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00일차 §맥주(麥酒) 예찬론§ 부터
(제 블로그에도 올려놓았습니다
내용은 똑같지만 사진을 좀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편히 보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로 오셔도 좋습니다
www.cyworld.com/pikachu88 )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야겠지요 ^^
전 88년생 대학생이구요 성별은 남자입니다 ㅎㅎ
이번에 약 한 달 간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루트는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빠이 - 치앙콩
라오스 / 훼이싸이 - 루앙프라방 - 방비엥 - 비엔티안
베트남 / 훼 - 호이안 - 나짱 - 호치민
말레이시아 / KL
싱가포르
방콕
요렇게 돌았습니다 ㅋㅋㅋ
동남아를 크게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았지요...
원래는 2달 정도 여행 기간을 잡았습니다만
학업의 압박으로 ㅠㅠ 한 달도 겨우 나갔다 왔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각 나라에서 들르는 도시를 최소한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꽝시폭포에서
대략 이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ㅋㅋㅋ
기말고사 기간에 같은 과 동기 친구들이
태국 - 라오스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을 듣게 되면서
이번 여름방학은 그냥 알바해서 돈 벌며
조용히 국내에서 지내자는 결심이 단번에 무너졌습니다ㅠㅠ
동남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저 포함 가족 셋이서 방콕 - 파타야 3박 5일 여행을 다녀왔었고
작년에 약 3주 정도, 2명이서 태국 - 캄보디아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에 또 동남아 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다른 곳은 처음이여도 태국은 3번을 가게 된 셈입니다
6월 중순에 다시 동남아 여행을 계획을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로
출발일인 7월 중순까지 매일 같이 태사랑에 접속하며
여행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느라 기말고사 학점은 바닥을 쳤지요 ^^
제가 동남아로 여행을 간다하니
주변 친구들은 ‘간데 왜 또 가냐? 안 덥냐?’
교수님은 ‘여행 갈꺼면 유럽을 가지 왠 동남아냐?’
(교수님 저도 돈 많으면 유럽가보고 싶습니다)
짖궂은 선배중 어떤 분은 ‘동남아에 불량품 많다더라 조심해 ㅋㅋㅋ’
하면서 대부분 안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에서 방학 중에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 많은 일을 뿌리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아주 심했죠
‘네가 만약 여행가고 싶다면 동아리 짤릴 생각하고 떠나 ㅡ_ㅡ’
2학년이었던 작년까지만 해도 제법 가볍게 출국 할 수 있었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으며 사회적(?) 책임이 늘어나다보니
쉽게 내 몸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더군요
(저보단 훨씬 심하겠지만) 직장인분들이 여행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왜 그런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한 번 더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어서
온갖 욕과 압박과 협박을(ㅠㅠ) 감수하고 다시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
여행기를 쓰시는 분들은 대개 멋들어지게 prologue를 한 편 쓰시고 시작 하시더군요
하지만 저에겐 그만한 글재주가 없어서
저의 맥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대신 하려 합니다 ^^
맥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맥주가 여행에서 가지는 특별한 의미 때문입니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술이 있습니다
위스키, 드라이진, 소주, 보드카 기타 등등..
모든 술에는 그마다의 이야기와 낭만이 담겨 있습니다
럼에는 카리브 해를 항해하며,
노획한 보물을 둘러싸고 선상에서 흥겹게 잔치를 벌이는 해적들의 이야기가
막걸리에는 뙤약볕 아래서 힘들게 모내기를 마치고
시원한 그늘에 둘러 앉아 땀을 식히며 새참을 먹는 농민들의 이야기가
보드카에는 추운 시베리아의 겨울을 보낼 때 원 샷으로 들이켜
속을 데우는 러시아 인부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맥주에는 동남아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우선 기내에서 싱하 한캔 ^^
동남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도보여행을 하는 여행자,
그의 목덜미는 이미 시커멓게 탔으며
얼굴을 타고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은 멈추지 않습니다
더운 기후에서의 도보 이동으로 그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로컬 술집
일단 무작정 들어가서 로컬 맥주를 시켜 봅니다
이윽고 나온 맥주잔과 맥주병
맥주잔은 우리 나라에서 처럼 냉동고에서 얼려져 있지도 않고
맥주병은 시원하긴 하지만 미지근한 것만 약간 벗어난 정도 입니다
병을 따서 맥주를 한 잔 가득 부어봅니다
잠시 맥주잔을 노려보다 잔을 집어 들고
담겨 있는 맥주를 목구멍에 들이 붓습니다
(마신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걷느라 하도 고생해서
이미 아침에 먹은 것이 다 소화되어 텅 빈 위(胃)에
콸콸 쏟아져 들어가는 맥주
목구멍과 위에 퍼져나가는 싸~한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이미 맥주는 음료의 한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베트남 호이안에서, 떙볕아래서 고가(古家)를 돌아다니다가
잠시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켜 먹은 생맥주 한잔
이것 한 잔에 다시 돌아다닐 힘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더운 낮이 아닌 밤에도 맥주는 여행자의 친구입니다
오후보단 약간 더 서늘해진 밤,
여행자 거리에 널린 수없이 많은 가게 중 어느 한 가게의 테이블에 앉습니다
주문은 오로지 맥주 한 병입니다
안주 따윈 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했다간 주인아줌마에게 눈치 엄청 먹고 결국 쫓겨납니다ㅠ)
걷느라 힘들었던 다리를 주무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는 모두 풀리고 다음날 다시 걸어 다닐 힘이 생겨납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힘든 트래킹을 마치고 저녁에 마시는 창 생맥주 피쳐
제가 다 마셨습니다 ㅡㅡ
라오스, 루앙프라방 사원 순회를 한 뒤 들이키는 비어라오...
굳이 가게에서 마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 로컬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한 병 삽니다(레스토랑 보다 싸서 좋습니다)
그리고 아무데나 갑니다
수 천대의 오토바이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는 호치민의 밤거리도 괜찮고
어두운 밤, 강물이 유유자적 흐르는 메콩강 옆 방둑도 좋습니다
그리고 한 모금 맥주를 들이킵니다(반드시 병나발로 불어야 합니다)
맥주 한 모금, 주변 풍경을 안주 삼아서 한 입, 맥주 한 모금, 안주 한 입....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지만
거리에서 이렇게 병나발 부는 것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구나 싶습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메콩강 옆에서 병나발로 부는 비어라오
쌩쏨, 라오라오 같은 각 나라의 전통 술들도 많습니다만
맥주만큼 여행에 어울리는 술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갈증 해소는 물론이거니와 알코올의 힘으로 긴장까지 풀어줍니다
다른 술들은 높은 도수 때문에 술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반면
맥주는 부담스럽지 않은 도수(4~5%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경치 때문에 취하고 맥주가 안주가 됩니다
도수가 낮기 때문에 숙취가 적어 다음날 훌훌 털고 여행하기도 좋죠
(그러나 지나치게 마신다면 오히려 독한 증류주 보다
더 숙취가 심할 수도 있습니다.. ㅠㅠ 과음은 여행의 적!!)
여행일기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편이라 이러저러 정보가 많습니다
제가 마신 맥주에 대한 가벼운 통계를 재미로 내보았습니다
여행 기간 중 총 맥주 소비량 = 19440ml
음주한 날 하루 맥주 소비량 = 1143ml/day
여행 국가별 맥주 소비량
라오스(7830ml) 〉〉 베트남(6780ml) 〉〉태국(4200ml)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0ml)
분석 → 자연이 아름다운 라오스에서 이를 안주삼아 술을 가장 많이 마신 것은 당연지사!!
베트남에서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자연이 아름다워서라기 보다는
베트남을 여행하며 베트남이란 나라에 성질이 뻗쳤기 때문이다
술값이 비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선 인간 사회의 법칙에 순응할 수 밖에...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맥주 종류별 소비량
beer lao(7830ml) 〉〉 chang(4200ml) 〉〉 larue(2250ml) 〉〉
tiger(1290ml) 〉〉 singha(630ml) 〉〉 fuda,festival,saigon(450ml) 〉〉 heineken(330ml)
분석 → 라오스에선 비어라오 이외의 맥주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비어라오가 1위
튜빙, 카약킹의 필수품!! 그야말로 최고 ㅠㅠb
태국에선 싱하와 비교하여 가격 경쟁력이 있는 chang만 마셨다
베트남 로컬 맥주인 larue는 싼 가격(한화 약 700원) 때문에 많이 찾았다
도시 당 하루에 소비한 맥주량
훼(1980ml) 〉〉루앙프라방(1575ml) 〉〉 나짱(1560ml) 〉〉
호이안(1290ml) 〉〉 방비엥(1170ml) 〉〉 치앙마이 (820ml) 〉〉 기타 생략
분석 → 베트남 도시인 훼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상위 도시 5위안에 베트남 도시가 무려 3개나 있다.
머문 기간 당 방비엥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신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있는 통계이다
하지만 납득이 갈만한 이유가 있다
라오스의 싸완나켓을 통해 베트남의 훼로 들어가서 베트남을 처음 접한뒤
약 3시간 동안 여러 베트남 사람에게 사기를 2번이나 당했다
자잘한 사기도 아니고 큰 사기를..
베트남 여행을 시작한지 몇 시간도 안되어 베트남에 대한 실망 때문에
좌절하여 하루 사이에 훼에서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
사원의 도시 루앙프라방에서 마신 술의 양이 2위를 한 것은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날이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ㅋㅋ
타국에서 맞는 생일이라니...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여 약간 많이 마신듯 싶다..
나짱에선 스노클링 투어를 하다가 미모의 두 한국인 여행객을
우연히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며 반주를 많이 한 듯 싶고...
호이안에선 더운 날씨에 고가를 둘러보느라 지쳐서
가게에 들어가 맥주 몇 잔을 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것 같다
어째 통계를 내며 분석을 하다보니
기뻐도 한 잔, 슬퍼도 한 잔, 화나도 한 잔, 언제나 한 잔 한 것 같다 ㅡㅡ;;
맥주 소비량에 영향을 미친것은
감정의 종류(기쁨, 분노, 슬픔)가 아닌 감정의 정도(크게, 적게)인 것 같다;;
허참...
그러나 많이 마신듯 싶어도 다음날 여행엔 전혀 부담가지 않았으니
내 기준(?)엔 별 문제가 없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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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은 이정도로 줄이기로 하고 다음편부터 본격적으로 여행기를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