 피피섬 메인도로를 따라
과일가게도 지나고, 빵집도 지나고,
히포다이빙도 지나고, 톤싸이 시푸드도 지나고.
저렴한 방을 찾기 위해 골목길로 접어들어 세븐일레븐 앞에 배낭과 엄마를 남겨두고
나 혼자 가벼운 몸으로 숙소 탐방을 나섰다.
2월 초면 극성수기는 아니지만 비수기는 아닌데도,
숙소마다 빈방들이 아주 많아 보였고,
방 가격은 에어컨이 1200~1600 정도.
가장 먼저 들른 곳이 반타이 게스트 하우스인데,
여긴 에어컨 1200, 팬 800밧 이었다.
방을 좀 둘러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앗, 아까 같은 픽업버스에 있던 중국인 커플!
괜히 아는척하면서 우리 일행이라고, 방 두개 잡을꺼니까 싸게 해달라고,
주인 아줌마께 너스레를 떠는, 그 중국인 여자분.
(나는 영어가 딸리는 관계로 그저 웃기만....허허)
암튼 방을 보니 아주 깔끔하고 꽤 넓고 보기가 괜찮다.
근데 난 팬룸에서 잘껀데?
보여준 곳은 에어컨 룸이라, 옆의 스텝에게 나는 팬룸 원한다고 했더니,
방이 똑같다는 거다.
그래서 믿었지.
혹시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어서 일단 나와서 다른 곳을 서너군데 더 다녀봤는데
팬룸은 거의 있지도 않고,
에어컨 룸은 가격이 비싸던가, 가격이 같으면 방이 작고 어둡고, 뭐 이렇더라.
그래서 가격대비 가장 좋은 반타이 게스트하우스로 엄마와 함께 컴백.
(돌아와보니 그 중국인 커플은 사라지고 없었다)

반타이 게스트 하우스.
톤싸이 시푸드 앞에 타이 마사지 가게가 있는데 그 골목으로 좀 걸어들어면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 옆 옆 옷가게가 싸롱도 메인도로 길가보다 훨씬 싸고,
골목 초입에 있는 로띠도 30밧이다. (다른 곳은 40밧)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시설인듯.
나중에 보니 내가 가져간 가이드북에도 실려있는 집이더라.
아무튼, 숙박부를 쓰고 돈을 지불하려고 팬룸가격을 내미는데,
주인 아줌마가 팬룸은 봤던 그 방과 다르댄다;;;;
그러면서 나를 데리고 가는 곳은...
로비가 있는 그 건물이 아닌 허름한 그 뒷 건물.
그 쪽은 스텝들 숙소와 일하는 공간이 있는 곳인지 빨래의 흔적도 많이 보이고,
좀 어둡고 숙박객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800밧인걸.
싸잖아.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자자.

고맙게도 방은 넓었다.
화장실도 뭐 그럭저럭.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저 침대!!
보기에도 가운데가 푹 꺼진 저 침대!!
보이는 그대로, 침대 두 개 모두 매트가 완전 주저앉으셨다.
그치만 뭐, 그냥 넘어가자.
이틀 정도 꺼진 침대에서 잤다고 허리가 부러지진 않겠지.
짐을 풀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이런!
푸켓사랑방 게스트하우스 사물함 키를 그대로 들고 와버렸다.
열쇠 들고 갔다고 쫓아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돌려줘야겠다 싶어서
오는 길에 우체국을 봤길래
주인 아줌마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걸었다.
뭐, 크게 염려 안하고 계신 듯한 말투로 봐서
여벌 열쇠가 여러개 있나보다 ^^;;
아무튼 열쇠는 소포로 부치기로 하고,
오늘은 가볍게 바다에 몸풀러 일단은 힌콕 비치로 고고씽.......하기 전에,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자.
가이드북과 오기전 인터넷 조사에서 많이 들어본 코스믹피자집.
저렴하고 맛있다기에 피자 좋아라하는 엄마랑
시푸드 피자(170밧)와 수박쥬스, 파인쥬스를 시켰다.

처음 드셔보시는 수박쥬스에 완전 반해버린 울 엄마.

시푸드 피자라 하기엔 왠지 좀 부실해보이는 오리지널 화덕피자를 맛나게 먹고,
진짜로 힌콕 비치로 고고씽!!!
피피 메인로드를 따라서 쭉 올라가다보면 낮은 언덕길이 나오고,

요런 바다풍경을 바라보면서 계속 걸어가면,
포장도로는 끝나고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낮은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해수욕하기 적당한 지점까지 걸어가서
자리펴고 누우면 거기가 바로 내 땅;;

(포토샵으로 수정할 생각으로 수평 생각 안하고 찍었더니 바다가 기울어졌다.
이번 여행 사진 보정은 포토 스케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썼는데,
사진 임의 회전 기능만 있었으면 100점 만점에 200점이었을꺼다.)
내 평생 비키니를 입고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기선 비키니 안입으면 오히려 튈 것 같은 분위기다.
사실, 내가 가져온 튜브.......때문에 더 눈에 띄긴 띄었겠지만.....ㅎㅎㅎ
그러나 어쩌랴.
난 맥주병인것을.
엄마는 물을 아예 무서워 하시는 것을.
튜브 없는 물놀이는 총알 없이 전쟁나가는 거랑 똑같단 말이다~
대다수의 외국인들(여기엔 동양인이 우리 말고 한사람도 없었다)은
백사장에 누워서 책을 읽던가 태닝을 하고 있었고,
물놀이 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 물 속에서 배구;;하는 팀은 있었구나.
멋지게 수영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친구들끼리 물 속에서 서서 수다 떠는 정도?
멀리까지 나가도 별로 깊어지지 않는 수심에 나이스~ 환호성을 지르며(속으로)
튜브에 몸을 얹고 신선놀음이다.
물 위에 둥둥 떠서 세월아~네월아~ 하는걸 좋아하는데,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가 물에는 잠깐 들어왔다가
밖에 계속 혼자 앉아계셔서 조금만 놀고 밖으로 나왔다.
책이라든가, mp3라든가, 뭐 소일거리를 가져왔으면 좋겠겠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백사장에 앉아 시간 좀 때우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
숙소에 있던 큰 타올로 몸을 칭칭 감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주인 아줌마가 그걸 보고 난리가 났다.
타올을 밖에 가져가면 안된다고 얘기했는데 안지켰다고 말이다.
내가 영어가 짧긴 하지만 분명히 들은 기억이 없는데...;;
별 생각 없이 행동한 내 잘못인건 맞다 싶어서
죄송하다고 얼릉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아줌마 그렇게 뭐라뭐라 하는걸 겪으니까,
이제 다 무서운거다.
라운드리 서비스 안맞기고 화장실에서 셀프로 빨래하는 것도
물 많이 쓴다고 뭐라 할까봐 마음 졸여가며 하고
전기 낭비한다고 뭐라 할까봐 빨래 말리던 선풍기도 방에서 나갈땐
코드까지 꼭꼭 뽑고;;
아름다운 피피에서,
그리고 저렴한 방에서,
오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신경쓰며 있는게 싫어서 피피를 빨리 떠났나보다.
이제와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
아무튼,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저녁먹으러 가자.
예상하겠지만 대로변에 있는 톤싸이 시푸드나 다른 시푸드 식당들은 다 비싸다.
여러번 왔다갔다 하면서 찾은 그나마 저렴한 곳이
힌콕 비치 내려가기 바로 직전의
PP Rimlay 시푸드(아마도;;)
가이드북에 있던 치킨 바베큐세트를 하는 곳이
아마도 이름을 바꿔서 같은 메뉴로 영업하는 듯 했다.
가격도 나름 저렴하고 맛도 그냥저냥.

식당 찾으러 다니다가 해가 지고.

치킨 바베큐는 땡기지 않아서
삼치 튀김을 소스에 볶은 것(150밧)과 치킨커리(90밧),
스팀라이스와 수박쥬스를 시켰다.
주문하고 한참이나 기다려서 (배가 고프게 만들어서 만족도를 높이려는...?)
나름대로 바다를 바라보며 분위기있게;; 식사를 하고,
선선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져서 숙소로 돌아가는길에,
숙소 옆의 옷가게에서 싸롱을 구입.
첨에 180부르던거 150에 샀는데,
메인로드 근처의 샵에서는 같은 싸롱을 기본 250부터 부른다.
(이 곳이 예쁜 디자인이 없기는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일 일정 예약.
한국에서부터 진짜 고민 많이 했었는데,
중요한 포인트만 가고 밥이 좋은 선셋투어를 할 것이냐,
여기저기 다 가보고 저렴한 데이투어를 할 것이냐,
요거를 어제까지 고민하다가 데이투어로 결정해버렸다.
아마도 피피섬 균일가인듯,
800밧이라고 영수증에 써있고, 숙소에 묵는 사람은 싸게 해준다고
750밧에 두 장을 예약했다.
이제 내일..............
진짜로 나 스노클링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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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방 이틀치 1600밧
푸켓으로 전화 20밧
코스믹 시푸드 피자, 주스 두잔 270밧
싸롱 150밧
피피림레이 삼치튀김, 치킨커리,밥,쥬스 310밧
두루마리 휴지 20밧
물 45밧 (피피 섬 물이 최고 비싸다!! 두배 받는다)
데이투어 750X2 1500밧
립톤 아이스티 캔 25밧
계
3940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