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00일차 - 끝은 새로운 시작
끝은 새로운 시작 - 우로보로스
여행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이미 과거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작년에 21일 동안 태국과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내 인생에 있어 첫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뭔가 멋지게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태국, 치앙마이, 쩨디루앙 사원
그러나 단순히 여행일정에 대한 기록이 아닌, 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상세히 적는 것은
상당히 물리적 시간과 정신적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4일 동안에 대한 기록만 작성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작성 중인 시기가 시간이 충분하고 여유가 있는 방학기간이었음에도 말이다
여행기를 적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실로 엄청났다....
라오스, 한 폭의 산수화 방비엥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여행기를 쓰면서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이를 악물고 여행기를 써나갔다
여행을 다녀온 시기는 여름 방학인 8월 달이었으나 방학 내에 다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은 겨울 방학이 되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자면 거의 반년 동안의 집필 과정을 걸친 대작(?)인 것이다
(몇 달에 걸친 여행기를 전부 다 쓰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훼
이를 악물고 여행기를 썼지만 이는 남들을 위한 것이 아닌 결국 나를 위한 것인 것 같다
내가 쓴 여행기를 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 혼자 히죽히죽 웃기도 한다
(난 절대 미친者가 아니다)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어서
겨우겨우 이제라도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작년에 캄보디아 여행을 하면서 씨엠립에서 만난 귀인이 한 분 있다
포이펫을 통해 캄보디아에 들어온 뒤, 씨엠립에 처음 도착해서
어디에 숙소를 잡아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슈퍼에서 우연히 만나서 그 분이 묵고 계신 숙소를 추천받아서 같은 숙소에 묵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영국으로 부터 독립을 선포한 메르데카
그 분은 40대에 접어든 남자 분으로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 분과 두 명이서
몇 달 간 동남아를 여행 중인 분이셨다
그 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넌 배낭여행 나온 것이 이게 처음이라면서? 내가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넌 분명히 배낭여행을 또 나오게 될 거야....’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 가는 길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당시에는 배낭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분의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가 간다
싱가포르, merlion 상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낯선 나라에서
혼자 다닌다는 것은 분명 무섭고 위험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얻는 즐거움은 그게 비할 바가 못된다
태국, 매홍쏜, 종캄 사원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에서는
나는 거대한 사회라는 기계 속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자그마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 같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사실은 나의 의지가 반영이 되어 있지 않고
결국은 사회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여행에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여행에 오면 난 더 이상 톱니바퀴가 아니다
내가 왕이로소이다
I'm king of the world!!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때문에 또 다음 여행을 계획중이다 ^^
================================================
나의 배낭여행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배낭여행을 단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배낭여행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