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숨쉬는 작은 마을, 빠이 3.
아침 10에 출발한 내 작은 미니버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구비구비 나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이 깊은 산속에 마을이 있을까?'
라오스에서 치앙마이로 오면서 공기가 너무 탁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창밖에 푸르게 빛나는 나무들만 보아도
이젠 편히 숨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어느덧 나는
'빠이'
라고 불리는 곳에 서 있었다.
언제나 여행중에 가장 혼자라고 느끼는 때는
새로운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일거다.
'아냐! 난 괜찮아! 배가 고파서 더 허전하게 느끼는거야!'
눈에 띄는 식당에 돌돌돌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
음식을 시켰다.
아마도 내가 오늘 이곳의 첫손님인듯 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빠이를 눈으로 맛보았다.
한낮의 빠이는 그야말로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아직 가게들은 다 문을 열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도 반쯤은 부드럽게 감겨있었다.
햇살은 기분좋을 만큼만 내리쬐고 있었고
식당의 음식을 나르는 아주머니는 아직도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밥이 들어가니
조금은 지쳤던 내 가슴도 힘을 낸다.
지도도 가이드북도 없는 나는 일단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빠이에서는 느린 걸음이 어색하지 않았다.
느리게 걷고 걷다
깔끔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800밧..비수기에 많이 비싼 가격이란거 알지만..
빠이에서는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긋하게!
2일치를 계산하고 통나무와 멋드러지게 거친 질감의 시멘트로 지어진
내 방갈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거같다.
이상하게도.
나는 더이상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이는 외롭지 않다.
빠이는 그 특유의 기운으로 나를 감싸 안아주고 있었다.
이제 빠이를 가슴으로 만날 차례야!
숙소를 나와서
올망졸망 이쁜 가게들과 게스트하우스가 줄서있는
좁다란 골목길을 걸었다.
아무도 없다.
역시 빠이의 낮은 한가로웠다.
한 블럭쯤 걸었을까?
좁은 골목 저쪽 모퉁이에서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햇살을 등지고 햇살보다 더 빛나는 금발머리를 쓸어올리면서..
골목길에서 처음 발견한 사람에게
자연스레 내 시선은 머물렀고
내 갈색 눈동자가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만났다.
어..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가 손을 들어올리며 익살스런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Hi"
"Hi"
"오늘 날씨 좋지?"
"응 좋네."
"어디서 왔니? 일본?"
"아니. 한국에서 왔어."
"아! 한국에서 온 공주님이네!"
"..."
"난 네델란드에서 왔어."
"혼자왔어?"
"응"
"빠이 좋아?"
"방금 막 도착했어"
"그래~ 그럼 좋은 여행해!"
그 순간
나도모르게 내 입에선
"여기서 제일 맛난 레스토랑이 어디야?"
란 말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