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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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4.

드림드림소다 17 1688



"여기서 제일 맛있는 레스토랑이 어디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말에
그도 조금은 놀란 눈치다.

경계하듯 길 모퉁이에서
자신을 피해 살짝 비켜서며 묻는말에도 경계를 하던
키작은 까만머리 동양인 여자가

자기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무엇인가 묻고 있는것이다.



과장스럽게 푸른 눈을 치켜 뜨며
또 조금은 호기심에 찬 미소를 지으며
 

" 아! 물론알지. 그런데 내가 설명해도 찾아가기 힘들꺼야!
내가 널 그곳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마치 기사가 공주님을 에스코트하듯
자신의 팔을 내밀어
팔짱을 끼라는 시늉을 한다.


잠시 고민!


그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와
튀어나올듯이 크게 뜬 눈동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슬며시 팔짱을 꼈다.
그리곤 눈을 마주쳐 살짝 웃어주었다.


"그래~ 웃으니깐 훨~씬 예쁘다.
니 이름은 뭐니?"

"현미"
"횬미?"
"아니, 현미!"
"아~숀미!"

그래 내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어설픈 발음으로 몇발자국 옮기는 동안 계속해서 내 이름을
아니 내 이름에 가까운 단어를 내뱉는 그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니 이름은 뭔데?"
"Jochem"
"요함?"
"no! Jochem"
"요캄?"
.
.
.


요함과 요캄의 중간 쯤 되는 그의 이름을
나는 길 모퉁이를 도는 동안 잊어 버렸다.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
반짝이는 하얀 조개로 만든  발이 창문에 걸려

차르르 차르르 기분좋게 울어대는
자그마하고 예쁜 식당에


그는 날 데려갔다.



"여기 내가 손님을 데려왔어요!
한국에서 온 공주님이세요!"

그는 그곳 주인과
그곳 입구 문턱에 앉아
낮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럽친구들에게
과장스레 나를 소개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이 왠지 푼수같아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다.


살짝 눈이 마주친 내게 윙크를 하고
그는 나를 자리에 앉혔다.



"여기 음식 다 맛있으니깐 맛있게 식사해!"

"응. 정말 고마워."

"응. 너랑 같이 밥 먹고 싶은데, 난 지금 너무 피곤해!
어제 밤새도록 파티에가서 아침까지 술을 마셨거든!

그래서 난 지금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잘꺼야!"

"그래. 정말 고마워~!"

" 참! 넌 숙소가 어디니?"
"나? 뭐더라..."

숙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 곳에서 멀지 않아!"

"아마 우린 이웃사촌인거같다!
또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보면 같이 밥먹자!"

"그래. 잘가~잘자!"

눈부신 웃음을 머금고
커다란 손을 연신 흔들어대며
그가 레스토랑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참 유쾌한 외국인이네..


메뉴를 보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한참을


차르르 차르르
조개알 소리가 간지러워 바라본 창문에서
익숙한 눈망울을 마주쳤다.

잠시 놀란 시늉을 한 그가
다시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곤

"있지.
오늘 밤에도 바에서 파티가 있는데,
난 친구들하고 가기로 했거든.
너도 심심하면 같이 갈래?"






"그래, 좋아!"

더이상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난 빠이에 혼자 왔고
어쩌면 지금이 이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 친구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혹은 강아지이든 고양이든

이미 벌써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럼 9시에 이 레스토랑에서 다시 보자!"
"좋아 그때봐!"
"그래 잊지마 9시!"
"응"
"진짜 안녕~"
"안녕!"


혹시 레스토랑을 찾지 못할까봐
점심을 먹고 나서는 길에
손바닥에 빨간 볼펜으로 그 레스토랑 이름을 썼다.

[Little Chang]




그날 내 여행일기장엔

[숙소를 나와서 한가로이 걷는 길에 한 외국인이 말을 건다.
홀란드에서 왔다는 두글자 이름의 남자.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9시에 만나서 함께 바에 가기로했다.
나쁜 친구는 아닌것 같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나는
여행 내내 여행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써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여행일기는 저 기록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저는
[Little Chang]에 그를 만나러 갔을까요?


17 Comments
필리핀 2009.09.02 01:22  
사진도 좀 올려주셔요... ㅠㅠ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2:57  
정말 사진이 별로 없답니다.ㅜ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갔더니 어찌나 귀찮은지..;;
다시 똑딱이로 바꿀가봐염..ㅜㅜ
머키 2009.09.02 02:24  
잔잔한 동화 보는 기분이네요 ^^
저도 다음주면 빠이에 있을텐데 비슷한 느낌이라도 받기를!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2:58  
앗! 빠이..정말 예쁜마을이랍니다. 빠이에선 아무것도 하지마세요! ^^
느긋하게 느긋하게 느리게 걸으세염^^
dandelion 2009.09.02 09:48  
헉.... 나빠요... 젤 중요한 부분에서 멈추시다니요.. 헤헤헤~~~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담편도 빨리 올려주실꺼죠?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2:59  
^^ 기대해 주셔서 감사해염..부담백배;;;;;;;;;;; ^^;;
피나투보 2009.09.02 09:55  
ㅍㅎㅎㅎ 갔겠죠... 혼자서 할일도 없고 시간은 넘치고.. 나라면 고민 쪼매하고 갔을것 같은데..ㅎㅎ 홧팅.. 기대되네요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2:59  
^^ ㅎㅎㅎ 반전이 있을수도..;;ㅎㅎ
yina 2009.09.02 10:05  
오오 긴장되요~ ㅎ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3:00  
두둥~! ^^ 어찌되었을까요?ㅎ
하늘아래자유인 2009.09.02 18:25  
안좋은  예감이........일기가  왜  저기서  멈추엇을가여.......^^::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3:00  
그러게여? 왜 일기가 멈추었을까요? ^^;
소요78 2009.09.02 22:45  
...^^ 여행기 정말 재밌게 보고갑니다.
마치 작은 책에 쓰여진 이쁜 소설같네요...
다음이야기가 궁금하네요...과연 그와 그녀는 만났을런지...^^
드림드림소다 2009.09.02 23:01  
^^ 100% 실화랍니다 ^^;; 실명, 실화! ^^;
빙빙이 2009.09.03 08:12  
사진이 없는데도 이렇게 글이 쏙쏙 들어오다니ㅠ_ㅠ
글 솜씨가 넘 좋으세요 :)

앞으로의 여행기가 기대됩니다~! :)
드림드림소다 2009.09.03 09:52  
제가...뛰어쓰기를 잘해서 그런거같아욤!!! (^^;;;;;;;;;;;;;;;;;)
마스털 2009.09.03 10:15  
100프로 만나러 갔다에 한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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