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친화적 마이너 여행기 [Vol3. 정신이 없다]
2번째 날.
으악, 역시 밤잠을 설쳐서, 늦잠을 자고 말았다...
이불을 덮으면 땀이 흠뻑 나고, 이불을 안 덮으면 모기가 왱왱왱...OTL
결국엔 이불을 던져버리고, 여기저기 물려버려서,
벌집이 되어버렸다.
일어난 시각은 7시 20분.
픽업 장소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서둘러야 했다.
약속 시각은 35분.
서둘러 이를 닦고, 머리는 감지 못하고,
대충 모자를 눌러 쓴 뒤,
서둘러 동대문으로 달려갔다.
결국 딱 맞춰 35분에 도착.
했는데...이게 뭐지.
....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잖아!!!???
가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주위엔 픽업 버스라던지, 뭐 그렇게 보이는 차량은 커녕.
북적북적댔던, 람부뜨리거리가 이렇게 한산할 수가!!!....
침착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10분을 기다려도 변화가 없자,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오씻...오늘 씨엠립을 못간다면, 정말 많은 게 틀어지고, 여행이 망가질텐데...아흙!!
나 꼭 태사랑에 올릴 거야. 사기 당했다고...눈물나네..
아...내 600밧...나 혹시 영수증도 잃어버렸나...?
아, 있다. 이따가 낮에 따져야지...아냐 조금만 더 기다리자.
같은 생각을 계속해서, 안드로메다까지 상상하고 있는 와중에,
중학교 때 도덕 선생님 처럼 생기진 웬 아주머니가, '톨제이?' 하고 구원을 주셨다.
정말 할렐루야 였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두 그룹의 한국인들.
부부 한 쌍과,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는 듯한 내 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분.
한국인이라서 역시 반가웠지만,
역시 여느 때 처럼, 소심한 나는,
말도 걸지 못하고, 입 닥치고 버스에 앉았다.
하지만 머릿 속으로는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까ㅠㅠㅠㅠㅠㅠ
결국 8시에 버스 탑승.
길고 긴 대기 시간 끝에, 9시에 출발.
1:20분쯤 아란에 있는 어떤 식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뭐지.
듣던 것과 달리 이 곳에서 비자수속을 해주겠다는 거다.
그래서 긴장하던 와중에,
아까 뵈었던 부부 분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또 다시 할렐루야 ㅠㅠㅠㅠㅠ
덕분에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비자수속을 해주겠다는 것은 단순히 서류작업을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비자피로 1200밧을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가만 있자..1200밧이면..달러로 얼마지...
1달러에 35밧 정도 하니까.. 30불이 넘잖아!!!!...'ㅁ'...
이런 씨X. 사기를 쳐도 적당히 쳐야지.
하는 데, 우리를 포함한 여행자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다들 당황한 기색.
그러자, 그들의 대표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우리를 설득시키기 시작했고,
그 설득이 뭔가 은근히 설득력도 있고,
가슴에 와닿아서, 부부 분들과 나는 결국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 반면에,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시던 그 남자분은 한사코 거절했다.
자기네들은 그저 아란까지 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니 씨엠립까지 안가도 되니까, 그냥 여기에 떨궈달라.
이런 대화가 오갔는데,
뭐랄까, 나는 그저 경외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저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뭔가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하려는 저 자태는,
내가 궁극적으로 꿈 꿔오던 그런 모습이 아니던가!!!...
하지만 역시 나는 소심남이라서...
알고보니, 그 분은 역시 사촌동생들을 데리고 다니게 되신 분이었고,
캄보디아는 두 번째였다. 아무튼 부럽다. 대단하다.
나랑 비슷한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그 분은 확실히 아란에서 내리는 게 목적이었는데,
여행사 사람들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계속해서 설득을 했지만,
결국 아란을 넘어서 포이펫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걸로 하고,
돈을 덜 받는 걸로 타협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자, 다시 여행사의 대표로 보이는 그가,
이런저런 얘기를 장황하게 펼쳐놓았다.
우리는 절대 숙소를 강요하지도 않고,
너네가 원하는 데 내려줄 것이고,
너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뭐 그럴 듯해서, 저 사람 되게 열심이구나 하고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곧 이어 국경에 도착, 포이펫으로 넘어가는데,
난 출국카드를 잃어버렸던 까닭에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다.
아무튼 심사대를 지나서 건물을 나오는 데...
아니 뭐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분명 몇 십미터 거리 차이일 뿐인데,
먼지로 뒤덮힌 거리, 쓰레기를 줍고 있는 아이들...
공기부터가 달랐다.
이게 캄보디아인가!?....
하고 벌써 설레기 시작했다.
포이펫으로 넘어와서 다시 버스를 타는데, 정말 이건 아니잖아.
할 정도로 헐어버린 버스였다.
도로엔 먼지가 가득하고, 더위가 작렬하는데,
에어콘 조차 나오지 않고,
좌석에도 먼지가 가득 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이런 걸 즐기려고 온 거 아니었니, 하고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갔을까,
포이펫에서 씨엠립으로 향하는 버스 터미널로 도착하게 되었다.
그 주변은 정말 터미널권이라고 하기에는 완전 완벽하게 황량했다.
펼쳐진 초원들을 뒤로 지평선이 보였다.
20분의 대기시간 끝에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탑승을 했고.
그 남자 분은 택시를 타고 먼저 씨엠립으로 향했다.
이제 그 유명한 댄싱로드를 지나치게 되는데,
정말 상상 이상이다.
정말 차가 춤을 추면서 간다.
현재 아스팔트를 깔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비포장도로인 덕택에 차가 춤을 추는가 하면,
먼지도 장난이 아니었다. 창문을 완전히 닫아도, 휘날리는 먼지바람은 어쩔 수 없었다.
혀에 먼지가 앉는 것이 느껴질 정도.
하지만 그렇게 씨엠립을 향해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어쩔 줄 몰랐다.
마치 아프리카의 한 풍경을 보는 듯했다.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초원이 있고, 그 위로는 먼지 바람이 휘날리며,
묘한 광경을 만들고 있었다.
이 때 찍은 사진을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슬픈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ㅠㅠ
결국 8시에 도착.
씨엠립에 들어오면서 느낀 것은,
한글로 된 가게 간판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는 데, 이건 추후에 이야기 하도록 한다.
그들이 우릴 내려준 곳은, 럭키마트 앞이 아닌,
웬 외딴 곳에 있는 숙소.
숙소 값이라도 싸면 여기 있겠는데, 숙소 값도 다깨우와 비슷했고,
위치를 어림짐작했을 때, 이동할 때 툭툭비가 더 나올 것 같아서,
나가기로 했다.
우린 당연하게 여행사 아저씨에게 말했다.
우리 럭키마트로 데려다줘.
그랬더니 당연하게 그 아저씨는 툭툭 기사를 데려오며,
얘 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분명 럭키마트에서 내려준다고 했잖아!!!ㅠㅠ
결국 우린 6불에서 4불로 깎아서 툭툭을 타고 그 앞에서 내리기로 한다.
내린 곳은 럭키마트 근처 다깨우.
나는 당연하게 다깨우로 가야지 했는데,
부부의 남편 분께서 요즘,
그 옆에 분낫게스트하우스가 참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다.
라고 해서. 나도 역시 그렇게 방을 잡기로 했다.
현지인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시고 계신데,
이곳에도 꽤나 한국인이 많았다.
역시 말을 먼저 걸진 못했지만...
방 값도 쌌다.
하루에 6불!! 'ㅅ'...
원래 싱글룸을 잡으려 했지만,
싱글룸이 없으니 트윈룸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가격은 같은 가격!! ;ㅅ;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싱글룸은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자니까 걍 6불만 내라고 했었던 듯...
굉장히 깨끗하기도 깨끗하고,
주변도 좋고, 직원분들도 꽤나 친절하셔서..
워낙 격하게 친절하신 언니도 계셔서 조금 부담이었지만,
너무 잘 잡았던 숙소로 기억된다.
아무튼 난 그냥 서있고,
옆에서 선우 형(남편분)이 알아서 다 해주시는데,
여기서 내 영어실력이 개껌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고,
그냥 입을 다물고 있게 되었다.
어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 ㅠㅠㅠ
하지만 곧 이어 그 생각은 또 사라지고 만다 ㅠ
어쨌거나, 짐 정리를 하고 숙소 앞에서 보기로 한 다음,
우린 럭키마트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럭키마트...
럭키마트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게 사실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럭키마트가 캄보디아에서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건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보려고 이 곳에 다녀간 현지인들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웃기기도 하지만, 지구라는 별이 꽤나 넓긴 넓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럭키마트에 오면서 주위를 보는데,
계속해서 도로를 공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곳이 씨엠립에서 번화가라면 번화가인 곳인데,
곳곳에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가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위로 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든 것은, 캄보디아는 정말 노동과 생산의 나라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느낌이 너무 강해서,
기가 차고 넘치면서도 활동적인 모습이 날 무력케했다.
역시 열심히 살아야지..
저녁은 너무 피곤해서, 현지 식당을 뒤로 한 채..(어디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럭키마트의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로 대신 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잠에 들기 전에, 담배 한 대 피려고 발코니로 나갔는데..
방에서 발코니로 출입하는 문이 오토락이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
문제는 방이 2층!!.....발코니에 매달려 아래층을 봐도 로비로 통하는 문은 보이질 않았다..
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
하고 고민을 하던 와중에,
결국 선우 형 부부네 방을 노크를 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발코니가 복도식이라서 모든 방과 연결이 되어있었다ㅠㅠㅠ)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힘들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내일은 과연 무사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두 번째날 경비
방콕->씨엠립 이동
비자피-> 1200밧
점심 -> 135밧
럭키마트에서 장 본 것 -> 2.3불
저녁-> 3.5불
방 값-> 6불
인터넷-> 1500리엘
총 금액-> 1335밧, 11.8불, 1500리엘
예상 했던 금액
아침식사 20밧
점심 100밧
비자비 25불
게스트 하우스 10불
저녁 3불
총 120밧 + 약 40불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OT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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