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02일차 - 치앙마이 트래킹
(제 블로그에도 올려놓았습니다
내용은 똑같지만 사진을 좀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편히 보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로 오셔도 좋습니다
www.cyworld.com/pikachu88 )
이동
(방콕) - 치앙마이 - 고산족 마을
지출
세븐일레븐 세면도구 290B 11600원
미소네까지 썽태우 40B 1600원
미소네 트래킹 1300B 52000원(한국에서 미리 예약)
삼겹살 개인 부담금 40B 1600원
시장에서 산 물 22B 880원
총계 1692B 67680원
나콘차이 버스는 카오산의 여행자 버스와는 비교 조차 할 수 없고
터미널의 VIP버스 이상의 편한 좌석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버스를 타고 가는건 불편했던 모양인지
타고 가면서 자다 깨다 했다 ㅡ.,ㅡ
버스에서 잘 자는 사람들도 있던데 정말 부럽다 ㅠ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였으니...
나중에 라오스 방비엥 - 베트남 훼 버스타고 넘어갈 때 ㅠ 거의 24시간을 버스에서 보냈다)
치앙마이행 버스는 새벽 5시 40분 쯤 치앙마이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나콘차이 버스의 특이한 점은 짐을 트렁크에서 꺼내 곧장 주지 않고
그 짐을 터미널에 있는 나콘차이 전용 컨베이어 벨트에 옮겨서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 짐 찾는 것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호오....
현지인들은 짐을 찾아 제 갈길을 가고.. 나 혼자만 터미널에 남았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치앙마이의 한인 업소 ‘미소네’로 가는 썽태우를 타는 것이었다
내가 사전에 준비해간 정보에 의하면 이 썽태우는 터미널 쎄븐일레븐 앞에 서있다고 하던데...
잠시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니 쎄븐일레븐도 있고 썽태우도 있다!!
너무 쉽게 찾아서 맥이 빠졌다 ㅋㅋ
이 때가 약 새벽 6시였으니 트래킹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단 아침을 먹기로 했다
후후 어제 나콘차이 버스에서 받은 비장의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밥 값도 아끼고 좋다 ㅋㅋㅋ
나콘차이 버스 터미널
밥을 먹은 뒤 터미널의 유료(3밧) 화장실에 들어가 이를 닦고 세수를 한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자 이제 가볼까!’ 하면서 세븐일레븐을 보니 아까 있던 썽태우가 없다 ㅡ.,ㅡ 어랍쇼
난 잠시 당황했지만 곧 다른 썽태우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단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어제 못산 세면도구들을 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썽태우는 오지를 않고... 결국 7시가 되었다
(출국하기 전에 픽업을 신청해 두었어야 하는데 ㅠㅠ
출발 하루 전에 급하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하지 못한 내 탓이다
이런 것을 잘 준비해 두었어야하는데 ㅠㅠ)
이미 트래킹 예약을 해놓았고 입금까지 완료된 상황이라 오늘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면
돈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트래킹을 내일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이 하루가 늦춰지기 때문에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널려 있는 오토바이 택시와 흥정을 해본다
‘치앙마이 시내 가는거 얼마임?’
‘100밧’
‘30밧 ㅇㅋ?’
‘ㄴㄴ 그럼 60밧 ㅋ’
‘안 타’
역시 택시 흥정은 재밌다
이번엔 썽태우와 교섭해보자
‘100밧 주면 너 하나 태우고 바로 출발 가능 ㅇㅋ?’
‘안 타’
그 돈이면 차라리 걸어가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걸어가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단다... 미소네는 흔히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된 타패gate에 있지 않
고
더 멀긴 하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거리인 님만해민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타고 있는 썽태우는 정녕 없는 것인가?
둘러보니 4명 정도 미리 타고 있는 썽태우가 보인다
아싸 가오리~
얼마냐고 물으니 40밧이란다
태사랑 가이드북에는 15밧 정도라고 나와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중요하겠는가? 어서 가야지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터미널에서 시내까지는 제법 거리가 멀리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이 적정선이라고 한다
반대로 나중에 시내에서 터미널 올때 50밧 내고 왔다 ㅠ)
내가 탄 썽태우는 바람 같이 달려 이윽고 미소네에 도착..... 하긴 커녕
터미널을 나오자 마자 심각한 교통체증에 휩싸였다 ㅡㅡ
지금 시간이 약 7시 30분인데 엄청 막힌다;;
덕분에 3면이 뚫린 썽태우를 타며 치앙마이의 자동차 배기 가스를 듬뿍 음미 할 수 있었다
햐~ 폐에 쳐 박히는 탄소 알갱이의 맛! 바로 이 맛이야 ^^ 내가 이 맛에 태국 여행을 해!! 그럼!
태국이 분명 우리나라 보다 못사는 나라인데
길거리에는 일제차가 즐비하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등...
물론 오토바이는 말할 것도 없고
전에 들었는데 태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젊을 때 열심히 저축을 하지 않고
일단 현재가 편한 것을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 값이 비싸도 할부 형태로 지른다고...
물론 더운 나라이고 매연이 심해서 차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게 carpe diem인가?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썽태우는 해자로 둘러싸인 치앙마이 시내에 진입하여 이리저리 다니며 다른 승객들을 내려준 뒤
나를 마지막으로 7시 반 쯤 미소네 앞에 내려줬다
들어가서 사장님께 예약을 확인 한 뒤
주主 배낭에서 트래킹을 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꺼냈다
특별이 보조가방을 준비해 갈 필요 없이
나중에 트래킹 할 때 배낭을 주는데 거기에 넣으면 된다 ^^
여권은 미소네에 맡기면 되지만 현금은 그럴 수 없어
조금 불편하지만 트래킹 할 때도 복대를 착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트래킹시 물에 들어갈 때도 복대를 착용하려 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간 비닐 팩을 꺼내서
그 안에 돈과 카드를 넣고 그 비닐팩을 복대에 넣었다.. 돈은 젖으면 안되니깐..
숙소에서 트래킹까지 픽업해주는 썽태우는 9시 반에 온다고 하여 일단 그 때까지 푹 쉬었다
한인업소라서 그런지 역시 한국 분들이 많이 계시다
오늘 약 10명 정도 한국 분들이 트래킹을 떠난다고 하신다;;
사장님께서 한꺼번에 한국인들이 한 팀에 들어가면 좋지 않다고 절반을 뚝 갈라 다른 팀을 만드신다
미소네 앞에서 사장님이 조를 나눈다
나 역시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물론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 한 두명과 함께 다니면 마음이 놓이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많이 뭉칠 경우 먼 나라까지 가서 여행다니는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그냥 우이동 mt나 가서 한국인들끼리 삼겹살이나 구워먹지....
내가 들어간 5명의 팀의 인원 구성은
남매(누나 동생), 자매 2명, 그리고 나였다
어떻게 혼자 온 사람이 나 밖에 없다 ㅠ
하지만 원래 혼자 잘 노는 사람이라 이런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ㅋㅋ
이런 것에 신경 쓸 거면 아예 여행도 안 왔지 ㅋㅋㅋ
그래도 한국인이 이렇게 많은 것이 어딘가?
9시 반에 온다는 썽태우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다 돌며 여행객을 태운 뒤 10시 쯤 미소네 앞에 도착했다
근데 벌써 썽태우가 만석이다 ㅡㅡ;;
저기 어떻게 타라고!!
결국 자매분들은 썽태우 뒷 좌석에 낑겨 타시고ㅠ
나와 남매분들은 썽태우 운전석 뒤의 좌석에 3명이서 앉았다
좀 불편하긴 하지만 차 내부잖아? 에어컨 틀어주겠지 아싸 시원하게 갈 수 있겠네 ^^
하는 기대는 약 3초 뒤에 헛된 것이었다는 것이 판명되고...
에너지 절약의 일원인지 썽태우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달린다...
왠지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큰 공헌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
가는 동안 남매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누나분은 직장인이시고
동생분은 나랑 같은 학년, 학번이다
와~ 친구네 하고 봤더니 나보다 두 살이 많다 ㅠ
군대를 다녀오고 안 다녀오고의 차이가 여기서 난다
원래 누나 혼자 여행을 오려했는데 여자 혼자라 좀 위험해서 동생 여행비를 대주며(!!) 데려왔다고 한다
나도 언능 돈을 많이 벌어서 동생 여행 좀 시켜줘야 할텐데... 흠... 존경스런 누나다
트래킹 장소에 가기 전 중간에 시장에 내려준다
여기서 트래킹 시 필요한 물과 약간의 식료품을 사가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자매분들이 앞으로 나서셔서 밤에 삼겹살 파티를 하자고 하신다
오오~ 우왕 ㅋ 굳 ㅋ
아무래도 여행경력이 많으신 분들 같다
왠지 차림새에서도 관록이 느껴지시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삼겹살 용 돼지고기를 판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뼈가 고기와 함께 있다 ㅡㅡ;;
1kg에 100B정도 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선 100g에 2000원 쯤 하나? 그럼 1kg에 2만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싼 것 같다 ㅋㅋ
가이드에게 우리가 밤에 고기를 구워먹을 것이라고 하니
이것저것 시장에서 야채를 산다
오 센스~
난 잠시 시장 건너편에 있는 은행으로가서 ATM에 카드를 넣고 인출 시도를 해본다
하지만 돈이 나오지 않는다 ㅡ.,ㅡ
분명 작년에 캄보디아에선 먹혔던 카드인데 태국에선 안먹힌다;;
이거 상당히 낭패인데...
뭐 다른 은행에선 되겠지 음화화화
하며 일단 썽태우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행 내내 서로 다른 은행에서 시도해보았지만 되는 것은 한 곳도 없었다
라오스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ㅠㅠ 돈이 없어서 고생 바가지로 했다
아직은 궁상 궁핍 여행기가 시작되지 않았다.. coming soon..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시장에서 산 고기와 채소를 썽태우 좌석 아래 쳐(?)넣고 썽태우는 트래킹 첫 장소인 코끼리 타는 곳으로 고고!!
도착하니 사람들을 나무로 된 긴 테이블에 앉혀 놓고 점심을 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먹어야지 ㅋㅋ
역시 이 사람들 가이드의 달인이라 뭔가 안다..라 생각하면서 밥을 먹었다
메뉴는 볶음밥!!
들어있는 재료는 달랑 밥, 당근, 계란, 잘게 썬 야채(너무 작아서 씹는 느낌도 안 날 정도)와
두부다 ㅡ.,ㅡ
어허... 음식이 너무 부실해서 트래킹 할 기운이 날까...
맛도 그닥?이고...
서양애들 중에는 숟가락도 안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저질 입의 대가!
이 정도 맛 없는 음식 정도는 눈 감고도 먹는다
잠깐 눈 감는건 별 의미가 없긴한데..
어쨌든 워낙 식성이 좋아서 음식은 아무것도 안 가린다 ㅋㅋ
이미 받은 볶음밥을 재빨리 비우고 리필을 한다
(큰 보온 밥통이 있어서 볶음 밥을 원하는 만큼 더 꺼내 먹을 수 있다. 물론 셀프!)
그렇게 세 그릇을 비웠다...
여행지에선 일단 잘 먹어야 된다
남매분들 중 누나는 원래 여행할 때 속이 안 좋아서 기내식도 잘 못 드셨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밥을 잘 먹고 배를 두드리다 보니 하나 둘씩 코끼리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가이드가 말한다
‘한 코끼리에 2명 혹은 3명이 타는거예요’
나는 남매분들과 함께 행동하게 되었으니 3명 그룹이다
코끼리에 3명이 어떻게 타지?
‘2명은 등에 타고 한 명은 목에 타야합니다’
아~ 그런 스킬이 있었구나...
남매분들 두 분을 등에 태워드렸다
‘괜찮으시겠어요?’
‘음화화 전 괜찮습니다 예전에 코끼리 등에 타 본 적이 있거든요 ^^ 이번엔 한 번 다른 곳에 타보고 싶군요’
라며 말은 했지만 막상 코끼리 목에 타고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코끼리 목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바로 앉았기 때문에 코끼리 체열 때문에 엉덩이가 후끈후끈해졌고
이 녀석이 내가 목에 않은게 귀찮은지 귀를 펄럭이며 자꾸 내 다리를 때렸다 ㅡ.,ㅡ
코끼리가 한 발 한 발 디딜때마다 코끼리의 경추(頸椎) 양쪽에 근육이 좌우로 들쑥날쑥 하는데
이것 때문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ㅠ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분들은 직접 자신의 허리 가운데 쯤에 손을 대고 걸어보면 알 수 있으실 것이다
한 발 디딜때마다 좌우 척주 기립근의 수축상태가 달라져서 허리 부근이 좌우로 들쑥날쑥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난 코끼리 등에 장착된 의자 다리를
코끼리 타는 내내 굳세게 붙잡고 있었다
(이 손이 풀리면 떨어져서 목뼈 뿌러져 죽는 다는 생각으로 ㅠㅠ)
다행히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코끼리를 타고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며 약 한 시간 정도 정글의 우거진 밀림을 감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 코끼리 머리쪽에 타고 있던 가이드가 손에 쥐고 있었던 나무 막대를 나에게 준다
뭐하자는 거지?
그러고선 자신은 코끼리 뒤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니깐 나보고 코끼리를 몰라는 거지?
그가 준 나무 막대가 조종봉?이다
끝에 끝이 뭉툭한 쇠막대가 달려있어서 가고 싶은 방향과 동일한 코끼리의 머리 부분을 때리면 코끼리가 그쪽으로
걷는다
하지만 코끼리를 이것으로 때리는 것은 코끼리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냥 말을 모는 것처럼 엉덩이를 앞뒤?로 흔드니 알아서 잘 움직인다 ^^
나는 거의 타잔이 된 기분으로? 즐겁게 밀림 속에서 코끼리를 몰았다 ㅋㅋ
참으로 상콤한 경험이었다
예전에 어릴적 파타야에서 코끼리를 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거의 평지를 산책?하는 수준이여서 별 감흥이 없었던 반면
이번엔 산도 오르고 무엇보다 떨어지면 죽는 다는 생존의 위협ㅡㅡ을 느끼면서 했기 때문에 무척 재밌었다 ㅋㅋ
코끼리에서 내린 후 가이드들이 우리가 코끼리에 타고 있었던 사진을 인화해서 보여준다
사고 싶으면 기념으로 사도 된다 100B 4000원
나야 뭐 밥이 4끼!!나 되는 물건을 쉽게 살 리가 없지 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트래킹이 시작된다
시작 하기 전 가이드가 대나무로 만든 등산 지팡이를 한 사람씩 나누어 주는데
이거 챙기는것이 좋다
난 멋도 모르고 안 챙겼다가ㅠㅠ 상당히 힘든 산행을...;;
처음엔 포장된 자동차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점차 산 길에 들어선다
트래킹이라고 하길래 가벼운 걷기 정도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관악산 등산 이상이다 ㅡ.,ㅡ
시간도 그것보다 더 걸리는 것 같다
오랜만에 안하던 운동을 하니 티셔츠는 땀으로 푹 젖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어떤 글에서 치앙마이 트래킹을 ‘돈 주고 행군 하는 것’이라며 비추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피식 웃어 넘겼지만 이제 좀 이해가 갔다...
올라가다가 지칠 때 쯤 폭포를 만나게 되었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서양애들이 점령해버렸다 ㅡㅡ;;
얘네들은 이미 옷 속에다 수영복을 입고 왔다;; 준비성도 좋지 ㅋㅋ
훌렁훌렁 벗고 폭포수 아래에 가서 물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보는 사람이 다 시원했다 ^^
나 이외에도 한국인들은 잘 안들어간다;;
죽을 똥 살 똥 4륜구동으로 산을 기어 올라가서
결국 5시 반 쯤 고산족 마을에 도착했다
붉은 라후족 마을이란다
말 그대로 고산족 마을이다
현대적 건물은 전혀 없고 나무판자로 지은 고산족 스타일의 건물이 전부다;;
하긴 해발 수천m에 있는 고산 지대에서 그런 건물을 짓는다는게 가능할까
밤엔 전기도 안 들어 와서 촛불을 켠다;;
숙소 내 에는 모기장이 쳐진 이부자리가 여러 개 깔려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방에서 함께 자는 것이다(남녀 방의 구분 따윈 없다. 걍 혼숙)
이거 왠지 MT 삘 나는데....
이부자리는 몇 년 동안 빨지 않은 듯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ㅠㅠ
(나중에 이에 물렸다 ㅠㅠ)
숙소에 도착 한 뒤 가이드가 말하길
‘7시부터 저녁을 먹을테니 그 전까지 씻고 와’
가이드들이 분주해지며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주방이라고 해봤자 큰 철 냄비와 나무로 불을 때우는 화로가 전부다)
샤워시설도 변변치 않다
숙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 콘크리트로 만든 허접한 뒷간(?)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샤워시설이 있다;;
청결한 것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절대 치앙마이 트래킹은 비추다
1등으로 순위권을 차지하며 재빨리 샤워를 한 뒤, 오늘 입었던 옷을 빨아서 숙소에 돌아와 널었다
서양애들도 옷을 빨아 넌다
(습기가 많아서 다음날에도 전혀 마르지 않았다 오히려 습기를 더 먹었다 ㅡㅡ)
산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6시 반 정도가 되자 이미 주변은 어둡다
저녁 시간인 7시 반이 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산 속이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로 식탁을 밝힌다;;
이상하게 분위기가 있는데..
변변찮은 주방시설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들은 맛있는 음식들을 여러 개 만들어 내었다!!
이들의 요리솜씨 또한 일품이어서
아까 점심에 볶음밥에 손도 대지 않았던 서양애들도 열심히 밥을 잘먹는다(트래킹이 힘들어서 그랬나?)
나 역시도 우걱우걱 열심히 먹었다 ㅋㅋ
햐 이런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데....
식사가 끝나자 우리들은 숙소 앞에 있는 화롯가에 모여 불을 피우고 작은 캠프파이어?)를 한다
이곳에 모여서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서양애들은 숙소에 있는 아이스 박스에서 맥주를 꺼내서 먹는다
(창 맥주 한 캔을 40B 판다.. 고산 마을에서 먹는 것치고는 싼 것 같다)
나는 환전을 충분히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손가락만 빨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ㅠㅠ
힘들게 트래킹을 한 뒤, 맥주를 마시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맥주를 너무 좋아하여 직접 집에서 맥주도 만들어 먹는 놈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ㅠ
같은 일행인 자매분들도 맥주를 한 캔 사 드신다
‘맥주 안 사드세요? 마시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하하 전 지금 맥주 먹을 기분이 안 들어서요 ^^;;’ 라며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ㅠ 지옥 가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맥주를 굳이 먹지 않아도 충분히 고산족 마을에서의 밤은 즐거웠다
가이드들은 맥주를 몇 캔씩이나 꺼내 마신다;;
이윽고 흥이 충분히 올랐는지 어디선가 통기타를 구해와서 기타를 친다 오~
치는 곡은 대개 올드 팝,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노래 하나에 하나 되는 모습.. 이 모습을 보니 나도 갑자기 기타를 배우고 싶어진다
한국 노래인 담다디도 쳤는데 제대로 호응을 해주지 못하여 미안했다 ㅠ
옆에 있던 네덜란드인 커플 중 남자가 심심했는지 자꾸 우리 한국인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축구선수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느냐고 내가 물으니
아르옌 로벤이란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 그런가;;
박지성을 아냐고 물었다
그게 누구냐고 한다;;
흠.. 질문을 잘못했군 ‘위성 빠르크’를 아냐고 다시 물으니 자기가 알아 듣는 말이 나와서 좋아한다
남자는 역시 축구다
흥이 고조될 무렵 삼겹살 파티를 시작한다 크크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철판을 화로 위에 놓고 그 위에 삽겹살을 굽는다 ㅋㅋ
다른 나라, 치앙마이, 그것도 해발 수천미터의 고산족 마을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는 기분이란 오묘하다;;
날씨가 더워서 고기가 상했을까봐 걱정했는데 제법 괜찮았다 ^^
고기를 구워서 서양애들에게 한 접시 씩 나누어 주니
예의상인지 한 두 입 먹고 먹지를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돼지의 부위 중 삼겹살을 먹지 않아서 거의 버려지는 부분이라
우리나라에 많이 수출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에서 온 커플이 제일 적게 먹었다
얘들아 그거 다 돈인데 왜 안먹니 ㅠ 안 먹을 거면 나를 주렴
오로지 가이드만이 맛있게 고기를 먹고 또 먹는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군...
자기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려 했는데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후후 그래서 미리 준비해간 등산용 랜턴이 있지롱~
랜턴을 키니 눈앞으로 뿌옇게 물방울들이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우기라서 그런지 습도가 굉장히 높다
그래도 그렇지 물방울 정도의 크기로 보일 정도라면;;
어쨌든 잘 씻고 돌아와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고산지대는 춥다고 하여 긴 바지, 긴 팔 옷을 챙겨왔었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자리에 누우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태국에 들어온지는 2일이 되었지만
어제 버스에서 잔 것을 카운트하지 않으면
태국에서 첫 날 밤을 여기 고산족 마을에서 지내는 것이 된다
지금까지의 바쁜 일정
(비행기 타고 오자마자 바로 밤 버스타고 치앙마이로, 치앙마이에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트래킹을 간 것 ㅡ.,ㅡ)
에 대한 긴장이 풀리면서 이제야 내가 있는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갖 고생하며 간신히 온 여행, 내가 지금 그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지만 잠자리에서 잡생각은 수면을 방해하는 법, 내일의 일정을 위해 생각을 그만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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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1. 호텔이든 여행사든 예약을 했으면 제대로 픽업 등 서비스를 알아보고 가자
2. 방콕의 북부터미널에서 나콘차이 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하여
도착 당일 아침에 트래킹을 갈 수 있다
3. 트래킹 시, 고산족 마을에서 삼겹살 파티 강추 ㅠㅠb
4. 고산족 마을 춥다. 긴팔 긴 바지 필수 지참
5. 트래킹 '아주' 힘들다. 힘들면 꼭 쉬어가자
6. 코끼리 목에 타는 것도 색다른 경험
7. 개인용 랜턴을 꼭 가져가자. 어디서나 요긴하게 쓰인다. 출력작은 것 말고
머리에 둘러매는 등산용 정도가 좋다
8. 고산족 마을에서 잘 때 이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