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푸르른 청춘을 통과하는 나는 -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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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푸르른 청춘을 통과하는 나는 - mission

초희별 6 1461

인천공항에 비가 내렸다
활주로가 비에 젖어 촉촉했다
그러고보니 비오는 활주로를 마주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중간에 1시간 정도 홍콩을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해서인지 기내 안에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편안하고도 안정적인 기류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 어쩌면 이 순간을 수없이 생각해왔고 간절히 바래왔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내가 이룬 것이 있다면 
진짜 라디오작가가 됐다는 것과 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나는 영준님이 빌려준 가방을 단단히 메고 처음으로 내가 결정한 것들을 하나씩 수행하기로 한다


발권하기, 탑승게이트 찾기, 기내음식 천천히 먹기, 홍콩에서 경유 할 때 게이트 잘 찾아가기,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배낭 찾기,  공항 버스 '실롬'행 AE1번 타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기록을 많이 남길 생각으로 수첩을 챙겼다
그저 일기처럼 하루 일과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것들을 받아들였는지 또 내 눈이 담은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내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질 않아서 대신 손끝으로나마 여행을 하나씩 기억 해보기로 했다  


홍콩 도착해서 레몬티 사고 2달러를 내니 정말 한국을 떠나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리에 귀를 열었다.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가 내 귀에 흘러 들어오자 마음이 움찔 거렸다
인도에서 온 할머니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내게 다가왔다
혼자 주변을 기웃거리는 나를 기억하고 싶다며,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인도 할머니 사진기에 찍힌 내 모습은 웃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은 감출 수 없는 듯 보였다


드디어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국적이 다른 여행자들이 내 옆을 스치며 정신없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배낭을 찾고 한참이나 그 가운데에 서서 내 이름을 똑바로 불러보았다
김.초.희 너는 네 계획대로 이곳에 도착했어.
이제부터 믿을 건 네 자신밖에 없어.어느 누구도 널 도와주지 않아.


낯선 곳에서 내 이름을 불러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내 이름을 말하지 않는 한 절대 불려지지 않을 이름
...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곧 잊혀질 이름...
누군가의 부름이 아닌 ..내 자신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목소리..
이제부터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 시작되는 거야
네가 선택한, 진짜 어른이 되는 그 길에 건투를 빈다

6 Comments
헤이즈 2009.12.04 09:51  
님의 글을 읽으니 제 기분이 좋아지네요..왠지 설레이고 들뜨고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라디오작가??? 무슨프로그램하세요??제가 라디오를 너무 사랑하거든요..ㅎㅎ
초희별 2009.12.04 15:52  
지금은 프로그램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어요.
유명한 프로그램은 아니고요, 국악방송 '장석주의 행복한 문학'에서 일을 했어요
라디오를 사랑하신다니..정말 반갑습니다 ^-^
나중에 다시 좋은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찾아뵙겠습니다
곰돌이 2009.12.04 19:36  
태사랑에 좋은 글을 올리는 분들에게...

작가라고 하는데...

초희별님의 진짜 작가시네요  ^^*

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블루파라다이스 2009.12.04 20:20  
비오는 활주로...

낭만적입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좋은사람들의 만남도 있는데..

벌써 따스한분들과 만나셨군요~!^^
아리바리 2009.12.07 01:15  
장석주 님...소설가 이시죠? 장석주 님 소설 재밌게 읽었는데...낯선별에서의 청춘인가? 그리고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책 까지..
초희별 2009.12.07 11:50  
네^^ 소설가,시인,비평가이시죠. 반가워요!!!! 장석주 선생님 실제로도 엄처난 독서광이시랍니다. 새벽엔 창작,아침엔 독서 오후엔 집필(칼럼이나 기고)..항상 같은 생활이신데도 늘 행복해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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