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친화적 마이너 여행기 [Vol4. 자전거 탄 풍경]
어제의 이동이 무척이나 피곤했던 탓에 늦잠을 잤다.
로비로 내려가니 선우형이 먼저 자전거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어제 자기 전에, 앙코르왓을 갈 때,
택시를 빌려 탈 것인지,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좀 했었고,
일단 첫 날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바로 옆 가게에서 빌려주니까, 문의하라고 해서,
가서 쉽게 빌릴 수 있었다.
신기했던 건, 여권 사본도, 무엇도 없이,
단돈 1달러에 빌려주고 있었다.
1달러를 지불하고, 우리는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씨엠립에는 어제 밤에 도착해서, 아침과 낮 풍경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밤과는 또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캄보디아 답게 흙먼지가 휘날리긴 하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앙코르왓에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자전거로 15분쯤 달렸을까.
도착해서 매표소에 도착.
무려 40불을 주고 3일권을 끊었다.
물론 앙코르왓으로 먹고 사는 거라지만,
너무 비싼 가격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아무튼 다시 앙코르 톰을 향해서 페달을 밟았다.
아까 왔던 길과는 다르게 자갈과 아스팔트, 진흙길이 섞여있다.
자갈길은 아스팔트를 깔기 위해서 작업 중인 길이었고,
진흙길은 원래는 아까와 같은 먼지 흙길인데,
하루에 두어번 먼지가 나지 않게 물을 뿌려 놓은 길이었다.
그런데 이런 길보다도 너무 좋았던 것은, 큼지막한 가로수들이었다.
먼지 냄새보다도 나무와 풀내음, 그리고 바위 특유의 냄새가
내 코를 행복하게 했고,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앙코르 톰에 도착!
선우 형이 배가 고팠는지, 일단 뭣 좀 먹고 가자고 했다.
나는 그보다도 아침 화장실이 너무 급한 상태라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급하게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웬 소녀 떼가 쫓아오면서, 1달러 1달러 하길래,
노노라고 했다.
드디어 이런 풍경을 마주하나 싶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국말로 오빠 이쁘다 이쁘다.
뭔가 사주라고 아부 하는 거라고만 생각해서,
노노 했는데,
기프트라고 하면서 웬 팔찌를 내 손목에 걸쳐주었다.
그리고 환히 웃는 아이들.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감정의 동요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얄팍하게도 내 모자를 선물로 주면 안되냐는 말에 당황했다.
물론 내가 산 모자라면 괜찮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도 선물 받은 모자라서,
무얼 줄 수 있을까 하다가,
주머니를 뒤져,
어제 장을 봐서 샀던 오레오를 꺼내 주었다.
뭔가 잔뜩 아이들이 기대했었던 것 같은데,
미안하게도..
그렇게 아이들을 뒤로하고,
다시 선우형과 만나서, 앙코르 톰을 찾아 들어갔다.
나의 아침식사는 바나나 한 쪽과 물 한모금이었다.
앙코르 톰은 그저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전혀 감흥을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
오늘의 일정이 생각보다 바쁘고, 볼 것이 많았기 때문에,
오늘은 그저 둘러보기만 하기로 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앙코르 톰 남문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바욘 사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의 사원이었다.
영화 툼레이더에서 보았던 가..
여튼, 이 사원은 아까의 앙코르 톰과는 다르게 굉장히 사원의 구조가 미로 같았고, 복잡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은 것은 거의 모든 기둥들이 사면상으로 이루어져,
그들의 눈길과 온화한 미소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위주위에 복원이 덜 된 바위를 침대, 베개 사마 낮잠을 주무시는,
아저씨들이 인상적이었다.
햇볕은 덥고 따가웠지만, 나무 그늘만 있으면 시원했으니..
다음은 문둥이왕 동상을 찾아야하는데,
한참 헤매다가 정말 엉뚱한 곳에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결국 찾은 게 다행.
생각처럼 뭔가 재밌진 않았지만,
그 주변의 지형이나, 주변의 작은 사원들이 재밌어서 좋았다.
다음은 바로 옆의 피미아나까스를 찾았는데,
아직 복원 및 발굴 중이었다.
저 꼭대기에 오르면 무언가 멋진 풍경이 보일 것 같아 올라갔는데,
높기만 높고, 딱히 볼 것은 없었다 OTL
이런 저런 사원을 드나들면서 느낀 것은,
종교 전쟁이 굉장히 무섭구나 하는 것과,
이런 건축기술을 가진 크메르 문명이 왜 멸망했을까,
도대체 어떻게 지은 것일까,
그리고 자연의 힘이었다.
기나긴 여정 끝에,
우리는 쁘레 룹이라는 사원에 가기로 한다.
쁘레 룹으로 가는 길에서 난 자전거가 너무 좋았다.
쌩쌩 달려도, 주위 풍경이 사방에서 날 반겨오고,
멋진 풍경이 있으면,
가다 멈춰서 가만히 그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가는 도중엔 사파리를 연상시키는 곳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가는 길 주위주위에는 집이 있었고,
웅덩이가 있는 곳이면, 아이들이 모여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는데,
앙코르는 사원이나 관광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일하고 먹고 자고 노는 생활의 땅이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쁘레룹에 도착.
이 곳에 오기까지 10개 남짓한 사원을 보았고,
드디어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봤던 사원들과는 다르게,
붉은 돌로 지어져있었고, 양식도 조금 달랐다.
쁘레룹은 일몰을 보는 사원으로 유명한 사원 중 하나인데,
정말 앙코르 사원들 중 일몰만큼은 베스트 일 거라고 자신한다.
우리가 도착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앉기 시작해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 일몰이 찾아왔다.
너무 아름다웠고,
캄보디아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났다.
해가 지고 우리는 서둘러야만 했다.
자전거로 그 먼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하는데,
이 곳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매우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너무 멋진 풍경들을 보았지만,
우리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갈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앙코르의 출구 즈음에 도착했을 때,
도착한 길과는 다른 길을 가야했다.
가로등은 없고, 옆으로 차가 쌩쌩 달리는 가 하면,
길에 구덩이가 가끔 있어서 위험했다.
결국 시내로 가는 모퉁이에 도착,
외국인 바이커들과 길을 헤매기도 했으나,
결국 시내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정말 수고했다. 그리고 너무 행복했다.
자전거를 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그 누군가가 앙코르에 간다고 하면, 정말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모든 일정을 자전거로 소화하기는 분명 어렵지만,
하루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마음에 들었던 유적들을 돌아보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정말 뚝뚝이나 택시를 타고 돌았던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찾아온다.
그렇게 우리는 그 유명한 '평양랭면'을 먹기로 하는데,
힘들게 도착한 평양랭면은 닫혀있었고,
그 옆에 '평양친선관'이라는 곳이 있어서,
그리로 발을 돌렸다.
들어가려는데, 웬 현지인들이 우리를 붙잡으며,
재패니즈 아니냐고...OTL
재패니즈는 노엔트랜스란다.
북한 사람이 직접 운영한다고 들었으나,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서빙하는 언니들이 모두 북한 사람이라는 것.
운이 좋게도, 대형 여행사에서 준비한 투어상품 스케쥴과
우리의 저녁 식사 시간이 맞물려, 재밌는 공연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시킨 건 냉면과 김치찌개였는데,
너무 비쌌다. 8불에서 9불...
오늘 아꼈던 교통비와 식사비를 모두 저녁에...ㅠㅠㅠ
냉면은 기대와 달리 맛이 그럭저럭이었는데,
김치찌개가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냉면을 먹고도 공기밥을 하나 더 시켜서,
먹었다는...
그렇게 깔끔한(?)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엉덩이가 얼마나 아리던지...
자기 전에 더욱 더 맛있는 잠을 자기 위해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다음 날의 일정을 화이팅했다.
잠이 쏟아졌다.
세 번째 날 경비
자전거 1불,
앙코르 3일권 40불,
아침 레몬주스 1불,
점심 캔음료 1불,
저녁 평양랭면 8불
맥주, 샤핑 2불
방값 6불
총 약 60불.
예상했던 경비
택시 10불
점심, 저녁 5불
게스트 하우스 10불
군것질 20불
총 45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