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4
12월 26일
오늘은 짜두짝에 가야해서 일~~찍 일어났다. 9시에!!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우아하게 아메리칸 스타일로 아침도 먹구,
참으로 별난 울아들, 아침은 꼭 아메리칸 스타일로 먹는다. 이게 별거 없다.
빵, 계란 후라이, 햄, 쏘세지, 쥬스, 커피(요건 내꺼) 보기만 해도 목이 꽉 막히는 마른 음식들....
아~ 고추가룻 들어간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싶다....
어쨌든, 손꼽아 기다리던 짜뚜짝으로 G0~~
버스에 올라타니 친절한 안내양이 알아서
"짜뚜짝 ??"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주말이면 짜뚜짝을 찾았겠는가?
친절한 안내양 또는 안내남이 있는 방콕의 버스를 난 사랑한다.
내 어린시절에도 분명히 안내양이 있었다. 아주 불친절하고 무서운 언니들로....
중학교 1학년때 유난히 왜소한 체격이었던 나는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학교앞 정거장에
제때 내리기 위해 출입문옆에 붙어 있다가 안내양 언니의 시퍼런 서슬에 눌려 귀퉁이까지
밀려나 제때 못내리고 다음 정거장에 내리기 일쑤였다..... 덕분에 학교까지 열심히 뛰었다....
우리의 안내양 언니들은 왜 그리 무서웠을까?? 그래도 그때가 그립네~~
50여분쯤 버스가 달리니 딱~~ 봐도 짜뚜짝인걸 알 수 있는 커다란 시장이 보인다.
일단은 인포에가서 지도를 받는다. 현재의 위치와 시장의 구조 등등을 친절하게 영어로
안내 받을 수 있다. 지도만 봐도 어지러운데 어떻게 나 같은 길치가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숨부터 나온다. 난 사실 남대문시장 에서도 길을 잘~ 잃어버린다. 한번 간 매장을 찾을 수가 없어서 물건이 맘에 안들어도 교환같은거 못한다. 고로 되도록이면 큰길가에 있는 매장을 이용한다. 찾기 쉽게 ㅋㅋ
본격적인 쇼핑 시작~~
솔직히 난 시원한 마트에서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데, 울 아들이 여행의 참맛은 재래시장이라는 굳건한 신조를 갖고 있어서.... 할 수 없이 따라 다닌다.
아무리 철든척해도 애는 애인지라.... 첫눈에 실뭉치로 만든 인형가게 앞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내 보기엔 별루 특별하지도 않더만, 제 눈에 예쁜지 계산기 두드리리고 있다.
"아들!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냥 사지 그래???"
"다른 곳에서 더 싸면 어떻하지?"
"야~ 여긴 한번 지나면 다시는 그 가게 못 찾는데~~"
결국엔 샀다. 요상(?)하게 생긴 해적인형을 색깔별로, 크기별로 구색 맞춰서....
그날 저녁에 카오산에서 보니 개당 20 ~ 30밧은 싸게 샀음을 알았다.
어짜나 뿌듯하던지.... 쇼핑의 재미가 이런거 아니겠는가?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애완동물 코너에 와있다...
난 살아 숨쉬는건 사람만 좋아한다. 동물 당연히 싫어한다.
애만 없었으면 눈길도 주지 않고 피해 갔을 곳인데, 아들이 동물을 사랑하는지라.....
햄스터가 귀엽다고 난리다... 햄스터가 뭐가 귀여워?? 쥐 아니야?
새가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단다... 새가 예뻐?? 새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데~~
동물 애호가들이 날 보면 기가 막히겠지만, 그래도 난 동물이 싫다. 무섭다.
나 어렸을때 외갓집에서 닭한테 쫓기다 놀라서 넘어진 흉터가 아직도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들듯 하다. 아들아 니가 포기해라!!
짜뚜짝의 더위는 정말 살인적이다. 햇빛도 더 뜨거운것 같다.
그래도 친절한(?) 엄마는 아들을 위해 참았다. 간식까지 챙겨 먹여가면서....
난 가끔 집에서 계란후라이 옆에 메추리알후라이를 비교샷으로 놓아보는데,
버젓히 간식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메추리알 후라이를 발견했다. 심봤다!!!
얼마나 할 일이 없길래 메추리알을 후라이하고 있냐고 구박했던 남편을 위해 인증샷~
이래서 내가 태국의 간식을 정말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난, 오늘 짜뚜짝에서 정말 놀라운 재주를 발휘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 쇼핑 시작부분에서 맘에 드는 동전 지갑을 발견했는데, 주인이 전혀 흥정에 응하지 않아서 포기했던 곳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그것만한 물건이 없는것이다.
별루 비싸지도 않은데, 그냥 살걸 그랬나보다 하면서 후회만 하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길.. 가는 길에 좀더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한바퀴 돌고 있는데 이상하다?? 이 곳은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하긴 시장이 다 비슷비슷 하니까....
아니야, 좀 이상해... 분명히 왔던 곳이야.... 그럴리가....
짜뚜짝에선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자리에서 흥정하고 사라고 했잖아.
다시 그가게 찾아 가는건 정말 힘든일이니까.... 허걱!!!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초능력(?) 주시다니요 ㅋㅋ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니 분명히 우린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나가고 있었다.
미로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그렇다면, 난 이제 길치의 늪에서 탈출하는거야??
그러나, 이 초능력은 oneday ticket 이었던 것이다.
물론 맘에 들었던 동전지갑은 내손에 들어왔구.....
친절한 3번 버스는 아유타야은행 맞은편에 우릴 내려 준다. 딱 좋은 위치다...
너무 더운 곳에서 돌아다녔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다. 생각해보니 간식 먹느라 제대로 된 밥을 못 먹었구나. 어쩐지, 멀미하는것 같더라니.....밤버스로 치앙마이로 가기 때문에 들어가 쉴 숙소도 없는데,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카오산과 람부뜨리의 많은 식당들이 그러하듯 에어컨은 없고 사람은 정신 없이 많은곳... 그런곳에서 밥을 먹다가는 정말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발견한 곳은 "take a seat"
길거리 볶음밥이 40밧인데 여기도 볶음밥이 40밧이다. 과일쉐이크도 20~25밧이구,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구, 화장실도 깨끗하고 가게 규모가 작아서인지 조용~하다.
혹시 카오산과 람부뜨리에서 시끌벅적한 식당분위기에 지친 분이라면 한번쯤 추천해주고 싶다.
치앙마이로 가는구나.... 드디어!!! 여행자버스~~ 난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