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WATER] 고래찾아 바다속으로 3박 4일!-첫째날
올 여름도 역시 고래는 태국으로 고고!! 밧뜨-이번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떠났다!
태국과 팔라우의 멋진 바다를 보며 벼르고 별러왔던 다이버의 길, 첫번째인 오픈워터 도전기 START~
올 여름에 별 계획없다고 빈둥거리는 모 언니를 '13년만의 특별할인(히포다이빙 광고에서 그랬다)'이란 말로 꼬셔 예약한 오픈워터 코스. 신종 플루로 흉흉한 방콕의 공기를 뒤로 하고 피피에 도착하니, 마스크도 벗고 상쾌한 느낌이 좋다. 스콜이 오려는지 파도가 넘실거려서 배에서 고생을 좀 했더니 피피가 더 반갑다ㄱ- 1년 새 선착장도 깔끔히 단장하고, 배편도 더 많아졌다. 예전의 바닥이 뽕뽕 뚫린 나무바닥 선착장이 조금 그립기도 하지만, 하루에만 수천명의 여행객이 모여드는 곳이니만큼 안전이 우선이겠지.
선착장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멋진 카바나 호텔이 우리 숙소라는 사실이 왠지 흐뭇하다~ 맨날 구경만 하면서 침흘렸는데. 체크인 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 점심도 먹을겸 일단 히포다이빙으로 향했다. 히포는 귀여운 하마 로고도 그렇고(왜 하마인지 뒤에서 밝혀짐), 몇 년 전 피피에서 식중독으로 고생할 때 도움을 받기도 해서 왠지 친근한 곳이다:) 그래서 오픈워터는 꼭 피피에서, 히포에서 따봐야지 했는데 프로모션까지 겹쳐서 굿럭!
점심때라 그런지 샵엔 현지직원만 있었고, 이리저리 연락을 한 끝에 사장님이 달려오셨다. 음.....풍채가 좋으신 분이다. 호탕하게 웃으시며 일단 카바나에 짐을 풀고 샵으로 달려오라는 말씀에....우린 정말 짐만 풀고 샵으로 달려왔다. 직업병이라 원래 시키면 다한다-_-;; 그 때 마침 들어오신 몸짱강사님(분명 성함은 들었으나, 워낙 몸짱에 웃통도 훌렁훌렁 벗고 다니셔서 나랑 언닌 몸짱강사님이라 부르다 이름도 까먹었다는..겔겔겔;;;)은 우리 담당 강사가 아님에도 엮여서 스케줄도 짜 주시고, (나중에) 개인강습도 맡아주시고, 시험감독도 하시고 등등등 고생 많이 하셨다. 오픈워터 일정을 정리하자면,
오전 오후 밤
첫째날: 피피 도착 / DVD+지식복습 / DVD+지식복습
둘째날: DVD+지식복습 / 제한수역 실습 / DVD+지식복습
셋째날: DVD+지식복습 / 개방수역 다이빙/ 시험
넷째날: 개방수역 다이빙/ 피피 출발
이런 눈돌아가게 하드한 일정! 보고서 입이 떡-벌어졌다;;; 저 DVD는 무려 2장 짜리로 5시간에, 오픈워터 책은 무려 250p에 구구단처럼 이상한 숫자들이 빽빽이 적혀 있는 수상한 책받침까지!! 절망하는 우리에게 강사님이 DVD를 둘째날 아침까지 해서 다 보면 쉴 수 있다고 슬슬 구슬리셨으나, 이미 피피까지 오느라 심신이 찌든 우린 일단 오늘 1시간만 보고 수영장에서 놀기로 눈빛교환ㄱ▽ㄱ
그러나.................
1시간후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퍼붓는 비 때문에,
비만 그치면 바로 호텔가서 한숨자고 수영장에서 놀자!!→2장만 보면 그치겠지....→3장만 보면 그치겠지....→4장만 보면....
............결국 5장까지 다 보고도 비가 안그쳤다!!! 퀭~한 얼굴로 5시간만에 강의실(?)에서 나왔더니, 강사님들이 그걸 다 봤냐고 화들짝 놀라시더라ㅠㅠ 게다가 비는 끝까지 안 그쳐서, 그나마 잦아들었을 때 비닐봉지에 책만 넣어서 비바람을 헤치고 불쌍하게 숙소로 달려갔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마음을 곱게 써야 되나봐ㅡㅜ
멋진 수영장에서 룰루랄라는 애저녁에 포기하고, 저녁먹고 피피의 나이트라이프(!)나 좀 즐길까 했더니 이젠 폭풍우가 몰아쳐서 우산은 쓰나마나, 휘오오~하는 바람소리에 길가의 야자나무는 휘청휘청한다. 어이쿠야~ 오늘은 글렀구나아아아-
오는 길에 두꺼비 한마리, 호텔 계단에서 나 밟아줍쇼-하고 기다리는 소라만한 달팽이 한마리 풀숲으로 던져주고, 언니랑 둘이 숙소로 터덜터덜 돌아와 눈에 보이는 건 침대에 던져놓은 오픈워터책!! 파직!!-_-+ 오늘 넌 죽었다....
둘이 열심히 지식복습 1장을 풀다가 믿음직한 언니의 번뜩이는 잔머리!
"야!! 내가 2, 3장 맡을게 넌 4, 5장 답달아!!"
언니킹왕짱 천재님!!
애들한테 아무리 컨닝은 나쁜거라고 해도 세상은 이런거다. 음하하!
이리하여 둘이 머리를 싸매고 부력, 온갖 잡병들, 눈이 팽팽돌아가는 잔여질소량 테이블까지 완전정복(?)하고 나니 어언 10시가 넘어간다. 서로 '우린 천재야!'하는 추임새까지! 창밖엔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롱차 한잔 끓여놓고 피피섬에서 10시까지 공부라니 낭만...........은 개뿔ㄱ-
거기다 아깐 공부하느라 이어폰끼고 있어서 몰랐는데, 자려고 누웠더니 밖에 해변바(Bar)에서 틀어놓은 음악이 너무 커서 가슴이 쿵쿵 울린다. 음악을 좀 바꾸기라도 하던가 똑같은걸로 새벽 4시까진 너무 심하잖아아아! 나의 절규와 함께 피피에서의 새벽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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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후유증으로 태사랑과 다이빙 사이트만 클릭클릭하다가 결국 여행기까지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3박 4일간 워낙 헤롱거려서 사진도 같이간 언니가 찍은 몇장이 전부지만, 끝까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