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7살이다. 

​난 몽족의 딸이다.


​갓난 동생을 잘 돌본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것도 능숙하다.


​집안 일은 여섯살때 부터 해온 일이다.


​아침과 저녁으로 소를 모는 날도 많다.


모를 내는 3월에는 손가락이 퉁퉁 붓는다.


벼를 베는 9월에는 손바닥에 굳은 살이 베긴다.


난 호기심이 많은 소녀이다.


난 예뻐지고 싶은 소녀이다.


난 내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


난 꿈을 꾼다.
 
오늘 밤, 가장 아름다운 몽족의 여인이 되는 꿈을 꾼다.

​인삿말을 외운다.


​동작을 맞춘다.


​동선을 기억한다.


수많은 사람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는 하다. 

다행히 같은 꿈을 가진 스무명의 또래가 곁에 있다. 

내 차례가 다가온다. 

낮에 연습한 방향을 찾고 속도를 맞춘다. 

난생 처음 마주하는 엄청난 수의 눈빛에 위축된다. 

행여나 동작이 틀릴까 두렵다. 

웃음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높은 굽의 구두 탓에 종아리가 아파온다. 

난 몽족의 피가 흐르는 17살 소녀이다. 

내 어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난 강하다. 

이 정도의 두려움이나 고통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더구나 처음으로 무엇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날이다. 

수많은 눈빛에서 나오는 따스한 온도를 느낀다. 

웃음을 꾸미지 않고도 웃음이 나온다. 

동작이 틀려도 부끄럽지가 않다. 

종아리의 고통은 사람들의 환호로 치유된다. 

난 꿈을 꾼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화려하고도 강한 꽃이 되는 꿈을 꾼다.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다. 

함부로 짓밟히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밤, 나는 누구를 위한 꽃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꽃이 된다. 

세상을 나누는 경계는 허물어지고, 



나를 가두는 관념은 사라진다. 

열일곱의 어느날 밤,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음을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