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친화적 마이너 여행기 [Vol6. 죽을 것만 같다]
*이번 여행기는...
사진 원본 분실의 이유로 그다지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사진 잘 챙기셔요..ㅠㅠㅠㅠ
더불어 위의 음악을 들으시면서 읽으시면,
제 상태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모닝콜을 듣지 못하고 선우형이 전화한 벨소리에 잠을 깼다.
그 때 시각은 5시.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출을 보러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일출을 보려했으나,
너무 어두워서 자전거를 탈 수 없을 것 같아서 뚝뚝 흥정을 해야만 했다.
선우 형은 3불에 해보려했지만, 결국은 5불에 흥정하고 타기로 했다.
긴 팔 후드를 가져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꽤나 추운 새벽.
동남아라도 겨울엔 조금 추운법이다. (...)
꽤나 추운 새벽녘.
그렇게 도착해서,
20여분을 기다렸다.
우리의 환상은 깨져버렸다.
엽서 사진에서나 보던 일출을 기대했던 우리는..
앙코르 왓의 일출은 생각만큼 환상적이지 않았다.
앙코르 왓의 바로 뒤에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우측에서 해가 뜬다.
해뜨고 나서보다,
해뜨기 직전 빨갛게 물든 하늘이 예뻤다.
물론 보는 게 안 보는 것보다 좋지만,
앙코르 왓에서의 일출만큼은 말리고 싶다.
새해 일출을 이곳에서 보려고 했던 나로서는,
감개무량할 뿐이었다.
그렇게 실망한 우리는 숙소로 다시 궁시렁 대며 들어와,
잠을 청했다.
1시간 정도 잤을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다.
몸이 정말 미칠 것처럼 찌뿌둥하고, 말을 안 듣긴 했지만..
S형의 아내분인 누님은 뻗으셔서 오늘의 자전거 일정을 포기하셨고,
형과 둘이서 페달을 밟기로 했다.
출발 시간은 9시.
우리의 목적은 쓰라쓰랑이라고 하는 호수였다.
역시나 상쾌했다.
오늘은 저번과는 다른 길로 가서인지, 차들이나 뚝뚝이 없어서,
더 좋았고, 풀 내음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하지만 역시 덥긴덥다.
새벽의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쓰라쓰랑 가는 길에 학교를 발견했는데,
바나나를 팔고 있길래, 한 송이를 1달러에 구입.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곧 도착한 우리는 목마름에 질려 물을 마시기로 했는데,
선우형이 이상한 노란 가루를 꺼내더니,
물에 막 타신다.
그거슨..
일렉트로라이트 라고 부르는, 일종의 건강상품(?)이었는데,
이온음료에 들어가는 그것이라고 한다.
목마름과 탈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난 푸켓에서 덕을 좀 봤다.
편의점에 가면 M spo*** 라는 음료가 있는데,
그 음료 라벨에 보면 일렉트로 라이트가 함유되어있다고 쓰여있다.
정말.
한번 마시면, 밍숭맹숭하긴 하지만,
목마름이 오는 시간이 좀 더 멀어지고,
땀도 마시기 전보다는 덜 난다.
더위에 강해지는 느낌이랄까...;
형과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옛날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돈...그리고 한국..
부부는 정말 대단했다.
형은 누구라도 알만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그 안에서도 촉망받는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여행을 결심하는데, 이 결심의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하여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회사에서는 1년 휴직계를 내줄테니 1년 다녀오고 복직하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한다.
하지만 1년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냥 형은 그렇게 사표를 제출하고,
부모님, 장인장모님,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선처를 구했고,
그동안 살았던 집도 빼고, 저축했던 돈을 모조리 이 여행에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이 시작된지 1-2개월 쯤이었달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
지금쯤 이들은 아마 또 다른 곳들을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실은 걱정거리와 앞으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안,
쓰라쓰랑의 사람들은,
그저 삶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우린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
정말 저지르고, 즐기고, 후회하지 않는 것인지.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돌아오는 길에 반띠아이 끄데이를 들렸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원들 중 가장 손을 안 탄 것 같았다.
그대로의 느낌.
정말 말 그대로 폐허였다.
여기서 발견한 신기한 것은,
매미소리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들어소는 순간.
끊김이 없는,
뭔가 신비로운 소리가 계속해서 귀를 맴돌았는데,
바람이 독특한 유적구조 때문에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 뿐이었고,
매미소리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역마다 매미소리가 다 다르다고 한다.
마치 인간처럼..
돌아가는 길엔 집으로 돌아가는 자전거 통학 학생들도 보여,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가는 데 1시간, 오는 데 1시간.
비록 오가는데 시간은 걸리고,
육체도 힘들지만,
너무나도 여유롭기도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점심은 럭키마트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와 콜라로 대충 때우고,
숙소로 돌아와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오늘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 전에 톤레삽에 가기로 했었는데,
운 좋게 또, 어제의 그 분들과 함께 나갈 수 있었다.
7명이 모여, 밴을 빌려타고, 20분 정도 갔을까,
선착장과 수상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트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수상마을은,
나를 감동으로 몰고 갔다.
그들이 이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와닿았고,
그것이 불행해보인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저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의 수상시장과는 또 다른 즐거움.
그리고 감동이다.
그렇게 20 여분을 가다가 보트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호수 한 가운데서 고장이 난 것이다.
고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려,
여기저기 손짓을 하며, 도와달라고도 해봤지만,
사람들은 그저 인사하는 줄로만 알고, 해맑게 인사하며, 지나갔다..OTL
여하튼 기사님이 호수로 뛰어들어 뒤쪽의 엔진을 한참 만지더니 20 여분 만에 다시 보트는 전진할 수 있었다.
고장이 나서, 선상 카페에 늦게 도착해 짜증이 나기보다는,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 시간마저 좋았다.
정말.
톤레삽은 정말 바다 같았다.
호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저 멀리에 보이는 지평선이 바다가 아님을 증명할 뿐,
정말 바다였다.
선상카페에 도착하고, 우린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가, 일몰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사왔던 맥주, 그리고 맘씨 좋은 아저씨가 챙겨오신 소주를 한 모금씩 하는데,
기사분이 아까의 사건이 죄송했는지, 새우를 싼 값에 대령하셨다.
우리가 사긴 했지만, 그 분이 없었다면, 전혀 이런 음식이 있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작은 새우를 라임에 절인 소금에 찍어먹는 것이었는데,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우임에 틀림 없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맛있는 게 있을 줄이야.
보기엔 볼품 없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던 새우...
옆에서 고양이가 달라길래, 고양이도 한 입 ^^
해는 점점 사라져갔고,
우리는 그저 넋을 잃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것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
새우와 소주 한잔으로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돌아오는 목선을 탔고,
목선은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뭐랄까, 기대 만큼의 감동이 없어서 인지,
조금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찰나에,
커다란 감동이 다가왔다.
정말 죽을 뻔 했다.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은.....여행에서 처음 느끼는.
그런 감동.
그 때 듣고 있었던 노래가.
[My Chemical romance 라는 밴드의 Wecome to black parade]라는 곡이었는데.
원래 락음악을 즐겨 듣는 것은 아닌데,
난 원래 무작정 앨범을 쑤셔넣는 편이라서,
어떤 곡이 나올지 예상을 못하고 그저 듣는 편이다.
그런데 처음 듣는 이 곡이,
지금 이 순간에 내게 또 다른 감동이었다.
하늘은 불타고 있었다.
정말 처음 보는 색감.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야.
노래의 절정 부분이 다가 왔을 때,
우연히 하늘을 봤는데,
분홍색 하늘에,
예쁜 달이 보란 듯이 환하게 떠있었다.
먼지 때문에 분광이 되어서 그런지,
더 예쁜 분홍 빛과 노란 빛의 향연.
정말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나도 좋겠다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도착했지만,
흥분은 가라 앉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간단한 뒷풀이를 하기 위해,
캔맥주를 사와 숙소 앞의 식당에서 마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알고보니 그 7인 중 한 분이 같이 영화를 찍었었던 스탭 중 한 분이었다.
게다가 친구와 아는 사이!
세계는 정말 좁다.
정말 오늘 여러가지로 놀랐다.
이렇게 세계를 다 돌면, 이런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해졌다.
놀라운 세상이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방콕에 도착해서 바로 라오스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일행 분들과 마음이 맞아서 일정을 변경했다.
방콕에서 1박을 하고, 북부를 갔다가 라오스로 가기로.
그렇게 나는 다시 여행을 함께할 사람들을 구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혼자 있었던 시간은,
첫 날과, 여행을 마치기 3일 전부터 마칠 때까지.
정말 얼마 없었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보다 깊은 생각을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신 너무 즐거웠던 것 같다.
선우 형과의 헤어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 있을까.
그 시간이 아무리 짧은 들...
형은 선물로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주었고,
난 형을 포옹해줬다.
아무 것도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OTL...
짠하다..
아무쪼록 여행을 무사히 마치길 바라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blog.naver.com/dodamfood
위 주소로 찾아가면 그들의 여행기를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그들은 여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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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째 씨엠리업
예상했던 경비
택시 - 10불
점심, 저녁 - 5불
게스트 하우스 - 10불
군것질 - 20불
총 45불
실제 경비
뚝뚝 2불(쉐어)
바나나 1불
점심 2.5불
톤레삽투어 7불 2000리엘
방값 6불
저녁 2불
쇼핑 0.5불
총 약 21불 2000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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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총 경비-방콕 왕복 버스비 제외
148.5불.
예상했던 경비는 273불 정도 였다.
아끼려면 정말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