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어설펐던 첫 배낭여행기
첫 여행이라 준비가 너무 부족했고 실수도 많았어요. 그리고 여행기는 반말로 쓴 것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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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갑자기 밤 3시까지 인터넷질 중, 나는 갑자기 배낭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해 본적이 없다. 딱 한번 뉴질랜드 발 한국행 비행기 약 20시간을 혼자 타고 온 적이 있을 뿐, 여행을 갈 때는 가족, 혹은 친구들, 출장 시에는 직장 동료들이 함께 있었다.
이번에는 혼자 홀가분하게 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 여행으로 호텔아닌, 게스트하우스에 묵어보고, 밥도 관광객 용이 아닌 로컬 식당에서 먹어보자는 굳은 결심으로 밤 3시에 방콕행 비행기를 확 질렀다. 40만원 아 진짜 싸다. 이러면서.
그 날 이후, 모니터 너머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하루 종일 들락날락 하며 부지런히 여행 준비를 했다. 작은 수첩 하나에 빼곡이 이것 저것 적었다.(태사랑이 있다는 것은 여행 떠나기 2틀 전 직장 동료에게 들어서 알았다. 좀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뱅기는 오후 3시 공항에 비교적 가깝게 살고 있는 나는 배낭 하나를 둘러매고 옆에 가방 하나를 더 들고 유유자적 김포공항 경유 인천 공항행 공항 버스를 탔다. 리무진 기사 아저씨 역시 췬절~기분이 확 좋아진다.
공항에 도착
나는 원래 다른 사람보다 빠알리 수속을 하여 창가 자리 앉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빠알리 간 공항에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만다. 이뿐 항공사 언니께서
‘손님 티켓은 방콕행이 아니라 타이페이 행이어요’
하는게 아닌가!! 뭐 말도 안돼는 이러면서 눈을 부릅뜨고 티켓을 보니,
Thailand Bangkok이 아닌 Taipei라고 적혀 있는 내 티켓...
설명하면 길지만,, 인터넷질 5시간 이상 하다가 새벽 3시쯤 표를 지른 나는 눈이 아롱아롱했던 것인지, 앞글자 T에 헷갈린 것인지 대만행 타이항공 표를 지른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카오산인데.. 지금 생각하면 내 실수나 그때는 버럭질을 하며 같은 집에서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했는데 이럴수가 있냐며 여행사 직원과 통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데..ㅠㅠ
이뿐 타이항공 언니께서 '손님 이 티켓으로 대만 경유 후, 바로 타이 가시는 티켓 아직 표 있어요.' 한다. 그 말에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뻐하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표주세요.' 하고 나는 17만원을 더 결재해 간신히 방콕행 수속을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발권한 적이 없었다. 회사에서, 친구가 대표로, 혹은 엄마가 해 준 것이다. 아.. 나는 얼마나 작은가..를 맘속으로 외치며 겸허한 마음으로 면세점을 돌았다. 그제야 17만원이 얼마나 아깝던지, 면세점에서 사려고 계획했던것을 급 수정..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배낭 여행에서는 원래 이런거 안사는거야 하면서.
비행기 내 옆자리에는 동양인(아마 중국인인 듯함) 이민자 대학생녀가 앉았다. 내심 안심. 그런데 우리의 뒷 자리에 앉으신 그녀의 절친 서양인 남자 친구 두명들과 그녀는 가는 내내 얼마나 떠들던지 기절할 노릇이었다. 심지어는 다른 자리에 앉은 또 다른 남자애들 둘 까지 복도에 서서 영어로 쏼라쏼라 깔깔깔 서로 치고 때리고.. 난리다. 이들은 운동 선수들로 보니, 대만에서 열리는 무슨 운동 경기(이건 끝까지 모름)에 참여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온 한국 경유 대만행 비행기를 탄 것이었다. 한 남자애가 여자애를 장난으로 막 밀쳐서 내 자리까지 쓰러지고 막 이랬음. 이때쯤 이 여자애가 진짜 미워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쯤 그녀는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갑자기 남자애들을 막 시끄럽다고 조용히 시키고 다른 자리 넘들은 쫓아보내더니 나에게 급 친절한 얼굴로 말을 걸기 시작함. 어디가냐 왜 가냐 등등 조근조근 나의 짧은 영어로 잠시 대화를 나눌때 보니, 조그마하고 날씬한 체격에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었다. 남자친구들에게 인기녀인듯
방콕에 내려 후덥지근한 가운데, 나는 어디로 가면 50바트를 덜 내고 탈 수 있는 택시가 있어요.라는 말이 기억은 나는데 그게 어디인지 생각이 안나서 그냥 막 나왔다. 덕분에 공항에서 택시 이용할 때 내는 50바트 고스란히 냈다.
택시 운전 기사와 또 짧은 영어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카오산까지 왔다. 아저씨가 싸왓디 방콕 인을 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잘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오산에 걍 떨구어줬다.(하기야 알아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길 한가운데까지 들어오는 것도 난감하다.) 택시비는 550B. 보통 400밧이라던데.. 바가지를 쓴게 분명하나 잘 도착한게 어디냐 싶어 그냥 돈 주었다.
카오산에 도착하니, 이제 뭔 난린가 싶은 ....게 사실 카오산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나는 경찰서 옆에 내렸는데, 지도보고 쭉 걸어오니 호텔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간신히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오니, 방은 넘 작고, 침대는 눅눅하고 벽 떨어진 곳은 노란 테이프로 예쁘게 붙여주신 센스가 돋보였다. 배낭여행자들의 숙소라 고급형은 아니나, 분위기 있고 조용하며 작은 정원이 딸린, 미니호텔형 숙소로 유럽인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호텔 소개 인용)는 이 호텔의 싱글 스텐다드 였는데
카오산 한 복판이라 엄청 시끄러운 가운데,,, 간신히 잠이 든 나는 아침 10시쯤 일어나 식사를 했다. 태국식 죽과 토스트 중, 죽을 선택해서 한숟갈 가득 떠서 입에 넣었는데, ,,좀 짜다. 아니, 아주 많이 짜다 원래 태국음식은 이렇게 짠가?? 하며 좀더 먹어보다 못먹고 나왔다.
나와 보니, 나의 여행 수첩을 그냥 놓고 온 것이었다. 거기에 버스번호며 맛집이며 뭐며 다 적혀 있는데 이런.
돌아가기도 귀찮아진 나는 무조건 큰길로 나갔다. 어떤 버스가 오자 사람들이, 배냥족임이 분명한 그들이 우르르 타길래 그냥 따라 탔다. 안내양이 티켓을 끊으러 오자 말을 해야 하는데, 행선지 없이 걍 탄 나는 할 말이 없다. 기냥 있자 알아서 내 손에서 돈을 가져가고 티켓 주고 거스럼돈도 준다.
한참 가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또 따라 내렸다. 무슨 우리나라 지하철 역 같은 것을 넘어 건너자 아아.. 짜뚜짝 시장이 나오는게 아닌가!!!
나는 이날 짜뚜짝을 오후 4시가 다 되도록 돌아다니면서, 온갖 물건을 다 구경하고, 강아지 만져보고, 혼자 튀긴 치킨이 올려진 덮밥과 무가 들어간 우리나라 무국 비슷한 것과 오렌지 주스 마시고, 타이 마사지 한시간에 발마사지 30분짜리를 300바트 주고 받았다.
이후 아까 본게 지상철인것을 알게 된 나는 시원하게 지상철을 타고 시암에 가서 늦은 시간까지 시암센터와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오는 버스 마다 카오산? 하고 물어 카오산 행 버스를 가까스로 타고 다시 숙소로! 고고 택시 안타고 버스 잘 찾았다 하고 혼자 좋아함.
꼭 지녀야 하는 수첩과 카메라까지 놓고 나온 주제에 하루를 잘 보내고 온 마음에 뿌듯뿌듯!! 했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아니 먹고 돌아다니심.. 너무 지쳐서 어디 식당에 갈 엄두도 못낸 나는 길에서 팟타이 파는 아줌마를 발견 달려가서 계란 팟타이에 스프링 롤을 사고, 싸왓디 방콕 인으로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 과일 파는 아저씨 있길래 10B 주고 과일까지 사서는 숙소로 들어왔다.
내일은 왕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