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태국여행 [5] 끄라비
2009. 2. 6. 금. 4일째. 태국 끄라비
피피를 떠난다.
이제 가게 되는 끄라비라는 곳은,
피피에서 배로 두어시간이면 가는 나름 유명한 해안가 관광 도시.
어제 끊은 표를 들고 선착장으로 나가면
선착장 스텝들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고 어느 배를 타면 되는지 가르쳐 준다.
좀 일찍 도착해서 배 앞 쪽에 짐을 놔뒀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 짐 위로
내 뒤에 온 사람들의 짐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끄라비에 도착해서 얼른 배에서 내리고 싶다면 느즈막히 타던가,
좌석 위에 짐을 둬야겠더라.

굿바이, 피피......

저기 보이는 저 예쁜 배가 내가 어제 탔던 배.
저 돌고래 그려진 배 앞 머리에 다리를 내밀고 무식하게 다리를 구웠었지.....ㅠ.ㅠ

언젠가는 꼭 다시 올께.
그 때는 오래오래 있어주마.
끄라비에 도착 해 짐더미에 파묻혀 있던 짐을 끌고 왔는데,
아뿔싸!
캐리어 핸들이 완전히 작살났다.
핸들 기둥에 테이프를 감았기 때문에 기둥이 가방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아
툭 튀어나오게 두었었는데 그 위로 무거운 짐이 누르면서 아예 부서진 듯 했다.
아무래도 아시아나에 연락을 해서 내가 먼저 가방을 사면,
나중에 돈으로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에혀.....
배에서 내려 긴 통로를 지나 건물로 나오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니까 여기가 아오낭 근처인건지, 끄라비 타운 근처인건지
어리버리하게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아서 일단 엄마를 앉혀두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출발했는지 아무도 없고,
봉고차 기사님 한 분만이 남아계시더라..;;
(가이드북에는 썽태우가 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늦게 나와서 다 출발해버린 듯 하다)
아오낭에 묵을까 타운에 묵을까 많이 고민하다가 일단 2박 정도는 타운에 묵기로 했기 땜에
타운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두 사람에 150밧.
좀 비싼 것 같아 깎으려고 했으나 불발이다.
어차피 자기 밖에 차가 없으니까 깎아줄 이유가 없겠지.
대안이 없어서 엄마를 데리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택시 서비스 데스크가 있길래,
타운까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1인 100밧이랜다.
그래도 봉고가 싸긴 하구나.
엄마랑 둘이 타고서 타운으로 출발.
우체국 근처에 방이 많단 얘기를 들어서 일단 우체국으로 가자고 했다가,
희망 숙소 1순위인 굳드림 게스트하우스가 촉디 레스토랑 앞에 있다길래
촉디 레스토랑으로 고고.
.
.
.
.
.
이.럴.수.가!!!!!!!!!!!!!
방이 없다.
굿드림에도, 찬차레에도, 그 외의 그 근처 거의 모든 숙소를 뒤졌는데
괜찮다 싶은 곳은 모두 FULL!!!!!!!!!!
그나마 남아있는 방 중에서
미스터 클린 게.하는 방도 건물도 깔끔하고(방이 좀 좁아서 가구가 하나도 없긴 했지만)
가격도 쌌지만 위드 베쓰룸이 없대고,
좀 밑으로 내려가서 들어가본 그린티 게.하는 방도 넓고 가격도 무난했으나
너무 어둡고 삭막했고,
가이드북에 나온 다른 어떤 숙소는 폐업을 한 듯 보였고......
엄마를 그늘에 앉혀놓고 한참이 되어서야 겨우 결정한 숙소는
CHA 게스트하우스.
식당으로 영업하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쭉 들어가면
좀.. 옛날에 지어진 듯한 단층 건물이 볼품없는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데
핫샤워가 되고 좀 넓은 방은 400밧, 노 핫샤워 방은 300밧이다.
피피에서 묵었던 숙소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
여기선 돈을 좀 주더라도 괜찮은 곳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정말 어쩔 수 없이 결정하게 된 숙소.

요래 생겼다.
보다시피 좀 썰렁하지만 나름 운치(;;)있다고 자기 위로;;

화장실인데, 형광등이 손바닥만해서 태양광이 안들면 좀 어둡다.
게다가 변기는 서양인 맞춤인지 165인 내가 앉아도 발이 땅에 안 닿는...;;;;
더운 한 낮에 방찾느라 오래 돌아다녀서 일단 샤워를 했는데,
피피에서는 찬물로 샤워를 해도 춥단 느낌이 없었지만,
여긴 왜인지 같은 낮인데도 물이 차갑더라.
게다가 에어컨의 부재는 엄마랑 나를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있게 만들었지.
하기사 덥지 않았더라도 난 움직일 수 없었을꺼다.
이때야 말로 화상입은 다리가 미친듯이 엉망진창이었으니까.
통각이 20배쯤은 예민해진듯 땡끼고 쓰리고 화끈거리고.
완전 죽어 죽어....ㅠ.ㅠ
다리에 알로에베라로 떡칠을 하고 수건을 찬물에 적셔
다리에 올려놓아야지만 그나마 아픔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지...... 흑...ㅠ.ㅠ
그래도 허기를 참을 수 없었던 우리.
숙소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주문한 음식은 정말로 간단하게 새우 누들수프와 에그+튜나 샌드위치.
각각 50밧과 65밧이었는데,
처음 먹어본 태국식 국수는 썩 훌륭해서 국물까지 시원하게 잘 먹었다.
확실히 물가는 피피보다 싸다.
밥 먹은 후 물을 사러 슈퍼에 갔더니 피피에서 45밧 하던 물이 20밧이다.
3-40밧 하던 로띠도 20-25밧 정도였으니 2/3~1/2 수준이랄까?
방에 돌아와 밖에 나가기 전 전자제품 충전을 하려고 콘센트를 찾는데,
응?
콘센트가 없어?
스텝에게 물어보니 300밧짜리 방엔 없고 400밧짜리 방에만 있댄다.
충전할게 있으면 식당 안쪽의 쇼파근처에 콘센트가 있으니 그걸 쓰라는데,
충전기가 따로 있는 카메라 배터리는 상관없지만,
본체에 바로 연결되는 핸드폰이랑 미니pmp따위를 밖에 꽂아둘 수 있겠냐!!!!!
우에에에~~
여긴 정말 안되겠다.
이틀치 방값 냈으니까 일단 어떻게든 버티고 딴데로 옮기자.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여기서 400밧 하던 4섬 투어도,
다른데선 350밧이었다;;)
한적한 끄라비강.
(진짜 이름이 끄라비 강인지는 모르겠다.)
날씨가 덥지만 않으면 강따라 산책하기 괜찮을텐데.

생각난김에 덧붙이자면,
촉디 레스토랑 옆으로 난 길 따라 잠깐 걸으면 강변인데,
내려가서 강을 마주보고 오른쪽으로 좀 올라가면 선착장이 있다.
여기서 라일레이가는 보트가 있던데,
스텝에게 물어보니 하루 두 차례 오고가는 것 같던데,
내가 일기에 적어놓은 시간표밖에 생각이 안나네.
오전 9시 반에 가서 오후 5시에 오는 배가 있다.
요금은 왕복 300밧.
(라일레이에 따로 가지는 않았지만 투어를 하면서 잠깐 가본바에 의하면
너무 길게 있을 필요 없을거 같다는 생각.
아오낭 비치보다야 훨씬 좋지만, 피피에 들렀다 오는 사람에게는 한나절 놀다가 가기 좋을듯)
지금 가는 곳은 보그 백화점.
아까 방에서 쉬면서 동생한테 문자로 캐리어에 대한 설명을 다 하고,
아시아나로부터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캐리어를 사러 간다.
원래 가지고 있던 캐리어에 준하는 것을 사고 나중에 영수증을 제출하면 처리해주겠단다.

백화점 가는 길의 심상치 않은 건물.
지나칠때마다 구경가야지 구경가야지 했으면서,
더운 날씨와 저 계단의 압박으로 결국은 못 가봤다.
보그백화점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그 앞을 여러번 지나치면서도 못찾을 정도였다.
지도 보고 이 건물인가 싶어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VOGUE라고 간판이 걸려있더라.
3층정도의 건물인데 내부도 작아서 볼거리도 별로 없었고,
내가 찾던 캐리어도 죄다 명품;;뿐이라
내가 들고다니던 가방에 '준하는' 가방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
(기냥 비싼거 사도 되었을텐데 소심해서 나중에 가방값 안줄까봐 못샀다.ㅋㅋ)
결국 사지 못하고 밥이나 먹을까 싶어 들어간 1층의 피자컴퍼니.

155밧하는 1-2인분의 쪼매난 피자를 시키고 아픈 다리를 쉬어본다.
피자 컴퍼니 앞에 약국이 있길래 썬번에 바를 약을 사려고 물어보니
너무 비싸서 기냥 몸으로 때우기로 결정. ㅋ
200밧 정도 했던 약은 비싸다고 못사면서 피자먹으러 들어가는 거 보고
아마 약사 아저씨 웃었을 듯;;
암튼, 피자는 맛있었다.
빵이 한국의 피자빵과 달리 좀더 바삭하다고 해야하나?
전혀 거부감 없이 맘에 쏙 들어서 엄마랑 나랑 대 만족.
끄라비 타운과 아오낭 비치 중 어디에서 묵을까 고민 많이 했는데,
둘 다 좋겠지만 끄라비 타운에서 이틀 정도는 꼭 묵으시길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야시장.
도보로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곳에 구경할 만한 야시장이 3개나 있다.
그 중 처음 간 곳은 보그 백화점 주변.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는 설명을 못하겠지만 큰길가는 아니고 골목하나 들어가야 되는데
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 보면 찾을 수 있다.
끄라비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 갔었는데 갈 때마다 노랫소리가 들렸으니까.

나는 왜인지 시장에선 카메라를 못 꺼내겠어서,
슬쩍 찍고 내렸는데 아니나다를까 좀 흔들렸다.
요건 아직 장이 다 서지 않았을 때인데,
간식류나 간단한 악세서리, 의류등도 판다.
아오낭은 잘 모르겠지만 끄라비 타운은 어딜가나
외국인이 그리 많지 않고 거의 현지인 분위기.
내가 처음 갔을 때는 대여섯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조촐한 밴드;;가
시장 입구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드럼 소리는 쪼매난 신디사이저에 데모 디스크를 넣어서 돌리더라.
역시 드럼만 잘 돌아가면 노래는 신나니까, 나름대로 즐거운 분위기.
그런데 듣다보니 뭔가 이상해서 귀를 귀울이자니,
노래 멜로디만 뚱땅거리는 신디 소리가 한 키가 낮더라구;;;
악보를 힐끗보니 오선이 없고 영어로 계이름을 써놓고 보고 하던데,
아예 악보가 잘못되었든지, 신디에 트랜스포즈가 된걸 모르고 있던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또, 무슨 특설 무대를 설치해놓고,
동네 소녀 가수인지,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교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 끝나면 친구가 와서 꽃을 주고 가기도 하고....
사람이 많아서 테이블에 자리가 없어서 오래 구경은 못했지만,
저녁때 간식 먹으면서 다리를 쉬었다가 가기는 좋을 것 같다.
동네를 한바퀴 삥~ 돌고 캐리어도 구입해 집에 가져다 놓고 다시 나온 선착장 근처.
이 곳에도 야시장이 선다.
이 곳의 메뉴는 거의 식사 메뉴.
로띠도 있고 팟타이도 있고 숯불 구이도 있고 기타 내가 모르는 것들도 많고.
깜깜한 강을 바라보면서 의자에 앉아 모기를 쫓아내면서 바람을 쐬고 있다가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먹긴 너무 섭섭해 100바트 짜리 하나 쥐고 이리저리 구경하다 사온 것.
저렴한 맛, 저렴한 가격의 슬러시와,
한 꼬치에 5~10밧 정도하는 꼬치.
꼬치는 뭐 아주 익숙한 맛.
한 두개 정도 간식거리로 사먹어 보시라.

오늘은 끄라비 이동 외에 별 한 것도 없이 시내를 돌아다니기만 했는데,
기냥 내일도 별 할 일 없기로 했다.
다리도 아프고, 좀 쉬어줘야 끝까지 잘 놀 수 있으니까. ㅋㅋ
평균 지출액도 좀 맞춰주고.
나온김에 얘기 하자면, 태국 하루 예산은 2인 2000밧이었다.
한화로는 약 8만원.
피피나 푸켓에서는 물론 예산 초과였지만 끄라비나 방콕에서 덜 쓰고 메꿔서
대충 평균치는 그럴싸하게 맞췄다. 물론 간단한 기념품 외의 쇼핑은 포기했지만.
암튼, 릴렉스하게 여유 부려보자고 여행온게 맞긴 하지만,
너무 릴렉스하면 안되는데.... 엄마가 좀 지루해보여서 걱정이로구나.
그래도, 곧 4섬 투어 가야하는데 불타는 내 다리에 기름 부으면 안되니까,
내일은, 일단 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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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금
타운까지 봉고 : 150밧
방 (CHA G.H) 2일 : 600밧.
숙소에서 국수, 샌드위치, 환타 : 130밧
패인애플 슬러시 : 30밧
아이스크림 : 5밧
피자컴퍼니 시푸드 피자 스몰+콜라 : 155+39= 194밧
물 1.5L : 20밧
야시장 오뎅꼬치 : 35밧
망고쉐이크, 수박쉐이크 : 40밧
머리띠 : 20밧
캐리어 : 1000밧.
계 2224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