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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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2

용감한아줌마 14 3381
글 솜씨가 없어서 여행기 올리기로 한걸 조금은 휘회 했지만, 격려의 댓글들과 함께 태국에서 잠시나마 알게되었던 이들의 쪽지가 와서 용기를 얻어 계속 하기로 합니다.....

12월 24일

너무 잘~ 잤다....   라오스와 하노이의 밤은 너무 추워서 편히 잘수가 없었는데, 방콕의 밤은 따뜻(?)한게 눈뜨기 싫어진다.  아~ 난 따뜻한 나라가 너무 좋다...

방을 옮겼다.  아들과 난 "다이아몬드 하우스"가 가격대비 별로라는 결론을 내리고 뉴씨암3로 이사갔다.  뉴씨암3 트윈룸으로 들어선 순간 행복했다.  문을 여는 순간 방안 가득 비추는 햇빛!!  난 햇빛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우리집 거실엔 커텐이 없다.  일요일마다 남편과 아들이 햇빛 때문에 TV를 볼수가 없다고 난리를 쳐도 난 집안 가득 햇빛이 드는걸 정말로 사랑한다.....  그래서 커텐은 없다.

오늘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을 하러 길을 나섰다.  일단은 간단한 아.점을 먹구..
말로만 듣던 나이쏘이 국수집을 한걸음에 찾았다.  태사랑의 지도는 나같은 길치도 절대 길을 잃을수 없도록 만들었다.  뭘 먹어야할지 고민하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날 커다란 솥 앞으로 끌고 가신다.  솥 안에는 갈비탕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그래 이거구나!  바로 2그릇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무슨 양념을 넣어서 먹으면 맛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게 뭐였더라?
하나님께서 내게 길치의 능력과 함께 남다른 건망증까지 선물하셨으니, 날 참으로 많이 사랑하셨나 보다.  그냥 눈에 고춧가루가 보이길래 한숟가락 듬뿍 뿌려 먹었다.  얼큰하니 좋긴 한데....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이 수상하다.
"아들 너 덥니?  땀 엄청 많이 흘려...."
"엄마!  물~~~"
얘가 한국에서 라면에 고춧가루 타먹던 습관이 있어서.....  아들아 미안하다.
태국고춧가루가 좀 매운걸 엄마가 몰랐다.

얼큰한 간식을 한그릇 먹고....  솔직히 한 젓가락 뜨니 없더라.   오늘의 중요한 일 북부터미널에서 치앙마이행 표를 사는 큰일을 하러 길을 나섰다.  태사랑 지도에 표시된 정류장 앞에 서있는데 딱 봐도 한국인 티가 나는 청년이 나와 똑같은 지도를 들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난 운명의 J 를 만나게 된다.  J와 나는 치앙마이에서 끈질기게 마주치는 필연을 갖게 된다.

한눈에 봐도 완전 초짜 배낭여행자 티가 팍팍 나는 J는 2달이 넘믐 여행동안 사용할 경비를 현금으로 복대에 채워왔단다.  허걱!!!
다른건 몰라도 절대로 복대를 풀지 말기를 당부했다.  혹시 도미토리에서 자거든 샤워실에 갈때도 복대 가지고 가라고 했다.   얘가 곱게 자랐는지 자기는 싱글룸에서 잘거란다....
그렇게 J는 아유타야로 갔다.

그 유명한 니콘차이 버스를 한번 타보려고 했으나 12월 28일까지 좌석이 없단다.
"난 시간 많아. 낮에 가는 표도 괜찮은데 표 없을까???"
"FULL ~~"
그냥 VIP 버스도 27일까지 표가 없단다.  난 썬데이 마켓을 봐야 하기 때문에 무슨일이 있어도 27일 오전에는 치앙마이에 들어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여행자버스를 타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왔구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실수가 치앙마이행 표를 예매하지 않은 일이었다.

없는 표를 어쩌겠는가?  잊어야지....  난 모든게 단순명료하다.  시내 구경이나 하면서 놀아야지~~
처음으로 BTS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씨암까지.
역무원은 잔돈을 바꿔주기만 한다.  그렇다고 표를 못 살까?  천만에 말씀....
서울처럼 복잡하지도 않은데 이걸 못하겠어?  울아들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친절한 안내남이 나타나 도와 주었다.  우리끼리 잘 할 수 있었는데....  아깝다!!!
일인당 35밧이면 너무 비싼거 아냐?  어린이 할인 요금도 없잖아.  담부턴 택시 타야겠다.

씨암에서의 쇼핑은 마직막날 하기로 하고 월텍으로 갔다. 씨암의 푸드코드보다 월텍의 푸드코드가 좀더 서민적이라기에 밥 먹으러 갔다.  서민적이면 뭐해??  울아들이 엉뚱한 곳에 꽂혀버렸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FUJI" - 점심식사 시간에 잘못 맞춰 가면 이름 올려 놓고 부를때까지 기다리는 곳이다. 너무도 유창한(?) 발음으로 "벤또"를 시켰더니 종업원이 날 일본인으로 알더라~~~
한국 떠난지 10 여일만에 찰진밥에 된장국을 먹었더니 속이 개운해 진다.  행복하여라....

"엄마! 난 여행하는 동안은 한국 음식 절대로 안먹을꺼야"
라고 외치며 현지식 아주 잘 먹던 울아들도 된장국을 벌컥벌컥 들이키는걸 보면 너도 역시.....
한식집에서 된장찌게사줬으면, 밥통째 밥 먹을 기세다...

간만에 찰진밥을 먹었더니 포만감이 가득하여 어딜 가도 행복하다.  이번엔 울아들이 사랑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목표한 곳은 바로 "빅씨" 우린 어딜 가든 마트에 간다.   마트엔 볼것도 많고 살것도 많고 시식코너도 있다.  시장에선 볼 수 없는 또다른 현지인들의 모습을 느낄수 있어서 재미도 있다.  한국제품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구..... 
비싼 비행기표 끊고 해외 나가서 우리가 이렇게 논걸 안다면 남편이 뭐라고 할까???

그냥 할일 없는 하루를 마치고 빅씨 앞에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방콕에서 처음으로 택시기사한테 당했다.  택시에 타는 순간부터 기사가 자기 목을 좌우로 꺽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질 않나, 운전하다 말고 손에 깍지를 끼고 우두둑 소리를 내지를 않나.....  난 기사가 아픈줄 알았다...
"엄마!  미터기가 이상해.  너무 빨리 올라가....."
기사 행동에 신경이 씌여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택시 미터기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엄마, 가만히 있는데, 미터기가 올라가고 눈 감았다 떠도 미터기가 올라가!!"
아들과 내가 한국말로 뭐라고 떠들면서 지도를 펴고 있는데, 택시가 갑자기 멈췄다.
기사가 시동을 걸어보지만 안된다.  태국말로 뭐라 떠드는데, 대충 눈치로 차가 멈춰서 더는 안되겠다는 뜻인듯 싶었다.  그냥 돈 내고 내리라는 말이다.  75밧??  말도 안되는 금액이다.  택시 탄지 5분쯤 지났을까?  차도 막히지 않았다...  애도 있고 밤인데 우리돈 3000원도 안되는 돈때문에 위험한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잘먹고 잘살라고 75밧 주고 내렸다.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무서워서 한마디도 못했다~~

지나간 일이니까 쉽게 얘기하지만 그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만큼....
외진 골목길에 차를 세우진 않은걸 감사해야 할만큼.....  놀란 가슴 쓸어 내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잡은 택시를 타고 카오산에 도착하니 65밧이 나왔다.  앞서 탔던 택시보다 훨~씬 오래 타고 왔는데 말이다....  미터조작 택시였을까?  길을 돌아 간다는 얘긴 들었어도 미터조작 택시 얘긴 들어보질 못했는데, 참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악명 높은 베트남에서도 택시를 잘 타고 다녔건만, 난 이제 방콕에서 택시 못 탈 것 같다...

하루의 마무리를 기가 막히게 했다.  빅싸이즈 요쿠르트 한병씩 입에 물고 오늘을 정리했다.

오늘의 교훈 : 택시 탈때 운전기사 얼굴이 착하게 생겼는지 확인하자!
14 Comments
블루파라다이스 2010.01.12 02:19  
에코.. 치앙마이 표를 못 끊어서 어떡하세요?

저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방콕에서는 택시가 주 교통수단 인데..

그런일도 있군요.. 그래도 별일 없어 다행 이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8  
최후의 수단인 여행자버스를 이용했는데.... 넘 힘들었어요.

다행히 그사건 이후에 택시를 이용할땐 아무일도 없어서 방콕이 다시 좋아졌어요 ㅋㅋ
곰돌이 2010.01.12 14:31  
아드님이...

쇼핑가를 좋아하나 보네요 ^^*

엄마와  여행다니기 딱 좋은 성품이군요^^

( 울가족은,  쇼핑파와 비쇼핑파의 알력이 심합니다 ^^;; )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5:48  
월텍과 빅씨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쇼핑센터는 기본이구요,
치앙마이에선 썬데이마켓, 나이트바자, 와롯롯, 토요시장까지 갔다왔어요~~
쩡이^^ 2010.01.12 14:53  
ㅎㅎㅎㅎ
역시 입담만큼 글솜씨도 좋으시네요~~
그날 치앙마이에서 언니 덕분에 어찌나 많이
웃었던지 나중에 저희 둘다 입이 아파서 혼났어요...ㅎ
그리고 그 복대 청년은 이야기만 들었는데 잘 아는 사람처럼
이제 친근하기까지...ㅎㅎ저희 온천갔다와서 길거리에 복대한 청년
없나 찾기도 하고 그랬었죠...ㅎㅎ
다음편도 기다려요!!ㅎㅎ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5:50  
복대청년 J 군이 이글을 보면 뭐라고 안할라나???
온천 잘~하고 언니들과 헤어진후 길 복판에서 정말 우연히 또 J군을 만났답니다.
열혈쵸코 2010.01.12 22:57  
재미있습니다. 저도 태국에서 택시탈때 아저씨 인상보고 탄답니다.
이상한데 내려주고 뺑뺑도는 경험까지는 해봤는데, 아직 미터조작 택시를 타보지는 못했어요.

모자지간에 사이좋게 마트를 돌아보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월야광랑 2010.01.21 00:26  
가끔 가다 미터기 조작하는 운전기사들도 있죠. 방콕에서 택시는 진짜 복불복이라서.... (먼산)
hen2e 2010.01.29 21:28  
전 이번에 밤에 방콕에서 카오산 들어가는 버스 탔는데,, 여자 둘이라서 공항택시를 탓는데... 다 좋았는데 아저씨가 운전 중 꾸벅꾸벅 조시더라구요.. 정말 불안하게 카오산 들어갔어요..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2.01 18:02  
택시기사가 졸아요?  허걱~~
하긴, 베트남에서 여행자 버스기사가 졸아서 가슴 졸였던 기억도 있긴하네요....
민베드로 2010.02.01 23:32  
약간의 바가지는 웃고 넘길만 한데...
여자분들은 조금 무섭기도 하실거 같아요.
저도 첫 여행에서 카오산까지 600밧? 내라고
500밧으로 깍아서 내긴 했지만...

미터기도 찍혀 있는데도 무조건 내라더군요.

말그대로 복불복이라는게 맞는거 같아요.
J청년은 아직 여행중일지도 모르겠네요.^^(부럽다..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25  
3년전 태국 첫 여행때도 택시만 이용했는데, 그땐 운이 좋았나봐요...
거스름돈까지 챙겨주는 기사분들을 만났었는데~~~
박시원 2010.02.23 20:55  
으메다...
저도 필리핀에서 몇번이나  미터기를 조작해서 ...  놀랐었어요
미터기의 말이 걷는게 아니라 막 질주를 해요.
눈앞에서 만원 이만원 막 올라가기에...
세워달라고 !  미터기 에러라고!
내릴꺼라고 ! 짧게 이야기 외쳤더니
알겠다고 그냥 미터기 끄고 가자고 얼마면 좋겠냐고 하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쇼부했어요
미터기가 편해서 미터기 켜달라고 했더니 문디 자슥이 사기를 치잖아요
담엔 처저럼 꼭! 미터기 에러! 스탑 히어! 플리즈!!! 라잇나우! 푸하하 짧게 외쳐주세요!
★보보★ 2010.03.31 10:27  
ㅋㅋ그러고 보니 저도 크리스마스때 친구들과 카오산에 있었는데 우연히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미리 용감한님을 알았더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두리번 거렸을텐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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