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행

혼자 창가에 앉아 저녁을 먹는데 사거리에 '모두투어'라는 글씨가 쓰인 대형 버스가 소리를 내며 서길래 정말 깜짝 놀랐다. 이 곳에서 한글이 써 있는 버스라니.
문이 열리자 무슨일이지 하고 보니 어디에있는지도 몰랐던, 사방에서 까만 머리의 한국인들이 왁자지껄 소리를 내며 문 앞으로 모이더니 '형님먼저, 아우먼저' 이러고 있다. 얼씨구.
저 남녀노소들은,
대한민국 국적기를 타고 이 곳에 와서, 한인들이 묵는 호텔에 자고, 저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유적지에 내린 후,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어대고, 밤이면 끼리끼리 모여서 아마 소주를 마시고, 잠을 잘 때가 되면 이렇게 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음, 이게 과연 여행일까?
이들은 여행이라는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불확실성'이라는 여행의 재미요소를 이다지도 쉽게 포기하는 걸까?
한국에 돌아가서는 어디어디 가봤다고 자랑하겠지, 유적지보다 얼굴이 더 크게 찍힌 사진 몇 장과 함께.
아, 모르겠다.
마음을 다시한 번 곱씹어보고,
'당신들이 틀렸어' 하고 마음 속으로 외치려다
'당신들은 다르네' 하며 자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