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친을 만나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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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친을 만나러~ 4.

올드레몬 18 5243
드디어 2009년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한국은 지금 너무 춥고 눈보라에 고생들 할텐데.. 전 선풍기 돌아가는 태국의 한 방안에서 지저
귀는 새소리에 잠을 깹니다. 자 씻고 오늘도 보람차게..

TV를 켜는데 중간 콘센트, 써지멀티탭의 전원이 들어오다 말다 불량이네요.
원인을 주욱 찾아 살펴보니 벽 콘센트에 꼽는 플러그 주변이 접촉불량입니다.

"이거 여기가 불량이거든, 봐봐~ 요렇게 조렇게 만져보면 되다말다.. 그렇지??"
"아.. 그렇구나. 오빠 이거 하나 새로 사야되겠네..."
"아니야.. 이거 앞 부분 플러그만 하나사서 교체해주면 돼.. 내가 해줄께.."
"야, 오빠 그런것도 할줄 알아??"  -_-


로터스에 갑니다.
문밖을 나서서 골목을 돌아 큰길쪽만 나가면 이젠 어김없이 손을 잡습니다.^^
실로 즐거운 발전입니다..

태국의 로터스도 한국과 비슷하네요. 방식이나 물가수준등등 비스므레합니다만 물건이 그리 다양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필수 생활용품들은 다 있는것 같습니다. 전기 잡자재 코너에 가서 앞플
러그를 하나 구입하고 다른것들, 콜라나 과자류.. 간단히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10시에
오픈해서 한국처럼 밤 10시에 문을 닫네요. 아침 시간였지만 땀은 흐르고...

집으로 돌아와 플러그 교체작업을 해줬더니 점수 10점 획득했습니다. 잘했다고 칭찬~ ^^;
태국의 전기는 220볼트인가 그런데 앞 플러그는 예전 110볼트처럼 생겼습니다. 안전에 좀 둔한지
플러그 접속부위도 좀 약하고..


자 오늘의 일정을 간략하게 그녀와 협의했습니다.
번화가로 진출해 여기저기 쇼핑센터 기웃거리다 저녁먹고 센트럴월드에서 카운트다운 페스티벌
구경하고 돌아와 케익에 촛불 꼽고 소원빌고 새해를 맞는것... ^^
..

오전시간을 차태연 주연의 한국영화로 보냅니다. 학교다닐때 딸 만들고 그딸이 또 아들을 만들어
방송DJ 생활하는 그에게 어느날 나타난다는... 제목이.. 무슨 초고속 스캔들인가?뭔가 인것 같은
데..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전 그녀가 깔깔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이뻐서 영화보다는 그
녀를 더 쳐다 봤습니다.. ^^; 한국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네요..


자 이제 방콕을 활보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원한 것 첫번째... 오늘도 역시 쌀국수가 먹고 싶다~ OK 먹으러 가자...^^
그렇게 시장통 쌀국수 집으로 향했습니다. 둘이서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97번인가 버스를 탔습
니다. 역시 7바트.. 방콕의 이 버스는 바닥이 나무더군요. 어떤 버스는 천정에 선풍기가 붙어 있
기도하고 없는 것도 있고..

신기한것은 하루에 한번 정도는 꼭 무료버스라는걸 탔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돈 받으러 오질 않
더군요. 자세히 보니 앞창문에 파란띠에 흰글씨로 뭐라뭐라 길게 수평으로 글을 써서 붙인 버스가
바로 무료버스더군요. 차장 아줌마나 아저씨가 손님의 숫자를 적는것 같던데요. 뭐라뭐라 물어보
다가 잘 몰라서 패스했습니다. 아마도 통행량 조사, 승객현황, 트래픽정도.. 뭐 이런걸 조사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버스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혹시라도 버스타시고 돈 받으러 안오면 땡잡았다
좋아마시고.. 원래 그런거구나 이해하시길.. ^^

시암역 근처 MBK 상가에서 내립니다. 입구에 들어가니 환전하는 곳이 있군요. 여기서 200달러를
바꾸었습니다만, 나중에 카오산에 갔더니 환율이 더 좋더군요. 상가를 죽 둘러보니 많은  종류의
상점들이 있습니다.

옷가게도 둘러보고 전자상가도 둘러보고... 전자제품의 가격은 싼것 같지가 않군요.
수많은 핸드폰 가게도 기웃거리고.. 그녀도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핸드폰에 관심이 많더군요.
그녀도 그렇고 최신의 10,000바트 이상의 고가폰들을 주로 선호하더군요. 전 핸드폰은 주로
받는 용도와 알람, 시계, 메모정도로만 활용하는 사람이라.. 패스.. ^^;


3층인지 4층인지 잘 모르겠는데 커피숍, 음식점들이 주욱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싼 커피점은 잘
안들어가봐서 전 잘 모릅니다. 이곳에 오니 갑자기 커피가 떠 오르네요..

"어디 커피 없을까??" 전 자판기 같은게 혹시 있을까 해서 물어본건데...
"아.. 저기 있다.. 오빠 저거 찾아?? 아.. 그냥가자 오빠 비싸~~"  쳐다보니 스타벅스 이군요..^^
"아니야. 저기 들어가자.." 태국인데 뭐 커피 두잔에 얼마나 하겠나 싶었죠..

그래서 그냥 들어가 앉았습니다.
"오빠 뭐 마실거야??" "뭐.. 너랑 같은거..." 흠... -_-
뭐 마실거냐고 저에게 묻더니 시원한 바닐라인지 거품 가득한거 두팩을 받아드네요. 계산서를
보니 개당 백몇십바트인가... 두잔이면 만원쯤?? 안되려나 그런 금액였더군요.. 흠~~ 자판기
커피가 딱 내 스타일 인데..  -_-;

"너 이런 커피 자주 마시니? 이거 좋아하나 보다.. 주문도 잘하고..."
"회사에서 미팅하러 오거나 업무상 들릴때만 가끔씩.... 친구랑은 비싸서 안마셔 이런거"
당연히 알뜰한 그녀가 이런데 올리가 없죠.. ^^ 쪼잔한 내 가슴, 안심..


커피도 마시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어둑어둑 저녁시간이 지나가고 있더군요.
"뭐 먹고 싶어? 저녁 먹어야지..."
"음~~ 아무거나.. ^^ 오빠 카오팟 먹을까???"  T_T;;
"안됏~ 볶음밥 그만 먹자. 오늘은 그래도 좋은 날인데.. 아.. 오빠가 한국음식 사줄까? 어디 없나..."
"OK.. ^^ 나 사실 한국음식 먹고 싶었어.. 김치랑 김밥, 비빔밥... 그런거 먹자~~"

그러더니 저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아속 역에 가면 한인상가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음식점 있어."
"아.. 어떻게 잘 아니??"
"거기에 있는 한국 가게에 들려서 가끔 과자나 사탕 사먹거든.. 나 쵸코파이 아주 좋아해.."
신나서 말을 합니다..

그래서 BTS를 타고 아속역으로 향합니다. 4정거정 25바트 였나..
방콕의 지하,지상철은 참 깨끗하고 좋네요. 아주 시원하고 익스테리어 페인팅 그림들도 재밌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1구역, 3구역... 정거장 숫자가 카운트되어 가격이 비싸지는군요.
구간별로 펀칭된 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동그란 애들 장난감 같은 까만 플라스틱 코인을 받아
사용하기도 하고.. BTS와 MRT를 시원하고 깨끗, 편해서 타긴했지만 버스보다 가격이...
태국에서 몇일 지냈다고 10바트만 차이나도 비싸게 느껴집니다. 한국물가로 치면 별거아닌데..

아속역에 내려 한인상가로 들어갔습니다. 역에서 내려 왔던길로 조금 뒤더군요.
익숙한 한글 간판들...^^
그녀에게 무엇이 처음으로 맛보는 한국음식으로 좋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한국이라면 당연
소갈비가 제일 맛있겠죠?? 그런데 가격이 안쌀거라 엄습.. T_T; 삼겹살은 안되겠고.. 돼지숯불
갈비로 결정했습니다. ^^ 이게 아마 가장 좋을듯한 판단.. 가격도 저렴하네요. 290baht 1인분..

가운데쯤 한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자리가 꽉 찼군요. 2층을 올라, 3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만석입니다. 아마도 연말이라 한국관련한 분들, 여행객이나 일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듯 했습니다.


오로지 저만 태국 아가씨와 둘이 들어와 앉았군요.^^;
모두들 한국분들.. 한국어가 들리고.. 그녀에게 한국식당은 물과 밑반찬이 무료 리필이라고 말해
주고...^^ 돼지갈비를 시켰습니다. 김치가 나오는군요.. 오~ 한국에서와 똑 같지는 않지만 거의
흡사합니다. 아주 맛있네요. 음식 반찬들도 아주 깔끔하고.. 천장에 달린 흡기팬이 주욱 내려와
연기를 다 빨아드리고.. 깨끗하고 좋습니다..

종업원들이 왔다갔다 분주합니다. 복장도 한국고깃집 복장에 아주 깔끔하고 외모도 한국사람과
똑같습니다. 상추에 구운 숯불고기를 소스에 찍고 김치와 고추, 고추장 밥을 살짝 올려 쌓은후..
"아~ 입벌려 봐~~" ^^;  "오빠~~ 괜찮아..."... "안돼 벌렷!!"
"와우~~ 오빠 너무 맛있어.. 이게 한국 갈비야?? 아 진짜 맛있다. 고기도, 김치도..."

그렇게 닭살 스럽게 두어번 먹여 주고, 한번 받아 먹고.. 반복하고.... ^^
아마 거기 일하는 태국종업원분들, 그리고 옆,뒤에 앉으셨던 손님들 닭살커플에 짜증좀 나셨을
겁니다. 그녀를 위해 김치를 더 달라 시키고.. 그녀가 태국어로 종업원과 뭐라뭐라 자주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던데..^^ 내가 종업원이 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처음엔 갸우뚱 하더군요.
아주 김치도 팍팍 구워가며 정성을 다해 그녀를 모셨습니다. ^^;

그녀의 디너는 만족감 100%, 멸치볶음도 맛있다고 잘 먹더군요.. ^^
사모님 이신지 사장님 이신지 잘 먹었다고 인사드리고 손님들 틈바구니에서 그녀를 잡고 나왔습
니다. 태국사정은 잘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저와 그녀를 어떻게 보셨을지.. "닭살커플"... 흠~~

전 항상 가글가글.. 입세정제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음식 냄새를 줄여야 해서요.
그래서 껌도 자주 씹고 가글링도 하고.. ^^; 그래서 마늘도 안먹었죠. 그녀도 마늘은 안먹더군요.


옆에 있는 한인상점에 들어가 그녀가 원하는 쵸코파이와 몇가지 과자, 캔디류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BTS를 타고 센트럴월드쪽으로 이동.. 칫롬역에서 내립니다.

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역주변에 모이고 또 모이네요. 신년 새해카운트 다운을 즐기러 나온 방콕
사람들이 수없이 많네요. "탄.. 이거 사서 네 머리에 꼽고 싶은데??"
평상시 같으면 쳐다도 안볼, 미키마우스 머리띠 귀 모양이 커다란 그런 머리띠를 그녀에게 가르킵
니다.. "오빠도 같이 안하면 나 안할래..." OK.. 그렇게 둘이서 앙증맞은 머리띠를 사서 꼽습니다.
반짝반짝 불빛이 켜지는.. -_-; (나 왜이렇게 되었을까.... ) 거기서 거절한다면 분위기가 싸~ 해질까봐.... 하나에 10바트.. 싸긴 싸네요.. ^^;

야광이나 불빛들이 막 날아다니고.. 저 멀리 무대에서는 가수들이 노래하고... 분위기가 마구 익어
갑니다.. 아.. 그 순간 번뜩 떠오른것~~ 케잌이 없군요. 여기서 늦으면 케잌가게도 다 문을 닫을텐
데.. 부랴부랴 챙겼으나 이미 늦었네요... T_T;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잡아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합니다. 동네에 가다보면 빵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구입하자고... 인파를 헤치고 시암근처로 나가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재촉해서 열심히
달렸갔지요.. 그러나 다른곳도 역시 문을 닫았군요.. 이런... 촛불켜고 케잌 자르자던 오늘밤의
계획이 수포가 되버리는 순간이네요.. T_T;


이거 원 카운트다운 축제도 놓치고 케잌도 놓치고... 그냥 일단 집으로 갔습니다.
가는길에 동네 골목이 시끌벅적입니다. 서민들이지만 오늘 같은날 다 같이 모여 음식차려놓고
쿵작쿵작 태국 뽕짝같은걸 틀어 놓고 춤을추고....
...

시간이 다 되었는데.. 전 그냥 그녀의 방에서 TV만 보고있고 그녀는 안옵니다.
"같이 카운트다운 하자고 했는데 왜 안오나.. " 불안한 심정으로 기다리는데..
"오빠 준비됐어 이리와봐~~" 그러면서 절 부릅니다. 그녀가 집 끝자락 베란다로 절 끌고 나갑니다.
 
오옷!!!
촛불 12개가 가지런히 주욱 놓여져 있고.. 쵸코바이를 쌓아 케잌을 만들어 초를 꼽아 놨네요..
오~ 감동의 물결이~~~ 주르르 T_T;
쵸코파이로 케잌을 만드는걸 한국방송에서 봤다네요.. ^^; 이런 기특한것 같으니라구...
저도 생각 못했는데...


이윽고 12시가 됩니다. 카운트 다운 소리가 동네어귀에서 들리고...
5,4,3,2,1,0~~ "펑~ 펑~~~"
방콕의 밤하늘에 불꽃이 막 쏘아져 올라가네요.. 여기저기 하늘을 여의도 불꽃축제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오오~~ 이국땅에 와서 이국 여친과 이런 아름다운 밤을.. T_T;


그때 갑자기...
그녀가 저를 와락 껴안습니다. 허걱... 뭐야이거???

"오빠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
"오냐~ 이녀석아....^^; 사랑한다... 나랑 오래오래 행복하자~~ 그런 의미로 키스나 한번할까?" ^^
"what??? what you say?"

제가 무심결에 한국말로 감정잡아 말했더니 못 알아듣고 왔?왔? 거립니다.^^;
"나도 기쁘다고.. 널 이렇게 만나서 정말 행복하고 난 행운아야...하하" 다시 수정해 말해주고..

그 순간.. 이거 키스를 해도 되나, 안되나.. 갈등이 마구 심장을 때립니다..
콩닥콩닥~~ 기회는 이때다.. 지금 놓치면 다시 못할지도 몰라.. 해버려... 해버려... T_T;
순간 멈칫, 그녀가 "오빠 우리 기도하면서 촛불끄자~ 원 투 쓰리...후우~~"
그냥 아무말도 못하고 전 후~후~ 촛불만 껐습니다.

"뭘 기도했는데??? "
"오빠랑 잘 되서 행복하게 살자고 기도했어..." T_T;
우... 도저히.. 이럴때 키스를 안하면 난 남자도 아니지... 그런 심정으로 그녀의 눈을 또려지게
쳐다보는데... 눈치없는 이넘의 사촌 꼬맹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나오는것입니다.
"불꽃놀이 와 멋지다~~ 와와!!" 아마 이런뜻이었을듯.. 알수 없는 태국어로 막 소리치더군요.. T_T;

에구이런~ 망했군...
그런 심정으로 산통이 깨져 아랫층 가족들에게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T_T;
다시 방으로 제가 가장 늦게 따라 들어갑니다.
"오빠 얼른와 내려가자~~"
"아.. 잠깐만.. 잠시만..."  "왜 오빠??"

그러면서 돌아서는 그녀를 향해 두손으로 그녀의 목주변과 머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팍 키스를~~~~ 하하하.. 드디어 입 맞췄습니다. 에구.. 뭐 이리 힘들게 돌아왔는지..
얼떨결에 뿌리치려는 그녀를 못 도망가게... ^^;
순진한건지 앙탈인지.. 왜 뿌리치려는거야 가만좀 있어봐...~~
그리고선 그냥 씨익 웃고서 아무말 없이 둘이 내려왔습니다. ^^


아래층에 내려왔더니 이모님들이 기다리시네요. 냉장고에 사두었던 맥주 몇병을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잔씩 따라 올립니다... 그녀에겐 콜라를 따라주고.. 한껏 마음이 부푼 제가 건배제의
를 합니다.. ^^ 기억이 안나는 태국어로 뭐라고 하던데.. 전 그녀에게 "건강을 위하여~" 하하..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너무 좋은 시간보내고 있습니다."
방은 괜찮은지.. 음식은 잘 맞는지, 불편한곳 없냐고 물어봐 주시네요..
아.. 맥주 한병쯤 후딱 마시고 나니 취기가 살살 오릅니다. "우리 함께 가라오케라도 가자~~"
그녀에게 말했더니.. 옳다구나.. 좋아라 하시네요.. 깔깔 웃으시는군요.

가서 맥주를 더 사오겠다고 하셔서.. 얼른 어린것인? 제가 대신 나갑니다. 골목길에 한바탕 춤판이
벌어지고 술파티가 진행되더군요. 절 보고 동네분들이 막 웃고 뭐라고 하던데.. 저도 그냥 미소로
화답하고.. 꼭 LEO를 사오라고 시키셔서 싱하, 창 대신에 레오를 사왔습니다. 현지 분들은 레오를
더 좋아하는것 같더군요.

빠른시간에 몇병을 그렇게 같이 마시니 취기가 살살 오릅니다. 통역사인 그녀가 있지만 많은 말을
하기엔 힘들었죠.. 그러던 어느 순간.. 큰 이모님이 한마디 하시고 저에게 전달을 하는데..
그녀가 약간 눈을 크게 뜹니다. ??

"오빠~~ 이모가... 나랑..결혼하라고 하는데..?" 오옷..  또 다시 뭐라고 뭐라고 말하시네요.
"언제 결혼 할거냐고 물어보는데...??" 이런 경사가~~~ ^^;

내가 마음에 든다고 결혼하라 합니다. 언제 결혼할거냐고 물어보시네요.. 하하.
전 웃고있는 그녀를 보면서 말을 전합니다. "정말 착하고 좋은 조카입니다. 저도 아주 그녀를 좋아
하고 있고 그녀가 절 좋아한다면 서로 협의해서 멀지 않은 미래에 결혼하고 싶습니다. ^^"
이거 원 누가 누구에게 결혼생각을 말하는 것인지.. 그렇게 제 마음을 전해버렸네요.. 하하..
초롱초롱한 눈으로 제 말을 들으며 바라보던 그녀... 잊을 수가 없군요..^^

기분도 좋아 제가 한턱 쏠테니 가라오케 가자고 식구들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모분들이 흔쾌히 OK하길래 정말 가라오케 가는구나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내가 부를수 있는
한국노래가 있으려나.. 어쩌나 저쩌나 생각했는데... 그분들이 절 데리고 동네 파티장으로 가는
겁니다. 가라오케가 아니라 함께 새해축제를 즐기는 것이었네요. ^^;

제가 맥주 몇병을 더 사와 그분들과 합류하고.. 동네분들이 외국에서 온 이방인 남자에게 자리를
내줍니다. 반갑게들 맞아주고 아주머니 분들은 저랑 악수를 청하시는군요.^^; 남자분들은 그냥
웃고만 있는데 아주머니 분들이 맥주를 한잔씩 따라 원샷~하라네요.. 하하.. 몇잔을 비우는데..
맥주에 삶은 닭고기를 수북히... 하하.. 배터지는군요..

젊은 제 또래 한 아줌마가 제 곁에서 안떨어 집니다. 춤추다가도 저에게 와서 다시 술주시고..
기어이 절 잡고 끌고나가 저랑 춤을 추고야 맙니다.^^; 거절도 미안하고... 이거 원~ 태국 뽕짝에
맞춰 박수를 쳐가며 흔들어야 했습니다. 둥글게 서서 절 가운데로 끌고 나가는데..
에라 모르겠다.. 으쌰으쌰~ 관광버스 춤 비스므레 함께 얼씨구 절씨구 흔들어 봤습니다.^^

깔깔거리고 웃는 이모님들과 그녀... 무척 신기했나 봅니다. 멀쩡한 외국넘이 타지에서 술마시고
흔들어 대는 모습.. 제 키가 177정도인데 그분들은 다들 작더군요..^^;
유난한 그 아줌마가 계속 엉겨붙으려하고.. 제 여친이 떼어 말리고.. T_T; 그래도 열심히 술을 건넵
니다. 아무리 맥주지만 배불러서 못 마시겠네요..


"저 아줌마 왜 저러니? 저 아줌마 남편이 누구야? 남편이 보면 싫어하겠다.."
"오빠~ 바로 옆에 앉은 아저씨가 저 아줌마 남편이야..."
허걱.. 제 옆에서 꼬맹이 안은채 기분 안좋은 얼굴로 절 쳐다보는 젊은 남자가 남편이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즐겁냐, 같이 놀자.. 춤추자.. 계속 팔짱을 끼려하고 손잡고 술주고.. T_T;
더이상 같이 있다가는 혼날것? 같아서 밀치고 나의 그녀를 붙잡고 춤을 추었습니다.^^;
'흠~ 부루스 같은 느린곡은 좀 안틀어주나?? 이 대목에서 서로 껴안고 부루스 한판 춰야되는데..'

나이 드신 동네 대빵 아줌마의 묵직한? 타이 댄스도 감상하고..
마구 흔들어 대는.. 한국이나 태국이나 다 같은 생활고를 잠시 내려놓고 흥겨운 서민들의 춤을
봤습니다. 태국사람들이 아마 어디서나 이렇게 신년 파티를 벌이는건 아닐것입니다. 참으로 뜻
깊고 즐거운 밤이었군요..

..

키스도 했겠다. 분위기도 좋았겠다.. 술도 한잔했겠다.. 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잠자리에 누었는데... 술 한잔도 안마신, 아무리 권해도 절대 안마시더군요.. 그녀는 오히려
더 경계사주를 철저히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T_T

한층 더 사촌 꼬맹이를 듬직한 초병으로 세우고 더 담장을 높인채, 더운 태국의 날씨에도 풀커버
이불로 무장을... 흠..
아~ 이젠 속세의 마음을 비워야만 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달콤했던 첫 키스타임만 생각하며
잠에 빠집니다. 계속 울려대는 뽕짝음악소리가 시끄러워도 마음을 비우니 잠이 잘 오더군요..^^;

18 Comments
블루파라다이스 2010.01.15 03:5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해를 사랑하는분과 보내셨군요~!!

한국 쵸코파이도 좋아하시고... 잘 어울리시겠어요~!!

사위사랑은 장모라는데.. 이모님댁에서

맥주와 닭을 대접 받으셨네요....ㅎㅎㅎ

아마 씨암탉 이었을것 같아요..

키스도 성공하시고...^^

두분이 잘되길 바래요~
Naresuan 2010.01.15 11:11  
결혼만 남으신 듯~ 성공적인 연애를 하시군요~~ 신솟은 얼마나??? ^^;;
엄마쟤똥머거 2010.01.15 13:31  
바로또올려주세요..님글넘잼나욧~~기대와방하고있어요~
k 2010.01.15 16:49  
흥칫펫-_-

연말연시는 가족과함께라능!!

그리고,,

쇼핑하러가는데 팔짱은 왜끼나요?응?응?!ㅠㅠ..

전혀 부럽지 않지가 않은거같아,,

사촌동생,,너만 믿겠다!!

우린 무적의 솔로부대다!!

ㅠㅠ

솔직히,,

개미 똥꾸뇽만큼은 부럽다능..
롤러캣 2010.01.15 18:42  
달콤한 연애를 하시네요. 특히 선픙기 고친데에 엄청 감명을 받았습니다. 행복하세요!
알바알토 2010.01.15 21:37  
님에 여행기 넘 재미있네요... 마치, 한편에 단편소설을 읽는듯한.. 특히 저처럼 눈팅만 하던 사람에게 첨으로 댓글을 달게하네요... 왜(?)일까요.. 님에 사랑이 넘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일까요 ??... 태국 TOC Project 땜에, 우연히 알게된 태국인들.. 그중엔 출랑롱컨, 탐마삿.. 저희 현장에 알바 또는 로컬로 근무했다는.. 글구 사랑(?)두.. 지금 처럼 한류바람은 없었지만 넘 괜찬았던 사람들.. 중년이 되어가는 지금.. 가끔 예전 생각에 이곳에 들리면.. 님 처럼 사무치게, 그리고 그립게 만드는 추억이 되살아나네여.. 사랑하시구.. 후기 조금더 많이많이 작성바랍니다.. 오늘두 사무실서 예전에 추억(?)을 생각하며... 중년에 되어가는 지금... 나에게도 소중했던 태국친구들이 생각 납니다..  그들도 저처럼 예전에 사랑(?)했던 추억들을 기억 할까요???
올드레몬 2010.01.15 21:59  
[글쓴이] 입니다..

저역시 다른분들에게 한번도 리플에 리플을 달지 않으려 했으나 님의 리플에 감사를 드리며 글을 답니다. 제 나이도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만 저 역시 7~8여년전쯤 처음 태국에 방문하여 파타야에서 처음으로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패키지 여행중 저녁 자유시간 이었는데 바에서 일하다, 리조트에서 일하다.. 열심히 사는 여자였죠. 나콘파놈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러온 여자였는데 그 곱상한 얼굴이 많이 그을렸고 손에는 세월풍파의 흔적들이 가득했죠..

고향에서 영어선생을 하다가 돈벌이를 위해 파타야에서 검은 망사를 입어야 하는.. 나이들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적이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고 밥도 같이 먹고 두번째 방문때에도 서로 만나 한껏 웃었던 추억이.. 마지막날 샌달, 신발을 선물로 사주었는데.. 정말로 그게 이별이 되더군요. ^^;

저 역시 그녀를 생각하며 비록 그녀에겐 가정있고 순수하게 대화로만 서로가 좋아했던 태국의 여인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끔은 생각합니다. 그녀도 절 가끔은 생각해줄지.. 다른 시장네 여인마냥 그 곱던 얼굴도 태국 풍파에 절어갔으리라.. 왠지 허전함이...
하여간 전 그 이후 그 여인 때문에 태국에  빠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 살던 어떤 사람이던 다 비슷한게 인지상정 아닐런지요...
알바알토 2010.01.15 21:42  
전.. 예전에 동남아 여인에 대한.. 한국생활의 용기가 없어 지금처럼 추억으로만 간직합니다..
(하얀브라우스, 타이트한 교복.. 인테리한 색시한 모습..)
그러나 예전엔 그런여인을 아내로 맞이 한다는 용기가 없었다는...
많이많이 사랑하구.. 정말 멋진 사랑하시구... 서로 많이많이 아껴주는 그런 사랑 하세요... ^^*,
글구 재미나는 후기 오래동안 남겨주시구..
연초라 나이한살 더 먹어서 그런가... 괜히 이글을 보면 옛 생각이 나며 센치해 지내요..
미스터권 2010.01.15 23:10  
글솜씨가 넘 좋으신거아닌가요 ㅎㅎㅎ
재미나게보고있어여 담편두 기대해봅니다
아현동카카 2010.01.16 01:21  
움~ 결혼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시는건가요

국제 결혼이란게 쉬운게 아닌데 말입니다

신중히 하셨음 하네요
Naresuan 2010.01.17 20:04  
문화차이 극복하기 쉽지 않죠... 한국인과 사는 것 보다 노력을 배로 해야할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결혼을 한다면... 신솟이라는 태국 문화에 부딪칠 것입니다... 전 이분이 얼마나 신솟을 준비할지 궁금합니다... 호기심 그런 차원이 아니라...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셨을까 그냥 생각해 본다고 해야하나요... 다른 뜻은 없고, 그 만큼 문화차이를 극복하는데는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죠... 세상에 불가능이 있나요~ 서로 사랑하시면, 노력하시고 살면 되죠~
SunnySunny 2010.09.21 13:05  
대체 왜그렇게 신솟에 대해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결혼 자금 얼마나 모았냐, 결혼식때 얼마나 들였냐, 친지들 지참금 얼마나 받았냐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거나 다름없는 것인데요. 너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지는 않네요
전북 2010.01.17 19:58  
글솜씨 너무 재미있어요..ㅎㅎ
앞으로도 계속 글 올려주세요^^~~ㅎㅎ
한번끄서븐인생 2010.01.17 21:00  
앞으로의일도 올려주세요~다음에
락드언 2010.01.19 06:09  
결혼을 서두르기보단 지금처럼 너무서두르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게 우선이 되어야 할듯 보이네요..아름다운사랑 꼭 결실맺으시길
Naresuan 2010.01.19 06:17  
여행기를 모두 읽어 보셨는지는 모르지만, 글쓰신 분하고 여성분이 나이차이가 많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안 서두르겠습니까... ^^;;
참새하루 2010.01.19 06:34  
꼭 행복한 가정 이루시기 바랍니다
사랑은 만들어가는거랍니다
부디 서로 참으며 기대며
인생의 동반자로 행복하시길 ...
Naresuan 2010.01.19 06:37  
사랑 만들어 가는 것...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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