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친화적 마이너 여행기 [Vol5. 유적감상방법론]
일어나자 몸이 뻗침을 느꼈다.
어제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수 밖에...
그래서 택시를 타기로 하는데,
운이 좋게도, 이미 봉고차를 빌린 한국인 분들과,
일정이 맞아 쉐어하기로 했다.
오늘의 일정은
자전거를 타지 않기 때문에, 덜 빡쎘다.
같은 수의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동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에..
반띠아이 쓰레이는 꽤나 먼 곳에 있어서,
아마 자전거를 탔으면, 절대 도착 못했을 곳이었다.
이 곳은 앙코르와트에 있는 사원들 중 가장 아름답고 섬세한 사원으로 손 꼽힌다고 했는데,
과연,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벽화, 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디테일했다.
도대체 어떻게 조각한 걸까..
몰래 가이드 말을 엿듣자니, 물약 같은 것을 돌에 발라서,
물렁물렁 해졌을 때, 그때, 그림을 그리듯, 조각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직후에, 바로 쫓겨났다.;;
그렇게 사원을 천천히 둘러본 후에,
넋을 잃고 있는데,
꼬마친구를 만났다.
이름은 쁘록.
어머니가 이곳에서 안내원을 하셔서,
이 사원에서 살다시피하는 친구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가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캄보디아를 돌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었다.
대부분이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었으니..
그것보다도 무엇을 해서 돈을 많이 벌 것인지에 대한,
그런 꿈이 있었으면 했다.
쁘록은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바닥에 손가락으로 쓱쓱.
카메라에 흥미를 보여서,
카메라를 좀 쥐어줬더니, 사진 몇 장을 찍어본다.
모이기로 한 11시가 되었고,
우린 헤어져야했다.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웠다.
어제보다 더.
차를 타고 가다가,
기사 아저씨가 뭔가 과자로 보이는 것을 건네었는데,
설탕으로 만든 듯한 과자였다.
무척이나 달아서, 1개 이상은 먹기 힘든.
코코넛 주스와 함께 먹어야 맛있다길래,
그리 먹었는데, 더 달아서 혼났다.
쓰레이 뒤에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반띠아이 쌈레.
쓰레이에서도 한참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황홀한 곳이었다.
조용하고, 바람이 불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원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사람이 적어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조용히 넋을 잃고 있어도, 생각에 잠겨 집중할 수 있었다.
아무런 방해도 없고, 잡 생각도 들지 않는다.
가이드 북에는 가장 많이 복원된 사원으로 소개 되어있는데,
과연, 그랬다.
이로써, 다른 사원들이 파괴되기 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좋다. 행복하다.
점심시간이 찾아와서,
기사가 이끄는 대로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이름은 끄메르 레스토랑..
기사님이 아마도 커미션을 받나보다.
식사 한끼가 평균 3.5~4불.
현지 물가를 생각했을 때, 너무 비쌌다.
생각했던 건 기껏해야 1불이었는데..
그래서 기분이 나빠,
그냥 레몬 쥬스를 마시기로 했다.
1불.
따프롬으로 다시 향하는 길.
어제와 달리,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프롬은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유명한 사원인데,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입구부터가 음산해서, 뭔가,
새롭다는 생각에 기대치가 높아져만 갔는데,
정작 사원은 기대에 못 미쳤다.
다만,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사원은 앙코르 톰을 가기로 했다.
어제 누리지 못한, 여유를 되찾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다시 둘러보기보다는,
한 두 장소에서 풍경과 느낌.
그 자체를 즐기려고 했고.
그렇게 즐겼다.
내게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아마 쌈레에서도 하루종일 넋 잃고 있었을 텐데.
모일 시간이 되어서,
톰에서 나가는데, 기형아를 봤다.
많아도 6개월 정도 된 것 같은 애기였는데,
머리가 크고, 코에 큰 혹이 나있었다.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밖에 나와서 고통스러운지,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 눈을 보지 말았어야했다.
정말 가식적이고, 순간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충분한 돈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이 친구를 케어해주고,
그 아이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과연 나는 그런 능력을 가진 뒤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값비싼 고급 외제차를 버리고, 그 친구의 행복을 살 수 있을까.
슬프고 슬펐다.
해질녘의 앙코르 톰은 슬프고, 또 아름다웠다.
오늘의 마지막 풍경은 프놈 바켕이었다.
프놈 바켕은 다른 사원들과 달리 산 위에 지어져있어서,
사원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벼운 등산을 해야하는데,
이 등산로가 무척이나 아담하고 예쁘다.
자릴 잡고 앉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에 깔린 나무들만 없다면 더 멋질 풍경.
하지만 별 수 없다.
나무를 미는 건 더 안 좋다.
프놈바켕의 일몰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쁘레룹에서 일몰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좋았다는 것.
돌아오는 것도 금방금방.
역시 차가 편하긴 편하구나.
저녁은 돌아와서 그 유명한 레드 피아노.....
앞의 노점에서 먹었다.
이게 바로 현지 물가였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전부 1$....
그래서, 볶음국수를 시키고, 사과쉐이크를 시키고, 더불어 공기밥도 시켰다.
전부해서 2불하고 1500리엘.
맛도 있고, 가격도 싸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오늘 함께 다닌 분들과 즐거운 여행 이야기를 하며,
밤을 보냈다.
여행은 역시 풍경과 사람, 그리고 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