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200%인간형 여행일기. "4시, 치앙마이"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감수성200%인간형 여행일기. "4시, 치앙마이"

미짱 11 2148
 



740481264_0d1d90df_1.jpg

치앙마이에는 특별한 공기가 있다.
불쾌하게 온몸을 옥죄는 후덥함과는 다른, 치앙마이만의 기분 좋은 따뜻함.



740481264_1f1fde60_5.jpg

나는 치앙마이의 모든 시간을 사랑했다.


하늘빛이 도시를 아우르는 아침의 시간,
노오란 조명빛이 도시를 조망하는 늦은 오후의 시간,
그리고 쨍-한 햇볕이 따갑다가도,
선물처럼 시원한 바람이 훅- 불어오는 낮 시간.


낮시간에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은 정말 선물처럼 느껴져서
바람이 불어오면 멈춰서서 헤- 하고 바보처럼 서있기도 했더랬다.



740481264_35f6cdbe_8.jpg




나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한껏 누리곤 했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에 독서 .
(에쿠-_-; 사실 게임을 더 많이 하긴했지만)
어쨌든- 그러다가도 4시-5시, 해가 도시에 가깝게 떨어질때는 부리나케 타페게이트로 달려갔다.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무슨 땀냄새 이런게 아니라, 일요일 아침냄새라던가 월요일 저녁 냄새
서울냄새, 부산냄새처럼. 강하진 않아도 손끝 발끝까지 느껴지는 향취에 민감하다.
(우연인지 쥐스킨트의 ‘향수’까지 다시 읽고 있었다!)





740481264_88a1ec0e_9.jpg

빨간 성태우, 사람, 부앙- 장난스럽게 달리는 뚝뚝이들.


모두가 그림이 되고 향기가 되는 그 시간.
기분좋은 따스함.
마음을 위로해주던 다홍빛의 햇살.

740481264_b5e9b62c_1-2.jpg


..물론 다른사람이 보면 길거리에서 몸을 쭉-펴고 식물도 아닌 것이 광합성 비스므리 하는게 우스워 보였을수도 있겠지만.



치앙마이의 4시를 만나고 나서 행복해지면,
다시 가만가만 발걸음을 옮겨 골목골목길을 목적도 없이 돌아다녔다.

너무너무 조용해서 날 위해 존재하는 길이라는 행복한 착각에 빠지는 골목길들.




740481264_bb205f0b_2.jpg



740481264_3f8f503c_3.jpg

갑자기 길가에 쭉뻗어 진로방해하는 고양이들 빼고 ㅠㅠ






740481264_ea548cf9_9.jpg



740481264_d90738f7_10.jpg

다양한 물품들이 끝도 없이 진열되는 치앙마이 선데이마켓,
이 재미난 백화점도 치앙마이의 선물 중 하나다.

하나하나 개성이 담긴 조그마한 물품들의 사랑스러움과,
치앙마이의 향취를 가진 사원에서 펼쳐지는 먹거리장터와, 사원의 맛.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보다, 그곳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좋았다.


쇼핑보다는 다양한 군중들을 한발짝 떨어져서 훔쳐봐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아서였을까?





740481264_8437d027_7.jpg



740481264_31a58b0f_12.jpg

 



740481264_fa507d1a_13.jpg



740481264_7e8f919f_11.jpg



모자짜는 할아버지에게선 장난끼 묻은 장인의 숨결을,
이른 오후부터 늦은 저녁까지 노래하는 청년에게선 뜨거운 열정을,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악기를 연주하는 꼬마에겐 표현하기 힘든 슬픔을..

산다는 것,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 일일까.





740481264_779ccb8c_8.jpg



740481264_46615656_6.jpg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짊어가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어쩔때는 정말로 꾸벅, 인사를 하기도 하면서 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웠다.




740481264_f2d37672_6.jpg



740481264_8b42bba8_7.jpg


그리고 또 하나 , 이미 트레킹이라면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는 소중한 이유 때문에 하게된 트레킹...


사실 트레킹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르면서 흘리는 땀이 좋았고, 눈앞에 펼쳐지는 조그마한 산들과
드문드문 놓인 돌들이 좋았다.

내가 잘 자리에 소리없이 다가와서 세상모르고 자는 고양이도 귀여웠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태양이 내 눈앞에서, 내 하늘을 붉게 붉게 물들이며 조용히 숨는 모습도 소중했다.



740481264_4ae9715c_4.jpg

패키지라는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야한다’는 것 때문에 짜증나는 일이다.

내가 탈 코끼리라며 보여준 코끼리의 눈을 보는순간,
더군다나 날카로운 송곳들에 찔려 상처가 난 코끼리의 귀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왜 , 어째서 우리들은 이렇게 까지 이기적인가.


그때부터 모든일정에서 “그만 집으로 가고 싶다” 했지만
사람들의 모든 일정이 끝날 때 까지, 나 역시 모든걸 함께해야 했다.





740481264_7d043bf0_4.jpg

사실, 이 사진을 보면서 나는 참 내가 부끄럽다.
입으로 그렇게 욕을 해대면서도 나는 그네의 삶을 뺏고 있는 관광객에 불과한 거니까.


아이의 목에 차여진 쇠사슬(내눈에는 그렇게 보인다)을 당장에라도 달려가 풀어주고 싶었다.

소수민족의 아이덴티티? 이들에게 이런게 남아 있을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평생 몸에 이고가야할, 어쩌면 짐일지도 모르는 쇠사슬을 채우는 것은 민족적 아이덴티티일까? 그냥 나 같은 관광객을 위한 숭고한 인간의 희생 아닐까?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인권을 차치한다면, 차라리 그들이 마이너이길 원한다면,
그들 그대로의 삶을 보전해 주려 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관광객이 올 시간에 맞춰 입술엔 분홍빛 립스틱을 바르고 번쩍번쩍한 금 쇠사슬을 채워, 관광객이 셔터를 들이댈라손 치면 포즈를 취하는 그네에게 삶의 의미가, 인생의 아름다움이 있을까.


마치 내가, 그 곳에 서있는 내가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다 빼앗아 버린것같아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아이의 눈망울은 , 지금봐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때도 마음이 아팠고

지금,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절망으로만 다가온다.






740481264_13f9aef6_5.jpg


나는 게으른 여행자라, 사실 사원같은걸 잘 보는 편은 아니다.
어딜가나 우리나라만큼 예쁜 절을 못봐서 일수도 있고.. ^^;
하지만 도이수텝을 선택한건, 내가 일부분으로 아는 치앙마이를 더 넓게 감싸볼 수 있다는 떨림때문이었다.

계단을 한발자욱씩 밟아가고, (사원은 안들어갔다^^;) 쪼로로 달려가서 보는 순간 불어오던 맞바람.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겨주는 치앙마이의 바람과 구름, 하늘빛에 담겨져 있던 치앙마이의 모습..





내 가이드북은 도이수텝이 별 세 개짜리 관광지라 했다.
사실 종종, 가이드북은 싸가지가 없다. 별 세 개짜리에서는 은연중, 별 세 개짜리의 감동을 받기를 강요한다.

그래 인정해서, 도이수텝은 별 세 개짜리였다. 그래도 4시의 치앙마이는 별 백개짜리다.
사람마다 도시를, 관광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판이하다.

가이드북을 떠나, 길 곳곳에서, 각자의 시간속에서 별 백개짜리의 마음의 위안을 주는 곳을 찾는다면 그만 아닐까.

740481264_cd8506a3_128629.jpg





오늘 4시에, 나는 그때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켜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곳에선 따스한 감쌈도, 빨간 썽태우도, 귀여운 소리를 내며 달리는 뚝뚝도 없는 서울 한복판 명동이었다.

그 사실이 너무 뼈저리게 다가와 나는 또 한번 씁슬했다.
도시가 특별한 향취를 가지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나는 오늘 4시에, 정말, 정말이지 치앙마이가 눈물나게 그리웠다.

그 향기를 맡고, 그 공기와 함께했고, 그 다홍빛의 햇볕을 볼 수 있었음에, 느낄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4시의 치앙마이, 정말 나는 너를 가슴 깊숙이 사랑해- 꺼내보면 가슴이 너무나 저릿해서 쉬이 꺼내보기 어려울 만큼.

11 Comments
sinjiya 2009.05.23 04:51  
앗싸 1빠다...

미짱님 글이 너무 아름다워요...

담달에 저는 도이스텝이 아닌 4시에 햇살도 아닌
 
휘향 찬란한 치앙마이 클럽의 새벽4시를 즐기러 갑니다...^^*

41.gif

윤곰돌 2009.05.23 10:59  

우와 사진 너무 너무 이쁘네요.
저도 치앙마이 너무 좋아하는데. 꼭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에요. ^^

hello쥴리 2009.05.23 13:20  
우오! 사진 색감 너무 이뻐요~~~~
특히 고양이 사진 너무 귀엽군요
참치 2009.05.23 16:52  

글을 넘 재밌게 잘써주시네여^^  ~~

사라지고픈 2009.05.23 22:07  
아니 이건!

로긴한 초기화면에서 좌측에 뜬 최근글 보다
감수성 200%라길래 어디 나같은 인간이 또 있나 싶어서 무심결에 클릭했는데
(원래 여행기 코너 잘 안 들어오거든)

인연이라 그랬는지 ㅊㅁ를 만나네 ^^

무겁게 보이던 데쎄랄 끌구매구들구 다니더니 이렇게 이쁜 사진 담아온거야?
글도 참 시리고만 .. 지금 대한민국 분위기같이 ..

지금쯤 어딘고.. 라오스 다시 갔나 ..
어디에 있건 항상 건강하고 매순간이 감사하길 바라며 ^^

이렇게 써 놓고 다시 보니 명동이라는 글귀가 있구나 -_- ;
치매여 내가 요즘 ㅠ
공심채 2009.05.24 04:17  
소후를 연주하는 꼬맹이.. 실제로 봤다면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다 털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고도 모자라 지갑에서 지폐를 뒤지게 될 것 같다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고산족의 처지에 대해서는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네들의 전통적인 삶 속에서 단지 직업이 '관광업'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맘이 편해지실려나요.. 예전에 불법적으로 마약을 재배하던 시절에 비하면 생활여건이 많이 좋아진 편이랍니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소수 민족 아이덴터티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고요.. 특히나 미얀마로부터 지속적으로 탄압을 받아 온 카렌족이나 라오스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는 몽족의 경우는 그런 게 좀더 강할 거라고 생각되네요.. 물론,, 어린이들이야 그런 것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카렌 족의 목과 관련된 풍습은 마치 옛날 중국의 전족처럼 한번 어릴 때 해 놓으면 나중에 커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쌍하게 볼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관광객 때문에 저들이 형편이 더 안 좋아진 것은 아니랍니다.. 
자니썬 2009.05.24 08:37  
와 ......................................................................................  * 미짱님*
 



                정말 감수성이200% 로가 아니고,,
                       
                  그이상인것 같아요...
   
                                        진짜에요???




" 4시 치앙마이 "
                      ㅡ 타이틀도 너무 좋아요...


간만에 레**님 이후  진짜 여행일기를 보는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상하네요..

            {이상한게 아니라 너무좋아서 감정이 풍부해지는것 같아요.ㅋ,,.}


미짱님이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긴는게 쉽지는 않은데,,,,

                      정말 미짱님  * 짱 *이네요... ㅋ,,




무슨 땀냄새 이런게 아니라, 일요일 아침냄새라던가 월요일 저녁 냄새
서울냄새, 부산냄새처럼. 강하진 않아도 손끝 발끝까지 느껴지는 향취에 민감하다.

  ㅡ 와.. 이건...뭐..진짜...,,, 너무 민감 하시다.ㅋ,,.{농담..}

            음,,, 느낀 감정, 반응이 진짜 예리하고 빠르세요.....

                          와................................!

뭐 ! 유행어 말처럼 느끼~세요...{농담.ㅋ,,}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짊어가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어쩔때는 정말로 꾸벅, 인사를 하기도 하면서 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웠다.

        ㅡ음,,, 어떻게보면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일수도 있어요..



마치 내가, 그 곳에 서있는 내가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다 빼앗아 버린것같아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아이의 눈망울은 , 지금봐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때도 마음이 아팠고

지금,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절망으로만 다가온다.

    ㅡ 음,,, 그렇군요... 마음이 너무 착하고 이쁘신것 같아요...



4시의 치앙마이, 정말 나는 너를 가슴 깊숙이 사랑해- 꺼내보면 가슴이 너무나 저릿해서 쉬이 꺼내보기 어려울 만큼.
                                ㅡ {와..뭉클..***}와...!  좋은데요... 





                                ***미짱님***      쵝 ㅡ 오  !!!


                                                                       진짜에요???{아시죠..}



             ~순수한 마음과 애정이 살아 숨쉬고있고 너무나 이쁘고 귀여운 미짱님 여행일기~



                           잘 봤어요..
                                               감 사 합니당


핌프 2009.05.24 14:12  

사진너무좋아요~^-^

키쿠 2009.05.25 20:08  

예쁜 글 잘봤습니다.. 치앙마이.. 참 매력적이져..
아.. 자꾸.. 바람 들어갑니다.. 안되는데..  ㅠ.ㅜ

남나라 2009.06.16 11:56  
좋은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글을 예쁘게 잘 쓰시나요?
글 읽으며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예쁜 글 감사합니다.
태순이 2009.07.13 20:08  
오호 미양 언제 이런걸 올린게야?
사진 좀 달라니까 잠수 타고 미워 ㅜㅜ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