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5.
그가 내 숙소 이웃사촌 쯤 된다는
자신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고
그와의 약속을 곱씹어본다.
9시....여기서..
9시...
다시 빠이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조금은 햇살이 가라앉은 시간
빠이는 조금씩 활기찬 얼굴을 빼꼼히 내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예쁜 샵들..
화려한 색감의 하늘하늘한 옷들부터
손으로 한땀한땀 뜬 가죽제품까지..
빠이의 색색깔 영혼이 듬북 담긴 풍경이
아름답다.
큰길을 쪽 걷다 갈림길에 다다랐다.
어디로 갈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항상 내게 주어진 길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문득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최선의 선택인가?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 이면에 감쳐진
내가 가지 못한 길은 어떤 풍광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들 때가 있다.
다른 길을 갈 용기를 내지 못하면서..
하지만
오늘 내 고민은 길지 않다.
나는 이곳 빠이에
조금은 오랜동안 내 시간을 풀어놓을 것이기에..
시끌벅쩍한(물론 카오산에 비한다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들이 즐비한 거리 대신
어느 고산족 할머니가
전을 피고 오색실로 수 놓은 가방을 팔고 있는 길을 택했다.
아...
느린걸음으로 걷는 내게 무엇인가 눈에 들어온다.
'싸바이디'
내 입술에서 그 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자연스레 미소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인사말!
싸바이디란 이름의 엽서가게..
조금은 빛바랜 간이우체통이 내게 물어온다.
' 네게도 이 아름다운 마을 빠이에서
한글자 두글자..마음을 담을 누군가는 있지않니?'
가족들에게 보낼 엽서
친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보낼 엽서를 샀다.
그에게 보낼 엽서는
내 손을 떠날 수 있을까?
자신은 없다.
[당시에 나는 나름 2주 넘는 여행을 해가면서
처음보다는 아주 많이 평온해지고
어쩌면 조금은 그를
마음속 깊은 추억의 방에 들일 준비를 했던것 같다.]
에잇!
감상에 젖지말자!
넌 여기 빠이에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렇게 포근한 곳에..
그리고
오늘은 좋은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잖아?
더이상 외로워하지 말아.
......
빠이를 크게 한바퀴 돌고
오랜만에 맛사지까지 받으니
어느덧 8시 30분
..
9시가 가까워 올수록
심장이 뛴다.
두근두근..
소심한 A형
8시 40분
어느덧 내 손은 분주히 화장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