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푸르른 청춘을 통과하는 나는 - 다시 수완나품 공항으로...
새벽 6시에 일어나 럽디 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한 친구는 내가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럽디의 백태그를 선물로 줬다
택시를 타고 수완나품 공항으로 다시 가는 길
..처음으로 타보는 택시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지만
가는 도중에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돈이 많이 남아버린 탓에
그동안 돈을 맞추느라 못 먹었던 아주 비싼 돈부리를 사먹었다
그래도 돈이 남길래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샀다
껌, 마스크, 아이스크림, 커피, 잡지, 과자...
하지만 내가 제일 사고 싶었던 건
첫날 수완나품 공항에 내려 내 자신을 똑바로 마주했던 그 시간이었다
이렇게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때를 떠올리자니 희미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언제고 다시 그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까
방콕여행을 했다는 것을 잊어버릴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그때 배낭을 달랑 메고 수완나품 공항에 떨어지듯 도착했었지..
버려진 아이처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나 하나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만큼 무모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
반복되는 건망증처럼 또 다시 나를 잃어갈 때
..수완나품 공항을 떠올리면 좀 치유가 될까
나는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의 잔상을 오래 붙잡지 못할 것 같다
12월은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달이라 하지만 내 2009년 12월은 남들과 같을 수가 없다
내 걸음과 내 친구들의 걸음은 너무도 달라서 나는 조금 느리게 가야할 것 같다
정말 .. 같을 수가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