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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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6

용감한아줌마 10 2052
1월 28일

눈을 뜨니 10시가 넘었다.  아니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이를 무시하지 못하는 저질 체력인지라.....  
울아들 차마 엄마를 깨우지는 못하고 배는 고팠는지, 어젯밤에 사다 쟁여 놓았던 요플레를 혼자 까먹고 TV보고 있더라...   에고, 기특도 하지!!

미소네에는 99밧 점심부페가 있다.
밖으로 밥먹으로 나가기도 귀찮고 간만에 한국식 쌀밥 먹고 싶어서 들어갔더니....  대박이다.
떡볶기가 있다!  우리 떡볶이 엄청나게 사랑한다. 
아메리칸 스타일로 아침을 고집하던 울아들도 떡볶이 앞에선 무너지고 마는구나...
너~무 잘 먹는다.  밥은 안먹고 떡볶기만 줄기차게 먹는다.
하긴, 얘는 내 뱃속에 있을때도 떢볶기만 먹던 녀석이니까~~

난 우아하게(?) 비빔밥 만들어 먹었다.  입 쩍쩍 벌려가면서...  입가에 고추장 발라가면서....
이 몹쓸 입맛을 어쩌란 말이냐?  정말 맛있게 밥 먹고, 과일 먹고, 주인 아주머니까 주는 공짜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온세상이 다 내것인듯.....  참~단순하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많은 태국인들이 드나들더라...  그네들이 비빔밥 만들어 먹는걸 보니까 웃기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볶음밥보다 맛있지???

치앙마이에 일주일이나 있어야 하는데, 미소네의 위치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빠뚜타페 쪽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쌩테우 자신있게 탔다.
"빠뚜타페~~"
탈때 가격 묻지도 말고 내릴때 무조건 일인당 20밧 내면 된다.
착실하게 얼마냐고 물어보면 바로 가격 올라간다.....  어제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타페에서 내려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빠뚜타페 로드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랬다. 진짜루~~ 깜짝 놀랬다.
문제의 J가 눈앞에 떡하고 서 있는거였다.  우리보다 더 놀란 얼굴을 하고서...
"누~~나~~~"
"야!  너~~ 뭐야....   언제 왔어?"
"전, 방금 와서 숙소에 짐풀고 나오는 길이예요.....  정말 반가워요..."

혹시 치앙마이쯤에서 한번쯤 만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만나니 정~말
몇배로 반가웠다.  게다가 J가 붙임성이 좋고 싹싹해서 정감도 가구....
"누나!  아유타야 거쳐서 수코타이,
 그리고 치앙마이로 오는동안 한국말 하고 싶어 죽는줄 알았어요. 
 한국사람 한명도 못봤어요...."
27살이나 되었어도 울아들보다 더 철없는 J 는 정말로 우리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구시가지를 같이 돌면서 난 숙소를 알아보고, J는 트레킹투어 상품을 알아보기로 했다.  치앙마이가 극성수기라더니 눈에 차는 왠만한 숙소는 모두가 풀부킹이었다.  보기에 낡아 보이는 곳은 들어가기도 싫고....   여행사에서 호텔 바우쳐를 끊으려고 하니 31일과 1일에 가라디너가 포함된곳이 많아서  포기하고....  처음온 길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난 길치니까.
그렇게 대충 거리를 헤매이면서 수다를 떨다가....  안녕~~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던지 하겠지...  진짜루 그냥 헤어졌다!!!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울아들이 사랑하는 시장엘 또 갔다.  이번엔 "나이트바자"
여기도 만만치 않게 크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애 눈에 뭐가 다른건지 뚫어져라 살펴본다.
썬데이마켓이 태국스런 느낌이 나는 물건들이 많았다면, 나이트바자는 그냥 시장 같았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더 많이 있는....
그래도 신나게 구경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쟤가 딸이 아닐까 의심해 보기까지 했다는 ㅋㅋ

오늘은 반가운 얼굴들을 보는 날인가 보다....
나이트바자 한가운데에서 멀뚱 멀뚱 우릴 바라보는 시선들을 느꼈는데, 누구더라???
라오스 방비엥에서 카약킹을 함께 했던, 대학생들이다.....  울아들과 함께 점핑하던 언니다...
 어떻게 된거지?
"너희들,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잖아....  여긴 왜 있는건데?"
"오늘밤 한국으로 가는데, 마지막으로 밥 먹고 쇼핑....."
치앙마이가 졸지에 만남의 광장으로 변해버렸다.  앞으로도 난 쭉~~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된다.

예쁜 언니들과도 아쉽게 작별.....  지금쯤 각자의 집에서 다음학기 준비하고 있을려나?
나이트바자를 한바퀴 돌아주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쌩테우를 잡으니
"100밧~~"
"40밧인거 알거든....."
쎙테우기사 쌩까고 가버리더라....  타페쪽으로 숙소를 옮기고야 말리라....
그래도, 기다리면 정직한 쌩테우가 온다.  그거 타고 님만해민으로 go~~

"님만해민" 여기가 어디냐고?  한국의 압구정? 청담동?
밤에 와본 님만해민은 태국의 젊은 남녀들로 넘쳐나는 활기찬 곳이었다.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까페,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을 자랑하는 예쁜 상점들-주인장의 프라이드가 만만치 않더라.
정말로 나를 놀라게 한건 거리를 가득메운 고급차들이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차들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 저건 도대체 얼마짜리냐???  
태어날때 금숟가락 물고 태어난 애들이 타고 다닌다는 차가.... 허걱...
자동차에 관심 많은 울아들 주차된 차들 관찰하느라 바쁘다.  짜식~ 빈티난다!!!

태국내에서의 빈부 격차가 엄청나다고 하더니만....
구시가지의 외국인들이 점령한 까페나  팝하고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뭐랄까?  조용한 듯하면서 분위기 있게.... 라이브음악까지 더해 주시니 금상첨화!!!
한국처자들 중에 유독 님만해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더만, 그 이유를 알겠다.
아들만 아니면 나도 저들 틈에 끼어 맥주 한잔 했으면~~~

안되겠다.  아들이 외국에까지 와서 빈부차이를 느끼게 할 수 없다.
550밧짜리 방에 재우면서 99밧짜리 아침 먹이는 엄마가 가난하다고 느끼면 어떻하지???
내일은 반드시 구시가지 쪽으로 방을 옮겨야겠다. 

오늘의 교훈 :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니 여행중에 나쁜짓 하지 말자~~
10 Comments
그곳에내가있다 2010.01.16 16:29  
오늘에 교훈 동감하는 1인
화이삼~`
용감한아줌마 2010.01.16 20:18  
그날, 왓프라씽 앞에서 루앙프라방 여행 마지막날 만났던 여학생도 만났답니다.
이 여학생도 여러번 만나게 됩니다....
열혈쵸코 2010.01.16 18:01  
아드님이 애어른이라 이미 알지도 몰라요...
좋은호텔에서 머무는 여행도 좋지만, 배낭여행의 즐거움도 크다는 것을..
나중에 과연 어떤 게 기억에 크게 남을지... ^^

여행중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일도 없는 것 같아요. ^^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1.16 20:20  
처음 자유여행을 시작했을땐 수영장 있는 호텔에서 지냈었죠... 한번만 나갈줄 알고....
일년에 2번씩 나가게 되니까 눈치도 보이고 생각도 바뀌게 된거죠 ㅋㅋ
나비평면 2010.01.16 23:54  
여행중에 반가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건 정말 행운인것 같아요 +_+
저도 치앙마이에 가고 싶네요 ㅠ0ㅠ
용감한아줌마 2010.01.18 12:01  
이번 여행에는 특별히 더 많은 분들과 인연이 되었네요...
담번에는 치앙마이에 한달정도 살아볼까 싶기도 해요 ㅋㅋ
쩡이^^ 2010.01.17 18:39  
시장 구경하는 아들을 보며 딸이 아닐까 의심...ㅋㅋㅋ
저희는 님만해민 왠지 정이 안가던데요...ㅠㅠ
외제차들 ㅎㄷㄷ...
글로 읽는데 옆에서 얘기듣는 기분이예요!
용감한아줌마 2010.01.18 12:02  
언니는 울아들 봤잖아???  얼마나 조신한지 알면서 ㅋㅋ
민베드로 2010.02.02 00:22  
여행중 만난 인연이 평생 인연이 되기도 하죠.
2년전 태국에서 만난 동생은 태국에서 만난 분과
이번에 결혼까지..ㅋㅋ

저도 좋은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나서 좋은 기억으로...

님만해민의 외제차..ㅋㅋ
저는 태국은 모두 외제차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차 몇대 안되잖아요.
캄보디아 가면 우리나라 차들이 많은데...

연말이라 치앙마이도 여행자들이 참 많았겠어요.
저는 조용한 기억이 더 많이 남네요.
6월에만 가보아서요.

아들 한번 보고 싶네요..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22  
제 여행기를 쭉~~ 읽고 계신가봐요?  영광입니다.
J와 저의 인연은 어디까지일까요?

저도 여름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사람 좀 없을때 한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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