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kok Dang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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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Bangkok Dangerous

jaime 6 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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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 중 겪은 누군가에게 속아 넘어갈 뻔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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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방콕데이저러스"라고 붙인 건 재미있으라고 썼을 뿐이고 무슨 큰 해를 입었던 건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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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 방콕에서 한국사람들이, 상대방이 말레이지아 사람이라고 하면서 접근하면 말레이지아 사람들이 좀 사니까 경계를 푼다, 그래서 어디 골방으로 유인되어서 갔다가 카드 게임하고 돈 다 빨리고 겨우 풀려났다는.
저희 부부는 그런 얘기들이 얼른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타국에서 여행하면서 상대가 말레이지아 사람이건 룩셈부르크 사람이건 가자고 왜 같이 가냐? 그리고 가서 카드게임하자고 하면 이거 뻔할 뻔자지. 왜 그런 건 하냐? 그리고 돈 내놓으란다고 왜 또 뺏기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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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글을 쓴 사람도 방콕에서 자유여행할 만큼 똑똑하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인데 뭐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뻘로 끌려가서 그랬겠습니까. 다 상황이 그런 상황이 되어서 그랬겠지요, 라고 지금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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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여전히 안전하고 재미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상 어디나 있는 협잡꾼들이 방콕에도 있기 마련이니 항상 조심을 다해야 즐거운 여행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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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날 오후 시내 쇼핑몰인 마분콩 1층을 아내와 함께 걷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아내는 임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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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다정해 보이는 태국인 커플이 다가와 걔 중 남자분이 말을 겁니다. "Where are you from?"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오우 때장큼! 패용춘!" 외치더니 아내의 배를 흘낏 보면서 자기 부인의 배를 가리키며 자기들도 임신 2개월 되었답니다.
2개월이면 아직 배가 본격적으로 나올 때가 아니니 육안으로는 식별이 쉽지 않았지만, 여튼 밝아 보이는 또래 젊은 커플이 유창한 영어로 (정확히 하자면 남자만 계속 말함. 여자분은 그냥 은근한 미소만...) 말을 걸어오니, 아 한국 매니아인가부다 싶으면서, 우리 부부도 즐겁게 맞장구를 치며 10여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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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 같아서 Nice talking to you! 한판 때려주고 헤어지려고 하니, 아 참! 생각난 듯, Thai Jewelry House 가 봤냐고 묻습니다.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상인데 개업 20년 축하기념으로 국왕도 축전을 보내고 지금 성대한 세레모니 중인데 지금 가면 40-50% 할인된 가격으로 보석도 사고 실크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광고 났는데 몬 봤니? 되려 물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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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거 냄새가 약간 납니다. 하지만 젊고 싱싱한 커플이 쌍으로 이런 호객행위를 할까 싶기도 하고 뭐 그 커플도 꼭 가라고 강요한 게 아니라 이런저런 정보성 얘기도 하면서 그 얘기도 곁들여 하는 투였고, 결정적으론 우리가 그 얘기 듣고 바로 거기 갈 것도 아니고, 해서 흘려듣고 빠이빠이 기분 좋게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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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갈 길을 가면서 우리 부부 서로,
"여보 근데 태국 실크가 유명한데 보석은 안 사도 실크는 좀 사야되는 거 아냐? 기왕 사려면 아까 걔네가 말한 데 가면 되겠네."
얘길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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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쯤 양쪽의 상점을 기웃기웃하면서 걸었을까, 이번엔 중년의 부부가 지나가다가 남자분이,
"아 여기서 뵙네요! (Oh, I see you here, sir!)"
하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합니다.
어... 누구... 시더라. 이렇게 나오면 한국 사람도 누군지 몰라보는데 하물며 태국 사람이 이렇게 반가운 체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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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아 보이는 남자분, 자기 이마를 딱 치더니, 아 자기를 몰라보는 것도 그럴 법하다고, 자기는 선생님(sir)이 묵고 계시는 삔세스란루어(Princess Lan Luang) 호텔 콘씨어지라며, 매일 자기는 절 보고 인사를 하는데 손님을 자길 모르실 수도 있겠지 라며 무척 반가워 합니다.
이미 우리 부부는 삔세스란루어 호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터. 친절이 몸에 베인 그 곳 직원들답게 나이 지긋함에도 예의 바르기 이를 데 없으신 이 아저씨의 태도에, 역시 삔세스란루어 직원들은 틀리구먼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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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프인 관계로 부인과 쇼핑을 나왔다는 이 아저씨, 자기 이름을 공손히 소개하면서 또 즐겁게 서서 한 10여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이제 뭐 할거냐고 묻길래 실크를 좀 살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어! 오늘 신문 봤어요? 하고 묻네요.
아항 타이쥬얼리하우스 얘기하시려나? 싶었는데 역시 그 얘기를 하십니다. 아, 아까 어떤 젊은 커플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했더니 그럼 더 말씀드릴 필요 없겠네, 단 수량 한정되어 있으니 지금 가셔야 할 것 같다는 정보를 흘려줍니다.
이거 아까 젊은 애들도 그러고 우리 호텔 콘씨어지 아저씨 내외도 이렇게 말해 주시니 허허 안 갈 이유가 없구먼... 해서 가는 택시비도 여쭤봤더니 50바트면 떡을 칠 것이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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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거두절미하고 얼른 가서 태국 실크를 싹쓸이하고 옵시다. 울 호텔 직원 아저씨 부부랑 헤어지고 조금 더 윈도우쇼핑을 하다가 마분콩 문을 나섰더니 택시 기사 한분이 백동이 눈과 딱 마주치면서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타이쥬얼리하우스 간다고 했더니 40바트 바로 부릅니다. 오오 50바트 거리를 40바트에 간다고? 이 차를 안 탈 이유가 없지. 냉큼 임신한 아내를 얼른 택시에 밀어넣고 백동이도 차에 오르려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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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맨 첨 만난 젊은 커플이랑 얘기하다가 우리가 묵는 호텔 이름을 얘기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머릴 스칩니다. 그러고보니,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그리 이상하지 않은 방콕이지만 그래도 내 눈 딱 마주치며 다가온 택시기사가 이상하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다!! 여보 다시 기어 나와! 나와! 아내는 영문을 몰라서,
"왜? 왜에~? 이거 타구 실크 사러 가야지-"
하며 뭉기적 댑니다. 아이구 그냥 일단 무조건 나와 이 사람아.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육교 위로 이네 손을 잡아 끌고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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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가 황당해 하며 아니 왜 그래요 손님!? 그래서 아 갑자기 급한 일 있는 게 이제 생각났다고 둘러댑니다. 이 때까지는 속고 있다는 생각에 한 50% 정도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택시 기사, 마분콩 입구 쪽으로 훽 돌아서며 누군가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고 두 손바닥을 하늘 향해 들어 보입니다. 어, 이거 뭐야? 확신이 70%로 올라감돠.
 
헛! 이번엔 아아-까 헤어진 우리 호텔 콘씨어지라는 분 육교 밑에까지 조르륵 뛰어 나와서, 선생님! 지금 안 가면 못 사요-! 외치네요.
허허... 이렇게까지 나오시면...
 
... 백프롬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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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 3개조로 나눠서 젊은 커플이 우리 부부 기본 정보를 빼내고 그걸 이용해서 시간차를 두고 중년 커플이 그 정보를 이용해서 2차 공격, 자연스럽게 택시 기사에게 넘겨주는 시스템이었군요.
이렇게 끌려가서 강매나 당하고 왔다면 오히려 다행이고 혹시 정말 이상한 데 끌려가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지만) 큰 낭패 당했다면... 여튼 택시 출발하기 직전 이 커넥션을 간파해서 탈출(? ^^;;) 했다고 생각하니 어찌보면 별 것 아닌데도 참 통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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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 갔을 때, 밖에서 보던 분위기완 달리 너무나 평화롭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해서 아내가 확 기분을 풀고 넘 편하게 밤길을 다니길래,
"여기는 엄연히 내전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라는 것 잊지마!"
호통을 쳐서 무드 다 깨 놨었는데...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남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여튼 낯선 곳 가서는 세상 어디나 있는 협잡의 무리들이 거기도 있게 마련이지만 낯선 곳이라 더 속기 쉬우니 최소한의 긴장과 경계는 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뇌인 경험이었습니다.

6 Comments
airbus77 2009.05.30 09:47  

그야말로 사기 3종세트네요~~다행스럽게 마지막 순간에 속지않으셨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좋은데 일부 사기꾼들 때문에......감사합니다...참고하겠습니다!!

빙빙이 2009.05.30 14:51  

결정적으로 안 당하셔서 진짜 다행이에요ㅠ

김우영 2009.05.30 15:21  
조심 또 조심..


항상 조심해야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3종세트에 ...  휴우~~~ 
jaime 2009.05.30 23:08  
사기 3종세트... 참 재밌는 네이밍이네요 ㅋㅋ
s0lov3 2009.06.04 00:50  
이 글은 사기 게시판에 복사 되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심 조심!!
정말... 기지를 발휘 하셨네요!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예요 ^^*
ssuz 2009.06.05 13:24  
놀랍네요..
스펙타클하네요..
저러면 누가 안당하겠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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